올해의 사자성어 -  密雲不雨  
답답함과 폭발직전의 불만 … 2위는 矯角殺牛


2006년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密雲不雨’가 선정됐다. 밀운불우는 周易 小畜卦의 卦辭에 나오는 말로서, 여건은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교수신문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2백8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6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密雲不雨’(48.6%)를 꼽았다. 체증에 걸린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 동북아 정세는 이번 선정의 가장 큰 배경이다.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 인해 오히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심이 되고, 이에 따라 사회 각층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것. 교수들은 또, 치솟는 부동산 가격,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돼 갈등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미 FTA 협상 등은 국민들에게 답답함만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으로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이 더욱 어렵게 된 점은 답답함을 넘어 불안감을 준 사실로 거론했다.
이 외에,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矯角殺牛’(22.1%),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萬事休矣’(11.1%)가 그 뒤를 이었고, 개혁하는 데 있어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螳螂拒轍’(9.1%)도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실패’(18.3%), ‘황우석 前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7.7%),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5%), ‘한미 FTA 졸속 추진’(5.3%) 역시 안타까운 일로 기억했다.
‘2006년의 기쁜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0.0%가 ‘없다’ 또는 답변을 하지 않은 가운데, ‘반기문 前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21.2%)을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선정했다. ‘수출 3천억 달러’(8.7%), ‘WBC 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선전’(3.4%),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약진’(1.9%), ‘하인스 워드 母子 이야기’(1.9%) 등도 목록에 올랐으나 그 비율은 미미했다.
‘2006년 의미있는 실천가’를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악조건 속에서도 제 자리를 지키거나, 이름없이 이웃을 도운 이웃들’(12.0%)을 선정했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1.1%), ‘박원순 변호사와 아름다운 재단’(3.4%) 등도 2006년 한국사회를 빛낸 실천가로 거론했다.


2. 무슨 일 터질 것 같은 불안감·대립·부조화  密雲不雨란?

  신용호 / 공주대 명예교수·한문학  
  
密雲不雨는 ‘周易’ 小畜卦의 卦辭에 나오는 말로, 陰과 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게 끼어있고 이것이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칭하는 것이다. 구름만 빽빽하게 끼어있고 그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지를 않으면 기압이 저기압이 되고 공기 중의 습도도 높아진다. 이런 날씨가 되면 사람들의 기분이 우울해지고 신경도 날카로워져서 평상시 같으면 대범하게 웃어넘길만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되고 서로 다투게 된다.
2006년 한 해는 국제정세, 국내정세, 국민들 개개인의 일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가 난마처럼 얽혀서 하는 일마다 순탄하게 풀리는 일이 없고, 불만, 대립, 갈등이 만연하여, 마치 구름만 잔뜩 끼고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상황처럼 무슨 일이 금방 터질 것 같은 위기감으로 나날을 보내면서, 오늘은 또 무슨 사건이 터졌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기조차 두려웠던 일 년이었으므로, 密雲不雨를 금년 한 해를 상징하는 말로 생각해본 것이다.
이처럼 일 년 내내 빽빽하게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음울하고 음산한 ‘密雲’이, 새해에는 萬民에게 恩澤을 입히고 만물을 生養하는 祥瑞로운 비를 내려주는 구름이 될지, 온갖 災害를 휘몰고 와서 국민들을 고통 속에 헤매게 하는 폭풍우가 될지는, 이 나라에서 生을 영위하고 있는 국민 모두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며, 특히 爲政者들은 民心이 곧 天心임을 명심하고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백성들을 하늘처럼 받들면서, 금년의 密雲이 내년에는 만민에게 상서로운 은택을 입히는 상서로운 비 즉, 祥雨가 되도록 각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인들이 지금까지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해왔듯이, 우리도 모두 금년의 密雲이 새해에는 祥雨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밝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도록 하자.


3. 사자성어로 되돌아본 2006년,
  답답하기 만한 密雲不雨의 해 … “폭발 직전의 위기감”

2006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넉자로 함축한다면 과연 어떤 말이 가장 적합할까. 연말마다 사자성어로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교수신문은 올해 역시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2006년’을 준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김교빈 호서대 교수(철학),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송천호 명지대 명예교수(중문학), 신용호 공주대 명예교수(한문학), 심경호 고려대 교수(국문학), 이인호 한양대 교수(중문학)로부터 모두 10개의 사자성어를 추천받고, 교수신문에서 자체적으로 추천한 사자성어 3개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6개의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제시된 사자성어를 선택하도록 했지만, 따로 사자성어를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본격적인 설문조사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고 설문대상자는 2백8명이었다.
    
답답하기 만한 密雲不雨의 해 … “폭발 직전의 위기감”
한국號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 것인가. 2003년 ‘右往左往’, 2004년 ‘黨同伐異’, 2005년 ‘上火下澤’으로 방향을 잃은 채 갈등을 반복하는 한국사회를 지적해왔던 교수사회가, 2006년에는 ‘密雲不雨’로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상태라면 자칫 한국號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교수신문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의 칼럼니스트 교수 2백8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6년 한국 사회를 정리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密雲不雨’(48.6%)가 선정됐다. ‘구름만 가득하고 비가 오지 않는 상태’처럼 국가 공동체 전체가 ‘체증’에 걸려 답답함과 짜증 섞인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희망은 어디에 있나?
무엇보다 명치끝이 무거운 이유는 정치와 경제에서 희망과 비전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서민들이 좌절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된 계기다.
지난 11월에도 참여정부의 여덟 번째 부동산 안정화대책이 제시됐지만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 내다보는 이는 거의 없다. 대증요법으로 일관해온 까닭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 ‘양치기 소년’이 됐고, 앞으로 어떠한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야당 측에서 뾰족한 대안을 내놓았던 것도 아니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반값 아파트’ 공급을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사이 서민들의 삶은 더욱 뻑뻑해졌다. 서민들에게 주택보급율 102.2%, 자가점유율 54.2% 사이의 간극은 넘을 수 없는 ‘절망의 강’이 됐다.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경제는 총량지표는 나쁘지 않으나 부동산 문제와 양극화로 일반 국민의 생활은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21년 만에 최고라는 반갑지 않은 소식도 2006년의 암울한 단면이다. 지난 9월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실업률은 7.2%로 전체 실업률 3.2%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효과에 대해 찬반논쟁이 여전히 치열한 상황에서도 숨가쁘게 추진되는 한미 FTA는 한국號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최태룡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FTA를 통해 얻는 것이 있다고 해도 많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투자자 정부 제소와 같은 독극물이 있는 한미 FTA는 결코 체결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상철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도 “졸속으로 추진되는 한미 FTA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號에 분명한 길을 제시하길 바랐던 한국 정치는 늘 그렇듯 희망보다는 좌절을 심어줬다.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 중 사퇴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리더십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공학적 발언이었다 하더라도 부동산 광풍, 실업문제, 한미 FTA 졸속추진 등으로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는 정치적 불안감만 가중시켰다는 것.
교수들은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란’도 마뜩치 않아 했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정치인·정당의 이합집산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정계개편 구상이야말로 문제의 소재에 대한 진단, 즉 한국정치의 바로메타 기능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파동’에 이르러서는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이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까지도 비판의 화살에서 빗겨가지 못한다. 노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적 편법과 무능력, 한나라당의 물리력을 동원한 정치 공세로 인해 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의 등장을 볼 수 없게 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한반도 뒤덮은 ‘핵구름’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핵 구름’은 또 하나의 密雲이다. 힘의 우위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전략과 그에 대응해 임계점을 넘어서버린 북한의 핵무기 실험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은 더욱 어렵게 됐다.
고명철 광운대 교수(국문학)는 “북핵실험은 남한 사회의 반북주의를 더욱 조장시켜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진보적 노력들의 가치를 폄하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정성일 광주여대 교수(경제학)는 “핵실험이 일본의 군비증강과 우경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을 초래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더욱 혼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6년의 사자성어로 密雲不雨를 선택한 고인석 이화여대 교수(과학철학)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노아의 홍수나 홍수 끝의 참담한 땅에 뜨는 무지개는 결코 바라지 않지만, 이제는 저 구름이 과연 비를 내릴 힘은 있는 구름인지 조금씩 의심스럽다”며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4. 응답자 절반, 올 한 해 기뻤던 일 "없다"  
  2006년 기쁜 일, 안타까운 일들

[기쁜 일] 반기문 UN총장 당선 반겨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의 절반(50.0%)은 올 한해 기뻤던 일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아 우울했던 2006년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장택원 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광고학)는 “특별히 기뻤던 것을 발견하기 힘든, 보편적인 희망을 볼 수 없었던 한 해”였다고 답변했다.
“굳이 찾은” 기쁜 일 중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반기문 前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21.2%)이었다. 1948년 UN 감시 하 총선거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UN으로부터 도움만 받아왔던 한국이 UN을 이끄는 首長을 배출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김영구 한국해양대 교수(법학)는 “개인적인 품성과 능력이 UN사무총장 발탁의 중요한 요인이었으나,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가적 위상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했을 때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구촌 사회에 대한 미래 한국의 개입통로”,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수출 3천억 달러’(8.7%)는 체감경제가 영하의 온도를 나타내는 가운데 달성된 것이어서 더욱 위안이 되는 소식이었다.
최용록 인하대 교수(무역학)는 “중국의 급부상에 의한 반사적 이익도 있지만 무엇보다 IT로 대표되는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세계시장을 주도함으로써 수출기업들이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세계 선진 통상대국이 된 것을 바탕으로 질적인 삶의 수준에 있어서도 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 야구의 선전(3.4%),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약진을 거듭하며 한국 문화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1.9%), 하인스 워드의 행보(1.9%) 역시 2006년에 기쁜 일로 손꼽혔다.

[안타까운 일] ‘북한 핵실험’에 절망

교수들은 2006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로 ‘북한 핵실험’(23.1%)을 꼽았다. 어렵게 일구어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간단히 깨지면서 동아시아 핵 확산 위기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남한 역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임에도 북한과 미국의 대립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교수들은 절망했다.
김성룡 호서대 교수(국문학)는 “북한이든 미국이든 어디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동시에 그런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해야 하는 데 대해 분개를 느꼈다”고 말한다.
‘부동산 정책실패’(18.3%)도 기억하기 싫은 사건이다. 유임하 한국체대 교수(국문학)는 “정부와 지자체·건설회사·보수언론과 일부 지식인층 등의 건설족이 사회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맹문재 안양대 교수(국문학)는 “집 없는 서민들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물론 예측 가능성에 따른 계획, 근면, 성실, 저축 등의 사회가치가 투기와 한탕주의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황우석 前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7.7%) 역시 안타까운 사건. 교수들은 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과학자가 사기꾼이 된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현 부산대 교수(기계공학)는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사회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파장을 고려하면 무척 불행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도 도마에 올랐다. 이유야 어떻든 잇단 정책 실패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진보세력의 위기로 연결돼 사회전반적인 이념적 불균형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미 FTA 졸속 추진’(5.3%)에 이르러서는 절망감을 표하는 교수가 많았다. 김시천 호서대 교수(철학)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한 문제인데 정권의 고립 때문에 소통이 잘 안되어 누군가 피해를 보게 되도록 진행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전 : 교수신문 2006년 12월 18일 (월) 09:38:19 이민선 기자  cure10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