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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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다가오면 바람처럼 떠나고 싶지만
그래서 내 흔적을 먼 발치에서 다시 바라보고 싶지만
언제나 나는 늘
내가 이미 바람인 것을
선연하게 확인하고야 마는
그런 설날이
이번에도 올 것임을
곰곰히 되뇌인다.

서정주님 시를 어떤 분이 보내주어 읽다가
문득 그 이처럼
그렇게 바람처럼 살다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설날이 다가오는 이 즈음에 부질없이 해 보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