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월

김 형 경

여기 저기 옮겨 심어지는 나무는 튼튼할 수 없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 가구도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자주 이사 다니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눈에 드러나지 않는 상처가 쌓이게 마련이다

그 여자는 지금도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얼굴 뿐 아니라 손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뒷모습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는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의식이,
그의 욕심이라든가 선량함이라든가
고통에 찬 마음 같은 것
손에서는 그 사람의 경험과 감성을 본다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는 손,
게으르고 나태한 손,
감성이 예민한 손 등등
얼굴이나 손에 대한 인상은 거의 즉각적으로 온다
아마 그건, 관상과 수상에 관한 책을
너무 많이 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뒷모습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