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참 많은 이들이 살아갑니다. 그 중에 저도 하나일 뿐이지요.

이 세상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저에게 일어나는 일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지요.

이 세상엔 참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지요.

해맑은 눈빛을 늘 잃지 않은 분,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그런 눈빛을 가진 분이 있지요.

만나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언제나 한결같이 환하게 반겨주는 분이 있지요.

그리고 떠날 땐 자신이 가진 좋은 것을 아낌없이 한보따리 나눠주시는 그런 분이 있지요.

그 분도 그저 이 세상에 참 많은 사람 중 한 분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에겐 그 분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기도 하고

그 분이 가시고자 하는 길이 제가 따르고자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서 그 분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늘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가 그 분을 자주 생각하지 못 하게 하였고

그 분의 아름다운 삶을 기억하지 못 하게 하였지요.

내 안에 가득했던 그 분의 향기가 어느 새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뼈져리게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내 삶을 되돌아 볼 여유가 없이 그저 헐떡거리며 살아왔던 나에게

그 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되살리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 다시 그 분을 향한 내 삶이 건강해지도록 찬바람 부는 이 겨울에 기도합니다.



짧은 여행을 다녀와서

잠시 나를 들여다보고나니

속세의 껍질로 단단해진 내 모습이 새삼 두려워집니다.


다시 벗어던지고, 버리고, 부셔지는 삶이

나를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