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 저 지현이에요.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여름방학 때도 한 번 찾아갔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도반들 글을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다운로드가 되질 않아서 실패했습니다. 전 숙제도 매번 늦게 내고 했는데 다들 열심히 하는 모양이네요.

그러고보니 요즘이 수시 발표는 나고, 수능은 가까워 오고...
가장 심란한 때겠네요. 제 동생도 말은 하지 않지만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모두 모두 다들 결과가 좋으면 좋을텐데...


2.

한 학기를 지내고 보니 대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공간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 어느 곳보다도 자유로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사람들 하나 하나가 개성이 넘치는데 왜 사회에 나가면 다들 비슷비슷, 고만고만해지는지 궁금합니다. 저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쉽거나 편한 일은 아니지만 저에게 끊임 없이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먼저 손만 내민다면 얼마든지 끊임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간 관계의 폭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저보다 4살이나 많은 선배가 뼈에 남는 좋은 충고를 해주었어요.

대학교 때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저 역시 처음에는 그것이 싫어서 많이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자립할 수 있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고만 한다면 저와 타인 모두에게 피해만 되겠지요.
그래서 먼저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대학에서 제일 처음 맛보게 된 개인주의는 달고도 쓰네요. 이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일어서는 법을 차츰 배우게 된다면 좀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겠지요.


3.

"이제 너희도 새내기가 아니야."
라며 선배들이 농담삼아 말하곤 하지만, 사실 요즘에 전 한번도 새내기였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여전히 고등학교 4학년 같아요.
뭐랄까... 아직까지도 전 책임감이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대학생이라고 하기에 너무 어리고 보잘 것 없어서 부끄럽네요.

이제는 조금씩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내가 하기나름'인 세상에 왔기 때문이죠. 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직접 발로 뛰며 찾아야 하고, 어떤 것을 잘 하고 싶으면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요.
'공짜는 없다.'
요즘 그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추상적인 목표를 하늘 위에 세워두고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을 뿐 다가가려는 노력도, 목표에 대한 절실함도 많이 부족합니다. 대학생이 되고, 스무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내년에는 고등학교 5학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4.

2학기에 좋은 교수님들 수업을 많이 듣게 됐습니다.
정말 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제가 원시인처럼 생각될 정도로 누군가와 지적 능력의 수준 차이를 뼈져리게 느껴본 것은 처음입니다.

텍스트를 읽는 법, 지은이의 문제 의식을 나의 문제 의식화하기, 진정성이 담긴 언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기.
모두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4년 안에 제가 지금까지 쌓은 제 안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만이라도 가능하면 좋을텐데요.

공부 정말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되려면...


5.

요즘 많이 바쁘실텐데 제 넋두리만 늘어놓은 꼴이 되었네요.
선생님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전하고, 제 생각도 정리할 겸 글로 남겨봅니다.
매번 더 나아진 모습으로 찾아 뵙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는데 건강 유의하시구요.
시험 끝나고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아, 그 때가 되면 선생님이 많이 바쁘실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