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간이 나면 틈틈히 도반들이 쓴 글 중에서 우리가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것같은 주옥 같은 글을 올려 보려고 합니다. 물론 필자들에게 일일히 허락을 얻지는 않았지만 이 글을 쓴 도반들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글이 잘 읽혀지고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 충분히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지면을 빌어 허락을 요청합니다.  '배워서 남주자'는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살아나길  기대하며


<독후감> 과학 콘서트 / * 김 윤 동(경기고1)

대부분의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기까지 하는 과학. 그 중에서도 수학과 성격이 가장 비슷해서 유난히 많은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물리. 이런 교과목으로서의 과학을 우리들이 질색해하는 이유는 과학이 너무 지루하고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학문으로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본다면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학문이 과학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 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출판사:동아시아)에서는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학문이며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아주 쉬운 개념을 정리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내가 독후감을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성한다거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전세계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마을로 묶여졌다는 등의 과학기술 발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우리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복잡한 세상 이야기를 합리적이면서 명쾌한 과학적 논리, 특히 물리학적 논리를 이용해서 풀어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합리적인 사고가 일반적인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해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보통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불길한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난다든지, 승용차를 운전할 때 항상 내 차가 남의 차보다 뒤쳐지는 것 같다는 등의 일들이 모두 그랬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형 할인 매장의 계산대에 있는 12 줄 중에 내 차례가 가장 빨리 돌아올 것 같은 한 줄에 섰다고 해보자. 사실상 모든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줄을 섰으므로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거의 같다. 이런 12줄 중에 자기가 선 한 줄의 일 처리가 가장 빠를 확률은 1/12이다. 나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를 차지하는 11/12의 당연한 현상을 일컬어 '머피의 법칙'이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또 다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백화점의 교묘한 마케팅 상술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특히 미국의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 코너의 계산대가 위치한 자리가 다른 곳보다 더 높은 이유는 정말 놀랍다 못해 기가 막혔다. 계산을 함으로써 쇼핑을 끝내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오르막 경사가 더디게 해주고, 카트를 뒤로 돌려 다른 물건을 고르러 가게 할 때 내리막길이 소비자들을 매장 안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이었다. 또 일반 패스트푸드점의 의자가 깔끔해 보이는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금속과 플라스틱 재질의 딱딱한 의자가 소비자들을 오래 못 앉아있게 함으로써 패스트푸드점의 생명인 소비자의 빠른 회전을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것도 매우 놀라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했던 것은 '프랙탈' 개념이었다. 프랙탈이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러 형상들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개념이다. '자기 유사성'이라고도 불려지는 프랙탈은 조개껍질에 새겨져있는 여러 겹의 줄무늬, 소라껍데기의 아름다운 무늬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 그리고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일직선이지만 실제로는 끝없이 구불구불하게 펼쳐져 있는 해안선과 같이 전체적인 구조가 아주 미세한 부분의 구조와 같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수학Ⅰ에서 배우는 무한등비수열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런 프랙탈 구조는 특히 흑인 문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 튀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젊은이들이 머리를 옥수수같이 땋는 스타일도 아프리카 원주민의 전통적인 헤어스타일이다. 옥수수 배열의 스타일은 y자 모양이 처음에는 굵게 나타나다가 점점 가늘어지지만 y자 모양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프랙탈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프랙탈 개념이 많이 적용되면 적용될수록 차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20세기의 세계적 미술사조였던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인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종전의 그림과는 달리 물감을 큰 캔버스에 몸으로 쳐서 붓거나 뚝뚝 떨어뜨리는 매우 독창적인 기법으로 예술을 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그의 그림은 마구잡이로 물감을 쏟아 붓거나 바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있어서 물감통을 쳐서 물감을 붓는 행위라든지, 그 물감이 튀는 방향 등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이런 무작위적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을 '카오스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폴록의 작품이 그랬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큰 스케일의 작품에서는 단순한 평면을 넘어선 2차원과 3차원 사이를 나타내는 프랙탈 구조를 보였다. 실제로 그의 후대에 많은 화가들이 그의 작품을 초월하기 위해 사람의 피까지 동원하는 등 괴상망측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류작에 머물고 말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폴록의 작품은 핵심이 그가 물감을 붓는 행위가 아니라 프랙탈 구조에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얻게 된 과학적 지식도 많았지만, 여러 자연의 현상과 인간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좀 더 융통성 있고 합리적인 관점을 얻게 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진정한 과학의 효용성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기도 하지만 '사고 방식'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가 합리적으로 변해야 비로소 물질적인 삶의 풍요도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윤동 도반은 지금 서울대 경영대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