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오랜 친구 녀석 하나와 낡은 시. 매주 들르는 경기고 운동장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하루를 낚고, 하루라는 미끼를 다시 뀁니다. 오늘 시공의 긴 흐름 속에, 가만히 누워 친구와 낡은 시와 매주 들르는 농구장을 떠올려 봅니다.
하루 하루.
저와 친구들의 낚시가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린 강을 낚고, 하늘을 낚고 결국은 세상을 낚았던 강태공처럼 흐뭇한
미소를 한 바가지씩 입가에 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루는 저뭅니다. 우리의 사소한 욕심도, 우리끼리의 자잘한 말다툼도
하루가 저물듯,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하루가 저뭅니다. 하루가 저뭅니다.
오늘의 낚시는 즐거우셨습니까?

오늘 학교에서 <파인딩 포레스트>를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저 키보드 소리에 나를 완전히 맡기고, 그 리듬 속에 차츰차츰 날 적어내려가는 작업입니다. 작년, 다시는 시같은건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날이 있었습니다. 제가 써내려 가는 글이 자잘한 가시처럼 돋아나, 다가오는 이에게 작은 상처만 남김을. 그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하루가 저뭅니다. 이렇게 낚시엔
영 재주가 없는 저에게도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루가 저뭅니다.


            <작은 고개 돌림>(2003)

                       -written by 초혼쇼커-

작은 고개돌림엔 항상 짙은 유화처럼 '너'의 잔상이 남는다.
사랑이란 꽃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 그리움으로 뿌리내림을
나는 또 다른 작은 고개 돌림으로 대신했다.


'추억'이란 작은 꽃잎과 같아, 화려하게 피어 허무하게 진다해도
가슴 깊은 곳에선 구름처럼 다시 피어올라 새하얗게 떠오름을
그리고 조용히 '너'의 잔상 위로 흐르듯 내려앉음을


'망각'의 문에는 항상 짙은 안개처럼 '너'의 잔상이 있어,
결국 잊지 못하고 그 가슴앓이를 다시 해야함을
그리고 짙은 유화처럼 다시 그대가 피어오를 것임을
나는 또 하나의 작은 고개 돌림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