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졸업이구나.

지난 주부터 시작하여 이번 주에는 고교를 졸업하는 행사들이 연이어 있었다.

재작년에는 졸업하는 도반들과 조를 짜서 여러 학교를 돌며 졸업식에 가 보곤 했다.

그 때 교정 가득히 메운 차량들과 축하객들이 들뜬 에드벌룬이 되어 이리저리

솟아오르고 있었다.

3년이라는 열정적인 시간을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 치열한 경쟁과 뒤덤벅된 교육으로

한 시간 한 시간을 처절하게 버티어 낸 그대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환호였으리라.


잠잠하게 그 축제 현장을 지켜보았다.

축하를 건네는 이들과 축하를 받는 이들이 엉켜 사진을 찍으여 한 세대를 기억하고

그 기억 속에 털어내 버려야 할 것들과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었던 순간들이 현상과 인화라는 화학적 작용으로

마지막 마감을 하고 있었다.


텅빈 교실을 둘러보며

70년대 후반기 내 고교시절을 떠 올려보았다.

이십오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음에도

어찌 이리도 졸업장면은 시대를 거슬러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인지~?

떠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빛나는 졸업장은 그 이름만으로만 빛나고

남겨진 이들이나 떠나는 이들 모습에는 깊은 아쉬움과 아련한 서러움보다는

오히려 후련함과 기쁨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여전히 학생주임의 쩌렁쩌렁한 명령조 어투의 진행과

경직된 관료사회의 전근대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한  줄세우기,

앞에서 진행되는 행사와는 전혀 아랑곳 않고 중간과 뒤에서는 또다른 이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은 그저 세월이 흘러도 학교만은 옹골지게 그대로 남아 있다는 벽화같았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졸업이라는 밀어내기와 털어내기의 경합이

여전히 다음 세대로 변함없이 전이되는 현장에서

그래도 아이들은 새 날을 맞이하는 과정의 문턱넘기를 아주 익숙하게 해 내고 있었기에

그 안에 서 있는 또다른 나를 만나게 되었다.


한 시대를 넘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시대를 맞이하려는 몸짓이므로

그 만큼의 새로운 에너지로 자신을 재충전해야 하는 것임을 그대들에게 조용히 전하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 놓여진 또 하나의 거대한 산을 오르려는 지금

신들메 단단히 고쳐매고

봉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 밖에 펼쳐진 무한한 푸른 하늘을 맞이할 일이어라.


사소한 감정에 이끌려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며 맞이하는 새 날은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갑자기 닥쳐오는 황당함으로 당황하게 될 것이니

여명이 터 오르기 전에 새 아침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어쩌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일 것이다.


늘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사유의 끈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내가 가진 한계를 일상에서 깨달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내일을 맞이하는 그대들이 될 것임을

지금 졸업을 하고 성인으로서의 새 옷을 갈아입은

도반들에게 간절하게 전하고 싶다.


꿈을 가진 자만이 꿈꿀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세계를 그대 품안에 품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 길을 떠나는 그대들에게 한없는 사랑과

힘찬 격려를 아낌없이 보낸다.


그대들과 함께 했던 수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나는 늘 행복했었다는 것을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