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법과대학 심층면접 후기입니다.

5번째 학생까지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10분간 휴식하셨습니다.

20분간 주어진 문제를 독해한 후 면접실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기본소양은 제시문 세 개로 이루어져 있었고,

제시문 (가)는 국한문 혼용 지문으로 세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국가간에는

냉혹한 경쟁원칙 만이 존재하고, 도덕적인 요소는 개입의 여지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문 (나)는 자공과 공자의 대화로서 역시 국한문 혼용 지문이었습니다.

자공이 공자에게 백성을 구제하며 널리 베풀면 인(仁)이냐고 묻자

공자가 인일뿐 아니라 성인이라고 하며, 성인은 내가 서려고 할 때

남도 같이 서게 하는 존재라고 답하는 내용입니다.

맹목적인 경쟁보다는 약자를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요지로 파악했습니다.


제시문 (다)는 영어지문으로서 경쟁 원리가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한 뒤

경쟁의 3가지 패러독스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이기적 경쟁은 사회의 전체적인 이익을 증진시키며, 예로

이기적인 가게 주인이 경쟁하기 때문에 쇼핑객은 그의 거래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경쟁은 곧 부와 가난을 만들며 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회적 에너지를

풀었는데 그 결과로 물질적 진보는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그 해악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미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 번째 패러독스는 경쟁을 통해 사람들은 많이 소유할 수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작아진다는 내용으로서 영혼을 파괴하여 얻은 물질적 풍요는 단지 외면의 장식물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된 문제는

1) 제시문 (다)의 내용을 요약하라

2) 제시문 (다)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설명하고 비교하라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학업 적성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소개하며,

A 회사가 판매직 여사원을 모집하는 데 있어서 ‘키 168cm 이상의 용모 단정한 여성’

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실제 채용에서 그 조건이 이행되었을 경우


1) 이를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는가?

2) 사주가 자기 회사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사원을 그런 조건으로 뽑는 것이

정당하지 못한가? 국가가 이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가?

3) 만약 이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면 개선책은 무엇인가?

이렇게 세가지 문제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법대의 유일한 여교수님 한 분이 왼쪽에 앉아계셨고,

다른 두 교수님은 처음 보는 분들이었습니다.

수시 때보다 의자가 멀리 떨어져 있었고, 다른 전반적인 사항들은

수시 때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가운데 교수님이 문제를 다 읽어보았냐고 물어보시며

첫 번째 문제부터 답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제시문 (다) 세 번째 패러독스의

첫 번째 문장을 해석해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어서 2번째 문제를 답했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의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한 뒤

제시문 (다)에 주어진 세 가지 패러독스에 비추어볼 때 제시문 (가)와 (나)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제시문 (가)는 (다)의 첫 번째 패러독스에 의해 긍정될 수 있고,

제시문 (나)는 (다)의 두 번째, 세 번째 패러독스에 의해 긍정될 수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가운데 교수님이 본격적으로 추가 질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중 어느 관점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좋겠는가?”

“저는 국제적, 국내적 두 가지 차원에서 달리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제시문 (가)의 주장이 설득력 있습니다. 냉혹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내적인

측면에서도 사기업간에는 제시문 (가)와 같은 경쟁이 필요하지만, 국가를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정부는 제시문 (나)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답변과 관련하여 몇 번 문답이 오갔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가운데 교수님의 본격적인 반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네 <제시문 (다)의 두 번째 패러독스를 설명하며> 경쟁 때문에 환경오염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그런지 설명해보게”

“근대화 과정에서 맹목적 경쟁이 이루어졌고,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개개 경제 주체는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였고, 그 결과 환경오염이 발생하였습니다.”

“독일에서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럼 그들은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인가?”


순간 당황했지만,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답변했습니다.


“독일에 녹색당이 집권한 후 환경 기준이 강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환경 보호는 막중

한 문제이기 때문에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환경 관련 기준이

제정되어 있으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전에 기준이 없을 때보다 다소 줄어들지만

그 체계 안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앞서 말씀드린 근대화 과정에서의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경쟁입니다.”


그러자 또다시 강력한 반론이 들어왔습니다.


“세계화는 현대의 상황이고 그렇다면 현재의 경쟁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네가 앞서 말한 경쟁은 과거의 경쟁 아닌가?”

“제시문 (다)는 일반적 경우를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여교수님이 질문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힌트를 주신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의 경우는 어때요? 중국과 같은 경우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들의 경쟁은 어떤 것이죠?”

“중국은 아직 고도성장기이고 환경에 대해 큰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따르면 삼성 같은 경우 텔레비전을 유럽 선진국에

수출하려면 부품 하나하나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큰 돈을 들여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지금

환경 관련 제한이 없거나 느슨한 상태에서 싼 가격을 앞세운다면 단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 수출을 하며 그 이익을 지속시키려면

결국은 환경 기준을 제정하고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무분별한

맹목적 경쟁의 차원에서 일정한 제한이 있는 선진국들의 한 단계 높은 경쟁으로

편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가운데 교수님이 제시문 (가)의 한자를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면접실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독음을 달아봤고 도태(淘汰)를 제외하고는 크게 어려운 한자가 없었기에

쉽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쭉 읽어내려 가는데 가운데 교수님께서 그만 하면 됐다고

하시며 학업 적성으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합리적 차별이 용인되려면 조건이 세 가지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차별을 하는 목적이 정당해야 합니다. 제시문에서 A 회사가 외모로 구직자들을 차별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함이었고, 이는 회사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 합니다. 두 번째로 차별의 절차가

정당해야 하는데 저는 A 회사의 차별은 이 조건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외모와

판매능력 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이상,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판매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여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잠깐, 외모와 판매 능력간의 상관관계는 경험적으로 이미 증명된 것이에요. 여기서는

그것이 비례한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렇게 가정을 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여성의

외모와 판매능력 간에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두 번째

조건인 절차의 정당성 또한 충족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인

차별로 인한 이익이 거기서 빚어지는 손해보다 커야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은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제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심각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사원을 뽑을 때 이러한 조건을 내건다면 취업의 기회균등의 측면을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선천적인 외모로서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이익이 조금 늘어나는, 즉

합리적 차별로 인한 이익에 비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제시문에

드러난 A 기업의 차별은 비합리적인 차별입니다.


그러자 가운데 교수님이 다시 말씀하시길


“모든 기업이 이런 조건을 내건다는 것이 아니라, A 기업 혼자서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 아닌가?”

“제시문에서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심각하다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기업이

이러한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래도 A 기업 혼자만 이런 차별을 시행했을 것이라고 가정해보게. 그래도 비합리적인

차별로 비판 받을 수 있는가?”

“그렇다 해도 취업이 가지는 개인적, 사회적 측면의 중요성을 감안해 볼 때 여전히 문제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장기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취업이라는 절차에 있어서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외모로 인해 제한 조건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165cm인 여성이 있네. A 회사만 이런 외모로 인한 제한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여성이 A 회사에 채용되지 못하고, 다른 회사에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한다면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인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여성이 A 회사야말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적당한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정말 가고 싶은 회사에 키가 조금 작다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자네가 그 회사 사주라고 가정했을 때 다른 회사는 모두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채용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면, 자네만 그런 조건을 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외모와 판매능력과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인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등 판매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요소를 평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로 모의 판매 시험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


갑자기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서 말을 멈추고 교수님들을 봤더니

계속 해보라고 하셔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계속 그러한 차별적인 조건을 직원 채용 시 고려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

이 조금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된다면 여성을 외모로서 차별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혀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고,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우려가 있고, 이는

그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방해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선천적으로 타고나서, 개인의 노력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ㅡ물론

성형 수술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ㅡ 외모로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한 처사로서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할말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가운데 계신 교수님께서 시간이 넘어서

그만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하셨던 오른쪽 교수님을 포함한

세분이 수고했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는 나왔습니다.


기억나는데로 썼지 때문에 누락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반론이 날카로워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리고

학업적성 평가의 2번하고 3번 문제는 시간 관계상 거의 다루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제가 전에도 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지난 한달 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