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둘째 주까지 봄학기 수업을 하였지요.

4월말부터 시작한 도반들의 중간고사 관계로

약 한 달을 쉬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쉰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오히려 더 분주하였고

바쁜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좀 읽어야지 했던 결심도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영화도 많이 봐야지 했던 기대도

산 속에 틀어박혀 한가로이 구름이나 벗삼아 노닐까도 했지만

속세에 묻혀 사는 농투성이 본성은 벗어나질 못했지요.


횡성에 있는 해오름 살림학교에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감자랑 옥수수, 고구마, 고추, 조, 수수 등을 심으면서

밭을 가꾸는 일에 포옥  빠져 있었습니다.

새 잎이 돋아나는 잣나무 숲이 만든 그늘에 땀을 식히면서

산 계곡 바람을 맞이하는 느낌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들녘에 엎드려 밭을 일구다가

해넘이를 맞이할 때 쯤이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데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가득차 오는 것이었습니다.


흰감자랑 자주감자를 심었습니다.

흰감자엔 흰 꽃이 피고

자주감자에 자주빛 꽃이 피어납니다.

감자를 심고나서 한 열흘 정도 지나면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어여쁜 싹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지요.

그 싹을 보는 순간의 감동은

생명의 눈부신 탄생 바로 그것입니다.

그 여리고 어여쁜 싹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

몇 번이나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 반갑다 감자야.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그러면 감자는 수줍은듯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 같습니다.


해가 지고

밭을 떠나 올 때면

하늘에는 별이 총총합니다.

맑은 하늘에 빛나는 별은

이 세상의 온갖 잡념과 상념을 잊게 합니다.


그저 이렇게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요.


이제 다시 개강입니다.

치열한 속세의 현실을 다시 만나러 왔습니다.

미국의 광기어린 이라크  학살전쟁도 끝나고

또다른 미국의 세계정복이 야욕을 부리는 이 때

한가로이 앉아서 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1학기 수시전형도 다가오고

1, 2학년 도반들의 내공도 점점더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숙제처럼 놓여져 있지만

다시 만날 도반들 모습을 생각하면

새로운 힘이 생겨납니다.

5월13일부터 각 모둠별로 수업이 다시 시작되니

도반들을 곧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갈닦음(수업)시간에 즐거운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하며

마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