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김사랑


사랑한다고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면
단풍잎처럼 내 맘만 붉었습니다

보고싶다고
고백하고 돌아오면
노을처럼 내 사랑만 붉었습니다

좋아한다고
밤 별같은 그대 눈빛이
반짝이는 불꽃이 되어
내 가슴에 타 올랐습니다

우리의 사랑에 가을이 오면
기다리던 답장이 오지 않아도
절 사랑하고 있음을 압니다

하지만 가을편지 한장
바람에 부치고 오는 날이면
속절없이 그대만 그립습니다





* 이 시를 읽다가

나이가 들어가도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싶어지고

마음을 털어놓고 밤새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 나를 보게 됩니다.

운 좋아서  한 잔 나눌 수 있는 벗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일이 가을엔 더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갑니다.

조금씩 비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그 여백에 채워질 바람과

햇살과

고요함이 사무치도록 아릿하게 느껴집니다.

입시 막바지에서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온 힘을 쏟아내는 고삼도반들을 보면서

가을의 스산함과

스산함 뒤에 차오르는 헛헛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잎을 떨궈내고

찬바람을 견딜 채비를 하는 나무들처럼

나도 겨울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넉넉하게 다가오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