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은


진보, 권위 그리고 성차별.


이 글에서 필자는 1980년대 학생 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가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그를 위해 투쟁했던 진보적인 세대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속해있는 집단, 즉 학생운동권에서는 상명하달식의 의사결정(토론이라는 것은 무의미했다), 나이와 학년에 따른 확고한 위계 질서 등 군대식의 권위주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학생 운동권에서 조차 사라지지 않는 권위주의를 보여주는 예로써 학생 운동권 내에서의 토론문화를 보여줬는데. 이들의 토론문화는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입장과 위치, 발언력을 가지고 합의와 양보를 통해 실행되는 문화가 아닌 학년으로 짜여진 위계질서에 의지한 설득구조라고 한다. 심한 경우, 어떤 학생회는 회의식 벽에 꽃힌 장백이라는 가명의 동지가 보내는 메모에 따라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고도 한다.

또한 문화적 배타성과 학생 운동의 공간이 남성화됨에 따른 성차별을 얘기한다. 필자가 조사를 해본 결과 80년대 많은 운동권 여성들은 그 시절 자기 자신을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그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 해야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여성들끼리조차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으면 남성이 중심이 되는 공간에서는 자신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해도 남성만을 기준으로 삼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귄위적, 남성적 집단 분위기에서는 여성이라는 소수 집단이 성차를 인정받고 정체성을 유지하며 활동한다는 것이 불가능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실패한 극렬한 반공 교육을 든다. 386세대가 반공이념과 반공 교육이라는 문화코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상상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을 추상적으로 밖에 모르기에 싸움과 투쟁에 적합한 군대와 같은 형태가 되었다. 또 그 터무니없이 몰아붙였던 반공의식과 반북한의식은 386세대를 군사화되고 위계화 된 질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주체들로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386세대는 많은 영역에서 덜 이기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지만 구체적 조직 질서와 개인들간의 문화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또한 그들 자신들은 기존 정치 질서에 적응해 안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

(386세대, 현재 30대이고, 80학번이며, 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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