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 우리 놀이 속으로
- 2002년 해오름 여름학교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아이들은 물을 참 좋아합니다. 물론 여름이라 시원한 물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요.
그래서 아이들은 여름학교의 어떤 프로그램보다 물놀이를 가장 기대하고 옵니다. 그런데 이번엔 1차의 이틀째 낮까지 비가 왔습니다. 늘 비가 올 때를 대비해서 프로그램을 준비를 해 가지만 비가 오면 아무래도 뭔가를 하기엔 거추장스럽고 손이 많이 가야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게 많아 짜증스런 일도 많이 일어나지요.
허나 이번 여름학교에서는 그다지 걱정한 만큼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맑은 날은 아니어도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축구도 원 없이 하고 밖으로 나가 풀꽃 관찰은 자세히 못해도 강당에서 실컷 풍물을 쳐보며 보통 때 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것저것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아이들의 흐름을 따라가면 비는 장애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다가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둑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물난리를 겪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뉴스를 보면 꼭 천재지변이기 이전에 사전에 대비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라고들 합니다. 말이나 말지, 또 그 뒤에는 항상 무분별한 개발로 깎아 버린 산을 보게 됩니다. 물난리가 올해는 이 지역 다음해는 또 다른 지역으로 전염병처럼 옮아갈 것만 같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갈 길을 잃은 물은 어디로 갈지…. 무섭게 들이닥치는 수마 앞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말면서 해마다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뭇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으나 인간만을 위한 개발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삼진에서의 비 또한 한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릴 것 같더니 차츰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우리들도 빗속에서 여름학교를 보내다보니 오히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어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빨리 가지 않더라도 쉬어가며 갈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풀꽃관찰도 해야 하고 물놀이도 해야 하는데'라는 조바심보다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실컷 쳐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김을 고맙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커다란 경험입니다. 이젠 비가 와도 겁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어떻게 해 보려는 게 아니라 여름엔 그저 물놀이를 좋아하고 겨울엔 그저 눈놀이를 좋아합니다. 어떤 인위적인 프로그램보다도 자연 속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우리들도 그랬겠죠. 콧등이 시큰할 정도로 정겨운 추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또 다른 학습거리로 주어지는 놀이가 아니라  맘껏 뛰어보며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경쟁 속에서만 자신을 지켜왔던 빗장을 풀고 참모습으로 친구를 만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삶을 설계하는 주체적인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올해도, 해오름 여름학교를 잘 다녀 왔습니다.

연 날: 1차 - 2002년 7월 22일(월)∼7월 24일(수)
       2차 - 2002년 7월 24일(수)∼7월 26일(금)
연 곳: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삼진수련원(구 매화분교)

1. '우리가락, 우리놀이'라는 주제가 나오기까지.

이번 해오름 여름학교는 해오름 교육생활협동조합과 같이 한 것을 합치면 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프로그램을 할까? 뭐 또 색다른 것은 없을까? 처음엔 욕심내지 말고 어설프더라도 하나라도 아이들이 깊이 빠져들어 스스로 느끼고 배워가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으로 펼쳐놓으면 왠지 안 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새 욕심이 앞서 이것저것 많은 거리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꼬드겨 어찌됐든 다 하고 가게 합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뿌듯한 마음. 그런데 하나하나는 별 문제없이 잘 했는데, 와서 전체를 보면 뭔가 어우러지지 않고, 아이들이 소화를 하던 못하든 하나라도 더 좋은 경험을 하게 하려는 선생님들의 열정만 채우는 것만 같았습니다.
작년 겨울학교 때부터 이런 생각들이 살림학교 선생님들과 공유가 되어 아이들로부터 자기들보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여름학교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요.
맑은 공기, 잣나무숲의 그늘이 주는 넉넉함을 못 잊어 다시 일치감치 장소를 확정해 놓은지라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나갔습니다. '소경불알'이라는 아주 귀한 식물이 사는 곳이니만큼 흔하게 보는 들꽃부터 귀한 것까지 볼 수 있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굳이 풀꽃의 이름 하나하나를  알려주지 않더라도 그저 정겨움이 묻어나는 많은 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몇 해가 가도 뒤바뀌지 않을 지역 특성에 맞는 단골프로그램입니다.
주요 프로그램을 정하는데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살림학교 교사모임에서 계속 논의된 하모니카 연수를 준비하면서 가뜩이나 피아노, 바이올린, 풀룻 등 서양악기에 치여 우리악기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소리나 몸짓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 가락을 배우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작년에 연수를 받은 '풍물이랑'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냥 방과후 교실에서 하는 기능을 위한 악기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우리 가락의 신명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작년에 해본 강강술래의 어려움도 극복해볼 겸 조언을 부탁드렸더니 '입장단'과 '몸짓'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내 몸에서 소리를 낸다? 내 몸이 움직이면서 가락을 싣는다? 아이들이 과연 풍물치는 것을 좋아할까? 물론 풍물이랑 선생님은 장담을 하시지만 텔레비전이나 아니 길을 가다가도 풍물소리가 나면 시끄럽다고 귀를 막고 다니는 아이들인데, 운동회 때 몇몇이서 풍물을 치면 처음엔 보다가 슬슬 피해 다른 일만 하는 아이들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떻게 아이들과 호흡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가락과 서양가락의 차이를 알고 직접 내 몸에서 소리를 내며 스스로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 아이들은 가락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소리내는 쇠채도 직접 만들어 보고 꾸며보면 좀 완결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잡히지 않을까? 거기에 우리의 옛놀이를 같이 하면? 고민만 하고 있을 순 없어 선생님들과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우리 가락 우리 놀이'라는 주제룰 정하고 바로 교사연수에 들어갔습니다.

2. 여름학교 교사연수

작년 여름학교 때의 강강술래가 생각나 자신 없어 하시는 선생님들이 좀 있어 처음에는 불행하게도 서로를 못 미더워 했는데 역시 우리는 한국사람이야. 장구가락을 배우면서 서로의 믿음을 회복하였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소질이 있다니' 스스로 감탄하며 인사굿에서 시작해 이채, 삼채, 별달거리, 다시 인사굿으로 매김을 하는 선생님들의 환한 웃음에서 이번 여름학교의 앞날이 보이더군요. 처음엔 물론 안된다 고 하고 힘들다고 아이들처럼 투정도 부려보지만, 잘 안되긴 해도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풍물놀이에 한마디로 신명난 교사연수였습니다. 아이들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를 해야 하는데도 틈만 나면 장구를 잡으려는 선생님들. 여름학교를 보내고 와서 보니 아이들도 틈만 나면 악기 치러 간다고 하면서 밥 먹자마자 달려간 모습이 선생님들 연수 때의 모습과 같더군요. 매주 수요일에 한 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화요일에 보충을 하기로 했는데 대부분 월드컵 축구경기와 일정이 겹쳐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구채만 사서 장단을 외우고 각자 집에서 연습하기로 하였습니다. 모여서는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을 그대로 입장단을 하면서 가락을 치고 몸으로 장단을 익히고 가락에 맞는 민요도 배우고 강강술래도 다시 배웠습니다.
그런데 일단 가락을 익히면서 교사들 사이의 마음열기는 충분히 되었는데 여름학교에서 해야할 그 외의 것들에는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풀꽃들을 제대로 볼 욕심에 여름학교 일정에 가깝게 답사를 가다보니 장소에 대한 사전 준비와 이해가 부족하고 풀꽃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처음 참가하신 선생님들에게 적잖이 부담을 안겨 드리게 되었습니다. 또 늘상 하는 프로그램임에도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제대로 준비를 해 가지 못하였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의 구분을 두어 선생님들의 조건에 맞게 풀어가는 융통성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모둠별 마음열기

여름학교의 가장 중심 단위는 모둠입니다. 모둠장을 정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규칙을 세워 배움과 생활을 같이하는 여름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학년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해가 거듭되면서 자기도 드디어 모둠장이 되었다고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모둠장이 되어 모둠을 챙기려니 부담스럽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린 학년의 아이들이 모둠장을 하겠다고 우겨대는가 하면 고학년이어도 모둠장을 맡지 않으려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둠장은 그대로 두되 역할을 하나씩 나누어 맡겼습니다. 신발장을 담당하고, 밥먹을 때 필요한 돗자리를 담당하고, 깃발을 담당하고…. 물론 처음에는 잘 하다가 나중에야 슬슬 모른 척하고 꽁무니를 빼기는 했지만 다음 번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모둠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배워 가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4. 우리 가락 익히기

아이들과 함께 『사물놀이 이야기』라는 책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밤에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아이들과 책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사물놀이에는 하늘을 우러르는 생각, 사람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생각, 그리고 다섯 가지 방향과 다섯 가지 원소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우리 겨레는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곧 단군의 자손이라는 생각을 간직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임금님과 아들딸들처럼 늘 하늘을 우러르고 하늘에 감사하며 살아왔지요. 우리 겨레는 사람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임금님의 아들딸들은 백성, 곧 사람을 구하기 위해 고난을 무릅쓰고 사물을 구하러 갑니다. 또한 평화를 사랑하기에 잿빛귀신을 무력이 아닌 음악으로 물리칩니다. 또 우리 겨레는 세상이 다섯 방향과 다섯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섯 방향은 곧 동서남북과 우리가 살고 있는 가운데를 말하고 다섯 원소는 나무, 불, 흙, 쇠, 물을 말하는데, 이 다섯 원소가 서로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세상은 질서 있고 평화로워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다섯 방향에서 모인, 다섯 원소의 기운을 간직한 악기들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냄으로써 잿빛귀신 때문에 흐트러진 질서가 제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사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고, 북 이렇게 네 가지 타악기(두드리는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본디 이 네 가지 악기는 태평소, 소고, 나발과 함께 풍물이라 불리며 풍물놀이를 연주하는 데 쓰였습니다. 풍물놀이는 우리 겨레가 오랜 옛날부터 간직해 온 음악이자 놀이로, 농사를 지을 때 일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우거나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신명을 일으키기 위해 연주했지요.
그런데 1978년에 김덕수를 비롯한 4명의 연주자들이 모여, 풍물 가운데 이 네 가지 악기로만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어 ‘사물놀이’라 이름 붙이고 공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물놀이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신명을 불러일으켜 흥겹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온 세계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물놀이는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을 새롭게 하여 온 세계 사람이 다같이 즐길 수 있게 만든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물의 이야기를 해주고 악기 소리를 들려주고 난 뒤 그 소리를 내어보게 하였습니다. 처음엔 어색해하고 소리도 크게 못 내더니 장구, 꽹과리, 북, 징을 네 모둠으로 나누어 입장단으로만 사물 소리를 내어보니 서로의 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어깨가 덩실거리고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하늘과 땅 가운데 있는 내가 하늘도 만나고 땅도 만나는 몸짓으로 입장단을 하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니 절로 신명이 나나 봅니다.
처음부터 악기를 주지 않고 입으로 몸으로 충분히 익히고 난 후 악기를 치게 하니 아이들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1차에서는 비도 오고 인원도 좀 적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악기를 고루 쳐보고 가락도 외우게 되었는데 2차에서는 맑은 날이 계속돼 밖에서 뛰어 놀다가도 틈만 나면 치는 아이도 있고 아예 악기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1, 2차 모두 마지막날 아이들이 배운 가락과 민요를 발표하는 것으로 잡았는데 민요보다는 풍물에 매료되어 모두 악기를 직접 쳐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2차에는 마음에 맞고 악기도 웬만큼 다루는 아이들이 나타나자 아이들 속에서 스스로 '박범조 사물놀이패'를 만들어 장구는 누구, 북은 누구…. 아이들이 악기를 치고 있을 때마다 알아서 선별을 해 가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요. 그렇다고 못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추어 가면서 보고 배우면서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5. 쇠채 만들기

계절학교 때마다 프로그램에 맞는 노작활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악기를 배우면서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채를 직접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재료는 나무 막대기, 호박이나 둥글게 깍은 나무, 본드, 소창(거어즈), 가죽, 본드가 필요합니다.
먼저 둥근 나무에 앞뒤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넣습니다. 태극 무늬도 좋고 들꽃 그림도 좋습니다. 그 다음 나무 막대기에 자기 손에 맞게 소창을 감으면서 본드를 칠하고 거기에 다시 가죽을 돌려 손잡이를 만듭니다. 막대기 끝에 호박이나 나무를 껴 쇠채를 완성합니다. 원래는 손잡이 부분을 실로 꿰매야 하는데 저학년 아이들이 하기에는 어려워 가죽도 본드로 단단히 붙였습니다. 다 된 모둠은 마루바닥을 치면서 장단을 맞추기도 했지만 대부분 같이 못해 아쉬웠습니다.  

6. 우리 놀이

보통 아이들은 씨름 하면 모래밭에서의 샅바를 두른 씨름을 연상합니다. 그러나 이번 여름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보통 많이 하는 두 사람이 겨루는 놀이를 모아서 해 보았습니다. 어떤 특별한 도구가 아닌 내 몸을 이용해서 노는 놀이였는데 아이들을 흠뻑 땀에 젖게 했습니다. 결승에 가서는 고학년의 놀이만 되어 2차에서는 학년별로 나누어 놀았습니다. 분명 이기면 신나고 즐겁지만 또 지면 어떠랴. 재미있게 놀았는데.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닭싸움에서 상대를 넘어뜨리고 다시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된다면 좋으련만.
머리카락 끊어먹기, 눈싸움, 웃긴 표정으로 상대방 웃기기, 눈 크게 뜨기, 돼지씨름, 팔씨름, 손바닥 치기, 닭싸움을 했습니다. 그 밖에도 모둠별로 긴 줄넘기도 하고 자유롭게 마당에 박아놓은 놀이판에서 마당놀이도 하였습니다.
여름학교의 둘째날은 여느때처럼 강강술래를 했습니다. 강당에서 노래도 미리 배워서 익히고 진도 짜 보면서 어떤 노래와 어떤 놀이가 만나는지를 알게 되니 아이들이 빨리 나가서 하자고 하더군요. 모닥불은 아니어도 스탠드 아래 운동장에서 큰 원을 그리고 강강술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남생아 놀아라, 문지기 문 열어주소, 몰자몰자 덕석몰자, 꼬리따기  등 원에서 달팽이가 되었다가 풀리고 다시 원이 만들어지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한데 어우러지고 풀리면서 여름학교를 서서히 마무리했습니다.

7. 물놀이

1차에서는 비가 와서 도저히 치악산 계곡에 갈 수가 없어 옆 개울에서 잠시 놀았습니다. '계곡물은 이렇게 불어나는구나' 몸소 보여주듯, 전날 발목까지 차던 물이 어느새 아이들 무릎을 넘어서고 물살이 세서 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얼음장 같은 개울에 발을 담그고 올라올 줄을 모릅니다. 2차에서는 맑은 날이 계속돼 아이들을 차에 태워 치악산 강림계곡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삼진 수련원의 개울물처럼 맑고 찬 물에 들어가 이를 딱딱거리면서도 아이들은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하고 물 속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항상 물놀이를 가면서 차량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 곳을 지나는 시외버스가 있어 타고 오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주 오래된 가게와 그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우체통을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몇십 년 전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8. 풀꽃 관찰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명상을 하기에 딱 좋은 잣나무숲은 그대로인데 그 옆으로 피어있는 작은 풀꽃들은 예전의 풀들과는 좀 다른 듯 했습니다. 한해살이풀과 두해살이풀 등 풀들은 주위조건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 같더군요. 언제나처럼 애기똥풀, 뱀무, 뱀딸기는 지천인데 비가 온 뒤라 버섯들이 무성해 있고 전과 다르게 청미래덩굴, 새모래덩굴,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갈퀴덩굴, 박주가리, 환삼덩굴, 쥐방울덩굴 등 이름도 생소한 덩굴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들공부에서 몇 차례 들꽃관찰도 하고 주위체험학습 단체에서도 들꽃관찰을 많이 해 아이들이 어떻게 느낄까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해 보니 아이들 중에는 '선생님, 또 풀꽃 관찰인가요?' 묻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왠지 지겨워하는 듯 한 아이의 인상쓴 얼굴에 뭐라 답할까? 몇 년 동안 아이들과 들꽃관찰을 한다고 다녔는데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안겨준 무책임한 선생님은 아니었나 자책을 하면서도 뒤틀린 체험학습의 단면을 보는 듯 합니다. 그래서 교사연수 때 준비한 대로 이번에는 하나의 들꽃이나 나무를 정해 3일 동안 지켜보며 그냥 조용히 봐주고 때론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도록 했지요. 어색하다고 안 하는 아이들도 있고 진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더군요. 이름을 알고 싶으면 선생님께 물어보고 도감도 찾아보고 자세히 그림도 그리면서 아이들은 또 다른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9. 슬라이드 보기

1) 풀꽃 슬라이드 보기
삼진 수련원에 살고 있는 꽃들에 대한 필름을 준비하고 그 특징을 조사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1차에서는 강당에서 하고 2차는 운동장에서 했습니다. 캄캄한 밤에 환한 영사기의 불빛 속에 피어난 꽃을 보고 아이들은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습니다. 물론 노란꽃만 나오면 애기똥풀이라고 외쳐대기 했지만요. 꽃들의 특징과 함께 간단하게나마 꽃의 전설을 들려주면 어떨까해서 준비를 했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아이도 있고 졸리다는 아이도 있고…. 다음엔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해서 아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 합니다.
2) 꽃들에게 희망을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슬라이드를 상영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이해를 잘 못하는 아이도 있고 재미있다는 아이도 있고 오히려 너무 지루하다는 아이도 있더군요. 슬라이드의 내용보다 캄캄한 밤하늘에 비친 물안개의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았나 싶습니다. 풀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도는 좋았는데 좀더 알찬 준비가 되어야겠습니다.

여름학교를 마치며

제 아이들과 사다리 극단에서 하는 '만남'이라는 연극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풀어내는 그 극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자연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예쁜 아기를 잃은 절박한 상황의 부모는 마구잡이로 산을 헤집어 아기를 찾지 않습니다. 늑대의 숲에 들어가도 되냐고 묻습니다. 허락을 받고선 아기를 찾아나서고, 아기를 찾고는 좁쌀떡을 감사의 선물로 줍니다. 연극을 보며 삼진수련원의 잣나무숲과 뒷산 매화산이 떠올랐습니다. 삼진수련원의 가짜 주인들에게만 허락을 받았지 진짜 주인한테는 허락을 받지 않았는데 여름이라 푸르름이 한창인 숲에 우리는 불청객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인적이 없어 스산한 곳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밝은 웃음소리에 반해 해마다 불러주는 것은 아닐런지요. 인간은 언제나 자기가 편할대로 해석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많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풍물소리에 시끌벅적한 학교는 밤이면 개구리 소리로 꼭 찹니다. 안개가 자욱한 운동장엔 언제나 와서 뛰어 놀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비와 함께 신명나게 놀다간 1차의 친구들과 선생님들, 다행히 비가 안 와 강림계곡에 발을 담가본 2차의 아이들과 선생님들, 이젠 살림학교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 예비 대학생과 대학생 언니 오빠들, 멀리 대구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 오신 강은주 선생님, 미리 오셔서 현수막 걸어놓고 푸근하게 맞아준지도 모르고 5일 동안 학교 관사의 숙직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방에서 살다보니 처음 온 아이들로부터 수위아저씨라는 얘기를 들은 마니샘, 해오름의 목소리 큰 김경주 선생님.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겨울학교에서 다시 만납시다.  


작년 겨울에 갔던 겨울학교에 이어 올해도 여름학교에 가게 되었다. 처음 오는 여름 학교지만 작년 겨울학교에 다녀와서 그런지 설레임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학원 안 가고 놀기만 할 생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오고 나는 엄마랑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따로 간단다. 8시 45분에 우리는 횡성 삼진 수련원으로 향했다.
1시간 40분에 걸쳐서 우리는 횡성 삼진 수련원에 도착했다. 아직 1차가 있었다. 나? 나는 물론 2차다.
1분이 1시간 같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2차가 왔다. 1차 바이바이! 우리는 강당에 모여 모둠끼리 앉아 장구, 북, 징, 꽹과리의 입장단도 해 보고 장단에 맞추어 걷기도 했다. 덩 덩 쿵 덕 쿵(장구), 더덩 더덩(북), 징∼(징), 갠지 갠지(꽹과리) 등 네 개의 소리가 아름답게 조화된 소리가 났다.
겨울학교 때 왔던 오빠, 언니들(성헌, 재형이 오빠, 정아 언니)이 왔는데 날 알아보았다.
"어? 쟤 가짜 5학년이다. 난 또 누군가 했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이번에는 가짜 6학년이라고 놀린다. 이제 모두 다 내 나이 안다고 나이를 그만 속이라나?
나는 2 모둠장이 되었고 수민이, 다경이, 예슬이, 욱성이, 한솔이, 상은이, 윤택이와 한 모둠이 되었다. 이현주 선생님께서 우리를 맡아주셨다. 재미있고 젊고, 예쁘신(?) 선생님이시다.
들꽃도 관찰하며 나의 나무도 정하고 그려보았다. 내 나무는 향나무인데 이름은 향긋이라고 정했다. 그 곳에 있던 향나무 중 제일 큰 나무였다. 원하는 대로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원래 그림과는 전혀 무관한 나다!) 가지가 1층, 2층처럼 분명하게 나뉜 층층나무, 옛날에는 껍질을 벗겨 종이로 썼다는 자작나무 등 그 곳에서는 자연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그런데 솔직히… 자연의 향기란 무엇일까?)
저녁에는 쇠채도 만들었는데 조금 어려웠다. 긴 막대기에 납작하고 동그란 나무를 꽂고 파이핑사를 감은 후 광목을 감고 돼지가죽을 감았다. 돼지가죽 감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는데 본드로 그걸 꽉 조여서 감아야해서 그런 것 같다. 그 과정은 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깨끗이 만들고 싶었는데 나의 엉뚱한 발상 때문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고 이상하게 만들어졌다. 그래도 꽹과리 채니까 집에 가서 냄비 뚜껑이나 신나게 쳐야지.
친구도 사귀었는데 나랑 동갑인 김현주이다. 현주랑 나는 마음이 잘 맞아 행동도 같이했다. 사실, 둘 다 지난 겨울 캠프 때 서로를 곁눈질하며 친해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내일은 무엇을 할까?  
해오름 여름학교 이틀 째. 오늘 오후에는 물놀이를 한단다.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누구를 제일 먼저 공격할까? 드디어 오후! 4대의 차에 끼어서 타고 20분 거리의 치악산 계곡에 도착했다. 1차가 수영할 때는 '수영금지'라는 팻말이 없었는데 오늘은 있단다. 경주 선생님이 그 팻말을 뽑아서 숨겨놓으셨다(앗! 이건 비밀이다!)
현주와 들어가서 수영을 했다. 햇빛은 뜨겁게 내리쬐는데 물은 엄청 차가웠다. 누가 얼음이라도 풀었나?
현주랑 나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가 큰맘을 먹고 들어갔다. 정은지 선생님과 물싸움을 하다가 10초만에 옷이 다 젖었다. 성헌이 오빠랑 재형이 오빠, 그리고 선생님들과 물싸움을 하면서 어느 새 한마음이 되고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그렇지만… 수영복 입기 귀찮아서 안 입었더니 속옷이 다 젖었다. 그 느낌….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즐거운 물놀이 후 축축한 느낌이 불쾌해서 제일 먼저 차를 타고 왔다.
현주랑 둘이서만 몸을 씻고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물놀이는 재미있는데 뒷처리가 힘들었다.
저녁에는 강강술래를 했는데 흥겹고 재미있었다. 팔이 빠질 것 같이 아팠다. 왜냐하면 앞에서 빨리 갔다가 천천히 갔다가 해서 팔이 무척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하는 강강술래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못 오고…. 도시에서는 할 만한 장소도 없고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남생아 놀아라, 뒨쥐아기,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 등 흥겨운 놀이(?)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내일이 마지막이네?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드디어 마지막날이다. 나는 집에 가는 반가움 반, 살림학교를 끝내는 아쉬움반으로 꿍해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집에 가는 게 더 좋은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발표회. 사포에다 그림을 그려 천에다 찍은 뒤 1·2모둠, 3·4모둠, 5·6모둠, 7모둠으로 나누어 사물놀이를 해 보았다. 나는 장구를 잡고 신명나게 쳤다. 덩덩 쿵덕쿵 쿵덕쿵덕쿵덕쿵 쿵덕쿵 쿵덕쿵 쿵덕쿵덕쿵덕쿵!
너도 나도 신이 나서 박수도 치고 입장단도 해 보았다. 그런데 장구와 북이 찢어질 것 같았다. 장구나 북을 치는 아이들이 너무 세게 쳐서 소리도 컸지만.. 불안했다.
드디어 헤어지는 시간, 마지막 만찬(?)을 하고 나서 서로의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굿 바이 인사를 했다. 현주도, 이현주 선생님도(어? 이름이 같네?) 장난치고 놀았던 5학년 지윤이도 굿바이다.
우리 모두 겨울 학교 때 또 보자! 오빠, 언니들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안녕!
(조정인, 6학년)  

나는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까지의 이 기나긴 거리를 버스를 타고 왔다. 작년 여름캠프때 기억으로는 그 똥퍼 화장실하고 물놀이가 가장(?) 기억이 난다. 드디어 횡성군 매화분교(삼진수련원)에 도착!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똥퍼 화장실(?)과 뜨거운 햇빛이었다.(그리고 파리.)
나는 4모둠 박진화 선생님 모둠이 되었다.(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도 그 선생님 나이가 궁금하다.)
강당에 가서 1차 애들이 사물놀이를 하는 걸 봤는데 악기를 잘 다루고, 소리도 어른들 하는 것 못지 않게 흥겨웠다. 마당엔 땅따먹기와 도둑잡기가 줄로 이어져 있고, 상자에는 여러 가지 놀잇감이 있어서 매우 좋았다. 난 빨리 사물놀이를 해보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애들이 벌써 다 차지하고 있거나, 애들이 거의 안 치고 있어서 혼자 치기가 좀 그랬다. 그리고 오후에 강당에서 강강술래를 할 때 정말 웃겼다. 정은지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열광적으로 강강술래를 했을 때, 문을 오가고 어떤 애는 너무빨리 가서 고꾸라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신나는 시간을 보낸 뒤 나는 많은 아이들 틈에 낑겨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겨우 잤다.  
둘째날. 오늘은 내가, 아니 아마 해오름 모든아이들이 고대하는 물놀이!!!를 간다. 그런데 왜 작년 여름캠프 때는 물놀이를 두 번이나 갔는데, 올해엔 왜 한번만 가는지 모르겠다고 의아스러워하며 다경이와 같이 아침산책을 했다. 시간이 거북이같이 흘러갔다.
드디어 물놀이를 갔다. 물은 매우 차갑고 물살이 셌다. 물이 고인 곳에 송사리가 있다고 해서 물을 휘저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짜증이 났으므로 나는 다경이를 끌고 크고 너른 바위로 올라가보자고 했다. 큰바위로 가는 길은 물길이 아주 셌다. 그래서 원석이같이 조그만 애는 뒤뚱뒤뚱 가 보다가 나동그라진다. 킥킥킥.
간식으로 온 옥수수를 먹고 물에 다시 들어가려니 마니샘이 이제 슬슬 돌아가자고 그러셨다. "안돼! 더 놀아요!"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하긴 내가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밤이 되었다. 이연희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들고 큰 원을 만들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멍석말기, 강강술래와 꼬리따기, 문지기문지기문열어주소와, 남생아 놀아라를 했다. 난 남생아 놀아라!를 할 때 웃긴 점이 박형만 선생님을 노래에 넣어 이연희 선생님께서 '박형만 선생님만 놀아라!' 이럴 때부터 알아봤다. 또 노래 한 구절이 끝나서 들어오려면 또 '밤새도록 놀아라'. 또 노래 한 구절이 끝나서 들어오려면 또 '미친 듯이 놀아라'. 또 노래 한 구절이 끝나서 들어오려면 또 '아침까지 놀아라'. 또 노래 한 구절이 끝나서 들어오려면 또 '계속해서 놀아라'… 호호!! 너무 웃겼다.
선생님들은 어제처럼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는데 어제랑 조금 다른 것이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인데 나는 이 동화에서 필요 없는 욕망의 끝은 허망이라는 것과 고된 기다림의 끝은 기쁨이라는 걸 느꼈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임.)
이런 좋은 생각들을 머릿속에 못박은 뒤 나는 캠프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날. 해오름 여름캠프의 마지막날.
똥파리들도 그걸 아는지 오늘만큼은 조금 잠잠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또 그 최악의(?) 똥퍼 화장실도….(우윤이는 자꾸 그 화장실 좀 같이 가달라고 한다. 2학년 사내아이가 푸세식 화장실도 혼자못가다니…. 쯧쯧.) 마지막이라 그런지 밥도 더 맛있고 모든게 다 정겹게 느껴졌다. 하아∼ 이제 돌아가면 소음과 더러운 공기가 가득한 도시로 돌아가야 하니 너무너무 안타깝다. (그런 김에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많이 하고 갈걸.)
이렇게 2박 3일의 짧고도 긴 여름캠프가 끝난다. 모두 안녕!
(임은선, 5학년)

"왜 모둠 이름을 자연으로 하려는 거니?"
"그야 우리가 자연 속으로 들어왔으니까요."
맞아. 그 말이 정말 맞았어. 난 조금이라도 더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크게 호흡을 했고, 서울 가서도 잊지 않으려고 주위의 나무, 풀, 하늘을 열심히 바라보았어. 자연의 소리도 귀에 담으려고 했고. 자연 속으로 들어 온 것을 너무 감사하면서. 우리 자연 모둠 친구들, 이젠 각자의 생활 속으로 돌아가 또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겠지?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리가 자연 속에서 보낸 값진 시간들을.
귀가 멍멍할 정도로 두들겨 대던 사물놀이. 신명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느끼고 돌아간 예쁜 우리 친구들. 몸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한 치악산 계곡에서의 물놀이.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서로 물도 튀겨 가면서 마냥 즐거웠지.
'남생아 놀아라'는 정말 재미있었어. 강당에서 할 때는 짖궃은 경주 샘 땜에 엄청 정신없이 돌았는데도 그게 더 재미있었고, 밤에 잔디 위에서 할 때는 진짜 강강술래를 하는 기분이 들어 실감났고.
장난 잘 치는 경주 샘과 흥분하면 못 말리는 연희 샘 때문에 마니 샘은 '미친 듯이' 놀아야 했고, '밤새도록' 놀아야 했지.
모든 것이 다 좋았어.
어둠 속에서 풀꽃 슬라이드를 보니까 왠지 풀과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고, '꽃들에게 희망을' 이야기를 들으니 스르르 잠도 오고. 눈 감고 귀를 열어 놓으니 들려 오는 자연의 소리. 초록 풀 냄새.
얘들아, 너희들은 어떤 시간이 제일 생각나니?
귀여운 목소리로 제 할 일 알아서 잘 하는 도경이. 부지런하고 야물딱진 해오름 소녀 진아.
처음 와서 걱정했는데 별 탈 없이 잘 지낸 우윤이. 무거운 징 들고 징∼ 거리던 무쇠팔 원석이.
너무 야무지게 행동해서 귀여운 지원이. 모범적이고 남들에게 절대 피해 안 주는 다솜이.
착해 보이는 외모처럼 정말 천사같은 재연이. 든든한 모둠짱 한필이.
우리가 말한 대로 자연 속에 들어가 생활한 시간들이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황혜선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