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된장녀, 왜 싫어하냐고?
김유식 기자의 <된장녀 신드롬...20대 한국...>에 대한 반론 /  양중모(mojungy) 기자    


“야 얼굴도 안 되고 몸도 안 좋고 돈도 없으면 요리라도 잘해야지.”

한 친구가 해준 말이다. 외형적인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가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자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요리라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세울 것 없으면 여자를 위해 몸이라도 바칠 자세라도 갖추라는 이야기다.

농담 섞인 말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가련하기 짝이 없게 들리는 농담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1%라도 공감하는 나로서는 김유식 기자가 ‘된장녀 신드롬...20대 한국 남성들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기사에서 남성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여성을 향해 잘못 풀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

과연 남성들이 ‘된장녀’를 기점으로 여성들을 향해 풀어낸 분노는 정당하지 못한 것일까? 김유식 기자는 기사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을 들며 남성들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울분을 토해야 할 분노가 여성들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군가산점 폐지 문제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남성들은 모처럼 단결하여 이구동성으로 그 문제점을 외쳤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건 뒤바뀌지 않은 판결과 덧붙여 ‘마초적’이라는 비난이었다.

정말 자신의 삶을 열심히 준비해야 할 시기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남성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뿐더러 요즘처럼 의료 사고, 총기 사고가 빈번한 군대에 간다는 건 좀 과장해 말해 목숨을 걸고 가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온 건 그로 인한 혜택이 줄어들고 그에 대해 반발하면 '남성우월주의'라는 식의 비판뿐이었다.

군가산점 폐지 반발, 돌아온 건 상처뿐

이 때 남성들이 왜 여성들을 향해 분노를 뿜어내었을까? 군가산점 폐지를 가장 원했고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과연 누구였겠는가? 바로 여성들이다. 그동안 '군가산점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끝날 것이 아니라 군가산점을 폐지하고 나면 어떤 식으로 그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했어야 옳다.

그러나 과연 그랬는가? 군가산점 폐지 이후 별다른 사회적 논의 없이 자연스레 묻히지 않았던가. 다소 과장해 말하자면 이 과정에서 일부 남성들이 느낀 감정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중요시해 불평등을 없애고자 했으면서 그로 인해 역차별 받을 수 있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남성들에게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군가산점 문제가 오로지 여성들을 향해 분노를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일부 얌체 같은 여성들의 행동을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시켰을 뿐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것이 사실 아니던가.

개똥녀 사건도 남성들이 여성들을 향한 분노라고?

김유식 기자가 또 하나 예로 든 개똥녀 사건은 사실 이번 된장녀 논란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개똥녀 사건’까지 남성들이 여성들을 향해 풀어내는 분노라고 분석하는 건 그야말로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다. 개똥녀 사건의 핵심은 남성도 아닌 '여성'이 개똥을 안 치웠기 때문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애견인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다.

만약 전철에서 젊은 남성이 할아버지를 때렸다거나 하는 동영상이 돌았다면 사회적 공분이 개똥녀 사건 때처럼 역시 그 젊은 남성에게 쏟아졌을 것이다. 여자라는 말이 들어갈 때마다 남성들이 그를 빌미로 여성들에게 참아왔던 분노를 풀어낸다고 보기에 개똥녀 사건은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그리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여성들에 대해 조금만 부정적 발언을 해도 마초적이라니, 사회적 문제를 여성에게 뒤집어씌운다느니 하는 공격을 받을 요지가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핵심은 거기에 있다. 현대 우리나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발언권과 권리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 정작 현실을 살아가는 남성들, 특히 젊은 남성들의 지위는 여성들에 대해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너는 마초적이야’라고 공격받는다.

앞서 말한 바 있지 않았는가. 돈도 외모도 안 되면 요리라도 배워 여성을 떠받들 생각을 하는 남성들도 부지기수인 세상이라고. 다시 말해 권리는 점점 줄어가는데 의무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더 높아지면서 쌓였던 불만이 된장녀 사건을 통해 터졌다고 보는 편이 정당하다.

권리는 줄어들고 의무는 늘어나고

“남자가 그런 것도 못해?”
“야, 어떻게 여자가 그런 일을 해?”

학교생활이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한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두 말에는 된장녀를 향해 우리나라의 젊은 남성들이 왜 그렇게 불을 뿜어대었는가에 대한 열쇠가 숨겨져 있다.

'남자가 그런 것도 못해'라는 말 속에는 남자라면 응당 사회에서 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두 번째 말 속에는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자신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특권 의식을 통해 자신의 의무를 피해가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어려운가? 쉽게 말해 결혼을 예로 들면 남자는 당연히 집이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하고 반듯한 직장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최근 남성들이라면 집안일도 잘 도와주어야 하고 아이도 잘 봐주어야 하는 등 남성들에게 요구하는 여성들의 조건은 어떤 때 보면 지나치다 싶다. 그런데 여자들은 어떠한가? 그런 요구를 하는 여자들의 조건은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런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에 강력히 남아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모순적인 일이다. 남녀평등을 목 터지게 외치면서 정작 막중한 의무와 책임감이 부가되는 일에서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책임감과 의무를 지우는 현실, 이 현실 앞에 남성들은 울분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울분이 때로 여성을 향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 남성이 마초적 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누릴 수 있었던 권리는 남녀평등이라는 이유로 점차 사라지는데 어째서 해야 할 의무는 여전히 남성이라는 이유로 막중하게 다가와야 한단 말인가.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볼 때 그 문제가 오로지 여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남성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남성들이 때로 여성들을 향해 분노를 발산할 수밖에 없는 건 그런 문제가 있다면 같이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정상적임에도 오히려 그 기형적 구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남녀 모두 서로를 올바로 보려는 노력 필요해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여성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 그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의 전염성은 상당히 심각하다. 간단히 말해 남자친구가 사주는 자판기 커피에 만족하던 여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여자친구의 절친한 친구는 늘 한 잔에 5000원 이상 하는 커피를 마신다. 이걸 본 여자친구는 그녀를 부러워하게 되고 자신도 그런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그 곳에 가자고 조른다. 여기까지는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곳에 가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 남성이 되고 자판기 커피에서 5000원 커피로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게 남성 혼자뿐이라면 언젠가는 남성의 불만이 폭발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비유가 다소 지나쳤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21세기를 사는 우리나라 젊은 남성들의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 이렇다면 지나치지 않은가. 오래도록 남녀간의 불평등 현상이 지속되었으니 남녀평등을 이룩하자는 주장은 물론 타당하다. 그러나 그 남녀평등의 의미는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대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요구하는 것이지 한 쪽에게 자신의 권리는 늘려 달라 요구하면서 상대방의 의무를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

그래. 어떤 이의 말처럼 모든 여자가 된장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된장녀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분노에 대해 마지막으로 변론하자면 모든 여자가 된장녀 같지 않듯, 모든 남성이 여성을 싸잡아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된장녀라는 하나의 정형화된 여성 모델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풀어내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 그리고 그 불만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결혼할 때 집을 자신이 사거나 집값을 반반씩 낼 의향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된장녀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남성들에게 문제를 느꼈다면, 막무가내로 그런 남성들을 마초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여성들에게 문제를 느낄 필요가 있다. 즉, 사회구조적 문제는 둘째 치고 진정한 남녀평등을 바란다면 남성과 여성 간에 진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