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헌아~!

경쟁에 적합한 모드로 최적화 구동중~? 이라니 참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늘 학원앞에서 서현이를 봤단다.

날이 제법 추운데도 짧은 치마에 화사한 패션으로 치장한 서현이가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는 것을 우연히 조우하였는데

무척 반갑기도 했지만 발랄한 법대 1학년 새내기를 서현이에게서 발견할 줄은 몰랐거든.

늘 진지하고 온 세상 고민 혼자 떠 안고 사는 녀석이었는데...

(으. 이 말은 절대 서현이에게 하지 말거라)

"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요 선생님~!" 하는 몸짓이 너무나 자연스레 느껴졌단다.

물론 나도 덩달아 마음이 환하게 밝아왔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그런데

네 글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을 주저않고 가는 것처럼 재미없고 답답한 노릇이 어디 있을까 하는 고민과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지 못 하고 헤매는 것처럼 답답한 노릇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고민과

뜻을 세워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은

이미 이천년 전 예수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절절하게 갈파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네가 지금 치열하게 열중하고 있는 화두를 비교해 보면서

혹 대학 1학년 때 맘껏 누렸던 자유가

네 자신을 진정으로 해방시킨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경쟁을 한다고 경쟁이 되는 것이 아니며

경쟁라인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더라도 경쟁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므로

네 자신의 삶을 한낱 경쟁 구도 위에서 펼쳐 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네 삶의 완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얻어내는

좀 더 변증적 과정과 결과를 예상하며 즐겁게 학문에 빠져드는 것이 어떠리오.


나를 지배하는 속세의 무수한 관념들로부터 하나씩 놓여날 수 있을 때에야

얻을 수 있는 무한함이야말로

고시 패스를 하고 연수를 잘 마쳐서 엘리트 법조인로서의 성공한 직능적인 삶보다

네가 품고 있는 사상과 뜻이 절실하게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빛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꽃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공부방에서

오직 네 숨결만이 너를 감싸는 음악이 되고

네 눈빛에서 살아움트는 빛깔들이 너의 하루를 생산하게 될 때

그 안에서 읽혀지는 많은 사건들과 사건을 바라보는 눈들과 해석의 편린들이

네 마음을 가득 채우는 양식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여 성헌아~!

기쁨을 얻는 방식을 새로운 모드로 전환하여 다시 포맷한 후

네가 맞이하는 한 시간 한 시간들이

그것만으로도 기쁨으로 흘러넘칠 수 있는 귀중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난한 고시공부가 네 영혼을 갉아먹는 경쟁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네 빛나는 영혼을 더욱 영롱하게 만드는 힘으로

꽃피어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 내거라.

너를 지켜보는 수 많은 희망들이 네게 수고로움울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신 안에 가득한 즐거움을 통해 함께 기뻐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힘있게 ~!  아름답게~!

마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