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수업이 끝나고

졸업한 도반들이 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우리 나라에만 있는 기념일을 함께 나누기 위해

밤늦은 시각에 많이들 왔습니다.

03 박기범 도반이 자연스럽게 사회를 보고

선서로 인사를 하고 캐잌을 나누며 한참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만나는 얼굴들과

그 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던 도반들 소식을 많이 듣게 되었고

특히 우람체격을 휘날리던 문병규의 처절하게 날렵해진

늘씬한 몸매를 부러움으로 확인하면서 다들 놀라워 했지요.

아직 고3때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반들도 많았습니다.

연대댕기는 유상혁 순수소년과 설대 댕기는 설동윤이는 변합없는 모습이었는데

이제 조금씩 대학 새내기로서의 연륜이 얼굴에 담기는 것 같았고

명랑소녀 장서현양은 완전히 숙녀로 탈바꿈 했지만

손전화 관리 미숙함을 보이는 등 여전히 공부 말고는 잘 하는게 없는 순진함을

거리낌없이 노출하고 있었지요.

다른 도반들은 언제 고교생이었나 싶게 대학인으로서의 성숙함을 얼굴 가득 담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즐거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 온 한송열 도반과 바쁜 고3임에도 함께 해 준

상민이 상윤이 지윤이에게는 고마움과 함게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참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합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이 인위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어서

더구나 세대가 다른 이들이 어떤 이유로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도반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서게 됩니다.

자주 시간을 내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도 보고

힘든 일은 없는지 걱정도 나누며 살아야 하는데

저는 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만 받고 있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11월3일 학생의 날이 오면

어디 한적한 곳에 모여 돼지 한마리 잡아 놓고 밤새워 이야기 하며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으면 합니다.

다들 고맙고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