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 열풍의 이유 / 김현우

요즈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케이블 자체 제작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공중파 방송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바로 ‘슈퍼스타K2(이하 줄여서 슈스케)’이다. 슈스케는 가수가 되고 싶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실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고, 그 사람을 가수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슈스케2는 저번 시즌인 슈스케1에 비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프로에 출연한 일반인들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한다. 이러한 슈스케2의 갑작스런 인기몰이 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슈스케에서는 한 사람이 가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볼 수 있다. 요즘 가요계는 기획사에서 수년간의 훈련을 받고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이돌 그룹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들은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 까지 전부 ‘기획’당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인간미가 없어진 조작된 이미지에 반발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슈스케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정말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이웃들과 같은 일반인이다. 그 중에는 아주 어린 아이도 있고, 고령자도 있고,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사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심지어 동성애자까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 꾸밈없이 당당하게 밝힌다. 슈스케에서는 ‘완성된’ 사람들이 아닌, ‘완성되어 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미도 느낄 수 있다. 그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리고 ‘오디션’이라는 과정 자체가 공개되는 것 또한 매력이다. 일반인들은 연예인들이 어떤 식의 오디션을 거쳐서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는지 궁금증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슈스케에서는 참가자가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모습, 그리고 심사위원이 평가를 하는 과정까지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오디션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슈스케는 또한 시청자들이 스타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참가자들의 탈락 여부에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30%밖에 반영되지 않고 나머지는 대국민 문자투표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후원하는 사람에게 한표를 던져야 한다.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매회 탈락하지 않고 남게 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보면, 연예계와 일반인의 세계가 너무 단절되어 있는 현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슈스케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연예인은 데뷔하기까지의 과정뿐만 아니라, 데뷔하고 난 후에도 그들의 사생활이 기획사에 의해 철저히 감춰지고 관리되기 때문에,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슈스케가 인기몰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점점 획일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슈스케의 인기에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좋은 학교, 안정된 직장 등 점점 더 같은 것을 추구하게 된다. 자신만의 개성을 펼치는 것은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과학자나 연예인이지만, 커가면서 대부분이 그런 꿈들을 포기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개성에 맞는 삶’과, ‘생계유지를 위한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그 두 가지가 일치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나마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박혀 있다. 개성이 사라져가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길을 걸으며 비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슈스케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과 끼를 발산한다. 비록 누가 봐도 가수가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뻔뻔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자신의 재능을 당당하게 여기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획일화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포기 하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더 나아가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참가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슈스케가 좋은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업화에 찌들어 있다거나, 수년간의 고된 훈련을 받고 나서야 연예계에 데뷔하는 가수지망생들이나 무명연예인들이 한순간에 스타가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는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스케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사회, 즉 ‘연예계와 일반인의 세계가 지나치게 단절되어 있으며, 개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어가는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