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친구를 죽게 했을까
- 『잃어버린 자전거』

김소영 | 논술교사

대상: 중 1~3학년
수업시간: 120분
함께 읽은 책: 『잃어버린 자전거』(마리온 데인 바우어 글 / 이승숙 옮김 / 내인생의책)
참고 도서: 『언니가 가출했다』(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 최정인 그림 / 한기상 옮김 /우리교육)
『씁쓸한 초콜릿』(미리암 프레슬러 글 /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학습목표:
1. 작품 속 인물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2.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이 있고 그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함을 생각한다.

지난 여름, 갓 대학에 들어간 딸이 친구와 둘이서 국토 횡단 여행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위험한 세상에 자기가 한비야도 아니면서, 여학생 둘이서만 도보여행을 한다니 무슨 말이냐고 펄쩍 뛰었습니다만 딸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아침 딸은 출발을 했고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딸 친구는 걷기에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동원하여 돌아올 것을 애원했지만 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목포에서 거제까지 걸어서 여행을 마쳤습니다.
『잃어버린 자전거』도 아이 두 명이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2년 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집에서 1주일 차이로 태어난 조엘과 토니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성격은 무척 다릅니다. 꼼꼼하고 차분한 조엘과 활달하고 고집센 토니, 무엇 하나 맞는 게 없을 것 같은 둘은 늘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붙어 지냅니다.
어느 더운 여름 날 아침, 토니는 조엘에게 10여 km나 떨어진 국립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아사의 절벽'을 오르자고 제안합니다. 겁이 난 조엘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그 결정을 슬쩍 미룹니다. 하지만 못 가게 할 줄 알았던 아버지는 "이제 너희도 그 정도의 거리는 보호자 없이도 갈 나이가 되었지." 하며 공원 외에는 절대 다른 곳에 가지 말라고 당부하며 허락을 합니다.
신이 난 토니는 조엘의 새 자전거를 자신의 헌 자전거와 바꿔 타고 신나게 출발합니다. 토니는 가는 도중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버밀리온 강에서 수영을 하자고 합니다. 위험한 아사의 절벽에 안 오르게 되어 다행이지만 이제는 더럽고 물살 세고 수심 깊은 강에서 수영을 해야만 하는 조엘. 물 속에서도 토니와 티격태격하던 조엘은 강 중간에 있는 모래톱까지 수영 시합을 하자고 제안하고, 호기롭게 승낙한 토니는 결국 물에서 나오지 못합니다.
절망에 빠진 조엘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혼자 집으로 와 틀어박혀 누워 버리고,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토니를 걱정하던 토니 부모님은 뒤늦게 토니의 죽음을 압니다.

이 책을 읽으며 딸의 외로운 여행을 생각했습니다. 혹시 딸도 조엘처럼 여행을 허락해 준 엄마 아빠를 속으로 원망하지는 않았을까요? 조엘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미워요. 모두 다 아버지 잘못이에요. 절대 우리를 못 가게 했어야죠!" 하며 울부짖는 아들의 주먹질을 묵묵히 받아냅니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버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해서 미안하다. 너희를 가라고 허락해서 미안하구나."하고 사과합니다. 하지만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들의 침대 옆을 지켜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아버지 역시 마음속에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겠지만 아들의 죄책감까지 짊어질 수는 없습니다. 조엘은 조엘대로 그 짐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선택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맨 채 오직 혼자 힘으로 자신의 인생 길을 걸어야 합니다.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세심하고 꼼꼼한 배경 묘사, 걷잡을 수 없이 출렁대는 조엘의 마음을 심하다 싶을 만큼 예리하게 파고들며 따라가는 심리 묘사에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나고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자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하고, 또 결정해야만 하는 조엘과 토니 나이 또래의 중학생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했습니다.

마음 열기
■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 허전해요. 끝을 왜 이렇게 썼을까요? 내용이 툭 끊어져 버리니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너무 집중해서 읽었나 보다. 책을 놓기 아까운 거지. 이 책을 대표할만한 낱말을 찾아본다면 뭐가 있을까?
- 명예요. 아버지가 계속 "너 명예를 걸겠니? 아들아! "라고 말하잖아요.
- 선택이요. 조엘도 토니도 아버지도 제각각 선택을 했고 토니만이 스스로 선택하고도 살아오지 못했어요.
- 죄책감이요. 조엘은 죄책감으로 평생을 힘들게 살 거예요.
- 냄새요. 계속 조엘은 몸에서 나는 강의 악취로 괴로워해요.
- 경쟁심이요. 조엘이 토니에게 경쟁심을 느끼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 날 공원으로 가지 않았을 테고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 책임이요. 결국 이 사건의 책임은 토니와 조엘 스스로 져야 해요.
- 대화, 친구, 자존심이라는 낱말도 있어요.

■ 잘 뽑은 것 같구나. 이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어떤 내용을 이야기해 보고 싶니?
- 조엘은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
- 바로 신고하지 않은 조엘이나, 10대 남자와 여자는 죄가 있나?
- 조엘이 바로 신고했다면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 이 경험이 조엘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 조엘은 토니의 죽음에 진짜 책임이 있나?
- 토니는 긍정적으로 봤을 때는 경쟁을 즐기는 아이지만 부정적으로 보았을 때는 자기 몸도 제대로 관리 못 하는 아이가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 토니의 죽음 이후 조엘과 토니 가족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특히 토니 아빠는 허리띠로 토니를 때렸는데, 이후 토니 아빠는 어떻게 살아갈까?
- 조엘을 괴롭게 하는 악취의 의미는?
- 지은이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경찰이 토니의 자전거를 찾아 왔는데도 왜 제목이 '잃어버린 자전거'인가?
■ 정말 좋은 질문거리들을 찾았구나. 그럼 하나씩 서로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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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엘은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까? 곧바로 신고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 조엘은 너무 무서워서 신고할 수 없었어요. 나라도 조엘처럼 선뜻 신고하지 못 했을 거예요. 그리고 토니가 사라진 걸 조엘이 알았을 땐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죠.
-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조엘이 겪어야 하는 괴로움이 더 커졌어요. 토니 부모님도 하루 종일 걱정하셨으니 바로 알리는 게 더 나아요.
- 난 어려운 일이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부모님께 털어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조엘은 너무 소심한 것 같아.
- 하지만 '명예를 걸고 딴 데는 안 가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었겠어.

■ 그럼 조엘이 부모님이나 경찰에게 말하지 못 한 것은 동감이 간다는 뜻이구나. 그럼 바로 신고하지 않은 조엘과 십대 남녀는 죄가 있을까?
- 죄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익사 사고는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 신고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판단 아닐까? 솔직히 신고하면 귀찮아지는 게 뻔한데 신고하기가 쉬울까?
- 그래도 이런 일은 신고하는 것이 의무라고 봐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고 양심을 위반한 것이니 당연히 죄가 되지요.

■ 토니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너희들의 생각은?
- 토니는 쓸 데 없는 자존심을 내세워 자기 목숨을 잃었어요. 수영도 못 하면서 왜 시합을 해요?
- 친한 친구끼리는 더더욱 지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어. 토니가 사려 깊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 심정 이해는 돼.
- 그래도 위험한 줄 알면서 물에 뛰어든 건 토니의 잘못이에요.

■ 토니의 죽음에 진짜로 조엘이 책임을 져야 할까?
- 조엘에게 책임이 있죠. 토니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럴수록 친구로서 현명한 판단을 하고 토니가 위험한 행동을 못 하게 했어야 해요.
- 난 토니의 죽음은 당연히 토니가 책임질 문제라고 봐요. 자신의 수영 실력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판단도 자신의 몫이에요.
- 조엘 역시 토니가 수영 못 한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그럼 조엘에게도 책임이 있지.
- 맞아. 이건 둘 다의 책임이야. 둘이서 결정한 일이니까.

■ 그럼 이 경험이 앞으로 조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앞으로 조엘은 수영을 못 할 것 같아요. 강 근처에도 못 가지 않을까요?
- 동생 보비에게 수영을 꼭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니다. 아마 토니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 심한 죄책감에 소극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 훨씬 더 사려 깊은 사람이 되겠지요. 좀 더 신중히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 조엘이 동생을 보는 눈부터 달라졌잖아요. 동생을 귀찮게만 생각하다가 고마워하기도 하고 귀여운 점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 그건 생명의 귀중함을 알았기 때문일 거예요.

■ 토니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토니 부모님이  가장 힘들 거야. 토니 엄마는 항상 피곤하고 바빠서 토니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 했고 토니 아빠는 토니를 허리띠로 때렸으니까.
- 토니의 아빠는 너무 괴로워서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어.
- 조엘의 아버지는 매일 아이들을 걱정했는데 이젠 더 마음을 못 놓게 될 거예요.
- 오히려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아들의 결정에 맡기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 조엘의 아버지는 왜 조엘을 때리지 않았을까?
- 조엘이 이 일로 더 소중한 것을 배웠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조엘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시는 거겠죠. 하지만 조엘은 더 힘들었겠다. 차라리 맞으면 후련할 텐데.
- 안 그래도 힘든데 맞기까지 하면 반항심만 더 생기지.

■ 악취의 의미는 조엘의 죄책감이라는 걸 알 테고 너희들의 마음 속에도 이런 죄책감 같은 게 있을까?
- 우린 워낙 경험이 없어서. 엄마에게 거짓말한 정도?

■ 믿어주지. 지은이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니?
- 그걸 모르겠어요.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라는 건가.
-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테고 친구 사이의 우정과 경쟁?
- 청소년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 하지만 단순히 보여줘서 우리가 얻는 게 뭐지?
- 꼭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조엘과 토니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만도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 소설의 목적에 대한 중요한 말을 했구나. 꼭 교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조엘과 토니의 이야기는 너희들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고. 그럼 '잃어버린 자전거'라는 제목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 '주인을 잃어버린 자전거'가 더 낫겠어요. 토니의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으니.
- '잃어버린 친구'가 더 나아요.

■ 음, 그럼 원래의 제목을 한 번 볼까. 속표지에 있을 거야.
- 'ON MY HONOR'네요. '잃어버린 명예'나 '나의 명예'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왜 제목을 이렇게 했을까요?
- 이걸 보니 작가가 말하려는 걸 알겠어요. '네가 약속한 것은 너의 명예를 걸고 지켜라'라는 거죠.
- 조엘이 죄책감으로 숨을 게 아니라 가족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명예를 지키는 거예요.

■ 내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명쾌하게 잘 설명해 주었네. 명예란 누가 주는 것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니야. 명예란 말은 내가 나 자신에게 쓰는 말이란다. 양심에 그르치지 않게 옳은 일을 했을 때, 나의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졌을 때 나 자신에게 명예로운 거지. 대신에 우리가 진정 명예롭게 될 때까지는 시련이 있겠지? 조엘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명예의 의미를 알게 될 때까지 혹독한 일을 겪는 것처럼 말이야.

마무리
사실을 말하기보다는 아사의 절벽에 있는 동굴에라도 숨고 싶은 조엘의 두려움과 갈등을 생각해 보면 명예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엘이 이렇게 뒤늦게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지켜주는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부모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자식의 마음이 아플 때 조엘의 아버지처럼 함께 있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야단치고 혼내는 부모가 바로 저였거든요. 오늘 이야기한 주제들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 글을 쓰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 글

양정중 2학년 한다윗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선택은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끝없이 추락할 수도, 한 번의 훌륭한 선택으로 인생이 비상할 수도 있다. 『잃어버린 자전거』에서 토니는 자존심을 지키는 선택을 함으로써 목숨을 잃게 된다. 만약 토니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터놓았더라면 둘은 수영하러 강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테고, 토니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을 좌우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토니의 경우, 자존심이 선택을 좌우했다. 솔직해지는 것도 자존심이다. 조엘은 솔직히 진실을 말함으로써 명예를 찾을 수 있었다. 토니는 자존심이 뭔지 몰랐기에 이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월촌중 2학년 강승연
나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전공할 생각이 있었다.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을 했으며 3학년 때부터 학교 특별 활동으로 플루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내가 전공으로 선택한 악기는 플루트였다.
나는 플루트의 아름다운 소리가 좋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좋았다. 집에 오기만 하면 플루트를 불었는데 그 해 교내 콩쿨에서 대상을 받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이때부터 나의 행복은 끝나 버렸다. 전국대회에 나가보라는 선생님의 강요로 끝없는 연습과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나는 예선에 합격하지도 못했다. 그때부터 강요는 더 심해졌고 6학년 때부터 유명한 선생님의 수업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는 더 쌓였다. 더욱이 친한 친구가 나의 라이벌이 된 데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플루트를 전공한다는 게 매일 방안에 서서 주구장창 주어진 곡 하나만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라면 이건 음악이 아니다. 난 결심했다. 음악을 그만두겠다고.
부모님은 더 편한 인생을 주고 싶었다고 아쉬워하셨지만 난 내 선택에 만족한다. 난 이제 공부 스트레스는 받고 있지만 친한 친구를 잃지 않았고 자유도 얻었다. 토니와 조엘이 선택을 했듯이 나도 선택했고 그 결과를 나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목일중 2학년 정수안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그들만의 사회에서 왕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들의 사회에서 부와 명예가 왕이 되는 조건이라면 우리들 사회에서는 외모, 돈, 학업이 왕 되는 조건이다. 일진 아이들이 담배 피우고 패싸움을 하는 것도 인정받고 싶어서이다. 토니 역시 인정받고 싶어서 튀는 행동을 일삼았고 수영도 잘 하는 척 했을 것이다. 조엘도 마찬가지로 아사의 절벽에 로프 감고 오르기 무섭다는 말을 못했다.
어른들의 사회만큼 우리들의 사회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한다. 쪽지 시험에서조차 1점 더 받아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아야 한다. 토니의 잘난 척 거들먹거리는 행동 뒤에 제대로 수영 강습을 못 받은 가난을 숨기려는 노력이 있었고 조엘의 자전거를 뺏어 타는 장난기 뒤에도 새 자전거를 갖고 싶은 토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친구들은 토니를 어리석다고 했지만 나는 토니가 너무 불쌍하다. 그리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조엘도 불쌍하다. 어른이 된다는 게 참 힘든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