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선희  첨부파일

Subject  즐거운 모둠 친구들, 우리 모두 즐거웠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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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학교 다녀온 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이 보고 싶어 눈 앞에 왔다갔다 하는구나.
낮은 학년 친구들이 많았지만 얼마나 다들 열심히 하고 예뻤는지 선생님은 다들 깨물어주고 싶은 걸?
우리 친구들이 제일 재미있던 게 물놀이라고 했지?
속실리의 물놀이가 수영장의 몰놀이하고 어떻게 다른지 우리 친구들하고 이야기한 것 생각난다.
목숨들이 살아숨쉬게 하는 물은 정말 맑고 깨끗했지.
저 산위에서 내려온 물들이 우리 친구들을 정말 즐겁게 해 주었지? 조잘조잘거리며 찰랑찰랑대는 물살 속에 우리 친구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은 정말 자유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는 것이더구나.
누가 너희들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뭔가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그곳에서 물놀이 하던 때를 생각해 봐. 다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자연 속에서, 자연과 같이 숨쉬는 너희들의 모습은 정말 천사의 모습 그대로야.
큰 대야에 너희를 넣고 하나씩 물 여행 시켜주었던 형들 잊지 않았지? 누나들도.,,
너희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서 몸과 마음을 다바쳐 애쓰는 형들의 모습은 곧 너희들이 좀 더 커서 가질 모습이야.
누군가 너희들이 가진 즐거움을 또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게 정말 흐믓하고 신나는 일 아니겠니?

물놀이 버금가게 인기있는 감자캐기.
선생님도 사실 감자 처음 캐봤어.
부드럽고 검은 찰기가 윤기나게 도는 흙은 정말 향내도 그윽하더라. 더운 날씨였지만 풀도 뽑고, 호미질 해서 송알송알 흙속에 숨어있는 감자를 캐는 것이 마치 보물을 캐는 것처럼 신나고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더라.
자주 감자는 또 어떻고? 자주꽃을 못 봐서 아쉽지만 크거나 작거나 감자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며 신기해하는 너희들의 눈빛을 잊지 못할 거야.
도시에서 흙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는데 흙 속의 아이들 정말 어울리더라.
내가 캔 감자를 내가 먹는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지?
다들 농사가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며 농부 아저씨께 감사드리고 고맙게 먹겠다고 했지?
흙의 원기가 우리를 싱싱하게 해주어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던 게 너무 신기했어. 일로 흘리운 땀을 맑은 물로 씻어내니 이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니?
아침 저녁 산책 때 건너 산에서 들리던 아기 까마귀 소리 들었어? 배추잎사이 초록빛 애벌레의 몸짓에서 하얀 배추 흰나비의 날개짓을 꿈꾸던 너희들의 눈빛, 아침 이슬 영롱히 걸린 거미줄에 걸린 작은 나방을 가슴 아파하는 너희들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구나.
이점 무당벌레, 칠성 무당벌레, 사마귀, 메뚜기, 제비 나비, 호랑 나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많은 곤충들 속에 역시 생명의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는 걸 깨달아 가는 너희들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황토염색 왜 한다고?
내 아이들아, 사지선다형 정답처럼 외우지 말아라.
그냥 몸으로 느끼렴.
모든 것을 싱싱하게 살려주는 흙의 기운을.
그 속에서 너희들도 풀처럼 꽃처럼 나무처럼 잘 자라주면 그만이란다.
그래, 너희들은 나에게 가르쳐주어 고맙다고 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란다. 오히려 고마운 사람은 나야. 너희들이 있어 우리 선생님들이 배운단다. 너희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신나고 자유로운 몸짓, 예전에 우리가 잃어버렸던, 아니 우리에게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너희에게서 배우니 내가 고마워할 밖에.
얘들아, 정말 고맙다.

처음 엄마 떨어져서 힘들어하던 2학년 승현이랑 1학년 용원이. 저녁해가 어스름하면 엄마 보고 싶어 눈물이 저절로 나왔지?
2학년 지윤이도 작년엔 엄마 보고 싶어 아무도 몰래 이불 속에서 울었단다. 그런데 이번엔 가족 사진까지 챙겨와선 한 번도 안 울고 재미있게 잘 하고, 오히려 더 있고 싶다고 했단다.
내년에 너희들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승현이는 뭐든 궁금해하고 열심히 했지?
용원이한테 속았어. 얌전히 가만 있더니 대구 친구 한솔이랑 씨름할 때 장난이 아니던 걸. 정말 씩씩하게 잘 하더라.
한솔이도 1학년인데 잘 했어. 대구 사투리로 귀엽게 말해서 누나들이 예뻐했지?
미림이는 동생 챙기느라 힘들었지? 선희랑 같이 선생님 도우미 하느라 애썼어.
우리 모둠엔 큰 형, 누나들이 없어 너희들이 애많이 써주어 정말 고맙다.
황토 염색 물에 빠는 게 힘들었지?
원규랑 진욱이는 물놀이에 푹 빠져 정말 재미있게 놀더라.
모둠 활동도 열심히 하고..

우리 친구들이 다들 보고 싶은걸..
이번 여름학교가 모두에게 진정으로 나를 살리는 들살이가 되었길 진정으로 바란다.
이번 여름이 가장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길.
다음 겨울학교가 가장 즐거운 추억이 되길
우리 해오름 선생님들은 열심히 준비할 거야.
다음에 또 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