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연희  첨부파일

Subject  숲이 놀이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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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살살 부는 강화도 진강산 자락에서 아이들과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고 나무를 갈아 각자 자기 이름표를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거칠던 나무가 보드랍게 되었는지 계속 얼굴에다 비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만들자마자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가더니 조용합니다. 도대체 또 어디에 관심이 쏠린걸까?
밖으로 나가보니 모두 돋보기를 들고 신문지를 태우고 있습니다. 과학실험이 따로 없습니다. 한 아이가 시작하니 다른 아이들도 틈만 나면 바닥에 앉아 열중입니다. 해보고 또 해보고...

모둠별로 적당한 장소로 가서 "내 나무"를 찾았습니다. 나무에도 올라가고 줄기에 커다란 구멍을 보고 그 속에 뭐가 사나 조심스럽게 손도 넣어보고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아 이름도 멋지게 지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숲으로 올라갔습니다. 구불구불 오솔길을 따라 가먼서 이야기도 나누고 이제 막 싹이 오른 잎을 보고 가던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비켜 갈 줄 압니다. 아직 잘 몰라 지나쳐 가기도 하지만 다음에는 예쁜 양지꽃에게 눈인사를 하고 가겠지요.

몇 번을 다녔던 곳인데 이번에는 새로운 숲을 발견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숲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고 라이어의 아름다운 운율도 들어보고, 숲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소나무 옆에서 용케도 잘 자라고 있는 가시나무의 가시를 뜯어서 코에 붙이고 도깨비가 되어보기도 하고 하루종일 있어도 시간 가는줄 모를 것 같았습니다.

숲을 빠져나와 구릉진 곳이 나오자 아이들이 그저 굴러대기 시작합니다. 어질어질 하는데도 계속 구릅니다. 집에 가서 몸살이 안났나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찾은 풀꽃도 적고 퀴즈도 알아맞추고 더 할 것들이 있었는데 지칠 줄 모르고 숲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숲에는 진짜 정령이 있을까? 아니야 없어.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기도 하고 누가 쫓아올새라 언덕길을 뛰어내려가고, 민들레를 보고 "선생님, 여기 해바라기가 피어 있어요"라고 외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다음 들공부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