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이사온지 이제 두 달쯤 됩니다. 아파트란 곳이 어디나 비슷비슷하지만 여기도 사람보다 집이 더 기운이 세어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또 주변에 상가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고요. 새집증후군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은 터라 문을 열어놓으니 몹시 시끄럽더라구요.
이렇게 세모눈으로 궁시렁거리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부지런히 집을 꾸몄습니다. 나무도 몇 그루 들여다 놓고 국화도 사다 놓고 마루에 왁스도 바르고....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나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지요.
"어? 여기 산으로 가는 길이 있네?"
"음... 연못을 만들었구나.. 이 앞 동은 좋겠는데?"
"오! 운동 시설도 있네. 당신, 심심하면 여기 나와서 맨발로 걸어봐."
"동네 좋네~. 좋구만 뭘 그래."
팔짱끼고 바라만 보는 나와는 달리 주어진 것을 즐기고 다듬고 자기것으로 만들어가는데 열심입니다.
오늘은 추석이라 공사장도 조용하고, 산더미 같이 쌓였던 쓰레기도 어디론가 다 치워지고, 가을바람이 달콤하기까지 합니다.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남편은 또 산책 가자며 강아지를 데리고 나섭니다. 나가기 싫다고 했더니 삐져서 문을 쾅 닫고 가버렸습니다.
이번 추석은 더 한가롭습니다. 혼자 계신 어머니가 딸네와 더불어 여행을 가셨거든요. 며칠 동안 먹을 것 잔뜩 사다놓고 우리는 ....놉니다. 하루는 산소에 다녀오고, 또 하루는 친정에 잠깐 다녀오고, 그리고 하루는 이렇게 어슬렁거리며 놉니다.
환하게 햇볕이 드는 베란다에 의자 하나 놓고 앉아봅니다. 제각기 조금씩 다른 초록빛 잎사귀들이 바람에 연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고개를 돌려 집안을 바라보니 거기도 예쁜 꽃이 있습니다. 자주빛 국화가 참 곱습니다. 처음과 달리 이제 나도 조금씩 새 집에, 새 동네에 익숙해 져 갑니다.


글쓰기 19기, 20기 선생님들.
추석 잘 지내셨나요?  힘드셨나요?  그게요, 몸이 힘든만큼 마음은 더 편하고 풍성할 거란 생각이 문득 드네요.
수요일, 목요일에 건강하게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안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