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청혈이라는 애제자가 고3 초기 무렵 이런저런 고민을 가다듬다가

한번 써 둔 글이 있는데 샘이 한번 봐 주실라요? 하길래

그리지 뭐~! 하고 받아 둔 글입니다.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문득 이 글이 가슴에 남아 자료실에 올려둡니다.

물론 성민이가 무척 싫어할 지는 모르지만

글이란게 원래 같이 읽어야 맛이 나니깐 두루....





** 인디음악,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1. 들어가며

‘인디’라는 용어는 이제 조금은 대중 속에 들어오는데 성공한 것 같다. 좋아하는 인디밴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고, 연말의 시상식에서도 ‘인디’부문의 시상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인디음악은 ‘비주류’로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90년대 중반부터 갑자기 타오른 ‘인디’의 열풍은 요즘 들어서 많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초 까지 우리나라는 하드코어 위주의 매우 편협한 락만 추구해왔었다. 그런 분위기를 타파했다는 점에서 인디음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인디음악은 우리나라의 음악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충분히 논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 인디음악이란 무엇인가?

인디음악은 어떤 음악의 장르, 예를 들어 ‘발라드’나 ‘락’ 과 같은 용어라기보다는 어떤 음악적 흐름을 이야기한다. ‘인디’라는 말은 ‘인디펜던트(independent)' 의 줄임말이다. 독립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좀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거대자본시장인 메이저시장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자유와 자아를 지키려는 음악적 움직임‘을 인디음악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인디음악은 흔히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고도 한다. 지하의 음악, 즉 음지의 음악이란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디음악에 락만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인디음악은 음악의 한 흐름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모든 장르가 다 포함되어있다.

3. 인디음악의 역사

사실 신중현씨가 우리나라의 락의 부흥기를 열었을 때부터 수많은 밴드들이 자신만의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인디음악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범위가 포괄적이고 기준이 모호하다. 그래서 흔히 인디음악의 발생시기를 홍대 앞의 클럽 ‘드럭’의 출현을 전후한 시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드럭’은 인디음악의 출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드럭’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자.
‘드럭’은 1994년 7월 이석문씨를 대표로 하여 락클럽으로 문을 열었다. ‘드럭’은 초기에 너바나의 광적인 팬들이 많이 모여 펑크음반을 수입하고 같이 즐겼던 클럽이었다. 그러다가 1995년 너바나와 다른 펑크밴드의 음악을 카피하여 부르는 ‘드럭밴드’를 만들어 첫 공연을 가졌다. 그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드럭’에서 ‘크라잉넛’이라는 밴드가 공연을 갖게 되었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고 그 후 ‘드럭’에선 많은 밴드가 공연을 하였다. ‘언니네 이발관’, ‘델리스파이스’ 등 지금은 거물급 밴드들도 초기에는 ‘드럭’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이렇듯 ‘드럭’이 성공을 거두자 홍대 앞에는 많은 라이브클럽들이 문을 열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홍대 앞은 인디음악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90년대 중반 인디음악이 ‘드럭’에서 발생하여 2년 정도가 지날 때 까지만 해도 인디밴드들은 그들만의 자작곡을 만들지 않았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아직까지 그 밴드들이 자작곡을 만들 만한 작곡실력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외국 곡을 정교하게 베껴 부르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가 최초로 그들만의 자작곡을 공연했고, 이 공연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외국 곡을 베끼던 풍조는 사라지고 모두 자작곡을 공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인디음악이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은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라는 곡의 영향이 크다.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알리려던 ‘드럭’ 출신의 밴드들 중 ‘노브레인’은 케이블채널에 뮤직비디오가 방송되었고, ‘크라잉넛’은 공중파 방송에도 출현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그러다가 결국 ‘말 달리자’는 CF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고 이것이 인디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큰 몫을 해냈다. 이 때 이후 홍대 앞에는 인디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났다.

4. 인디음악의 현주소

우리나라의 인디음악은 외국의 인디음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외국은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라면 우리나라는 인디에서 시작하더라도 대중이 있는 넓은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분위기이다. 물론 모든 밴드가 그렇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밴드들의 성향이 그러하다. 외국에서도 그런 밴드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밴드가 R.E.M이었는데 이들은 인디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메이저음반사를 통해 큰 시장으로 진출했다. 또 너바나(Nirvana)는 인디에서 성공한 후 큰 시장으로 진출했지만 중압감에 시달린 리더 커트 코베인의 자살로 스스로 좌초하고 말았다.
인디밴드들이 큰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원인은 ‘현실과 이상사이의 갈등’ 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음반시장은 댄스 음악이 점령하고 있는 대중가요의 텃세가 심하다. 그에 비하여 인디음악시장은 너무나 좁다. 그들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상과 이런 환경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성공한 거대 밴드들이 인디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에 큰 시장에 진출하는 조금은 현실타협적인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인디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요소가 함께 있는 음악이 된다. 그래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조금씩 인디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들만의 음악을 한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밴드도 많다.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은 어찌 보면 상당히 괴팍하다. 노래를 부를 때도 자기 마음대로 부르고 연주도 화음만 추구하지 않는다. 노래가사가 팝송도 아닌데 모두 영어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스스로 찾지 않는 이상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
지금 인디음악은 90년대 중반의 폭발적인 열기를 분출하지는 않는다. 인디음악이 널리 알려지고 클럽에서의 공연이 합법화 된 이후 상업적인 목적의 거대 클럽이 생겨났고 밴드의 독점현상도 생겨났다. 그래서 홍대 앞의 많은 클럽중 몇 개를 제외하면 적자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에게 나름대로 기회를 주며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라이브 클럽 운영자들 중에는 이제는 섭외하기조차 힘들어진 그들을 바라보며 자괴감마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디음악의 본래정신에서 많이 왜곡되어가는 현실은 그 현실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많은 밴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지방에서도 클럽들이 만들어져 지방 출신의 인디밴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5. 인디음악 ,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인디음악은 갈림길 앞에 놓여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갈림길 앞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제 인디밴드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의 이상을 위하여 더욱더 노력을 하는 것도 좋고 현실 타협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처음의 마음, 그들이 추구하였던 그런 음악색깔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대중만을 고려하여 그들의 음악이 변질된다면 그 때는 더 이상 인디음악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인디음악은, 그들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디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지금 인디음악은 우리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그들은 손을 흔들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향해 한 발짝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이다. 어느 관계이건 일방통행은 별 소용이 없다. 쌍방향통행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디음악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및 사이트>
www.drugrecords.co,kr
www.bugsmusic.co.kr
http://cafe.daum.net/daehyunindiemusic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님의 말씀(from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