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문제 쟁점을 찾아 제시한 후 광고가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시오.


** 광고 속의 성(性)과 젊음

광고는 삶과 관련된 극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주목도를 높이고 인상 깊은 이미지로 살아남아 상품 구매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성(性)과 젊음은 광고가 좋아하는 최고의 메뉴다. 성과 젊음 앞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맥을 못 추기 때문일까. 성은 인간의 본능적인 것 가운데 가장 자극적인 것이고 젊음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인생의 화려한 영역이기는 하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광고에서 성은 일상적인 것으로 제시된다. 성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고 주변 환경의 주요한 부분이다. 성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상품의 광고도 성과 결부되어 튀어나온다. 핸드폰, 아이스크림, 자동차나 향수 등 많은 상품 광고가 성을 배경으로 또는 중심 내용으로 이뤄진다.

광고 속의 성적 매력은 외모지상주의다. 어떻게 보이느냐가 최상의 가치다. 남성과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 현란한 율동이 광고 속에 펼쳐진다. 성적 매력 앞에서 성적 충동이 울컥 치솟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광고는 이용한다. 본능을 자극하는 충격적 자극은 상품과 어우러지면서 하나가 된다. 그런 광고를 접하다 보면 내면의 감미로운 충동과 상품이 뒤섞여지고, 그것은 상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일까? 광고에 나오는 상품은 소비자를 섹시하고 모두가 원하는 그런 바람직스런 존재로 바꿔주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미화된다.

광고에서 묘사되는 성은 비인격적인 존재다. 광고 속의 모델은 단지 성적 대상으로 묘사될 뿐이다. 광고 모델의 신체 일부분만이 클로즈업되는 경우도 많다. 성적 매력은 신체의 어느 일부분과 연관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정상적인 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보다 총체적 인간관계의 결정판이라는 사실이 광고에서 무시된다.

광고가 묘사하는 성은 경쟁해야 쟁취가 가능한 것으로 묘사된다. 광고 속의 성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퉈야 하는 경쟁의 대상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사는 행위가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남의 부러움도 산다는 식이다. 매력적인 모델의 눈빛과 몸의 율동은 상품의 구매가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광고하는 상품이 성적인 매력을 지닌 것으로 암시된다. 성기의 모양, 성적 쾌감을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광고 상품이 성적인 매력을 지닌 것으로 믿게 된다면 그것은 성공한 광고다.

광고 속의 성은 몰래 이성을 엿보는 식의 관음증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소비자들은 매력적인 모델을 동원해 성적인 긴장감을 조장하는 신문이나 TV광고를 통해 모델들을 엿보는 식의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모델들은 성적 매력을 최대한 풍기는 표정과 자세로 광고에 나온다. 이는 마치 자신들이 관음증의 대상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광고는 젊음을 부각시킨다. 젊음의 찬가만이 요란하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은 대부분 젊고, 건강하며, 알맞은 몸매를 하고 있다. 젊다는 것이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모두가 젊은 층에 끼기 위해 노력한다. 늙는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인 양 묘사된다.

화장품 광고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며 젊음을 되찾는 것은 모두의 꿈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광고 속에서의 노인은 불행하다. 노인은 존경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싫어하는 인생의 피하고 싶은 과정으로 암시될 뿐이다. 소비의 주체로 젊은 층이 부각되면서 이들이 광고의 주역을 맡게 되고 가장 존경받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구매력이 빈약한 노년층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젊은이의 의상과 화장을 뒤쫓기에 열심인 ‘늙은이’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요즘 국내 TV 광고가 과거에 비해 섹시해지고 점잖던 광고가 젊은 남녀 모델의 원색적 연기로 바뀐다. 자꾸 난해진다. 내수부진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가? 상품을 좀 더 많이 팔기위해 애를 써야 하는 기업의 고민이 광고에서 묻어나는 것 같다.


글쓴이 : 고승우 박사는 1980년 당시 합동통신(현 연합뉴스) 근무 중 광주민중항쟁 보도와 관련해 제작거부운동을 펼치다 강제해직 당한 뒤 ‘말’지 편집장을 역임하고, 한겨레신문 창간작업에 참여해 민권사회부장, 출판부국장, 한성대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겨레 창간과 언론민주화' '5·6공 언론비판서' '기자 똑바로 해야지' '언론유감' 'TV와 인터넷에서 우리 아이 지키기' '논리로 떠나는 통일여행' '반핵과 미술' '분단을 넘어 통일을 향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