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를 간략하게 요약 설명한 후 글쓴이 견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술하시오.



***자본주의와 인터넷미디어


- 인터넷을 자본주의 손에 맡겨둘 것인가

수단이 목적을 앞지를 때 모든 도구는 위험하다. 강력한 도구일수록 그 영향력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른바 신생아 학대사진 사건, 연예인 엑스파일 사건, 몰카 동영상은 정보 전달 수단인 네트워크의 힘이 그 목적을 앞지를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보의 오락화’ 현상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모습의 전형이다. 왜 주객이 전도되었나? 미디어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디어란 정보를 담는 그릇, 즉 메시지의 전달 도구다. 우선 그것은 빈껍데기다. 대부분의 도구가 그 자체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고대의 파피루스, 거북 등껍질, 죽간(竹簡, 얇은 대나무 조각)은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었다. 이 빈 껍데기 안에 메시지가 담기는 순간 그것은 미디어가 된다. 책, TV, 라디오, 영화, 전화는 미디어가 되었다. 구텐베르크 시대에 미디어는 곧 메시지였다. 미디어의 발전은 대량 복제와 전달 속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디어는 메시지를 넘어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 안에 어떤 메시지가 담길 것인지 따지기에 앞서 네트워크 효과를 입은 도구들이 이미 미디어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전신(電信)의 등장으로 메시지가 메시지 전달자보다 먼저 도착함으로써 세상에 충격을 주었던 것처럼,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는 미디어의 수단이 그 목적을 앞지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디어인가 아닌가, 정상적인 미디어인가 아닌가를 살펴보기에 앞서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네트워크를 장악한 모든 것이 미디어적 속성을 띠기 시작했다.

인터넷 시대에 미디어는 네트워크이며 이는 다른 말로 정보의 파급력, 파급 속도를 말한다. 속도의 논리, 속도의 맹신은 목적과 수단의 구분을 삼켜버린다. 여기에서 속도가 가리키는 것은 생산과 소비의 순환 주기의 속도다. 자본주의는 순환 주기를 단축하면서 확장해 왔다. 제품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듯, 인터넷 정보의 생산, 소비 속도도 빨라졌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는 ‘촌스러운 낙오자’가 되듯이 정보의 홍수 속에 몸을 맡기지 않는 이들은 인터넷 시대의 ‘왕따’가 되었다. 인터넷은 그 위력만으로 이미, 자본 순환을 원활히 하는데 충실하게 기여하고 있다.

포털을 비롯한 웹사이트를 통해 엄청난 뉴스와 정보가 소비된다. 필요 이상으로 소비되고 다 소비되기도 전에 더 많은 물량의 뉴스가 생산, 공급된다. 소비자들이 개별 뉴스를 읽는 시간도 점점 짧아진다. 뉴스 읽기는 이미 스캐닝(훑어보기)이 된다. 사이비 정보와 뜬소문을 원자재로 쓰는 속칭 찌라시 뉴스들이 스캐닝의 허점을 파고든다. 정보의 오락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인터넷의 정보는 ‘웃찾사’의 개그맨과 같은 처지가 된다. 지난주엔 한 번 넘어지면 웃었던 시청자들이 이제 한 바퀴 돌면서 넘어져야 겨우 웃는다. 인터넷 정보는 점점 더 자극적이 되고, 정보의 오락화는 당연한 것이 된다. 소위 연예인 엑스파일, 신생아 학대사진 사건 같은 것은 이름만 바꾼 채로 끊임없이 출현한다. 정보의 소비 속도가 모든 것을 압도하면 필연적으로 책임 의식의 결여를 낳는다. 속도에 함몰된 이들은 죄의식을 느낄 틈도,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 덕성, 죄의식은 시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익 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거나 거리의 제약을 제거하려는 경향이 있다. 시간적 간격을 제거하기 위해 판매 시간을 24시간으로 확장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을 더 이상 측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유통 기간을 단축하고 소비 주기를 단축한다. 영화와 방송을 손바닥(휴대전화)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판매 공간을 확장하는 것은 공간적 제약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웹을 포함한 인터넷 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압축이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인터넷은 자본주의라고 하는 생산 양식을 자신 안에 품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미디어를 자본주의 측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발명된 미디어 중 효용가치가 가장 많이 남은 껍데기이기 때문이다.
“넷은 대중을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가들은 그것은 무역과 시장을 위해 준비됐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1994년 초에, 경제 단체들은 인터넷을 경제 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크 포스터 지음, 김승현 외 옮김,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기 전에 인터넷을 생각한다’, 이제이북스, 2005.)

우리가 만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공간은 시장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 될 것이다. 개인과 개인이 연대한 공동체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 어떠한 운동이 필요한지 앞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필자 이강룡씨는 인터넷한겨레 웹기획자, 와이더덴닷컴 TTL 웹PD 로 일했으며, 현재 웹칼럼니스트로서 블로그 '리드미 파일'(http://readme.or.kr )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웹 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