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고 평화로운 밥 짓고 나누기
박형만 (해오름 으뜸일꾼)
평화가 간절하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평화를 이루는 길은 아주 험난해 보이지만 막상 마음을 바꾸기만 하면 우리는 언제나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답게, 자라는 이들은 자라는 이답게, 자란이들은 자란이답게, 그리고 늙은이들은 늙은이답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평화입니다. 어린이는 “맑고 깊은 생명의 고운 기운이 가득 어려 있는 이”를 일컫습니다. 자라는 이(청소년)들은 이런 생명 기운이 자라는 존재들이며 자란이(어른)들은 생명이 기운이 단단하게 영글어 열매 맺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옹골차게 영근 생명열매를 자식들과 이웃들, 그리고 사회에 나눠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고마운 이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어른이라고 합니다. 생명의 맑고 깊은 기운과 얼을 단단하게 이루고 있는 사람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채 자라지 않은 벼들을 뽑아서 밥을 해 먹는 어리석은 이들은 원래 없었습니다. 자라지 않은 벼를 가지고 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며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얼굴을 내밀고 조금씩 열매를 맺기 위해 애를 쓰는 어린 벼들을 마구 뽑아 입에 털어넣으려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더구나 빨리 밥을 해 먹으려고 지나치게 거름과 비료를 주며 맹독성 농약을 마구 뿌려대면서 어린 벼가 빨리 자라기를 강요하고 독촉하는 이들은 해가 갈수록 넘쳐나 이젠 당연한 일처럼 되는 것 같습니다. 흉포하고 잔인함이 여리고 순한 참됨을 억누르고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平和를 해자하면 平은 평평할 평, 고르다. 화평하다, 쉽다와 같은 뜻에다가 和는 벼화(禾)에 입구(口)가 더한 것인데 이 두 말을 묶어서 우리 말로 풀어내면 “밥을 자기 처지에 맞게 골고루 적당하게 나눠먹는 것”을 이릅니다. 동학에서 “사람이 곧 하늘이며 밥이 하늘이다”고 했습니다. 하늘은 누구 하나가 독점할 수 없듯이 모두에게 골고루 공평하고 고르게 나눠 누리는 것이 대자연의 이치일 것입니다. 이런 이치는 오래 전부터 동서양을 넘어 함께 쓰였습니다.
평화(平和)는 영어로 peace입니다. 이것은 harmony 즉, 화합, 어울림,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뜻합니다. 유대교의 살롬(sālom), 그리스의 에이레네(eirēnē)와 로마의 팍스(pax), 중국의 화평(和平), 인도의 샹티(śānti)는 각각 정의, 질서, 친화와 평온, 편안한 마음을 평화의 씨앗으로 보았습니다. 삶 속에 깊은 평화가 우리를 지배하는 일상은 우리가 꿈꾸는 궁극의 세계일 것입니다.
“배워서 남주자”는 해오름 정신이며 길입니다. 작지만 깊은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실천입니다. 내 안에 들어있는 남의 피땀과 혼과 정신을 인정하고 다른 이들에게 내 것을 줄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길러서 함께 밥을 나눠먹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교육과 힘있는 실천을 통해 작은 평화의 텃밭을 일구고 가꾸는 일을 함께 펼쳐내고자 해오름 교육문화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994년에 연구활동을 시작하여 그 작은 성과를 바탕으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월간 『배워서 남주자』를 펴내고 있고, 대안교육 장을 만들기 위해 살림학교를 세워 긴 호흡으로 “어린이-자라는 이-자란이” 교육을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해오름평생교육원은 교육과 삶이 예술처럼 꽃피어나는 세계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서서(自生) 함께 살며(共生) 서로를 돕는(相生) 삶을 가꾸어 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삶이 참된 평화를 꽃피우고 향기로운 밥을 지어 나눠먹는 삶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모두에게 맑고 차가운 샘물처럼 솟아나 흘러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그대를 사랑하고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