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자 다시보기
봄, 여름 그리고 가을
- 4학년 모둠과 함께 한 글쓰기 -
안정희 | 해오름 평생교육원 전임강사
나는 아이들에게 늘 무엇이 보이냐고 묻고 그것을 써 보라고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을 글로 써 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또 글쓰기 강좌에 오시는 선생님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다 머뭇거리며 무엇을 써야할지 망설입니다. 한참 애를 써서 쓴 내용들은 스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관념적이라고 할까 머릿속에서 늘 가지고 있던 것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가 어떤 모습인지 써 보라고 하면 많은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참 예쁘시다. 그리고 요리를 잘 하신다. 화나면 무섭고 기분이 좋을 때는 아주 친절하다’라고 씁니다. 가을날 공원에 나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쓰라고 하면 ‘가을에는 하늘이 파랗고 높다. 나무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라고 씁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발견이 없습니다.
늘 같아 보이는 대상이지만 언제나 변하고, 새로운 눈으로 보면 늘 새롭습니다. 다만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저 그런 세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상을 스스로 잘 보고 스스로 발견하고, 해석해 나갈 수 있을까요? 새롭게 보는 눈, 창조적인 생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바쁘게 쫒기듯이 지나가는 일상이지만 날마다 무엇인가 시간을 내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써 보는 일은 참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봄부터 공부를 시작한 4학년 모둠에게 스스로 발견하는 힘을 가져보기를 기대하면서 지속적인 관찰글을 써 보게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여름을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아이들 글 속에서 큰 기쁨을 발견합니다.
1. 한가지 중심을 가지고 관찰글쓰기
각자 작은 공책을 하나씩 준비하고 무엇을 관찰할지 대상을 정했습니다. 날씨나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나 또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이나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세히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날씨 1
최승연(4학년)
7월 15일
오늘은 정말 후덥지근했다. 너무 더워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학교에서 대청소를 해서 더 덥다. 정말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이 더 싫다.
집에 오며 부채를 받았는데 그것 갖고는 안 된다.
“여름아!!! 제발 좀 가라”
7월 29일
오늘은 몸이 몹시 끈적끈적하다. 그래서 막 바로 샤워를 하려고 한다. 지금은 좀 저녁이어서 날씨도 어둑어둑하지만 여름이어서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밖에 나가면 그렇게 덥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지금은 거의 30도 정도 되는 것 같다.
8월 12일
요즘은 쨍쨍 무더위지만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더운 건 잘 못 느끼겠다. 이렇게 더우면 수영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아직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
어젠 비가 계속 왔다. 모레가 말복이다.
8월 25일
요즘은 아주 날씨가 선선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너무 추워서 이불을 하나 더 깔고 목까지 덮어서 더 잤다. 무슨 날씨가 이리 추운지 모르겠다. 햇살이 밝아서 나가면 더울지 몰라도 집에서는 닭살이 돋는다. 그 더운 여름이 이제는 가는 것 같다.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9월 2일
오늘은 정말 덥다. 방학하면서는 선선하더니 개학하니까 덥다. 날씨가 샘을 내나? 등에 땀줄기가 쫘르르륵 흐른다. 그래서 지금도 쉬고 싶다. 아침엔 비가 왔지만 지금 하늘은 맑다. 내 생각으론 저녁에 조금 올 것 같다. 여름은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가을 날씨 같다가 또 덥고 계속 날씨는 이렇다.
9월 15일
지금 막 이마트를 다녀왔다. 가는데 춥다고 엄마가 가디건을 입으라고 하셨다. 나가 보니 정말 추웠다. 오늘 아침에도 꽤 쌀쌀했다. 이제는 정말 가을이 온 것 같다. 아침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높고 맑다. 가을이 오니까 마음까지 선선해지는 것 같다. 더울 땐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고 추울 땐 햇볕을 쬐고 있는 게 좋다. 여름엔 더워서 공부도 잘 안되고 짜증이 났는데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10월 5일
요즘은 아침에는 쌀쌀하고 오후에는 좀 덥다. 하늘이 맑게 개었다. 비도 별로 오지 않는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 추워서 덜덜 떤 적도 있다. 요즘엔 날씨가 아주 좋아서 그런지 한 번도 구름에 먹구름이 끼지 않았다.
*승연이는 처음에 엄마에 대해 쓰기로 했는데 엄마를 한참동안 살펴보고 글로 쓰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해서 날씨쓰기로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반적인 날씨를 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느끼는 날씨를 썼습니다.
날씨 2
김창겸(4학년)
5월 9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는 감기 걸렸다. 언제 이런 날씨가 풀어질까? 입하가 지났는데 너무 추워진다. 완전 반대 날씨다.(봄이 여름 되고 여름이 봄 되고) 해가 떠도 춥다. 빨리 이 추위를 벗어나고 약간 더워지면 좋겠다.
5월 24일
오늘도 역시 기온차가 심하다. 춥지는 않은데 낮에는 너무 더워서 그렇다. 맑고 건조해서 목이 말랐다. 그리고 불쾌지수가 가장 높은(70%) 11시에 시험을 보았다. 또 교실에서는 엄청 더웠다.
날씨는 갑자기 바뀐다. 구름에 해가 가려 추울 때도 있고 해가 갑자기 떠서 더울 때도 있다. 그리고 대기가 불안정해 기침이 자주 나왔다.
6월 13일
오늘은 엄청나게 더웠다. 그래서 집중이 잘 안 된다. 이젠 자주 비가 온다. 장마가 시작된 것 같다. 습기가 차서 그런지 지금도 덥다.
6월 22일
오늘 낮에는 정말 더웠다. 해가 구름에 가렸는데 왜 더운지 모르겠다. 꼭 바깥이 사우나 같았다. 공부할 때는 태양 바로 앞에서 공부하는 것 같았다. 밤이 되어도 땀이 뻘뻘 난다. 그러면 내일은 더 더워질 것이 분명하다.
6월 30일
어제까지만 해도 왔던 비가 오늘은 안 온다. 그래서 갑자기 더워졌다.
컴퓨터도 더운지 동작이 느리다. 시간도 느려지고 선풍기도 더위를 먹은 듯이 돌아간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물체가 더위를 걸쳤다. 그래서 막 어지러워진다.
나의 소원은... 내일 꼭 비가 오는 것이다.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모든 사람들이 에어컨을 미친 듯이 킬 것이다. 내일 꼭 비가 왔으면 좋겠다.
7월 14일
오늘은 해가 보였다. 그러나 ‘무더위’라는 적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밤이 되어도 덥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집중이 흐트러진다.
날씨는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이로운 점은 가뭄이 걸린 지역에 비가 온다거나 해 때문에 더워 흐려지기도 한다. 반면 해로운 점은 홍수가 났는데 비가 온다거나 산성비, 눈이 온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미리 날씨를 알고 상황에 맞게 실천해야겠다.
8월 8일
오늘은 정말 짜릿했다. 엄청나게 큰 천둥 번개가 쳤다. 얼마나 컸으면 폭탄이 대여섯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큰 소리였다. 그것도 2시간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다행히 멈췄지만 호우주의보가 있으니까 다시 갑자기 올까봐 무섭다.
8월 26일
아침에는 말할 것도 없이 추웠다. 그래도 맑았다. 왜냐하면 일시적인 대륙고기압 확장으로 춥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비 예보도 없다. 이제는 평화로워지는 것 같다. 계속 맑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다.
9월 1일
오늘은 9월 첫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바뀐 것 같다. 하늘도 이해하나보다. 진짜로 가을이 오는 9월을 맞이해 주나보다. 비도, 태양도 구름과 안개들도 모두 가을을 맞이해 준다. 내일은 먼 길을 오는 가을을 위해 많은 양의 비가 온다. 나도 가을을 맞이해야지.
9월 15일
이젠 가을도 깊어간다. 추석이 며칠 안 남았는데 하늘이 샘이 났는지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나는 맑은 추석 보름달을 보고 싶었는데...
*창겸이는 평소에도 일기예보를 즐겨 보았다는데 이 날씨관찰을 하면서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되었습니다. 창겸이의 공책에는 그날의 일기 예보와 불쾌지수, 장마전선, 이러한 정보들이 적혀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여기에서 그 내용들을 생략한 까닭은 날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아는 것 보다 자기가 보고 느끼는 바를 정직하게 써 보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날씨 3
최수영(4학년)
6월 2일
①날씨가 더워졌다. ②나무가 많이 무성해졌다. ③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린다.
④낮의 길이가 길어졌다. ⑤여름꽃들이 많이 피었다.
6월 8일
①사람들이 부채를 들고 다닌다. ②저녁 7시가 되어도 밖은 어둡지가 않다.
③6월은 꽃이 무성하게 자라는 달이다.
7월 6일
①비가 많이 왔다. ②습기가 차고 더워서 짜증이 난다. ③장마 때라서 우산을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한다.
8월 1일
①매미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 ②저녁에는 시원해서 운동을 나간다. ③아침 일찍 날이 밝는다.
8월 19일
①어제 심하게 천둥과 번개가 쳤다. ②밤이 되면 서늘해지니 아빠와 나는 자주 운동을 나간다. ③잠자리가 많이 몰려 다녀서 잠자리 잡기 놀이를 했다.
9월 1일
①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②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③여름 방학이 끝났다. ④낮 최고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9월 22일
①같은 시각에 일어났는데도 날이 컴컴하다. ②단풍잎이 보인다. ③하늘을 보니 맑고 뭉게 구름이 보인다. ④귀뚜라미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수영이는 봄 찾기, 여름 찾기, 가을 찾기 따위의 작은 주제를 가지고 그날그날의 날씨가 아니라 한 주간동안의 변화를 썼습니다. 관찰을 시작한 뒤 거의 주마다 빠지지 않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가족-우리 아버지>
임성열(4학년)
7월 5일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다. 그래서 일찍 오셨다. 저녁을 드시고 배가 아프셨는지 화장실에 들어가셨다. 있다가 숙제하러 아빠 방에 가려고 하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마 담배를 피우시려나 보다. 제발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7월 14일
아빠는 오늘 원래 시간에 비해 일찍 오셨다. 보라색 줄무늬 남방셔츠를 입고 계셨다. 아빠가 뭘 사가지고 오셨는데 우리 이쁜이(강아지)는 먹을 것인 줄 알고 달라고 졸라댄다. 눈치 하나는 빠르지. 아빠는 오늘 많이 지치신 것 같다. 좀 쉬셔야 될텐데...
7월 30일
매주 그러듯이 아빠는 일찍 일어나서 아빠 방으로 가신다. 하는 일은 주로 담배 피기다. 옛날에는 산에도 오르시고 운동도 나가셨지만 요즘은 완전 빈둥빈둥(?)이다. 이제는 엄마랑 같이 가야 될 형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산에 같이 갈 날이 오겠지.
8월 13일
드디어 아빠랑 나랑 등산을 갔다. 오늘은 약간 먼 산(광교산)으로 갔다. 산 주변은 신도신데 더 들어가 보니까 완전 시골이다. 호박도 있고 고추도 있고 완두콩, 작두콩, 온갖 콩들과 젖소에다 사슴, 벌까지 키우고 있었다.
산 자체는 낮지만 험해서 거의 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아빠와 가는 거라 기분이 좋았지만 불행하게도 상가가 없어서 물만 배터지게 마시고 그냥 왔다.
8월 22일
오늘은 원래 휴가를 가는 날이다. 그런데 아빠가 너무 바빠서 가지 못했다. 회의가 있다나? 그동안 기대해 왔는데 너무 아쉽다. 이번에도 다음 방학을 기다려야 하나보다. 아빠도 힘드시겠지. 요즘 술 많이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
9월 3일
드디어 기다리던 아빠가 오셨다. 산으로 출장을 가셔서 옷이 더러웠다. 그래도 나는 아빠의 옷차림은 상관없다. 그저 반갑기만 하다. 아빠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오셔서 다행이다.
10월 9일
오늘은 아침 운동을 했다. 아빠는 회색상의에 베이지색 바지- 늘 똑같은 차림새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를 갔다. 지난주에 못가서 아빠가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제야 분이 풀린 듯한 표정이다.
*성열이가 아버지에 대해 쓰겠다고 했을 때 저의 의도는 어느 순간 아버지의 모습이나 행동 따위를 스케치하듯이 글로 써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가족을 살펴보고 글을 쓰는 일이 어려운가 봅니다. 성열이도 여러가지 까닭으로 아버지를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해서 틀을 짓지 않고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을 써 보도록 했습니다.
2. 무엇을 자세히 보고 쓰기
어떤 대상을 자세히 보게 되면 어떤 글이 나오는지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게 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평소에는 그것이 거기 있었나 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이 새롭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지요.
<나뭇잎>
임성열(4학년)
허브 스피어민트
색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은 초록색이다. 잎의 무늬는 마치 깨진 유리창 같다. 잎은 마치 솜처럼 부드럽고 폭신하다. 줄기에는 마디가 나 있다. 그리고 새로 난 잎일수록 잎의 기울기가 덜한데 맨 아래에 있는 잎은 많이 기울어져 있다.
맨 위에 있는 잎은 아주 작은데 아래에 있는 잎과 마찬가지로 새 잎이 나고 있다. 잘 보면 줄기에 잎이 규칙적으로 나 있다. 맨 처음 잎은 세로로 나 있고 그 다음 번째 잎은 세로로 나 있고 그 다음은 가로로 나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 있으니까 신기하다.
잎을 하나 뜯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껌이나 죽염냄새가 난다. 내 생각엔 이 허브를 먹으면 소금 같은 맛이 날 것 같다.
최수영(4학년)
첫 번째
이 나뭇잎의 특징은 나뭇잎이 참 둥글고 잎맥이 참 뚜렷하다.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섞여서 나뭇잎이 나왔다. 그물맥이며 나뭇잎이 덜 들었는지 맨 끝에 연두색이다. 그리고 끝 부분에 점박이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나뭇잎을 뒤집으면 아주 선명한 잎맥이 나왔다. 그리고 촉감은 까칠까칠하기도 하고 매끈하기도 하다. 줄기 부분은 뭉툭하다. 그리고 잎맥이 어지럽게 나왔다.
두 번째
두 번째의 나뭇잎은 모서리가 칼같이 날카롭게 생겼다. 그리고 촉감은 매끈하다. 줄기 부분은 하트 모양(거꾸로 된)같이 나왔다. 그리고 그물맥이며, 1번과는 잎맥이 어지럽지가 않다.
최승연(4학년)
내 나뭇잎은 모서리가 둥글고, 끝에 길이가 조금 짧다. 그리고 나뭇잎을 반으로 나누면 왼쪽이 거의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가 빨갛다. 가장자리 안에도 빨갛다. 특히 오른쪽이 아주 빨갛다. 왼쪽의 끝 아래는 무척 연두색깔이다. 맨 위에는 뾰족하지 않고 검정색이다. 잎맥은 한 줄에 있는 잎맥이 나뭇가지처럼 이어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잎맥이 이어져 있다. 촉감은 뒷면과 앞면은 모두 다 부드럽다. 뒷면은 꼭 털을 만지는 것 같다. 냄새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뒷면에 냄새를 맡아 보려고 하는데 모르고 인중에 대 버렸다. 그런데 꼭 키위 껍질을 만지는 느낌과 같다.
<성열이네 베란다>
김창겸(4학년)
성열이네 베란다에는 꽃들과 나무가 많다. 같이 모여서 합창하는 것 같다.
부레옥잠을 실물로 보니까 신기했다. 고추와 토마토가 진짜로 먹음직스럽게 열려있었다. 사랑초라는 꽃은 자주색 나비같이 생겼는데 장에 나온 듯이 꽉 차게 피어있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이 아주 예뻤다. 개나리처럼 생겼는데 개나리는 아니다. 베란다가 꽃밭이 되니 작지만 크게 보인다.
<우리 선생님>
최수영(4학년)
우리 선생님은 안경을 끼셨고 옷은 검은색을 입고 계신다. 그리고 눈썹이 되게 진하다. 주부라서 우리 엄마 손처럼 쭈글쭈글하다. 머리도 우리 엄마처럼 단발로 파마를 하셨다. 웃을 때는 약간씩 주름이 보인다.
우리랑 공부할 때 무엇을 설명하려면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그리고 볼펜을 잘 돌리신다. 지금 우리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돌리신다. 지금은 의자에 앉아있는데 한쪽 다리는 아빠다리처럼 올리고 다른 한 발은 내려져 있다.
김창겸(4학년)
오늘은 선생님의 안색이 좋아 보인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사다리꼴 모양이다. 선생님의 머리색은 붉은 빛이 난다. 그리고 약간 파마를 한 것 같다.
바쁘셔서 그런지 늘 피곤해 보인다. 그러나 눈이 빛나서 사람들이 딴 짓을 하지 못할 거다. 목소리도 낮은 편인데 화나면 높아진다. 어떤 때는 무서워서 말할려고 하는 것을 까먹는다.
무의식중에 볼펜을 열고 닫는다. 지금 자세는 한 발만 내려놓고 한 발은 걸터앉았다.
*수영이는 눈에 보이는 선생님의 모습을 중심으로 글을 썼고 창겸이는 자신이 느끼는 인상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글이 되면 더 좋은 묘사글이 되겠지요.
<우리 엄마>
최승연(4학년)
오늘 엄마는 옅은 하늘색 잠바와 연두색 티셔츠와 갈색 치마를 입으셨다. 엄마는 주로 갈색이나 옅은 색깔을 입으신다.
엄마는 항상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옅은 빨강색 립스틱을 발랐다. 머리 모양은 살짝 파마를 했는데 색깔은 검정색이다. 귀는 조금 작고 코는 오똑한 편이며 얼굴에는 점이 조금 있다.
우리 엄마는 웃을 때 입이 조금 올라가며 ‘호호호’하며 소리 내어 웃는다. 엄마의 표정은 항상 밝다. 앉아 있을 때의 모습은 다리를 오므리고 조금 옆으로 가 있다.
*엄마의 모습이 아주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일을 하고 있을 때나 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을 잡아 썼더라면 좀 더 생생한 느낌이 날 수 있겠지요.
3. 철따라 풍경 쓰기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요. 방안에 앉아서 오늘 날씨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 바깥에 나가서 한 바퀴 돌면서 날씨도 몸으로 느끼고 사람들의 모습도 직접 보고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보이는 대로 써 보면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할 수 있다면 철마다 같은 장소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느껴보게 하면 훨씬 더 좋겠지요.
봄 (4월 1일)
봄을 찾으러 공원에 갔다.
임성열(4학년)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봄을 찾으러 밖에 나갔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바람이 약간씩 불어서 시원하고 따뜻했다.
제일 먼저 소공원에 있는 목련나무를 살펴보았다.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썼다. 저번 해에는 목련꽃이 3월 중순에 폈는데 이번에는 좀 늦은 것 같다. 그런데 같은 공원에 있는 목련이라도 꽃이 거의 다 나온 나무도 있고 아직 피지 않은 나무도 있었다.
내가 본 나무에는 가지가 여러 개 있고 한 가지 당 봉오리가 2~4개까지 붙어있다. 각각의 봉오리는 많은 털로 덮여있다. 큰 봉오리 앞에는 작은 봉오리가 자라고 있는 가지를 볼 수 있다. 촉감은 마치 털 달린 작은 동물을 만지는 느낌이다.
목련
최승연(4학년)
우리집 옆에서 목련을 보았는데 봉오리가 조금하게 피어나 있고 조금 자주색 색깔이 있었다. 털이 많이 나 있다. 껍질이 벗겨지고 또 벗겨진다. 나무에는 새로 나올 목련이 많이 있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근처에 있는 공원에 처음 나가서 쓴 글입니다. 공원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자꾸 “뭘 써요?”라고 물어서 목련나무 하나를 보고 자세히 써 보라고 했습니다.
여름 (7월 8일)
공원의 여름
김창겸(4학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시끄러웠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6학년 형들이 농구를 하고 있고 청소 아저씨들이 열심히 빗자루로 땅을 쓸고 계신다.
공원 옆에는 장이 섰고 놀이터와 공원은 조용하고 사람이 거의 없다. 해는 구름 속에서 빛나고 여기는 덥다. 나무들도 움직임이 없다. 내 발밑에서는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한낮의 공원
최수영(4학년)
까치가 많이 보인다. 먹이를 찾으려나 보다. 약수터에 사람들이 좀 보인다. 물을 뜨러 온 사람들도 있고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도 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보인다. 덥지도 않은지 재미있게 놀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지만 그런 것도 상관없이 놀고 있다.
또 나무도 많고 꽃도 보인다. 다 무성하게 잘 자랐다. 그 다음엔 쓰레기 줍는 아저씨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보고 계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쓰레기가 있나 살피고 있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있다.
전에 봄에 온 것 보다 많이 달라졌다. 무엇이냐면 나무와 꽃들이 무성하게 자랐고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다니는 것 같고 그리고 여름이라서 그런지 물을 많이 떠간다.
공원의 여름 풍경
임성열(4학년)
하늘엔 구름이 깔려 있고 바람이 없어서 덥다. 공원 가운데 운동장에서는 형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 위로 새 한 마리가 정신없이 날아다닌다. 그 옆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다. 한 쪽에서는 다른 형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아저씨들이 자루를 들고 돌아다닌다. 공원 뒤쪽에는 학교가 있다. 공원의 모든 것이 아파트와 학교로 둘려 싸여 있다.
나무들은 다 초록색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색이 하나같이 다 다르다. 앞쪽 나무에는 무슨 열매가 달려있다. 왼쪽과 오른쪽 언덕은 모두 풀로 덮여있다. 봄에 목련을 관찰했던 언덕에 있는 한 나무에 꽃이 폈다. 바로 옆에 엄청 큰 거미줄이 있다. 거미는 없다.
*아마 세 번째 나들이였던 것 같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이므로 수도 없이 드나들었을 텐데도 정작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풍경이 어떤지 잘 보지 않았는데 한두 번 글로 써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나 봅니다. 세밀한 묘사가 조금씩 보입니다.
가을 (10월 14일)
공원의 가을
김창겸(4학년)
구름이 이상한 모양이다. 날개 2개가 곂쳐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까치가 작은 나무에 앉아 있다. 나뭇잎은 벌써 색이 예뻐졌다. 낙옆을 하나 주워 보니 짙은 갈색인데 잎맥은 밝은 색이다. 과학적으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보면 참 신기하다.
아름다운 풍경
최수영(4학년)
눈에 보이는 것은 맑은 하늘과 가로등, 빨갛게 물든 나무가 보이고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나뭇잎은 반은 물들고 반은 물들지 않은 것도 보인다. 아직 초록인 것도 있다. 나무들을 위에서 보면 맑고 빨갛게 물든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나무 밑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많다.
사람들이 벤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관리인 아저씨가 나뭇잎들을 쓸고 있다.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린다. 그리고 까치도 보인다. 잠자리도 한 마리 날고 있다.
평화로운 세상
최승연(4학년)
공원에 나갔더니 전보다 선선해지면서 사람들도 평화로워 보인다. 나뭇잎이 예쁘게 물들었다. 색깔은 빨간 것도 있고 주황색에 가까운 것도 있고 초록색인 것도 보인다. 나뭇잎을 쓰는 공원 관리인 아저씨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잠자리도 ‘휑’하고 날아다니고 풀씨도 바람을 따라 간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 흘러가는 것 같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게 너무 편하다. 까치도 날아다닌다. 감도 떨어져 있다. 가을은 너무 편안한 계절이다.
가을 공원의 모습
임성열(4학년)
주변 나무들의 생김새는 전과 같지만 색이 완전 변했다. 정면에 있는 나무는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 봄에 보았던 목련나무의 잎들은 노랗게 물들어 말라간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의 잎이 온갖 색으로 다르게 보인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천천히 흔들린다. 작은 풀씨 하나가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왼쪽 언덕 위 작은 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하늘의 구름은 굉장히 높다.
맺는 말
여기에 실은 글들은 아이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또 자신이 느끼는 대로 순하게, 정직하게 쓴 글들입니다. 무엇에 대해 쥐어짜듯 생각을 만들어내 쓴 글이 아니라 즐겁게 쓴 글들입니다.
글은 그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쓰면 됩니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가지고 쓰는 글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고 그렇게 쓰다 보니 어제와 다른 것이 눈에 보이고 글도 점점 더 잘 쓰게 되고 그래서 글
쓰는 일이 별로 힘이 들지 않게 됩니다.
어느새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어느 날, 또는 눈이 하얗게 내린 날 아이들은 늘 가던 곳이 어떤 모습인지, 그 속에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인지 쓰게 되겠지요. 글을 쓰면서 시간의 흐름을, 계절의 순환을 스스로 느끼고 그 속에서 날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더불어 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된 일이 아닐까요?
모든 일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그저 천천히 조금씩 그리고 오래도록 할 수 있다면 생각하는 힘도, 글을 쓰는 힘도 스스로 키워 나가겠지요. 다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삶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안내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4학년 모둠과 함께 한 글쓰기 -
안정희 | 해오름 평생교육원 전임강사
나는 아이들에게 늘 무엇이 보이냐고 묻고 그것을 써 보라고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을 글로 써 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또 글쓰기 강좌에 오시는 선생님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다 머뭇거리며 무엇을 써야할지 망설입니다. 한참 애를 써서 쓴 내용들은 스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관념적이라고 할까 머릿속에서 늘 가지고 있던 것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가 어떤 모습인지 써 보라고 하면 많은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참 예쁘시다. 그리고 요리를 잘 하신다. 화나면 무섭고 기분이 좋을 때는 아주 친절하다’라고 씁니다. 가을날 공원에 나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쓰라고 하면 ‘가을에는 하늘이 파랗고 높다. 나무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라고 씁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발견이 없습니다.
늘 같아 보이는 대상이지만 언제나 변하고, 새로운 눈으로 보면 늘 새롭습니다. 다만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저 그런 세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상을 스스로 잘 보고 스스로 발견하고, 해석해 나갈 수 있을까요? 새롭게 보는 눈, 창조적인 생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바쁘게 쫒기듯이 지나가는 일상이지만 날마다 무엇인가 시간을 내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써 보는 일은 참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봄부터 공부를 시작한 4학년 모둠에게 스스로 발견하는 힘을 가져보기를 기대하면서 지속적인 관찰글을 써 보게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여름을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아이들 글 속에서 큰 기쁨을 발견합니다.
1. 한가지 중심을 가지고 관찰글쓰기
각자 작은 공책을 하나씩 준비하고 무엇을 관찰할지 대상을 정했습니다. 날씨나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나 또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이나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세히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날씨 1
최승연(4학년)
7월 15일
오늘은 정말 후덥지근했다. 너무 더워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학교에서 대청소를 해서 더 덥다. 정말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이 더 싫다.
집에 오며 부채를 받았는데 그것 갖고는 안 된다.
“여름아!!! 제발 좀 가라”
7월 29일
오늘은 몸이 몹시 끈적끈적하다. 그래서 막 바로 샤워를 하려고 한다. 지금은 좀 저녁이어서 날씨도 어둑어둑하지만 여름이어서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밖에 나가면 그렇게 덥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지금은 거의 30도 정도 되는 것 같다.
8월 12일
요즘은 쨍쨍 무더위지만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더운 건 잘 못 느끼겠다. 이렇게 더우면 수영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아직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
어젠 비가 계속 왔다. 모레가 말복이다.
8월 25일
요즘은 아주 날씨가 선선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너무 추워서 이불을 하나 더 깔고 목까지 덮어서 더 잤다. 무슨 날씨가 이리 추운지 모르겠다. 햇살이 밝아서 나가면 더울지 몰라도 집에서는 닭살이 돋는다. 그 더운 여름이 이제는 가는 것 같다.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9월 2일
오늘은 정말 덥다. 방학하면서는 선선하더니 개학하니까 덥다. 날씨가 샘을 내나? 등에 땀줄기가 쫘르르륵 흐른다. 그래서 지금도 쉬고 싶다. 아침엔 비가 왔지만 지금 하늘은 맑다. 내 생각으론 저녁에 조금 올 것 같다. 여름은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가을 날씨 같다가 또 덥고 계속 날씨는 이렇다.
9월 15일
지금 막 이마트를 다녀왔다. 가는데 춥다고 엄마가 가디건을 입으라고 하셨다. 나가 보니 정말 추웠다. 오늘 아침에도 꽤 쌀쌀했다. 이제는 정말 가을이 온 것 같다. 아침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높고 맑다. 가을이 오니까 마음까지 선선해지는 것 같다. 더울 땐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고 추울 땐 햇볕을 쬐고 있는 게 좋다. 여름엔 더워서 공부도 잘 안되고 짜증이 났는데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10월 5일
요즘은 아침에는 쌀쌀하고 오후에는 좀 덥다. 하늘이 맑게 개었다. 비도 별로 오지 않는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 추워서 덜덜 떤 적도 있다. 요즘엔 날씨가 아주 좋아서 그런지 한 번도 구름에 먹구름이 끼지 않았다.
*승연이는 처음에 엄마에 대해 쓰기로 했는데 엄마를 한참동안 살펴보고 글로 쓰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해서 날씨쓰기로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반적인 날씨를 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느끼는 날씨를 썼습니다.
날씨 2
김창겸(4학년)
5월 9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는 감기 걸렸다. 언제 이런 날씨가 풀어질까? 입하가 지났는데 너무 추워진다. 완전 반대 날씨다.(봄이 여름 되고 여름이 봄 되고) 해가 떠도 춥다. 빨리 이 추위를 벗어나고 약간 더워지면 좋겠다.
5월 24일
오늘도 역시 기온차가 심하다. 춥지는 않은데 낮에는 너무 더워서 그렇다. 맑고 건조해서 목이 말랐다. 그리고 불쾌지수가 가장 높은(70%) 11시에 시험을 보았다. 또 교실에서는 엄청 더웠다.
날씨는 갑자기 바뀐다. 구름에 해가 가려 추울 때도 있고 해가 갑자기 떠서 더울 때도 있다. 그리고 대기가 불안정해 기침이 자주 나왔다.
6월 13일
오늘은 엄청나게 더웠다. 그래서 집중이 잘 안 된다. 이젠 자주 비가 온다. 장마가 시작된 것 같다. 습기가 차서 그런지 지금도 덥다.
6월 22일
오늘 낮에는 정말 더웠다. 해가 구름에 가렸는데 왜 더운지 모르겠다. 꼭 바깥이 사우나 같았다. 공부할 때는 태양 바로 앞에서 공부하는 것 같았다. 밤이 되어도 땀이 뻘뻘 난다. 그러면 내일은 더 더워질 것이 분명하다.
6월 30일
어제까지만 해도 왔던 비가 오늘은 안 온다. 그래서 갑자기 더워졌다.
컴퓨터도 더운지 동작이 느리다. 시간도 느려지고 선풍기도 더위를 먹은 듯이 돌아간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물체가 더위를 걸쳤다. 그래서 막 어지러워진다.
나의 소원은... 내일 꼭 비가 오는 것이다.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모든 사람들이 에어컨을 미친 듯이 킬 것이다. 내일 꼭 비가 왔으면 좋겠다.
7월 14일
오늘은 해가 보였다. 그러나 ‘무더위’라는 적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밤이 되어도 덥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집중이 흐트러진다.
날씨는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이로운 점은 가뭄이 걸린 지역에 비가 온다거나 해 때문에 더워 흐려지기도 한다. 반면 해로운 점은 홍수가 났는데 비가 온다거나 산성비, 눈이 온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미리 날씨를 알고 상황에 맞게 실천해야겠다.
8월 8일
오늘은 정말 짜릿했다. 엄청나게 큰 천둥 번개가 쳤다. 얼마나 컸으면 폭탄이 대여섯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큰 소리였다. 그것도 2시간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다행히 멈췄지만 호우주의보가 있으니까 다시 갑자기 올까봐 무섭다.
8월 26일
아침에는 말할 것도 없이 추웠다. 그래도 맑았다. 왜냐하면 일시적인 대륙고기압 확장으로 춥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비 예보도 없다. 이제는 평화로워지는 것 같다. 계속 맑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다.
9월 1일
오늘은 9월 첫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바뀐 것 같다. 하늘도 이해하나보다. 진짜로 가을이 오는 9월을 맞이해 주나보다. 비도, 태양도 구름과 안개들도 모두 가을을 맞이해 준다. 내일은 먼 길을 오는 가을을 위해 많은 양의 비가 온다. 나도 가을을 맞이해야지.
9월 15일
이젠 가을도 깊어간다. 추석이 며칠 안 남았는데 하늘이 샘이 났는지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나는 맑은 추석 보름달을 보고 싶었는데...
*창겸이는 평소에도 일기예보를 즐겨 보았다는데 이 날씨관찰을 하면서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되었습니다. 창겸이의 공책에는 그날의 일기 예보와 불쾌지수, 장마전선, 이러한 정보들이 적혀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여기에서 그 내용들을 생략한 까닭은 날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아는 것 보다 자기가 보고 느끼는 바를 정직하게 써 보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날씨 3
최수영(4학년)
6월 2일
①날씨가 더워졌다. ②나무가 많이 무성해졌다. ③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린다.
④낮의 길이가 길어졌다. ⑤여름꽃들이 많이 피었다.
6월 8일
①사람들이 부채를 들고 다닌다. ②저녁 7시가 되어도 밖은 어둡지가 않다.
③6월은 꽃이 무성하게 자라는 달이다.
7월 6일
①비가 많이 왔다. ②습기가 차고 더워서 짜증이 난다. ③장마 때라서 우산을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한다.
8월 1일
①매미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 ②저녁에는 시원해서 운동을 나간다. ③아침 일찍 날이 밝는다.
8월 19일
①어제 심하게 천둥과 번개가 쳤다. ②밤이 되면 서늘해지니 아빠와 나는 자주 운동을 나간다. ③잠자리가 많이 몰려 다녀서 잠자리 잡기 놀이를 했다.
9월 1일
①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②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③여름 방학이 끝났다. ④낮 최고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9월 22일
①같은 시각에 일어났는데도 날이 컴컴하다. ②단풍잎이 보인다. ③하늘을 보니 맑고 뭉게 구름이 보인다. ④귀뚜라미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수영이는 봄 찾기, 여름 찾기, 가을 찾기 따위의 작은 주제를 가지고 그날그날의 날씨가 아니라 한 주간동안의 변화를 썼습니다. 관찰을 시작한 뒤 거의 주마다 빠지지 않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가족-우리 아버지>
임성열(4학년)
7월 5일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다. 그래서 일찍 오셨다. 저녁을 드시고 배가 아프셨는지 화장실에 들어가셨다. 있다가 숙제하러 아빠 방에 가려고 하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마 담배를 피우시려나 보다. 제발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7월 14일
아빠는 오늘 원래 시간에 비해 일찍 오셨다. 보라색 줄무늬 남방셔츠를 입고 계셨다. 아빠가 뭘 사가지고 오셨는데 우리 이쁜이(강아지)는 먹을 것인 줄 알고 달라고 졸라댄다. 눈치 하나는 빠르지. 아빠는 오늘 많이 지치신 것 같다. 좀 쉬셔야 될텐데...
7월 30일
매주 그러듯이 아빠는 일찍 일어나서 아빠 방으로 가신다. 하는 일은 주로 담배 피기다. 옛날에는 산에도 오르시고 운동도 나가셨지만 요즘은 완전 빈둥빈둥(?)이다. 이제는 엄마랑 같이 가야 될 형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산에 같이 갈 날이 오겠지.
8월 13일
드디어 아빠랑 나랑 등산을 갔다. 오늘은 약간 먼 산(광교산)으로 갔다. 산 주변은 신도신데 더 들어가 보니까 완전 시골이다. 호박도 있고 고추도 있고 완두콩, 작두콩, 온갖 콩들과 젖소에다 사슴, 벌까지 키우고 있었다.
산 자체는 낮지만 험해서 거의 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아빠와 가는 거라 기분이 좋았지만 불행하게도 상가가 없어서 물만 배터지게 마시고 그냥 왔다.
8월 22일
오늘은 원래 휴가를 가는 날이다. 그런데 아빠가 너무 바빠서 가지 못했다. 회의가 있다나? 그동안 기대해 왔는데 너무 아쉽다. 이번에도 다음 방학을 기다려야 하나보다. 아빠도 힘드시겠지. 요즘 술 많이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
9월 3일
드디어 기다리던 아빠가 오셨다. 산으로 출장을 가셔서 옷이 더러웠다. 그래도 나는 아빠의 옷차림은 상관없다. 그저 반갑기만 하다. 아빠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오셔서 다행이다.
10월 9일
오늘은 아침 운동을 했다. 아빠는 회색상의에 베이지색 바지- 늘 똑같은 차림새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를 갔다. 지난주에 못가서 아빠가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제야 분이 풀린 듯한 표정이다.
*성열이가 아버지에 대해 쓰겠다고 했을 때 저의 의도는 어느 순간 아버지의 모습이나 행동 따위를 스케치하듯이 글로 써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가족을 살펴보고 글을 쓰는 일이 어려운가 봅니다. 성열이도 여러가지 까닭으로 아버지를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해서 틀을 짓지 않고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을 써 보도록 했습니다.
2. 무엇을 자세히 보고 쓰기
어떤 대상을 자세히 보게 되면 어떤 글이 나오는지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게 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평소에는 그것이 거기 있었나 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이 새롭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지요.
<나뭇잎>
임성열(4학년)
허브 스피어민트
색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은 초록색이다. 잎의 무늬는 마치 깨진 유리창 같다. 잎은 마치 솜처럼 부드럽고 폭신하다. 줄기에는 마디가 나 있다. 그리고 새로 난 잎일수록 잎의 기울기가 덜한데 맨 아래에 있는 잎은 많이 기울어져 있다.
맨 위에 있는 잎은 아주 작은데 아래에 있는 잎과 마찬가지로 새 잎이 나고 있다. 잘 보면 줄기에 잎이 규칙적으로 나 있다. 맨 처음 잎은 세로로 나 있고 그 다음 번째 잎은 세로로 나 있고 그 다음은 가로로 나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 있으니까 신기하다.
잎을 하나 뜯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껌이나 죽염냄새가 난다. 내 생각엔 이 허브를 먹으면 소금 같은 맛이 날 것 같다.
최수영(4학년)
첫 번째
이 나뭇잎의 특징은 나뭇잎이 참 둥글고 잎맥이 참 뚜렷하다.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섞여서 나뭇잎이 나왔다. 그물맥이며 나뭇잎이 덜 들었는지 맨 끝에 연두색이다. 그리고 끝 부분에 점박이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나뭇잎을 뒤집으면 아주 선명한 잎맥이 나왔다. 그리고 촉감은 까칠까칠하기도 하고 매끈하기도 하다. 줄기 부분은 뭉툭하다. 그리고 잎맥이 어지럽게 나왔다.
두 번째
두 번째의 나뭇잎은 모서리가 칼같이 날카롭게 생겼다. 그리고 촉감은 매끈하다. 줄기 부분은 하트 모양(거꾸로 된)같이 나왔다. 그리고 그물맥이며, 1번과는 잎맥이 어지럽지가 않다.
최승연(4학년)
내 나뭇잎은 모서리가 둥글고, 끝에 길이가 조금 짧다. 그리고 나뭇잎을 반으로 나누면 왼쪽이 거의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가 빨갛다. 가장자리 안에도 빨갛다. 특히 오른쪽이 아주 빨갛다. 왼쪽의 끝 아래는 무척 연두색깔이다. 맨 위에는 뾰족하지 않고 검정색이다. 잎맥은 한 줄에 있는 잎맥이 나뭇가지처럼 이어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잎맥이 이어져 있다. 촉감은 뒷면과 앞면은 모두 다 부드럽다. 뒷면은 꼭 털을 만지는 것 같다. 냄새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뒷면에 냄새를 맡아 보려고 하는데 모르고 인중에 대 버렸다. 그런데 꼭 키위 껍질을 만지는 느낌과 같다.
<성열이네 베란다>
김창겸(4학년)
성열이네 베란다에는 꽃들과 나무가 많다. 같이 모여서 합창하는 것 같다.
부레옥잠을 실물로 보니까 신기했다. 고추와 토마토가 진짜로 먹음직스럽게 열려있었다. 사랑초라는 꽃은 자주색 나비같이 생겼는데 장에 나온 듯이 꽉 차게 피어있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이 아주 예뻤다. 개나리처럼 생겼는데 개나리는 아니다. 베란다가 꽃밭이 되니 작지만 크게 보인다.
<우리 선생님>
최수영(4학년)
우리 선생님은 안경을 끼셨고 옷은 검은색을 입고 계신다. 그리고 눈썹이 되게 진하다. 주부라서 우리 엄마 손처럼 쭈글쭈글하다. 머리도 우리 엄마처럼 단발로 파마를 하셨다. 웃을 때는 약간씩 주름이 보인다.
우리랑 공부할 때 무엇을 설명하려면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그리고 볼펜을 잘 돌리신다. 지금 우리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돌리신다. 지금은 의자에 앉아있는데 한쪽 다리는 아빠다리처럼 올리고 다른 한 발은 내려져 있다.
김창겸(4학년)
오늘은 선생님의 안색이 좋아 보인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사다리꼴 모양이다. 선생님의 머리색은 붉은 빛이 난다. 그리고 약간 파마를 한 것 같다.
바쁘셔서 그런지 늘 피곤해 보인다. 그러나 눈이 빛나서 사람들이 딴 짓을 하지 못할 거다. 목소리도 낮은 편인데 화나면 높아진다. 어떤 때는 무서워서 말할려고 하는 것을 까먹는다.
무의식중에 볼펜을 열고 닫는다. 지금 자세는 한 발만 내려놓고 한 발은 걸터앉았다.
*수영이는 눈에 보이는 선생님의 모습을 중심으로 글을 썼고 창겸이는 자신이 느끼는 인상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글이 되면 더 좋은 묘사글이 되겠지요.
<우리 엄마>
최승연(4학년)
오늘 엄마는 옅은 하늘색 잠바와 연두색 티셔츠와 갈색 치마를 입으셨다. 엄마는 주로 갈색이나 옅은 색깔을 입으신다.
엄마는 항상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옅은 빨강색 립스틱을 발랐다. 머리 모양은 살짝 파마를 했는데 색깔은 검정색이다. 귀는 조금 작고 코는 오똑한 편이며 얼굴에는 점이 조금 있다.
우리 엄마는 웃을 때 입이 조금 올라가며 ‘호호호’하며 소리 내어 웃는다. 엄마의 표정은 항상 밝다. 앉아 있을 때의 모습은 다리를 오므리고 조금 옆으로 가 있다.
*엄마의 모습이 아주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일을 하고 있을 때나 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을 잡아 썼더라면 좀 더 생생한 느낌이 날 수 있겠지요.
3. 철따라 풍경 쓰기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요. 방안에 앉아서 오늘 날씨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 바깥에 나가서 한 바퀴 돌면서 날씨도 몸으로 느끼고 사람들의 모습도 직접 보고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보이는 대로 써 보면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할 수 있다면 철마다 같은 장소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느껴보게 하면 훨씬 더 좋겠지요.
봄 (4월 1일)
봄을 찾으러 공원에 갔다.
임성열(4학년)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봄을 찾으러 밖에 나갔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바람이 약간씩 불어서 시원하고 따뜻했다.
제일 먼저 소공원에 있는 목련나무를 살펴보았다.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썼다. 저번 해에는 목련꽃이 3월 중순에 폈는데 이번에는 좀 늦은 것 같다. 그런데 같은 공원에 있는 목련이라도 꽃이 거의 다 나온 나무도 있고 아직 피지 않은 나무도 있었다.
내가 본 나무에는 가지가 여러 개 있고 한 가지 당 봉오리가 2~4개까지 붙어있다. 각각의 봉오리는 많은 털로 덮여있다. 큰 봉오리 앞에는 작은 봉오리가 자라고 있는 가지를 볼 수 있다. 촉감은 마치 털 달린 작은 동물을 만지는 느낌이다.
목련
최승연(4학년)
우리집 옆에서 목련을 보았는데 봉오리가 조금하게 피어나 있고 조금 자주색 색깔이 있었다. 털이 많이 나 있다. 껍질이 벗겨지고 또 벗겨진다. 나무에는 새로 나올 목련이 많이 있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근처에 있는 공원에 처음 나가서 쓴 글입니다. 공원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자꾸 “뭘 써요?”라고 물어서 목련나무 하나를 보고 자세히 써 보라고 했습니다.
여름 (7월 8일)
공원의 여름
김창겸(4학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시끄러웠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6학년 형들이 농구를 하고 있고 청소 아저씨들이 열심히 빗자루로 땅을 쓸고 계신다.
공원 옆에는 장이 섰고 놀이터와 공원은 조용하고 사람이 거의 없다. 해는 구름 속에서 빛나고 여기는 덥다. 나무들도 움직임이 없다. 내 발밑에서는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한낮의 공원
최수영(4학년)
까치가 많이 보인다. 먹이를 찾으려나 보다. 약수터에 사람들이 좀 보인다. 물을 뜨러 온 사람들도 있고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도 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보인다. 덥지도 않은지 재미있게 놀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지만 그런 것도 상관없이 놀고 있다.
또 나무도 많고 꽃도 보인다. 다 무성하게 잘 자랐다. 그 다음엔 쓰레기 줍는 아저씨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보고 계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쓰레기가 있나 살피고 있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있다.
전에 봄에 온 것 보다 많이 달라졌다. 무엇이냐면 나무와 꽃들이 무성하게 자랐고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다니는 것 같고 그리고 여름이라서 그런지 물을 많이 떠간다.
공원의 여름 풍경
임성열(4학년)
하늘엔 구름이 깔려 있고 바람이 없어서 덥다. 공원 가운데 운동장에서는 형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 위로 새 한 마리가 정신없이 날아다닌다. 그 옆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다. 한 쪽에서는 다른 형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아저씨들이 자루를 들고 돌아다닌다. 공원 뒤쪽에는 학교가 있다. 공원의 모든 것이 아파트와 학교로 둘려 싸여 있다.
나무들은 다 초록색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색이 하나같이 다 다르다. 앞쪽 나무에는 무슨 열매가 달려있다. 왼쪽과 오른쪽 언덕은 모두 풀로 덮여있다. 봄에 목련을 관찰했던 언덕에 있는 한 나무에 꽃이 폈다. 바로 옆에 엄청 큰 거미줄이 있다. 거미는 없다.
*아마 세 번째 나들이였던 것 같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이므로 수도 없이 드나들었을 텐데도 정작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풍경이 어떤지 잘 보지 않았는데 한두 번 글로 써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나 봅니다. 세밀한 묘사가 조금씩 보입니다.
가을 (10월 14일)
공원의 가을
김창겸(4학년)
구름이 이상한 모양이다. 날개 2개가 곂쳐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까치가 작은 나무에 앉아 있다. 나뭇잎은 벌써 색이 예뻐졌다. 낙옆을 하나 주워 보니 짙은 갈색인데 잎맥은 밝은 색이다. 과학적으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보면 참 신기하다.
아름다운 풍경
최수영(4학년)
눈에 보이는 것은 맑은 하늘과 가로등, 빨갛게 물든 나무가 보이고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나뭇잎은 반은 물들고 반은 물들지 않은 것도 보인다. 아직 초록인 것도 있다. 나무들을 위에서 보면 맑고 빨갛게 물든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나무 밑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많다.
사람들이 벤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관리인 아저씨가 나뭇잎들을 쓸고 있다.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린다. 그리고 까치도 보인다. 잠자리도 한 마리 날고 있다.
평화로운 세상
최승연(4학년)
공원에 나갔더니 전보다 선선해지면서 사람들도 평화로워 보인다. 나뭇잎이 예쁘게 물들었다. 색깔은 빨간 것도 있고 주황색에 가까운 것도 있고 초록색인 것도 보인다. 나뭇잎을 쓰는 공원 관리인 아저씨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잠자리도 ‘휑’하고 날아다니고 풀씨도 바람을 따라 간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 흘러가는 것 같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게 너무 편하다. 까치도 날아다닌다. 감도 떨어져 있다. 가을은 너무 편안한 계절이다.
가을 공원의 모습
임성열(4학년)
주변 나무들의 생김새는 전과 같지만 색이 완전 변했다. 정면에 있는 나무는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 봄에 보았던 목련나무의 잎들은 노랗게 물들어 말라간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의 잎이 온갖 색으로 다르게 보인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천천히 흔들린다. 작은 풀씨 하나가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왼쪽 언덕 위 작은 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하늘의 구름은 굉장히 높다.
맺는 말
여기에 실은 글들은 아이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또 자신이 느끼는 대로 순하게, 정직하게 쓴 글들입니다. 무엇에 대해 쥐어짜듯 생각을 만들어내 쓴 글이 아니라 즐겁게 쓴 글들입니다.
글은 그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쓰면 됩니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가지고 쓰는 글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고 그렇게 쓰다 보니 어제와 다른 것이 눈에 보이고 글도 점점 더 잘 쓰게 되고 그래서 글
쓰는 일이 별로 힘이 들지 않게 됩니다.
어느새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어느 날, 또는 눈이 하얗게 내린 날 아이들은 늘 가던 곳이 어떤 모습인지, 그 속에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인지 쓰게 되겠지요. 글을 쓰면서 시간의 흐름을, 계절의 순환을 스스로 느끼고 그 속에서 날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더불어 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된 일이 아닐까요?
모든 일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그저 천천히 조금씩 그리고 오래도록 할 수 있다면 생각하는 힘도, 글을 쓰는 힘도 스스로 키워 나가겠지요. 다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삶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안내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