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
-『소별왕 대별왕 ․ 당금애기』

|하정숙 글샘 공부방 논술교사|

대상: 초등 저학년
학습 자료:
『소별왕 대별왕 ․ 당금애기』(문명식 지음, 한창수 그림 / 한겨레신문사)
『얘들아, 한국 신화 찾아가자!』(김화경 지음, 사석원 그림 / 오후세시북스)
『살아있는 우리 신화』(신동흔 지음 / 한겨레 신문사)
학습목표:
1. 우리 신화를 알아보고 조상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2. 상상력을 발휘해 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지어본다.
3. 나의 태몽 이야기를 알아보고 나라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되새겨본다.

“엄마,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어요?”
몇 달 전 올해 7살 된 아들이 문득 물어왔다. 갑작스레 물어온 질문이라 아무리 글쓰기 지도를 하는 엄마라도 답변이 궁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뭐라구?”
아이는 두 손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다시 물었다.
“이 세상, 밖에 있는 것들요. 사람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응, 이 세상은 처음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태어나서….’
아니면
‘하느님이 진흙으로 빚어서 만들었지.’
어떤 대답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을지 망설였다. 며칠 동안 이 대답에 대답을 못해주고 있자 아이는 다시 한 번 더 물어왔다.
‘엄마의 엄마가 엄마를 낳고 그 엄마가 엄마를 낳고….’ 이것도 아무래도 좀 시시했다. 이 때 필요한 이야기가 신화였다. 이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를 가장 상상력 풍부하고 아름답게 극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신화이다.
“이 세상은 처음에 하늘과 땅이 하나였거든, 그런데 어느 날 거인이 땅 속에서 태어나서 두 손으로 하늘을 들어 올렸대. 그랬더니 하늘이 저 만큼 물러나고 땅 속에서 수많은 꽃과 동물들이 태어났대. 거인은 나중에 죽었는데 그 거인의 목소리는 천둥이 되고 왼쪽 눈은 달이 되고 오른쪽 눈은 태양이 되고, 숨결은 바람이 되고 핏줄은 길이나 강이 되었대.”
아이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 이야기는 중국의 ‘반고 신화’였다. 중국의 반고 신화에서 ‘숨결이 바람이 되었대’ 라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럼,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는 어떨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한번 풀어보기로 했다.

1차시

마음열기

초등학교 2학년인 재현, 연성, 장환, 진영, 예봄이에게 생뚱맞게 물었다.
“얘들아,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은 누가 만들었고, 하늘과 바다, 수많은 동물들, 바람 이런 모든 자연은 누가 만들었을까?”
진지하면서도 상상력 가득한 답변을 원하는 물음에 아이들의 대답은 간단히 되돌아 왔다.
“하느님이 만들었죠.”
“예전에요, 블랙홀이 터지면서요. 지구가 생겼고 바다에서 생명체들이 하나씩 생겨났지요.”
요즈음 아이들은 과학적 지식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그 과학적 지식 때문에 무한히 상상의 날개를 펼칠 기회를 빼앗긴다.
“그럼 블랙홀은 어떻게 생겼지?”
“…….”
아이들은 대답을 못한다. 아무리 과학적 지식을 빠삭하게 꿰는 아이들일지라도 ‘최초의 그것’ 앞에서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법, 그것이 바로 시작인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호기심 밧줄을 끌어 당겼다.

제주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선생님의 고향은 제주도거든. 제주도는 누가 만들었는지 들려줄까?”
“네!”
아이들은 모두 머리를 모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설문대 할망’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설문대 할망

옛날 제주도에 ‘설문대 할망’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할망은 키가 클 뿐만 아니라 힘도 세었답니다. 흙을 파서 삽으로 일곱 번 던진 것이 한라산이 되었으며, 곳곳의 야트막한 산들은 다 할망이 신고 있던 나막신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한라산의 봉우리는 아흔아홉 개인데, 그 이유는 설문대 할망이 일부러 백 개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 덕분에 한라산에는 왕도 나오지 않고 호랑이나 맹수 같은 것들도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제주도에는 많은 오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요. 이 오름들은 할망이 치맛자락에 흙을 담아 나르다가, 치마의 터전 구멍으로 흙이 조금씩 새어 흘러서 된 것이라고 합니다.
설문대 할망은 한라산을 배게 삼아 누우면, 다리가 바다에 잠겨서 발로 물장난을 칠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워 발을 쭉 뻗었는데, 그만 서귀포 앞 바다의 ‘섶섬’에 커다란 두개의 구멍이 뚫리고 말았지요.
할망이 빨래를 할라치면, 팔로 한라산 꼭대기를 짚고 서서 제주시 앞 바다의 관탈섬에 놓아 둔 빨랫감을 발로 문질러 빨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할망이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명주 백 동을 모아서 속옷 한 벌만 만들어 주시게. 그러면 내가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지.”
사람들은 평소부터 육지까지 편하게 오갈 수 있기를 바라던 터라 집집마다 명주를 모아서 내놓았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흔아홉 동밖에 되지 않아, 할망은 다리를 놓다가 그만둬 버렸지요. 그때 놓다가 그만 둔 다리가 지금 한림 앞 바다에 있는 ‘긴곶이’라고 합니다.
(중략)
성산리 앞 바다에 소섬이 있는데, 그것은 원래 제주의 본섬과 붙어 있엇습니다. 그런데 할망이 한쪽 발을 성산면 오조리의 식산봉에 디디고, 다른 한 쪽 발은 성산면 성산리 일출봉에 디디고 앉아 오줌을 누었지요. 그 오줌 줄기가 얼마나 세찼던지 큰 강물이 되어 흐르면서 육지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소섬이 만들어졌습니다.
(중략)
설문대 할망은 언제나 자신의 키가 큰 것을 자랑하며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 안에 있는 웅덩이란 웅덩이에는 죄다 발을 담가 보았지요. 자기의 키보다 더 깊은 곳이 있는가를 시험해 보려고 말입니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소’가 깊다는 소문을 듣고 들어서 보니 물이 발등에 닿는 정도였지요. 서귀포읍 서홍리에 있는 ‘홍리’의 물이 깊다고 해서 들어서 보니 겨우 무릎까지 닿았습니다.
이렇게 물다가 깊이를 시험해 보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한라산에 있는 ‘물장오리’에 들었지요. 그런데 발이 닿지 않아 그만 풍덩 빠져 죽어 버렸답니다. 이 ‘물장오리는 그 밑이 터져 있어 깊이를 잴 수 없었던 것이지요.
현용준, 「제주도 전설」 장주근, 「한국의 신화」
『얘들아, 한국신화 찾아가자!』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듣던 아이들이 입을 딱 벌렸다.
“그 용소는 깊이가 얼마예요?”
장환이의 질문에 좀 당황했다. 사실, 용소가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한 5m 쯤.”
“우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설문대 할망의 발등이 5m라는 상상이 그려지는지 입이 딱 벌어졌다. 그 다음 연못들의 깊이는 그보다 더 뻥 튀겨졌음은 물론이다.
“그 할망은 그럼 뭘 먹고 살았어요? 하루에 먹는 것도 엄청났을텐데….”
연성이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서, 제주도에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단다. 설문대 할망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한라산에 사는 설문대 하르방과 결혼해서 오백장군을 나았다고 해. 어느 해 가뭄이 심하게 들어서 가족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자 그 아들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갔어. 설문대 할망은 아들들이 돌아오기 전에 큰 솥에 죽을 끓이고 있었지. 그런데 며칠 동안 굶었던 설문대 할망은 힘이 없어서 큰 주걱을 돌리다가 큰 솥에 빠지고 말았어. 식량을 구하고 돌아온 아들들은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큰 솥에서 막 끓고 있는 죽을 보고서는 달려들어서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솥 바닥을 보니 뼈가 있었단다. 그제서야 아들들은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지. 막내아들은 어머니를 부르며 돌아다니다가 고산 앞바다에서 장군바위가 되고 나머지 아들들은 한라산으로 들어가 오백장군이라고 부르는 바위가 되었대.”
이 비극의 이야기에 아이들의 눈망울이 서글퍼졌다.
“솥이 얼마나 컸는데요?”
“설문대 할망이 빠져 죽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솥이었겠지?”
오백장군의 이야기기까지 다 듣고 난 아이들의 눈망울에 슬픔이 가득했다. 감정이 풍부한 재현이의 눈망울에서는 곧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너무 슬퍼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도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한라산에 올라서 보았던 영실기암(오백장군)의 장엄하고 기이하고 슬픈 듯한 모습을 아련히 떠올렸다.

“제주도는 이렇게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니?”
그제서야 아이들은 과학책에서 읽었던 지식들을 저 멀리 내려놓고 다가온다.
“있어요. 제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비행기를 탔는데요, 그 때 구름과 하늘, 바다를 보면서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을까 궁금했어요.”
감동을 제일 많이 받았던 재현이가 대답해온다.
그리고 재현이가 글을 써냈는데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아이의 마음, 그것이 더 아름다워 잠시 행복했다.
“만든 사람이 참 아름답겠다.”

아이글

위재현_삼선초 2학년
나는 세상이 생겨난 것이 무척 궁금하다. 일단 처음에는 제일 먼저 태어난 사람이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하느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하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제주도 갈 때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까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이 무지 많았다. 나는 그 밖에 있는 하늘과 구름을 보고 하느님은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다가 어떻게 생겨났나 궁금하다. 그리고 제주도에 도착하고 후에 잠수함을 타러 갔다. 바다를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만들었는지 만든 사람이 참 아름답겠다.

김진영_성북초 2학년
외계인이 우주를 갔다가 지구를 보았다. 하늘하고 땅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지구로 갔다. 임금이 우주인한테 말을 했다.
“외계인님, 하늘을 위로 있게 해주세요.”
그래서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공사를 해서 하늘이 위로 올라갔다. 그래서 밥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그래서 외계인이 음식을 먹고 우주선에도 음식을 갖고 탔다. 외계인은 집에 갔다. 외계인이 공사를 한 것, 우주선을 변신을 하고 공사를 했다. 동물들이 다 놀라서 도망을 갔다. 사람들이 밤인데 공사를 해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외계인은 토성에서 왔다. 외계인이 사람들도 만들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만들고 공사도 하고 바다도 멀리 있다.

연성이가 그린 만화
장환이가 그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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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별왕 대별왕』함께 읽기

3학년 아이들과는 제주도의 무속 신화인 ‘천지왕본풀이’를 바탕으로 만든 창세신화 『소별왕 대별왕』을 읽어 보았다.
“우리나라 신화에서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나요?”
“옥황상제요.”
“옥황상제는 왜 이 세상을 만들었대요?”
“심심해서 그랬대요.”
아이들의 말에 나도 좀 심심해진다. 이 세상을 만든 이유가 심심해서라니, 그것 좀 화나는 일이다.
“그럼, 옥황상제가 우리 이 세상을 만든 이야기를 글 기차로 표현해 보자.”


하늘나라와 땅나라가 붙어 있을 때 신들이 따분해서 대장간 신이 의견을 내었다.

대장간 신이 하늘과 땅을 떼어 놓자고 하였다.

여러 신들이 달려들어 하늘의 뿌리를 뽑았다.

구름이 너무 많이 생기니 대장간 신이 창으로 찔렀더니 비가 내렸다.

대장간 신이 불덩이 2개를 던져 해 두개를 만들고 얼음 두개로 달을 만들었다.

신들이 동물과 식물의 씨앗을 뿌려서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만들었지만 옥황상제의 마음에 안 들었다.

옥황상제가 금벌레 은벌레 를 쌍무지개를 태워 세상으로 내려 보냈다. 맑은 이슬만 먹어서 신을 닮은 사람이 되었다.

옥황상제는 세상으로 내려가 총명부인과 결혼해서 대별이와 소별이를 낳았다.

소별이는 인간세상을 다스리고 대별이는 저승세계를 다스리게 되었다.





“윽, 사람이 벌레에서? 징그러워요.”
아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맑은 이슬만 먹게 해서 모습도 마음도 신을 닮게 했다고 하잖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마지못해 찌푸린 눈살을 편다. 처음 시작은 심심하고 따분하고 지루해서 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만드는 과정이 자못 재미있고 활달하였다.
“소별왕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나빠요. 소별왕은 거짓을 써서, 인간세상을 다스리게 되었어요.”
“거짓이라기 보다는 꾀인것 같은데.”
“그래도, 대별이가 더 인자하고 너그럽고 꽃도 잘 돌보니 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선생님, 제가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요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소별이가 이 세상을 다스리게 되어서 이 세상에는 도둑이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은 거래요.”
“대별이가 다스렸다면 그럼, 이 세상은 아주 평화로웠을까? 왜 대별이는 동생에게 그냥 양보했을까? 끝까지 내기해 보지 않고?”
“마음씨 착한 형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니, 소별이가 끝까지 포기를 안 할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소별왕이 이 세상을 차지한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옥황상제가 만든 이 세상이 마음에 드니?”
“네.”
“아니요. 마음에 안 들어요.”
“그저 그래요.”
아이들의 다양한 답변에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아이들의 입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그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만 내가 신이 되어 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한 번 이야기 해보자.”

아이글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

김지훈_돈암초 3학년

내가 만약 신이 된다면 일단 자연 오염이 된 육지와 바다를 다시 만들고 그 다음엔 신들만의 신전을 세우고,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을 만들 것이다. 만약 그 사람들 중에서 살해를 하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저승세계에서 1년 동안 괴롭게 살게 할 것이다.
또 인간들에게 하나씩 재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불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불이 없으면 겨울에는 추워서 사람들이 얼어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불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왕들은 항상 지혜로운 신을 뽑아서 그 사람이 왕이 되는 법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지혜로운 척하는 사람은 번개로 내리쳐 큰 부상을 입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해, 달은 그 전과 똑같이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곤한 사람이 많으면 밤을 두 배로 길게 할 것이다.

구경효_성신초 3학년
나는 이 세상의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내 생각에는 아마 미륵신이 태어난 곳이 우주인데 깨어나 보니 땅은 침대였고 하늘이 미륵신의 코에 붙어 있어서 그 하늘과 땅을 벌렸더니 우주의 공간이 넓어져 지금의 우주가 생겨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만일 신이 되어 다시 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선 신의 나라부터 튼튼하고 넓고 예쁜 성을 만들고 지구로 가서 약해져 있는 오존층을 다시 센 보호막으로 만들어 주고, 지구로 들어와서는 공기는 오염되었으니 그 공기를 다 바구니에 넣은 다음 던져버리고, 공기 펌프로 새 공기를 불어 넣어주고 길이나 숲,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공처럼 동그랗게 만든 다음 던져버릴 것이다. 지구에 있는 동물들은 그대로 놔 두고, 나무는 자연환경이 망가진 산에다가 심어줄 것이다.

위재호_성신초 3학년
내가 신이 되면 하늘과 땅은 그대로 놔두고 전쟁을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만들면 바로 사형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해는 20시간, 달은 4시간 하늘에 떠다니게 할거다. 그리고 산은 분홍색, 바다는 초록색, 육지는 보라색으로 만들거다. 그리고 사람은 그대로 놔 둘거다. 그리고 쓰레기는 다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거다.

아이들이 다시 만들고 싶은 세상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이 스며들어있다. 아이들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피곤한 사람이 많으니 밤을 두 배로 길게 해주고 싶은 지훈이의 글에서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이 녹아나고, 환경오염도 경효가 신이 되어 그렇게 신나게 해결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활발한 재호의 신은 온 세상도 알록달록하게, 그리고 낮을 20시간으로 하여 실컷 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었다.

2차시

내가 만들어진 이야기-태몽 이야기하기

신화이야기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였다. 교훈을 얻거나 감동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다. 탱탱볼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 흐름에 아이들은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었다.
2차시에는 선생님이 준비한 우리나라의 건국신화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단군신화는 아이들 대부분이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고주몽 이야기, 박혁거세, 김수로왕에 이르는 건국 신화들을 들려주었다.
정말 많이 알고 공부도 많이 하는 아이들이지만 질문은 역시 아이들답다.
“정말 있었던 일이예요?”
지훈이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지만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었던 터라 이미 반은 믿어버리는 눈치였다.
“우리나라에 나라를 세운 최초의 임금들은 이렇게 신기하게 태어났다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너희들의 탄생도 이 이야기 못지않게 신비로울 것 같은데…  모두 부모님께 태몽이야기 듣고 왔지요?”
“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자신의 태몽을 이야기 하였다.

아이글

나의 태몽 이야기

구경효_성신초 3학년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나에 대해 두 가지 태몽을 꾸셨다. 첫 번째는 어느 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물속에 들어갔는데 50센티가 넘는 잉어가 춤을 추면서 헤엄을 치는데 자꾸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어느 날 외할머니께서 가만히 서 있으시는데 지네 같은 검은 돈벌레가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살이 하나도 안 보일 만큼 가득 올라왔다고 하셨다.
또 엄마께서도 태몽을 꾸셨다. 어느 날 엄마께서 산에 가셨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맑은 물을 보셨다. 외할머니와 엄마께서 이 꿈을 꾸신 뒤로 내가 태어났다.

위재호_성신초 3학년

우리 엄마가 나의 태몽을 꾸셨다. 엄마가 어느 날 호랑이를 잡으러 가는데 산적을 만났다. 산적이 엄마한테 물어 보았다.
“어디 가세요?”
“호랑이 잡으러 가요.”
엄마가 말했다.
“저도 호랑이 잡으러 가는 중인데 같이 가요.”
그래서 엄마와 산적은 함께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 좀 가다 보니까 호랑이를 만났다. 그런데 갑자기 산적과 호랑이가 엄마한테 달려들었다. 그래서 깨어났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김지훈_돈암초 3학년

우리 할머니께서 내 태몽을 꾸셨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산에 가는데 큰 구렁이를 만났다. 가만히 서 있으면 꼬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큰 구렁이였다. 그 구렁이가 할머니께 말했다.
“저 동굴에 들어가 보세요.”
할머니가 동굴에 들어갔더니 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할머니가 그 웅덩이에 가보니 아주 맑은 물이 고여 있었고 그 안에 보물이 있었다고 한다.


“얘들아, 너희 태몽을 듣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었니?”
“저는 물같이 자유롭고 보물처럼 소중한 것 같아요.”
지훈이의 대답이다.
“저는 이 태몽을 듣고 너무 신기하고, 내가 아주 자유로운 잉어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태몽이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나 귀여운 경효의 대답이다.
“저는 태몽이 뭔지 몰랐는데 엄마가 태몽이야기를 들려주셨을 때 내가 그 호랑이처럼 용감한 사람인 것 같았어요.”
재호의 대답이다.
“얘들아, 바로 너희들이 그렇게 신비로운 존재들이란다. 신화속의 소별이 대별이의 탄생만큼이나, 단군이나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 김수로왕만큼이나 신비로운 탄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너희들이란다. 태몽은 너희들의 신화이고, 바로 너희들이 그 신화 속의 주인공이란다.”

수업을 마치며

처음 ‘신화’라는 수업을 계획할 때 어떤 활동 위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민족의 기원을 풀이해 주고 문화와 민족 관념의 세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신화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하였다. 그러나 신화는 여름밤 마당에 있는 평상에 누워 모기 물린 데를 긁적이며 할머니에게 밤하늘 별의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그렇게 들려주어야할 것이었다.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놓자 아이들은 금방 신화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신화의 이야기가 그렇듯 이처럼 극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서사문학들은 아이들과 즐겁게 나누면 된다는 생각을 나중에야 하게 된 것이었다. 원래 이 이야기들은 들려주기 위한 형태로 전승된 것이니 처음부터 그 방법이 제일 쉬운 방법이었다. 인위적으로 신화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마냥 튕겨나는 탱탱볼 같은 이야기 흐름 속에 아이들을 던져 놓으면 아이들이 그 흐름 속에서 헤엄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나도 그렇게 신화 속에서 자랐다. 수많은 신들이 내려왔다 올라갔다. 어렸을 적 유난히 무속 신앙이 많은 제주도에서 자란 탓이다. 언젠가 바다에서 돌을 헛디뎌 빠져 죽을 뻔한 며칠 뒤, 새벽녘 외할머니를 따라 바닷가의 검은 현무암을 향했다. 쇠방울 딸랑이며 ‘놀라서 달아났던 넋’ 돌아오라 바다의 신에게 빌던 무당할머니의 몸짓들을 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몸으로 담아낸 신화이야기들은 내 유년시절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채워주었다.
이번 신화 수업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이 세상까지 멀리 뛰어 올랐다가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와 이야기를 맺어 보았다. 신화의 신비로움만큼이나 나 또한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