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자 다시보기
감정은 어떻게 생기는가?
-『와일드 보이』
|신혜금 사단법인 이어도정보문화센터 제주시지회장|
1. 들어가며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를 본 독자라면, 모디캐이 저스타인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에 선 곡예사의 가뿐 숨결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을 잊지 못할 테니까.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만화영화 감독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로스앤젤레스 출생인 저스타인은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뉴욕에 거주하며 25년 동안 <미녀와 야수>, <마법의 반지>등 여러 편의 만화영화 작업을 해 오다가, 1980년에야 비로소 집필과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나 인물의 일대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와 마찬가지로 같이 살펴볼 『와일드 보이』(모디캐이 저스타인 / 보물창고 / 2005) 또한 한 야생소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한 소년이 발가벗은 채 낙엽을 양손으로 날리며 달리는 책표지 그림을 보면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문명에 갇혀 점점 자연적 삶을 잃어갈수록 사람들은 흙을 매만지며 화초를 가꾸고, 낚시를 하는 등의 자연과 동화되는 체험을 더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야생의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논픽션 그림책 『와일드 보이』를 통해 야생과 문명, 사회화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2.『와일드 보이』내용 살피기
1800년 프랑스 남부의 깊은 산 속에서 사냥꾼들은 야생으로 혼자 살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그 소년은 말 그대로 '야생(Wild)'이다. 거친 숲 속에서 자신이 사람인 줄도 모르는 채 짐승처럼 살아간다. 함께 어울려 사는 법과 말하는 법을 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소년은 사람이 무엇인지 모르며,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어떤 것도 말할 줄 모른다. 많은 사람들과 과학자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소년은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능이 야생동물에도 못 미치는 저능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곧 관심을 거둬 버렸다. 그는 감정이 없는 짐승 같은 존재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야생 소년은 그렇게 잠깐의 흥밋거리가 되었다가 점차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게 되고, 다시 혼자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이타르 박사는 달랐다. 이타르 박사는 야생소년을 집으로 데려가 모성애가 풍부한 가정부 구에링과 함께 정성껏 보살폈다. 두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야생 소년은 빅토르라는 이름도 갖게 되고, 마침내'감정'이라는 것도 갖게 된다.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글자도 익히는 등 약간의 학습도 이루어진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 속에 어울려 살아간다.
이 야생 소년 '빅토르'에 대한 이타르 박사의 애정 어린 연구 결과는 지금도 특수 교육에 활용되고 있으며, 중요한 유아교육 운동의 하나인'몬테소리법'교육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3.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질문들
논픽션 그림책 『와일드 보이』에서는 눈과 보름달을 좋아하고 이끼 낀 바위에 턱을 대고 물 마시는 것을 즐기던 야생 소년이 인간 빅토르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타르 박사의 노력에도 빅토르는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말을 배우지 못한다. 그런 빅토르에게 사회는 높은 성과 다름없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회화 정도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야생소년이 사회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자.
■ 소년은 산 속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다시 잡혀와 사슬에 꽁꽁 묶이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처음 옷을 건네주었을 때, 소년은 그것을 갈가리 찢어 버렸습니다. (중략) 소년은 오로지 먹을 것과 자유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18쪽)
■ 박사는 날마다 빅토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흘러도 빅토르에게는 말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점점 용기를 잃어 가던 박사는 마침내 조바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빅토르, 차라리 숲으로 돌아가 짐승처럼 살아라."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박사는 빅토르의 눈에 감돌던 아픔이 눈물이 되어 고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빅토르가 우는 것을 처음 본 것이었습니다.
"빅토르 용서해 다오. 넌 짐승이 아니란다. 넌 훌륭한 소년이야."(중략)
그는 이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31~33쪽)
■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잠에서 깬 빅토르는 아무 생각 없이 숲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파리시의 변두리에서 길을 잃고 만 그는 경찰이 찾아낼 때까지 공원 한 구석에 숨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구에링 아줌마가 빅토르를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아줌마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5쪽)
숲 속에서 짐승과도 다를 바 없이 살던 '야생 소년'은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사고를 할 줄도 알아서 짐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야생 소년'은 발견되자마자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단지 흥미로운 실험 대상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이때 소년은 ■에서 보는 것처럼 자신의 숲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한 젊은 박사를 만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상호작용을 한 결과 ■에서 보는 것처럼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보는 법을 점차 알게 된다. 늘 혼자 살아 왔기에 최소한의 소통과 교감을 할 대상조차 없었던 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사회화'의 과정이다. 소년은 사람도, 짐승도 아닌 상태로 외로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야생에서 혼자 살아 가다가, 인간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사회 속에 흡수되고, 외로움과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가 숲에서만 살았다면 사람 사이의'배려'나'공감'이 주는 따스한 기분을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슬퍼하는 소년을 보면서 그가 성숙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나중에 소년은 ■에서 보는 것처럼 이제 따뜻한 보호자 격인 구에링과 이타르 박사 없이 혼자 살아가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어느새 그는 사회를 떠나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4. 여전히 남는 의문 속에서
그는 톱질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저녁마다 박사가 빅토르의 침대 머리맡에 앉을 때면, 그는 이타르 박사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두 눈과 얼굴을 가리고는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때로는 한 시간 가량이나 계속 앉아 있곤 했다. 또 보름달이 뜬 밤, 빅토르는 은은한 달빛에 흠뻑 취해 홀린 듯 숨을 죽이고 쳐다보곤 했다.
이런 장면들은 글이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동경과 자연의 느낌으로 가득 찬 순간들 같다. 야생 소년이 점점 사회화되고 문명화될수록 그 느낌은 그를 더욱 간절한 그리움으로 부를 것이다. 소년의 진짜 부모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여러 의문들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킨 채 두서없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사람 사이에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바람과 눈과 보름달을 좋아하는 소년이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뒤에 바라본 그것들은 어떻게 다를까? 자연의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는 배려깊은 사랑이 감동스럽긴 하지만, 이 아이는 진짜 부모인 자연에서 벗어나서 행복했을까?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아도 이 그림책에서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해답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 마치 크로키를 한 듯 거친 그림으로 야생소년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내고 있지만, 소년의 마음속의 느낌은 고스란히 독자 몫으로 돌리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아이글
진정한 사람이란?
고민경(외도초 6학년)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사람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랑을 베풀고, 부끄러움을 가지고, 돈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진정한 사람일까?
내 생각에는 어느 한 곳에 갇혀 있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큰 역할을 하든안 하든 자유롭게 자신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사회성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 하고 아무리 훌륭해도 그 점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자연이다. 자연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못한다. 이런 글을 쓰는 나조차도 자연을 제대로 사랑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야생소년 빅토르가 보낸 편지
고민지(외도초 6학년)
처음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당신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얇은 쪼가리를 뒤집어써서 추위에 벌벌 떠는 당신들, 무엇에 의지하고 사는지 재빠르지도 않은 당신들, 맨날 시간에 쫓기며 사는 당신들.
당신들은 음식, 물건, 자연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갖고 있습니까? 나는 때때로 숲속에서 혼자 살았지만 자유로웠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와일드 보이』
|신혜금 사단법인 이어도정보문화센터 제주시지회장|
1. 들어가며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를 본 독자라면, 모디캐이 저스타인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에 선 곡예사의 가뿐 숨결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을 잊지 못할 테니까.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만화영화 감독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로스앤젤레스 출생인 저스타인은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뉴욕에 거주하며 25년 동안 <미녀와 야수>, <마법의 반지>등 여러 편의 만화영화 작업을 해 오다가, 1980년에야 비로소 집필과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나 인물의 일대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와 마찬가지로 같이 살펴볼 『와일드 보이』(모디캐이 저스타인 / 보물창고 / 2005) 또한 한 야생소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한 소년이 발가벗은 채 낙엽을 양손으로 날리며 달리는 책표지 그림을 보면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문명에 갇혀 점점 자연적 삶을 잃어갈수록 사람들은 흙을 매만지며 화초를 가꾸고, 낚시를 하는 등의 자연과 동화되는 체험을 더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야생의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논픽션 그림책 『와일드 보이』를 통해 야생과 문명, 사회화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2.『와일드 보이』내용 살피기
1800년 프랑스 남부의 깊은 산 속에서 사냥꾼들은 야생으로 혼자 살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그 소년은 말 그대로 '야생(Wild)'이다. 거친 숲 속에서 자신이 사람인 줄도 모르는 채 짐승처럼 살아간다. 함께 어울려 사는 법과 말하는 법을 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소년은 사람이 무엇인지 모르며,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어떤 것도 말할 줄 모른다. 많은 사람들과 과학자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소년은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능이 야생동물에도 못 미치는 저능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곧 관심을 거둬 버렸다. 그는 감정이 없는 짐승 같은 존재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야생 소년은 그렇게 잠깐의 흥밋거리가 되었다가 점차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게 되고, 다시 혼자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이타르 박사는 달랐다. 이타르 박사는 야생소년을 집으로 데려가 모성애가 풍부한 가정부 구에링과 함께 정성껏 보살폈다. 두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야생 소년은 빅토르라는 이름도 갖게 되고, 마침내'감정'이라는 것도 갖게 된다.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글자도 익히는 등 약간의 학습도 이루어진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 속에 어울려 살아간다.
이 야생 소년 '빅토르'에 대한 이타르 박사의 애정 어린 연구 결과는 지금도 특수 교육에 활용되고 있으며, 중요한 유아교육 운동의 하나인'몬테소리법'교육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3.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질문들
논픽션 그림책 『와일드 보이』에서는 눈과 보름달을 좋아하고 이끼 낀 바위에 턱을 대고 물 마시는 것을 즐기던 야생 소년이 인간 빅토르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타르 박사의 노력에도 빅토르는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말을 배우지 못한다. 그런 빅토르에게 사회는 높은 성과 다름없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회화 정도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야생소년이 사회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자.
■ 소년은 산 속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다시 잡혀와 사슬에 꽁꽁 묶이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처음 옷을 건네주었을 때, 소년은 그것을 갈가리 찢어 버렸습니다. (중략) 소년은 오로지 먹을 것과 자유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18쪽)
■ 박사는 날마다 빅토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흘러도 빅토르에게는 말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점점 용기를 잃어 가던 박사는 마침내 조바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빅토르, 차라리 숲으로 돌아가 짐승처럼 살아라."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박사는 빅토르의 눈에 감돌던 아픔이 눈물이 되어 고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빅토르가 우는 것을 처음 본 것이었습니다.
"빅토르 용서해 다오. 넌 짐승이 아니란다. 넌 훌륭한 소년이야."(중략)
그는 이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31~33쪽)
■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잠에서 깬 빅토르는 아무 생각 없이 숲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파리시의 변두리에서 길을 잃고 만 그는 경찰이 찾아낼 때까지 공원 한 구석에 숨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구에링 아줌마가 빅토르를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아줌마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5쪽)
숲 속에서 짐승과도 다를 바 없이 살던 '야생 소년'은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사고를 할 줄도 알아서 짐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야생 소년'은 발견되자마자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단지 흥미로운 실험 대상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이때 소년은 ■에서 보는 것처럼 자신의 숲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한 젊은 박사를 만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상호작용을 한 결과 ■에서 보는 것처럼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보는 법을 점차 알게 된다. 늘 혼자 살아 왔기에 최소한의 소통과 교감을 할 대상조차 없었던 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사회화'의 과정이다. 소년은 사람도, 짐승도 아닌 상태로 외로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야생에서 혼자 살아 가다가, 인간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사회 속에 흡수되고, 외로움과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가 숲에서만 살았다면 사람 사이의'배려'나'공감'이 주는 따스한 기분을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슬퍼하는 소년을 보면서 그가 성숙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나중에 소년은 ■에서 보는 것처럼 이제 따뜻한 보호자 격인 구에링과 이타르 박사 없이 혼자 살아가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어느새 그는 사회를 떠나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4. 여전히 남는 의문 속에서
그는 톱질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저녁마다 박사가 빅토르의 침대 머리맡에 앉을 때면, 그는 이타르 박사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두 눈과 얼굴을 가리고는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때로는 한 시간 가량이나 계속 앉아 있곤 했다. 또 보름달이 뜬 밤, 빅토르는 은은한 달빛에 흠뻑 취해 홀린 듯 숨을 죽이고 쳐다보곤 했다.
이런 장면들은 글이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동경과 자연의 느낌으로 가득 찬 순간들 같다. 야생 소년이 점점 사회화되고 문명화될수록 그 느낌은 그를 더욱 간절한 그리움으로 부를 것이다. 소년의 진짜 부모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여러 의문들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킨 채 두서없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사람 사이에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바람과 눈과 보름달을 좋아하는 소년이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뒤에 바라본 그것들은 어떻게 다를까? 자연의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는 배려깊은 사랑이 감동스럽긴 하지만, 이 아이는 진짜 부모인 자연에서 벗어나서 행복했을까?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아도 이 그림책에서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해답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 마치 크로키를 한 듯 거친 그림으로 야생소년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내고 있지만, 소년의 마음속의 느낌은 고스란히 독자 몫으로 돌리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아이글
진정한 사람이란?
고민경(외도초 6학년)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사람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랑을 베풀고, 부끄러움을 가지고, 돈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진정한 사람일까?
내 생각에는 어느 한 곳에 갇혀 있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큰 역할을 하든안 하든 자유롭게 자신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사회성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 하고 아무리 훌륭해도 그 점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자연이다. 자연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못한다. 이런 글을 쓰는 나조차도 자연을 제대로 사랑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야생소년 빅토르가 보낸 편지
고민지(외도초 6학년)
처음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당신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얇은 쪼가리를 뒤집어써서 추위에 벌벌 떠는 당신들, 무엇에 의지하고 사는지 재빠르지도 않은 당신들, 맨날 시간에 쫓기며 사는 당신들.
당신들은 음식, 물건, 자연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갖고 있습니까? 나는 때때로 숲속에서 혼자 살았지만 자유로웠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