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문명발달

-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 1 - 삼황오제」 

김해숙 논술교사 bada2224@hanmail.net

 

대상: 초등 5-6학년

함께 읽은 책: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1-삼황오제/웅진 주니어

참고도서: 이야기 동양신화, 열려라 중국 신화/황금부엉이, 8년간의 교실 여행/과천자유학교 출판국, 발도로프 교육자료 모음집 22,24 등/ 한국슈타이너 교육 협회

 

학습목표: 1. 역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5학년 아이들에게 중국의 신화 를 통해 인류 역사가 단계적으로 발달 해온 것을 경험하게 한다.

2.중국의 고대 문명을 통해 우주의 법칙성(자연의 질서, 시와 음악)과 땅의 성질(농경), 그리고 사람살이의 관계(사람 사는 도리, 정치의 덕목) 를 살펴봄으로써 고대 인류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보편적 삶의 과제 를 알아본다.

 

 

1. 들어가는 말-역사 수업에서 중국의 고대 역사를 공부하게 된 배경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5학년은 자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관계성에 대해 알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래서 발도로프 학교에서는 5학년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역사를 공부한다고 합니다. 세상과 자신을 관계 지을 수 있어야만 역사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슈타이너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성장∙발달 과정 속에서 인류가 역사적으로 단계별로 발달해 온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일찍이 인간은 먼저 환경에 열중하고, 그리고 나서 정신적으로 각성하고, 그 다음에 이성적인 것을 강조하는 시기가 도래하며 이후 현재 우리는 합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섞여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 문명

B.C.7000-B.C.5000

물질세계보다 정신세계와 밀접

고대 페르시아 문명

B.C.5000-B.C.3000

빛을 상징하는 금속으로 인류가 땅에 정착, 농업 시작

고대이집트, 칼데아,바빌론, 아시리아

B.C.3000-B.C.740

신정일치, 물질세계에 관심이 커지면서도 신, 하늘 등 정신 세계와 깊은 관련

그리스, 로마 문명

B.C.740-A.D.15세기(르네상스 이전까지)

사고하는 힘의 탄생과 물질문명의 발달,

고대 그리스 철학 탄생. 인간의 자의식 발달

한편 로마의 물질주의 성장, 그리스도 탄생과 기독교 성립-인간의 정신 회복 가능성

르네상스 이후

A.D.15세기-3573

형식적 종교이던 중세 마감, 휴머니즘 시대 열림, 과학으로 자연 법칙 발견,

지식의 축적으로 인간의 자의식 더욱 발달,

물질적 번영과 문명의 발전 이루었으나 정신적 빈곤을 느끼기 시작함

표1>인지학 관점에서 본 고대 인도로부터 오늘날까지의 문명 진화 단계

 

올해 초, 우리 5학년들은 그런 인류 문명의 진화를 통해서 역사를 배워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고대 인도 문화였는데, 연이어 고대 페르시아, 고대 이집트의 신화와 문화를 차례로 알아왔습니다. 서양의 발도로프 수업 과정에서도 이 순서대로 첫 번째 에포크 수업을 한 후에, 후반기 에포크 수업으로 그리스 문명을 다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로서는 너무 서양 쪽으로 멀리 치우는 것 같았습니다. 대신에 중국의 고대 신화에서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기로 했습니다.

마침 방학이 시작되는 때였습니다. ‘왜 역사수업에서 역사책을 읽지 않느냐’는 학부모님들의 은근한 우려와 압박(?)으로 제 피부가 따끔거리던 참이었습니다. 그 동안 인도로부터 이집트까지의 고대 신화로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 오는 내내, 이야기 들려주기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해 왔거든요. 요즘 부모님들치고는 많이 믿고 기다려주신 셈이지요. 해서 ‘방학, 어려운 책 독파하기’란 프로젝트로 사마천의 사기를 아이들과 함께 읽기 시작 했습니다.

사실은 꼭 부모님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사기이야기’책을 고른 건 아닙니다. 이집트 문명 이후 인류의 역사에서 서양의 그리스 문명과 비슷한 특징을 중국의 제자백가 시대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게 더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집트 문명에서 바로 중국의 제자백가 시대로 넘어오자니, 좀 무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백가 이전의 신화 시대를 통해 우리 동양의 옛 조상들의 삶의 발자취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사기’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기원전 1세기 무렵에 지은 책으로서, 말 그대로 ‘역사의 기록’이지요. 사기에는 아주 옛적 중국 사람들의 정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우리 한반도에서 가까운 나라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도 ‘사기’를 많이 읽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기’는 단지 중국 사람들만의 역사책은 아닌 듯합니다. 결국 이 책에는 우리를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의 아주 오랜 옛적부터의 원형질이 담겨있는 게 아닐는지요.

참고로 5학년 역사 수업반 아이들에게는 텍스트 위주 보다는 이야기 들려주기로 수업을 진행했고, 6학년 논술반 아이들에게는 이전에 인류 의식 발달에 따른 역사 수업을 진행한 적이 없어 중국 고전 읽기로 수업을 진행했음을 밝혀둡니다.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1. 차시별 수업 계획안

1차시

한자로 풀어보는 중국의 농경문화

수인, 복희, 신농 황제 이야기

당시 사람들의 의식이 하늘에서 벗어나

인간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징후를 살펴본다.

-활동: 팔괘로 나의 존중감 찾기

2차시

농경문화의 발달로 나라를 다스린 사람들

황제와 염제 그리고 치우 이야기

농사일로 백성을 살찌우는 지도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생활을 일군 인물들

-활동: 이야기 들은 그대로 쓰기

3차시

황허를 비롯한 강물을 끼고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

-요,순 우,

폭군과 성군 이야기

걸임금과 탕 임금이야기

주임금과 서백이야기

문화와 문명으로 나라의 정신적 바탕을 마련한 임금들

나라를 뒤엎는 까닭

-활동:이야기 간추려 쓰기

배운 내용을 시로 만들어 운률을 넣어 노래로 만들어 보기

활동-내안에 낡은 것을 찾아내어 새로운 것 세우기

4-

5차시

 

중국인들의 삶의 기초, 시와 음악

삼황오제 총정리

예절과 음악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은 고대인들

활동-피자책 만들기,

문어책만들기

 

 

1차시 한자로 풀어보는 중국의 농경문화 -수인, 복희, 신농 황제 이야기

 

얘들아, 너희들 이집트 사람들이 최고로 숭배했던 신의 이름을 알고 있지?

-네, 태양신 ‘라’요.

(아이들은 그동안 이집트 신화를 공부했고, 정리 수업으로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이집트 문명전’에 현장학습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인간이 불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동양에서도 인간은 불의 이용으로 많은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단다. 그래서 중국의 신화에도 불의 사용법을 인간에게 가르쳐준 신이 있었대. 여기 이 글자에서 불이 들어간 글자를 찾아보자. (아이들은 칠판에 크게 그려둔 燧人, 伏犧, 神農, 黃帝 글씨를 보며 불이 들어간 신을 쉽게 찾아서 공책에 그렸습니다)

-燧人, 사람 人 은 알겠는데 앞의 글자는 뭐라고 읽어요?

 

응, 수인이라고 읽어. 보통 ‘수인씨’라며 ‘씨’자를 붙여 읽지. 부싯돌로 불을 일으킨 사람이란 뜻이래. 그런데 얘들아. 이 글자 다 알지? (칠판에 임금 王자를 한자로 씁니다) 옛날 사람들은 부싯돌로도 불을 일으키지만 또 막대기 두 개를 비비기도 했다고 하잖아. 막대기 두 개에서 불이 일어나면 또 두 개를 차례로 올려놓으면 불이 잘 일어나겠지? 그래서 생긴 글자가 임금 王자라네. 그 비슷한 글자인 主자도 그래서 불을 일으킨 임금을 뜻한대.

-재밌다. 그럼 그 옆에 저 글자 伏犧씨는 무슨 뜻이에요?

 

와, 우리 친구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네. 벌써 씨자를 붙여 읽다니....음, 복희 씨라고 읽는데 한 글자 한 글자 뜯어 볼까? 너희들 사람 人자는 알지? 그럼 犬자는 뭐라고 읽지?

-큰 대 자요.

-아니야, 개 견자야.

 

맞았어. 그래, 개 犬자야. 그럼 人+犬, 사람과 개가 가까이 붙어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

 

음, 이건 사람이 개를 기른다는 뜻이래. 사람이 개를 기른다는 건 목축이 시작 됐다는 의미지. (이런 식으로 신농 씨와 황제의 글자에서 밭田자를 찾아내게 하며 농경 문화를 발전시킨 옛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합니다)

 

 

1차시 수업마무리로는 팔괘를 터득해 하늘의 질서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얻고자 했던 고대인들처럼 우리도 스스로의 팔괘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칠판에 팔괘의 이치를 써주고, 마치 선생님이 큰 공부를 해온 양, 아이들의 생년월일의 숫자를 다 합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저학년 때 건곤감이에 대해 학교에서 배웠나 봅니다. 의심도 하지 않고 신나게 자신의 운명을 내게 알아보려 열심입니다. 저는 수업하면서 관찰되었던 아이들의 기질을 떠올리며 도움이 되는 덕담을 들려주었습니다.

- 나는 ‘태 괘’네. 기쁨이고 겸손이다.

- 나는 ‘이 괘’, 광명이다. 나는 광명, 어딜 가나 존재감이 있어 빛난다.

- 나는 ‘곤’, 땅이다. 나는 땅처럼 포용력이 있어 다른 사람을 품어준다.

- 나는 ‘감’, 물이다. 나는 물처럼 고요하게 흐르지만 언젠가는 큰일을 할 사람이다.

 

2차시 농경문화의 발달로 나라를 다스린 사람들-황제, 염제와 치우 이야기

 

얘들아 지난 시간에 황제에 대해 한자풀이를 했지? 그리고 신농 씨도 기억하지? 신농씨는 다른 이름으로 염제라고도 해. (아이들이 칠판에 미리 써둔 炎라를 보고 의아해 합니다)

-선생님, 炎자에 불 火자가 들어 있네요. 그럼 수인 씨와 같은 것 아니에요?

 

그럴까? 너희들이 좋은 발견은 했는데 농사를 지려면 햇빛이 필요하잖아. 그리고 곡식이 열매를 맺는 때가 언제지?

-여름이요.

 

그래. 열매를 맺는 때라고 해서 우리 말로도 여름이라고 하는데, 여름에는 날씨가 덥지?

-아, 날씨가 찌는 듯이 덥다고 해서 불이 두 개가 있는 것이구나!

 

맞아. 그런데 이 염제란 신은 중국의 남쪽 지역의 신이었는데 어느 날 중앙의 황제와 싸움이 붙었대. (다음 내용은 이 날 이야기 들려주기 후, 잠자기 전 수업 내용 되돌아보기의 활동 과제로 내주었던 아이들의 글로 대신합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해서 황제에 관련된 이야기에 추가해 들려주었습니다. 내용에 다소 빠진 게 있더라도 ‘들은 그대로 이야기 쓰기’ 활동임을 밝혀둡니다)

 

수업안 초반에서 밝혀두었듯 저는 역사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이야기 들려주고, 들은 대로 아이들이 쓰게 한 적이 많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교육예술의 방법론과 교수법에서 설명한,

“고등부 이전에는(발도르프 학교의 8학년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다시 쓰게끔 함으로써,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어떤 일을 경험한 다음에 그 경험이나 사건을 거짓됨이 없이 다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고등부 이전에 지나치게 '자유작문'을 어린이에게 시키면, 후일 경험이나 사건을 있었던 그대로 다시 재생산 할 수 없으며 자기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결국은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게 된다”

라고 한 점을 염두에 두었음을 밝혀둡니다.

 

황제와 염제 이야기

염제가 남쪽을 다스리자 황제가 다른 쪽에서 군사를 모아 전쟁을 일으켰다. 드디어 파천 전쟁이 시작되었다. 염제군이 불로 공격하자 황제군은 물로 공격했다. 긴 싸움 끝에 황제군이 승리해서 황제는 중앙 상제가 되었다. 그런데 황제가 현주 구슬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이 못찾자 흐리멍덩한 상망이 마음을 비우고 찾아냈다.

그 때 치우는 염제가 중앙 상제가 되지 않은 게 불만스러워서 염제에게 싸우자고 말했지만 염제가 거절했다. 그래도 치우는 포기하지 않고 풍백 우사 같은 부하들과 함께 황제를 상대로 탁록 전쟁을 일으켰다. 치우군은 도깨비와 안개로 승리를 잡았지만 풍후가 북두칠성을 연구를 해서 방향을 찾은 뒤에 기 가죽으로 만든 북으로 황제가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안개는 어찌 할 줄 몰라서 지남거를 타고 나왔다. 그런 다음에 치우 군사들이 죽자 치우 혼자 남았지만 치우는 마지막 저항을 하다가 응룡에게 잡혀 황제에게 죽었다. 그 때 치우가 흘린 붉은 피가 단풍나무가 되었다.- 5학년 김기훈

 

염제 이야기

약초를 독이 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단장초를 먹는데 창자가 끊어져서 죽음. 여와를 좋아해서 나라를 합침. 시장의 신, 농사의 신, 의술의 신, 원시 때의 시계도 발명함-5학년 오륜

 

중국의 황제이야기를 들려준 후 싸움이야기에만 흥미 있어 하는 아이들에게 풍후이야기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옛날 사람의 삶의 모습이 아이들의 내면에 자리 잡기를 바라며 오늘의 교훈을 정리해 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풍후 왈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생각을 하고 목적을 세우면 살아날 수 있다. 지남거를 이용한 풍후처럼.

-“마음을 비우면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찾았다! 현주 구슬.” 흐리멍덩한 상망이.....

 

수업 마무리-황제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영웅 치우의 이야기입니다. 치우는 동방의 신이었으므로 은이나 고대 한국 등 동이계 종족의 신이었을 가능성이 크지요. 치우를 도와주었던 풍백 우사가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것에서도 그런 점이 엿보입니다. 아이들은 월드컵의 붉은 악마의 모습을 그리며 중국과 우리 민족이 오랜 옛날부터 관계 맺어온 것을 감지합니다.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 신화에 따르면,

“황제와 염제, 그리고 치우의 싸움은 신들 사이의 갈등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질적인 세력의 구조는 중국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이후 역사시대에서도 중국인의 사유 방식을 지배한다. 그것은 질서와 혼돈, 중심과 주변, 문명과 야만의 구분법이다. 이러한 구분법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나타난다. 이성과 조화의 화신인 아폴론이 헬라인의 문명 세계를 표현한다면 감성과 열정의 화신인 디오니소스는 주변부 소아시아의 거친 세계를 대변한다. 이 두가지 성향은 중국의 경우, 유교와 도교라는 상이한 종교 문화를 만들어낸다.잘 알려져 있듯이 유교는 禮 와 질서를 중요시 했고, 도교는 본성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였다. 결국 동양 문명은 양자가 결합 보완하는 관계속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3차시 요,순 우, 탕 임금이야기-황허를 비롯한 강물을 끼고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

 

얘들아. 이 칠판에 글씨를 보렴. 聖人이란 글씨야. 耳+口+王이 합쳐진 글씨인데, 잘 듣고 나서 잘 말하는 왕, 성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너희들은 책에 나온 성군들 중에 어떤 임금이야기가 재밌었니? (이어 책을 읽어온 아이들과 함께 요, 순 임금, 홍수를 다스린 곤과 우임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의 수업 후 간추려 쓰기 혹은 잠자기 전 돌아보기 글로 대신합니다. )

 

백성을 사랑한 요임금 이야기

옛날에 ‘요임금’이라는 임금님이 있었다. 그 임금은 백성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 임금은 어찌나 검소한지, 옷 한 벌을 무려 30년이나 입었다. 어느 날 한 신하가 밥을 먹자고 하였다. 하지만 점심은 초라하였다. 잡곡밥에 나물 반찬 투성이다. 어느 날 어진 신선이 요임금을 만났는데 요임금이 너무 초라하여 자기가 먹던 잣을 주었다. 하지만 요임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 잣도 못 먹고 백성을 위해 돌보다가 죽었다. 헌데 그 잣을 먹은 사람들은 200살, 300살까지 자-알 살았다. 그런데 요임금이 기력이 다하는 것 같아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허유를 찾아가 왕위를 말하자 물에 가서 귀를 씻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하다가 더러워서 위로 가서 먹였다. -5학년 아이 글

 

얘들아, 이 글자를 한번 볼까? 요‘堯’ 라는 글자인데, 여기에 흙 土자가 어떻게 들어가 있지?

-세 개가 들어가 있어요.

 

그래, 그런데 이렇게 흙 土 자가 층층이 있지? 옛날 사람들은 무슨 생각, 무슨 뜻으로 이렇게 썼을까?

-흙이 쌓여있어요. 산인가! 언덕인가!

-뫼 山은 아니고....

 

그래, 이 글자가 바로 요 임금의 堯자란다. 요임 금 때 중국에서는 홍수가 많이 난 모양이야.

-맞아요. 요임금 때 큰 물이 나서 곤에게 물을 다스리라고 했다고 하잖아요.

 

그렇지. 요 임금은 홍수가 나서 평지에서 살지 못하고 높은 산위에서 살았다고 해. 너희들 홍수 하면 생각나는 게 없니?

-노아의 방주요.

-인도에도 있잖아요. 마누와 물고기

-어, 중국에도 그럼 홍수가 났었네요.

 

(아이들은 고대 인도 공부를 할 때, 마누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페르시아의 이마이야기도 있지요. 인류 의식의 발달 단계에 따른 역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저는 앞으로 5학년이 될 저학년 아이들에게 미리 창조신화를 골라 들려줄 필요를 느꼈습니다. 본격적인 역사 수업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목도령’신화를 저학년 때 들려준다면 후에 5학년 때 더욱 풍부한 수업이 되겠지요.)

 

얘들아, 그런데 요 임금은 어질고 검소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렸다고 하지? 그 다음 순 임금 이야기도 들어볼까?

효자 순임금 이야기

순은 어머니를 잃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장님이었다. 하지만 순은 항상 착하게 살았다. 요임금은 순에 대해 알아내고 두 딸을 시집 보내어 관찰하게 하였다. 가족들은 그 게 부러워서 지붕을 고친다고 불러서 순 혼자 올라가서 고칠 때, 불을 지른다. 하지만 그 전에 두 아내가 만든 옷을 입어서 갑자기 날아올랐다. 그 다음에는 두 아내가 새로운 옷을 만들어서 입었다. 그 때 가족들이 우물 청소를 하자고 해서 내려가니까 입구를 막자 순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옷에서 용이 나와 그 용을 순이 타고 빠져나왔다. -5학년 아이 글

 

곤의 실패와 우임금이야기

-물길은 둑을 쌓아 막는 게 아니다-

요 임금 시대에 아주 큰 홍수가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은 곤을 추천했다. 곤은 많은 생각을하다가 둑을 쌓았는데 실패했다. 하늘에게 말했지만 묵묵했다. 그러다가 곤은 식양을 훔쳐서 물을 막았다. 그러자 하늘은 축융을 보내어 곤을 죽였다. 삼년이 지나도 곤의 시체가 썩지 않았다. 그 안에는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천신은 곤의 배를 자르자 그안에서 규룡이 튀어 나왔다. 그 규룡은 사람이 되었다.

순 임금 때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지만 큰 물이 져서 피해가 많았다. 신하들은 곤의 아들 우를 추천했다. 하지만 우는 곤의 자식이라 해서 거절했다. 하지만 순임금의 부하가 설득했다. 그러자 우가 측량을 한다고 해서 모두 했다.

순이 다스리는 땅은 이렇게 해서 점점 넓어졌다. 조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치수 사업은 엄청난 백성들을 동원했다. 나라 힘이 그만큼 세진 것이다. 이때부터 왕은 추천이 아니라 세습으로 바뀌었다. -5학년 아이 글

 

 

얘들아 요․순임금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백성들에게서 태평성대를 노래하게 한 임금으로 유명하단다. 순 임금 자리에 오른 뒤 가장 힘쓴 일이 무엇이었더라?

-거문고를 탔어요.

-순이 king 자리에 오른 뒤에 가장 힘쓴 일은 백성을 예와 의로 가르치고 음악으로 사람의품성을 아름답게 했대요.

 

그래, 잘 말했어. 우리 같이 책을 펼치고 다 함께 읽어보자.

“시란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숨김 없이 말하는 것이요,

노래는 이 시에 음률을 넣어 길게 읊조리는 것이요,

음률은 소리를 조화시키는 것이지요.

쇠로는 종을 만들고, 돌로는 아기 경을 만들며, 비단 실로는 금슬을, 대나무로는 피리를, 그 밖의 바가지와 흙으로는 악기를 만들어 산천초목의 신령과 우리네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여 즐길 수 있도록 힘을 써주시오. 음악과 예절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요.“

 

너희들 문화란 말 다 들어보았지? 그 말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말인데 시와 음악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따르게 한다는 뜻이래. 이제 너희들도 선생님이 왜 수업 시간 전에 매일 ‘나는 세상을 바라본다’ 시를 외우게 하고, 노래나 리코더를 부는 줄 알겠지?”

-그럼 선생님도 우리를 시와 음악으로 선생님을 따르게 하는 거잖아요(웃음)

 

그래. 맞다, 오늘은 과제로 자기가 아는 노래에 순 임금의 마음을 담은 노래 가사를 붙여오기다!.(한 아이가 다음 시간에 ‘딩동벨’ 노래 가락에 붙여온 가사입니다.)

-“순이 자리에 오른 뒤

힘쓴 일은 바로 백성 아름답게 해

예와 의로 가르치고 품성 아름답게 해“

 

그리고 너희들 오늘 이야기 한 곤과 우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겠니?

-곤은 실패했고, 우는 물을 다스리는 데 성공했어요.

-곤은 둑을 쌓았고, 우는 측량을 잘해서 물길을 넓혀서 땅을 넓혔어요.

 

그래. 중국은 우임금 때부터 물길이 퍼지듯 땅이 커져갔다고 하는데 땅이 커졌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될까?

-나라가 커졌다는 것 아녜요?

 

그렇지. 나라가 커졌다면 임금의 권력이 더 커질까? 작아질까?

-물론 더 커지겠죠.

 

그래 잘 아는구나. 권력이 커지면 사람을 모으기도 쉽고 다스리기도 쉬웠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빼앗기지 않고 자기 자식에게 왕을 물려줄 정도로 왕권이 강해졌다는 얘기도 돼. 그래서 우임금 때부터는 요순 임금처럼 왕을 추천제로 하지 않고 세습으로 물려준 거란다. 그런데 얘들아. 곤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을 때 왜 하늘은 묵묵부답이었을까?

-둑을 막으려고 해서요, 황허 강이 얼마나 넓은데... 둑을 쌓는다 해도 범람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늘의 흙을 훔쳐오면 신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 신이 노하지.....

 

그래서 곤의 아들 우는 어떻게 했지?

-측량을 잘해서 물길을 내었어요.

 

그럼 곤과 우, 두 사람 중에서 더 이상 자연의 지배 아래 있지 않고 사람의 위대한 힘을 알았던 사람은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야 물론 우임금이죠

 

그래. 맞았다. 그런데 물은 높은 곳에서 흐를까? 낮은 데서 위로 흐를까?

-당연히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요.

 

그래, 맞아. 너희들 혹시 순리라는 말을 아니?

-몰라요.

 

순리라는 말은 ‘도리를 따르다, 거스르지 않는다’란 뜻이란다. 선생님 생각에는 아마도 우임금은 오랫동안 강을 관찰한 결과,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이치를 알아낸 것 같구나. 너희들도 만약 자기 맘대로 뭔가 잘 안될 때, 원인을 잘 관찰하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

얘들아, 그런데 우임금의 17대 손인 걸왕 이야기를 책에서 읽어 보았니?

-네, 폭군이에요

-천하장사래요.

-매일 술만 마시고 잔치만 벌여요.

-그래서 나라가 망했대요.

 

그래 잘 읽었구나. 그렇게 걸왕이 폭군 노릇을 하면서 연못에 물 대신 술을 가득 채웠다고 해서 酒池라는 말이 생겨났단다. 또 주 임금이란 폭군은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술을 먹고 벌거벗은 채 궁궐을 마구 돌아다니는 짓을 했다고 해서 주지육림이란 말도 생겨났지. 아마 이 말을 모르는 어른들은 없을 걸.

또 그 정도로 임금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면 하늘의 뜻이 다 했다고 해서 천명이 다했다는 말이 생긴 거란다. 아무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고 해도 백성들의 원성을 사면, 하늘도 백성들의 편을 들어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뜻이지.

-맞아요. 도끼를 들고 나라를 새로 세운 왕도 있어요.

 

(발도로프 교육에서 역사 교육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 때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발달 단계상 그때의 인류 의식과 흡사한 과정에 있는 아이들 내면에도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저도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인류 의식의 발달 징후를 살펴보는 작업에서 아이들이 특히 귀를 쫑긋 세우며 듣는다거나, 수업 중간 중간에 자신들과 빗대어 이야기에 참여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얘들아. 그 도끼는 탕이라는 사람이 새로운 것을 맞아들이기 위해 낡은 것을 끊어내는 데 썼다고 해서 유명한 도끼였지? 그런데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들 마음에게도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만 잘못을 되풀이 하는 경우는 없을까?

-있어요.

-나는 없어요. 생각이 안나요

 

그래, 그럼 우리도 한번 여기 가상의 도끼가 있다고 가정하고, 나에게는 버려야할 습관이 없나 한 번 찾아볼까?

-저는 저도 모르게 뻥을 시켜요

-저는 사람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저는 멍하니 있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있어요. 거짓말을 가끔 시켜요

 

(이쯤에서 슬며시 마음속으로 웃음이 나옵니다. 일부러 내색은 하지 않았었지만 그 동안 아이들에게서 읽혀지던 행동들이 떠올라서입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수업 마무리 하기: 그래, 선생님도 너희들만 할 때, 아니 지금도 정말 버리고 싶은 버릇이랄까, 습관이랄까, 아무튼 그런 것들이 있단다.....

다음에는 너희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시는 춘추전국 시대의 중국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이 때 사람들은 힘세고 큰 나라를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 또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정 사람답게 사는 걸까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그 유명한 공자님도 이 때 사람이었지. 공자 왈 맹자 왈 이란 말 많이 들어봤지?

 

* 이 때쯤 방학이 끝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방학과제가 걱정 되었나 봅니다. ‘사기이야기’를 북아트로 만들어 방학과제를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아이들 앞에 몇 종류의 ‘북아트’활용 사례집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 모델을 정하고, 자신의 용돈으로 함께 문구도 구입하여 방학과제로 북 아트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어떤 모둠은 피자책, 또 다른 모둠은 문어발 책을 만들었습니다.

문어발 책을 만든 아이들은 4차시 후반부터 5차시에 걸쳐 완성했는데, 피자책을 선택한 모둠은 수업 시간에 다 하기가 벅찼습니다. 마침 방학 때인지라 아이들이 저녁 먹고 마을 오듯 2차시 정도 더 수업을 한 후에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한 북아트 활용집으로는 ‘곽계현 선생님의 ‘책 만들며 놀자’와 ‘사회북아트 글쓰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