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정은이에게
1학년 친구들이 얼마나 예쁜지..
가는 길이 좀 험했지. 산을 오른 것도 아닌데 참 힘들더라.
왼쪽엔 논, 오른 쪽엔 만육천평이나 되는 갈대밭이래.
그 사이를 논둑길로 오르내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사람들 흔적도 없고. 군인 아저씨가 앞서 길을 열어주셨는데도 힘들었어.
한 줄로 앞에서 가다 보니 넘어진 걸 미처 못 봐서 미안해.
그래도 한번도 징징대지 않고 씩씩하게 잘 갔다니.
으젓하고 대견해. 음 역시 달누리 친구야.
오빠들이 좀 더 조용히 했더라면 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갈대밭 사이에 참새떼들이 숨어서 속닥속닥거리는 소리 들었지?
걔네들이 우리 왔다고 신기해하는 소리야.
ㅅ 자로 날아가는 기러기들  어떻게 그렇게 알아서 잘들 가는지..
시베리아에서부터 호주까지 말이야.
그 말똥게 참 귀한 거래. 선생님도 처음 봤어.
그래도 우리 좋았지?
한 학기 동안 예쁜 친구들이랑 같이 해서 선생님도 참 좋았어.
잘 지내고 나중에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