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연희  첨부파일

Subject  신두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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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하늘은 저의 마음을 아주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또 1차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꽤 맑았습니다.
그런데 종합 운동장에서 한 명이 늦게 오는 바람에 영등포에 버스가 늦게 오고 아이도 한 명이 안 와 이현주 선생님 차를 빼고 버스 한 대에 모두 같이 타고 갔습니다.
진짜루 다음부터는 늦게 오는 아이는 다른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내가 매정한게 아니라 일찌감치 나와서 덜덜 떠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미안하더군요.
아침부터 왜 그리 차가 밀리는지 1차는 40분만에 행담도에 갔다는데 2차는 1시간 반이나 걸려 갔습니다. 신두리에 도착하니 11시반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서산 홍성쪽으로 가을 겆이 가는 팀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정혜 선생님은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김밥을 금새 먹어치우더니 다들 바닷가로 뛰어들었습니다. 답사때와 1차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서울에서의 찬 바람이 신두리에서는 몇 곱절 되더군요. 덕택에 신두리 모래언덕의 그 모래 바람을 보았습니다.
넓게 펼쳐진 모래밭 위로 쓸려오는 모래바람.
순간 아이들에게 "얘들아, 저게 바로 모래바람이라는거야."
그러자 아이들이 막 그리로 뛰어가더군요. 아니 제네들이 왜 저러지?
아이들은 온 몸에 모래를 담아 왔습니다. 모래 바람을 주워온다나요?
진짜 아이들다운 발상입니다.
뭐가 그리 맺힌 한이 많았는지. 아이들은 바닷가를 어찌할 줄 모르고 뛰어다녔습니다.
박형만 선생님의 신신당부. 절대 2시반을 넘어서는 안되다구...
좀 더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면 좋을텐데 하면서도 다음 일정을 위해 다 불러모았습니다.

1차 때와 같이 한동욱 선생님께 설명 듣고 열 고개 맞추는 형태로 식물관찰을 했습니다. 또 달맞이꽃의 뿌리를 신나게 뽑았는데 저네 나라에서는 환대받는 달맞이꽃이 인간들의 그 많은 물욕의 희생양이 되어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신두리의 아픈 상처를 보게 된듯 합니다.
단암분교 근처의 달맞이꽃 군락에서 터져 나오는 향기에 취했던 때가 있고 지난 여름학교에서도 반갑게 달맞이꽃을 만났는데
그 달맞이꽃이 살아야되겠다고 발버둥치는 것 같아 좀 마음이 안 좋더군요.
나중에 차에 오면서 한동욱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다시 주의를 주었습니다. 달맞이꽃 자체가 나쁜 꽃이 아니라 신두리에 뿌리 내리게 된 달맞이꽃이 신두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역이 되고 있어서 그러니 뽑은 달맞이꽃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달맞이꽃을 꺽지 말라고.
겨울이면 다 자고 다같이 봄의 기운을 느끼며 깨나가는데 저 혼자 씩씩한 달맞이꽃의 운명은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생명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줄이야. 노란 달맞이꽃이 밉기 전에참 외로워 보였습니다.

갯쇠보리, 해당화, 모래지치, 띠, 순비기...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한 채로 모래언덕이 깊은 골을 이루는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세찬 모래 바람 속에서 맨발로 언덕을 기어오르고 모래밭에서 뒹구는 아이들의 얼굴이 다림질을 하듯 구김이 확 펴진 듯 합니다. 식물관찰을 덜 해서 미안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의 환한 얼굴에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바닷가로 다시 내려오면서 아이들은 또 펄펄 뛰어다니고 간간히 조개겁질도 줍고 ...
김미숙 선생님의 바다에 심취한 얼굴은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세찬 바람과 파도에 드리운 햇빛이 만든 바닷가를 뭐라 해야할까?
멀리서 한 아이가 불러도 오지 않고 마구마구 뛰어다녔습니다.
아마 김미숙 선생님처럼 영롱한 바다의 빛에 빠진 아이인 듯 싶습니다.
빨리 가야하는데 도저히 아이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좀 기다리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한듯한 표정으로 뛰어오더군요.

올라오는 길은 예상외로 안 막혀 그런대로 편안히 왔습니다.
길 막힐 걸 예상해 계속 차안에서 게임도 생각하고 머리를 굴리면서 왔는데 벌써 도착이라니..
이기옥 선생님이 1,2차 다 참석하셨는데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그렇게 두번 다 참여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고 아이들도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저나 경주씨가 여름학교 때 느낀 것과 비슷한 것 같더군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다.
아이들에게 홈페이지에 글 올리는 것 알려주시고 글 올리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