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7.08.07 18:38:13 (*.151.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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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
천 명도 넘는 젊은 싸나이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 줄 맞춰 서서 일제히 팔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그들을 빙 둘러싼 사람들 중에는 훌쩍거리거나 손수건을 눈에 갖다 대는 여자들이 있다. 그들의 애인이거나 누나,또는 동생일 젊은 여자들도 있고 엄마, 할머니 또는 고모, 이모일 나이든 여자들도 있다. 나도 자꾸 눈물이 나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찍어낸다.
2007년 8월 6일, 논산 훈련소 운동장의 풍경이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데 아들의 얼굴을 찾아보려고 아무리 살펴도 똑같은 모습이라 찾을 수가 없다. 올 때는 함께 왔는데 갈 때는 혼자 가야 한다.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나와 똑 같은 모습에 깜짝 놀라 싫어하고 어떤 때는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 생경해서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단순하고 무뚝뚝한 나와는 달리 섬세한 감성을 지닌 녀석이라 내가 불쑥 불쑥 던지는 말로 인해 상처도 많이 입었을 터. 나는 결코 자애롭고 따땃한 에미가 아니였다. 독선적이고 거칠은 에미에게서도 어찌 어찌 잘 자라 주어서, 몸도 마음도 자신의 것으로 잘 자라 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 명분이야 들판에 들풀처럼 자라야 한다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못 해 준 게 너무나 많다.
태어날 때쯤부터 몇 년 간은 할머니가 위암 수술한 바로 뒤여서, 한 살 터울 누나가 있어서 엄마를 온전히 누릴 수 없었을 것이고(이상하게 큰 애의 그만 때는 다 생각나는데 아들은 생각나는 일이 별로 없다) 좀 자라서는 엄마가 일을 하겠다고 설치고 다녀서 늘 혼자였고, 그러다 갑자기 미국으로 갔고 몇 달 만에 잠깐씩 만나는 게 여러 해 째다.
"엄마, 떨린다"
논산행 기차를 타고 가면서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혼자 미국갈 때보다 더 떨려?"
"응"
"왜...그럴까?"
"...그 때는 기대감이란 게 있었지. 지금은 그냥 싫고 떨리는 거잖아."
그렇겠다. 낯선, 새로운 세계로 떠날 때는 그 세계가 보여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지, 자신의 의지로 펼쳐나갈 그 무엇에 대해 결심을 하며 계획을 할 수 있지. 군대란 그런 곳이 아니지 않은가.
"엄마는 잘 모르지만 그냥 묻혀서 지내다 와. 어중간하게 지내다 와. 시키는 거 토달지 말고 꼬박꼬박 하고. 알았지?"
별 도움도 되지 않을 말을 해 놓고 왈칵 눈물이 났다.
저도 눈시울이 불그스레해 졌다. 슬쩍 얼굴을 돌리고 모른척 하다가 여러 곳에 전화를 해 댄다. 제 아버지가 보면 또 한 소리 할 풍경이다. "사내놈이..."
도대체 사나이는 울지도 않아야 하고 무섭지도 않아야 하고...왜 그럴까? 사나이도 다정다감할 수 있고 소심할 수도 있지.
언젠가 내가 어디를 가는데 이녀석이 따라가고 싶다고 울다가 남편에게 맞은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사내녀석이 엄마 치마꼬리 잡고 다닐테냐며 야단을 맞았다. 사내들이 불쌍하다.
"입영장병 여러분들은 운동장으로 모여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왕왕 울리는 소리.
"이제 갈게" 하며 나를 껴안더니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후다닥 뛰쳐 나갔다.
천명도 넘는 머리 짧은 사나이들 틈에 끼여 찾을 수가 없다. 더 높은데 가면 보일까 싶어 스탠드 맨 위로 올라갔는데도 안 보인다. 그런데 줄을 세워 운동장 가를 한 바퀴 빙 돌아 들어간다.
'아뿔싸,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아들이 나를 볼 텐데.... 내가 벌써 가 버린 줄 알겠구나'
아쉬운 마음에 또 눈물이 났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기차역으로 가면서 간절히 빈다.
'다정다감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우리 아들, 감성도 죽이고, 의지도 죽이고 그저 몸만 잘 있다가 돌아오렴'
천 명도 넘는 젊은 싸나이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 줄 맞춰 서서 일제히 팔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그들을 빙 둘러싼 사람들 중에는 훌쩍거리거나 손수건을 눈에 갖다 대는 여자들이 있다. 그들의 애인이거나 누나,또는 동생일 젊은 여자들도 있고 엄마, 할머니 또는 고모, 이모일 나이든 여자들도 있다. 나도 자꾸 눈물이 나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찍어낸다.
2007년 8월 6일, 논산 훈련소 운동장의 풍경이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데 아들의 얼굴을 찾아보려고 아무리 살펴도 똑같은 모습이라 찾을 수가 없다. 올 때는 함께 왔는데 갈 때는 혼자 가야 한다.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나와 똑 같은 모습에 깜짝 놀라 싫어하고 어떤 때는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 생경해서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단순하고 무뚝뚝한 나와는 달리 섬세한 감성을 지닌 녀석이라 내가 불쑥 불쑥 던지는 말로 인해 상처도 많이 입었을 터. 나는 결코 자애롭고 따땃한 에미가 아니였다. 독선적이고 거칠은 에미에게서도 어찌 어찌 잘 자라 주어서, 몸도 마음도 자신의 것으로 잘 자라 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 명분이야 들판에 들풀처럼 자라야 한다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못 해 준 게 너무나 많다.
태어날 때쯤부터 몇 년 간은 할머니가 위암 수술한 바로 뒤여서, 한 살 터울 누나가 있어서 엄마를 온전히 누릴 수 없었을 것이고(이상하게 큰 애의 그만 때는 다 생각나는데 아들은 생각나는 일이 별로 없다) 좀 자라서는 엄마가 일을 하겠다고 설치고 다녀서 늘 혼자였고, 그러다 갑자기 미국으로 갔고 몇 달 만에 잠깐씩 만나는 게 여러 해 째다.
"엄마, 떨린다"
논산행 기차를 타고 가면서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혼자 미국갈 때보다 더 떨려?"
"응"
"왜...그럴까?"
"...그 때는 기대감이란 게 있었지. 지금은 그냥 싫고 떨리는 거잖아."
그렇겠다. 낯선, 새로운 세계로 떠날 때는 그 세계가 보여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지, 자신의 의지로 펼쳐나갈 그 무엇에 대해 결심을 하며 계획을 할 수 있지. 군대란 그런 곳이 아니지 않은가.
"엄마는 잘 모르지만 그냥 묻혀서 지내다 와. 어중간하게 지내다 와. 시키는 거 토달지 말고 꼬박꼬박 하고. 알았지?"
별 도움도 되지 않을 말을 해 놓고 왈칵 눈물이 났다.
저도 눈시울이 불그스레해 졌다. 슬쩍 얼굴을 돌리고 모른척 하다가 여러 곳에 전화를 해 댄다. 제 아버지가 보면 또 한 소리 할 풍경이다. "사내놈이..."
도대체 사나이는 울지도 않아야 하고 무섭지도 않아야 하고...왜 그럴까? 사나이도 다정다감할 수 있고 소심할 수도 있지.
언젠가 내가 어디를 가는데 이녀석이 따라가고 싶다고 울다가 남편에게 맞은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사내녀석이 엄마 치마꼬리 잡고 다닐테냐며 야단을 맞았다. 사내들이 불쌍하다.
"입영장병 여러분들은 운동장으로 모여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왕왕 울리는 소리.
"이제 갈게" 하며 나를 껴안더니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후다닥 뛰쳐 나갔다.
천명도 넘는 머리 짧은 사나이들 틈에 끼여 찾을 수가 없다. 더 높은데 가면 보일까 싶어 스탠드 맨 위로 올라갔는데도 안 보인다. 그런데 줄을 세워 운동장 가를 한 바퀴 빙 돌아 들어간다.
'아뿔싸,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아들이 나를 볼 텐데.... 내가 벌써 가 버린 줄 알겠구나'
아쉬운 마음에 또 눈물이 났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기차역으로 가면서 간절히 빈다.
'다정다감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우리 아들, 감성도 죽이고, 의지도 죽이고 그저 몸만 잘 있다가 돌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