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7.11.26 16:31:13 (*.151.38.111)
1368
"선생님, 딱 한 시간만 있다 갈께요."
나는 이제 뭐 그리 바쁜 일도 없는데 그이는 내 시간을 뺏는 것이 마냥 미안한 듯 한 시간을 강조하며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 맞춰 왔다가 갔다. 자기 집과 우리집은 운전을 하고 가면 십분 정도 거리라고 했다. 올 때 전화하고 집에 가서 문자보내고 이러면서 우리집에 온 것이 두 번째다.
처음 올 때 집에서 직접 짠 들기름이며 매실청, 그리고 고구마, 마늘......여러 꾸러미를 들고 왔다. 나는 '처음 왔으니까' 하며 그저 고맙게 받고 맛나게 먹었다. 남편이 팔남매중 다섯째라 했다. 시부모가 팔남매에게 주려고 해마다 농사진 것을 이리저리 꾸려주신다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표정이 하도 맑아서 시댁 이야기 같지 않고 친정부모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렇게 자기네 먹으라고 챙겨주신 것 중에서 또 나를 주려고 조금씩 덜어내 온 것이다.
이번에는 청국장을 주러 온다고 했다. 가져온 보따리가 한 보따리다. 청국장은 몇 달을 먹을 만큼이고 생강을 꿀에 재서 한 병, 그리고 누룽지를 한 가득 가져왔다. 시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거라 했다. 팔남매에게 그걸 다 나눠주려면 날마다 가마솥에 밥을 해서 눌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까지 얻어 먹다니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일텐데 싶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다. 사실 나는 누룽지를 사다 먹는다. 예전에는 가끔 누룽지가 먹고 싶으면 솥에 밥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남은 밥을 후라이팬에다 눌려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어느 때부턴가 간편하게 팩에 들어있는 누룽지를 사다놓고 먹는다.
생강차는 길례씨가 만들었단다. 마늘이나 생강 까는 게 얼마나 지루하고 귀찮은 일인데 그걸 일일이 까서 저며서 차를 만들었다니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자리에서 정난다고 했던가. 마치 친정에서 이것 저것 챙겨와서 꺼내놓는 동생처럼 꾸역꾸역 보따리가 나왔다. 그냥 오다가다 들러서 차 한잔 마시고 가도 좋을텐데 올 때마다 무엇을 가져다 주니 나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시댁에서 주는 걸 아껴먹지 나한테까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웃는다.
"늘 나눠먹는 멤버가 있어요. 이제 선생님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된건데요 뭐" 이러면서.
길례씨는 나랑 띠동갑, 열 두 살 아래다. 오십이 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나눠주지 못하는데 저 사람은 어찌 저럴까 싶어 좀 부끄럽다. 이웃과 나눠먹으라고 넉넉하게 주시는 그 부모님도 높이 보인다.
무엇보다 직접 만든 예쁜 공책을 두 권이나 받았다.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공책이라기 보다 예쁜 지갑같다. 지난 번에 준 것은 여행갈 때 쓰려고 필요한 것을 메모 중인데 이번에도 또 가져왔다. 한지로 속지를 넣어 만든 이번 공책은 쓰기가 아깝다. 기념으로 그냥 간직해야 겠다.
아직 어린 아이 둘과 아무리 즐겨 한다지만 일많은 시골 부모님 찾아가서 돕는 일, 그리고 자기 일까지 그 동동 걸음이 보지 않아도 삼천린데 나는 뭐 해 줄게 없나 싶어 괜히 두리번 거린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길례씨는 딱 한시간, 그렇게 나직나직, 조잘조잘 웃으며 떠들다가 휭하니 갔다. 보내고 집에 들어와 생강차를 한 잔 끓여 마셨다. 맛나다. 차를 마시며 커다란 청국장 덩어리를 보다가 벌떡 일어나 절반을 떼서 또 세 덩어리로 나눴다. 비닐 봉지에 하나씩 넣어서 집을 나섰다. 가끔씩 앞산을 함께 가는 이웃 세 집에 한 봉지씩 나눠주었다. 길례씨 자랑을 하면서.
나는 이제 뭐 그리 바쁜 일도 없는데 그이는 내 시간을 뺏는 것이 마냥 미안한 듯 한 시간을 강조하며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 맞춰 왔다가 갔다. 자기 집과 우리집은 운전을 하고 가면 십분 정도 거리라고 했다. 올 때 전화하고 집에 가서 문자보내고 이러면서 우리집에 온 것이 두 번째다.
처음 올 때 집에서 직접 짠 들기름이며 매실청, 그리고 고구마, 마늘......여러 꾸러미를 들고 왔다. 나는 '처음 왔으니까' 하며 그저 고맙게 받고 맛나게 먹었다. 남편이 팔남매중 다섯째라 했다. 시부모가 팔남매에게 주려고 해마다 농사진 것을 이리저리 꾸려주신다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표정이 하도 맑아서 시댁 이야기 같지 않고 친정부모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렇게 자기네 먹으라고 챙겨주신 것 중에서 또 나를 주려고 조금씩 덜어내 온 것이다.
이번에는 청국장을 주러 온다고 했다. 가져온 보따리가 한 보따리다. 청국장은 몇 달을 먹을 만큼이고 생강을 꿀에 재서 한 병, 그리고 누룽지를 한 가득 가져왔다. 시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거라 했다. 팔남매에게 그걸 다 나눠주려면 날마다 가마솥에 밥을 해서 눌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까지 얻어 먹다니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일텐데 싶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다. 사실 나는 누룽지를 사다 먹는다. 예전에는 가끔 누룽지가 먹고 싶으면 솥에 밥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남은 밥을 후라이팬에다 눌려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어느 때부턴가 간편하게 팩에 들어있는 누룽지를 사다놓고 먹는다.
생강차는 길례씨가 만들었단다. 마늘이나 생강 까는 게 얼마나 지루하고 귀찮은 일인데 그걸 일일이 까서 저며서 차를 만들었다니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자리에서 정난다고 했던가. 마치 친정에서 이것 저것 챙겨와서 꺼내놓는 동생처럼 꾸역꾸역 보따리가 나왔다. 그냥 오다가다 들러서 차 한잔 마시고 가도 좋을텐데 올 때마다 무엇을 가져다 주니 나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시댁에서 주는 걸 아껴먹지 나한테까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웃는다.
"늘 나눠먹는 멤버가 있어요. 이제 선생님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된건데요 뭐" 이러면서.
길례씨는 나랑 띠동갑, 열 두 살 아래다. 오십이 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나눠주지 못하는데 저 사람은 어찌 저럴까 싶어 좀 부끄럽다. 이웃과 나눠먹으라고 넉넉하게 주시는 그 부모님도 높이 보인다.
무엇보다 직접 만든 예쁜 공책을 두 권이나 받았다.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공책이라기 보다 예쁜 지갑같다. 지난 번에 준 것은 여행갈 때 쓰려고 필요한 것을 메모 중인데 이번에도 또 가져왔다. 한지로 속지를 넣어 만든 이번 공책은 쓰기가 아깝다. 기념으로 그냥 간직해야 겠다.
아직 어린 아이 둘과 아무리 즐겨 한다지만 일많은 시골 부모님 찾아가서 돕는 일, 그리고 자기 일까지 그 동동 걸음이 보지 않아도 삼천린데 나는 뭐 해 줄게 없나 싶어 괜히 두리번 거린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길례씨는 딱 한시간, 그렇게 나직나직, 조잘조잘 웃으며 떠들다가 휭하니 갔다. 보내고 집에 들어와 생강차를 한 잔 끓여 마셨다. 맛나다. 차를 마시며 커다란 청국장 덩어리를 보다가 벌떡 일어나 절반을 떼서 또 세 덩어리로 나눴다. 비닐 봉지에 하나씩 넣어서 집을 나섰다. 가끔씩 앞산을 함께 가는 이웃 세 집에 한 봉지씩 나눠주었다. 길례씨 자랑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