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 모습이 똑같은 이유는..."
보직형 공모교장제 도입과 교감직 폐지! 교육개혁의 지름길

                                                    김성천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    


  
  #1 교무회의는 텔레비전이다
  
  월요일 아침, 독서실로 교사들이 모여든다. 교사들이 다 모이면 교무부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지금으로부터 직원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정면의 국기를 바라보십시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중략). 상호간 인사. 먼저 교무부 전달 사항 있겠습니다”
  
   교무부장의 전달사항이 끝나면 학생부장, 연구부장, 학년부장이 전달사항을 말한다. 교사들은 교무수첩에 묵묵히 적는다. 각 부 전달사항이 끝나면 교감이 마이크를 잡는다. 늘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한다. “선생님들, 요즈음 교실이 지저분합니다. 깨끗이 청소를 해주시고, 수업 종치면 바로 입실하여 주십시요” 이후 교장이 교감과 비슷한 훈화를 한다. 직원회의는 그렇게 텔레비전처럼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된다.
  
  #2 수업안하기 위해 교감한다(?)
  
  박교사: 곧 교감으로 승진하신다면서요. 축하드립니다. 교감 직무 수행도 많이 힘들다고 하던데요. 앞으로 걱정되시겠어요
  
  (교감승진을 앞둔) 최교사: 괜찮아. 수업 안하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딘데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의 원인, 교장 교감이라는 사각지대가 있다
  
  학교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학교가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성의 관점이든, 공공성의 관점이든 학교가 사회적 기대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늘 교원과 학교에 관한 기사가 넘쳐나고, 그와 관련한 댓글들은 철밥통 교사에 대한 분노와 욕설로 가득차 있다. 그만큼 교사와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찬성 여론조사가 80%를 넘어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학창시절 담임교사 또는 교과 담당 교사들만을 상대하다보니, 주로 교사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학교의 많은 문제를 교사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교사의 책임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교장, 교감이 학교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이 교감으로 승진을 하려면 25년이 소요되고, 대략 4-5년의 교감생활을 해야 교장을 할 수 있다. 승진을 위해서는 연수점수, 벽지점수와 같은 가산점, 현장연구라든지 대학원 학위 취득에 따른 연구점수, 근무평정점수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연수를 받고, 연구를 해서 승진 되는 것이 무엇이 그리 나쁜 것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행 승진제도는 기본적으로 연공서열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가 혁신되지 않는다. 20년 전의 낡은 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현재의 학교 모습도 50대 후반이 되어야 교장이 되는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연수점수, 연구점수, 가산점을 획득했다는 것이 교감이나 교장이 갖추어야할 자질과 리더쉽을 갖추었다는 보증을 전혀하지 못한다.
  
  근래들어 학부모와 교사간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촉발되기 이전에 교장과 교감이 나서서 조정 및 중재역할을 했어야하고, 갈등 요소를 사전에 예방했어야 하는데, 그런 리더쉽을 갖춘 교장 교감을 현행 승진제도하에서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현행 승진제도하에서 교사들은 근무평정에 의해서 평가를 받는데,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상명하달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와같이 현행 교원승진제도는 창의적·민주적·혁신적인 교감과 교장을 만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현행 제도는 교사들의 창의성, 민주성, 혁신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있다.
  
  관료주의는 오늘도 학교를 망치고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수학여행과 소풍, 운동회. 학생들이 교육청 홈페이지에 한이 되도록 올리는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귀밑머리 몇 cm로 규정되는 교칙. 왜 이러한 모습들이 변화되지 않는 것인가?
  
  한마디로 학교에 커뮤니케이션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교장부터 학생에까지 이르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교사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지시와 복종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학교는 살아있는 공동체가 아니요, 교육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로지 행정 업무를 지침에 따라서 잘 처리하는 되는 관료기구로서 학교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관료화의 핵심에 교장과 교감이 위치하고 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 시교육청, 교장, 교감, 부장교사, 교사, 반장, 학생을 거치는 위계구조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적 철학과 소신을 펼쳐나갈 수 없다. “학생들과 학급야영을 하려고 하니 결재를 해주십시요”라고 교장이나 교감에게 요구할 때, “그러다가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라고 질책하는 교장 교감을 훨씬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관료주의의 특성은 보신주의이다. 일단 교감이 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교장으로의 승진이 보장된다. 8년 임기의 교장도 일단 임용되면 중임이 거의 확정적이다. 단, 민원이 제기되지 않거나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대다수 교장 교감들은 ‘사고나 날까, 민원이 제기될까, 자신의 신분이 위험해질까’를 우려할 뿐이다. 수업하는 교사를 호출하여 공문을 빨리 처리하라고 닦달하는 교장 교감 역시 자신에 대한 교육청의 평정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수업보다는 행정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학교는 생산적인 논의와 소통이 사라지게 된다. 학교는 과거의 틀을 기계적으로 답습하고,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교사들은 점차 학교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상실한 채, 위에서 떨어지는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며 기획력을 점차 상실한다. 그 과정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안주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갇혀있는 새를 풀어주어도 날지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학교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조직이 되고 있다.
  
  누가 왜 보직제형 교장공모제를 반대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 터해 교육혁신위는 물론 민주노동당 최순영, 한나라당 이주호,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도 교원승진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워낙 교원단체간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회보다는 교육혁신위에서 결정한 방안이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혁신위의 교원특위안을 보면 교사경력 10년에 학운위 산하 교장공모심사위를 통해 실질적 능력을 가진 교장을 선발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교감직을 폐지하고, 학교장이 교사들 중 부교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교총 등 기득권층의 반발에 밀려 안이 상당 부분 후퇴하였다. 현재 교사경력 15년에 교감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교육부는 역시 고수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공모제 교장이 도입되면 그동안 관료주의적 통치 구조가 무너진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자율적인 학교, 다양한 학교를 말로는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지배권 밖에 있는 교장 교감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교총 역시 교장자격증이 폐지된 보직제형 교장이 도입되면 자신들의 승진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교대 사대 교수진들 역시 보직제형 공모제가 도입되면 승진점수 때문에 연수를 받는 교사들로 인해 유지된 교육대학원과 연수체제가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똘똘 뭉쳐 보직제형 교장공모제 도입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승진제도가 매우 경쟁력 없는 제도라는 것은 도저히 가릴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이 학교에 대한 질타를 쏟을수록 현행 승진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열망은 커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보직제형 교장공모제의 도입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기득권층들은 현행 승진제형 교장제도를 보장해준다는 조건하에 최소한도의 보직제형 공모제를 최소한도의 비율로 도입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승진제도에 기반한 교감제만은 어떻게든 존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교사에서 교감으로, 교감에서 교장으로 막 승진하려는 사람들의 기득권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것은 교장자격증이 없는 보직제형 공모제 교장의 경우, 교육부나 교육청의 통제권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교감직을 유지시키고, 이들을 통해 학교를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다. 결국, 교감직이 없어지지 않으면 교장 공모제든 선출제든 백약이 무효가 된다. 교육청에 의해 평가점수를 받아야 하는 교감의 경우, 분명 교육부와 교육청의 통제에 철저히 종속되고, 이 질서위에 많은 교사들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공모제 교장의 경우, 결국 뒷방 노인네로 전락하게 되고, 학교는 크게 변화하지 않게 된다.
  
  진정한 개혁은 자기로부터 시작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항상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고, 교사들에게 많은 의제를 던져 좋지만 정작 자신들은 과거의 구습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되어야 할 대상들이 개혁을 부르짖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식의 개혁에 대해 교사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너나 잘하세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승진제도로는 더 이상 학교 변화를 추동할 수 없다. 이제는 상명하달에 익숙한 교장 교감이 아닌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공공성에 터해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실질적 능력과 리더쉽을 갖춘 교장이 요구된다. 이러한 교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교감직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교감은 또 하나의 불필요한 위계구조를 만들어 낼 뿐이다. 지금처럼 교장은 도장만 찍고, 교감에게 학교 일을 위임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학생들을 만나고, 교사들과 학부모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교장이어야 하며, 군림하는 교장이 아닌 섬기는 교장이어야 한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교장과 교육청 눈치나보고, 결재도장만 찍는 교감이 학교에 둘씩이나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한마디로 발로 뛰는 교장이 필요하다. 이렇게 실무적인 교장이 존재한다면 교감이라는 위치는 불필요하다. 교감의 역할은 학교 내 교사중에 교장이 지명한 부교장이나 대표 부장을 두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본다.
  
  교감을 없애고 구성원간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학교의 비전을 세우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서 가열차게 논의 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든다면 학교는 생명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보직제 성격의 공모제 교장을 즉각 도입하고, 교감직을 폐지하는 것은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학교 개혁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2006년07월27일
글 출전 ⓒ민중의 소리   http://www.voiceofpeopl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