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라를 맡겨 준다면…”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박원순  


  민말순(청소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일 안 하고 노는 공무원들을 싹싹 쓸어버리겠다.
  
  김용수(택시기사)=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치가 내 삶에 관여하는 줄 몰랐는데 그 이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 정치가 서민경제에 기여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출마했다. 대통령,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택시기사 공영제 등 서민의 삶과 밀착된 공약도 제시하겠다.
  
  이나경(사진작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에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정치인들은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 후보들마다 경제와 선진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진정한 선진국은 사람, 사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낙태·이혼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사진을 찍으며 느껴온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
  
  정한성(부동산 임대업)= 우리 국민 25%가 적자 가정이며 극빈층은 12%인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진흙탕에서 싸움만 하고 있다. 국토개발부 장관에 이명박씨, 외교부 장관에 박근혜씨, 기업환경개선부 장관에 손학규씨를 기용하겠다.
  
  최용기(창원대 교수)= 대학은 총장에게, 초·중등 교육기관은 교육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대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현하겠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 중 교육·재정·경찰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고 국회의원과 지자체 의원을 무급 명예직으로 전환할 것이며, 군복무제는 완전히 폐지하고 지원제를 도입할 것이다.
  
  안광영(전 통일한국당 총재)=‘1가구 1주택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택이므로 모든 가구가 주택을 갖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단 1가구 2주택은 지금보다 더 중과세해야 한다.
  
  이경수(전 경찰간부)= 가계 부채 60조원, 지난 10년 동안 자살자만 10만여명에 이르고 청년 실업자가 150만명을 넘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출마했다.
  
  
  다가올 12월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름 없는’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이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나에게 나라를 맡겨달라”는 무소속 또는 특정 정당의 무명의 예비후보들은 6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언론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출마 선언, 유권자를 향한 호소, 정책·공약 제시 등 나름으로 진지하게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이들이야말로 우리 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삶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들이다. 자신이 우리 이웃이고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일 안 하는 공무원들을 척결하겠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없애겠다, 1가구 1주택 운동을 벌이겠다는 등 자못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정책이 많다. 유력 후보들이 벌이는 네거티브 캠페인,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하고 불투명한 과거, 과거회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들에 비하면 얼마나 신선한가.
  
  물론 대통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과 정치세력의 뒷받침 없이 정권을 맡기 어렵다. 이들 무소속의 후보들이 실제 선거에서 당선되기는 힘들 것이다. 스스로 당선되리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력 정당과 그 후보들의 오만과 부패, 지겨운 소모적 대결과 갈등, 원칙도 없는 이합집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행태, 거대 정책뿐인 공약, 무정견한 생각과 비전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이들 무명 후보들에게서 청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마이너리티에게 관심을 보여 보자.
  
   출처 :  한겨레 칼럼 2007/08/14

*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나라를 맡겨 준다면 나는 우찌할 것인가?
나에게는 정치철학과 비전이 있는 것인가?
내가 비록 장삼이사, 필부필부일지라도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땅에서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글 속에 담긴 염원이 바로 읽혀 진다면
나라를 맡겨달라고 아우성 치는 유력 대선주자들 태도는 달라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