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에 열광하는 아이들
 - <꽃보다 남자>

전영경 | 논술교사 think-jeon@hanmail.net

처음 '꽃보다 남자'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꽃과 남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아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꽃보다 예쁜 남자, 전문용어로 '꽃미남'이라며 웃는다. 어느 집에서는 꽃보다 남자를 보고 있던 두 딸과 아내에게 아빠가 "나와 구준표 가운데 누가 더 좋냐?"고 물었다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시에 "당연히 구준표가 더 좋다"고 대답하여 토라졌다고도 하고, 어느 집에서는 영어 단어 외우는 숙제를 안 해 매일 학원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꽃보다 남자>를 보기 위해 단어를 외워 학원에 남지 않고 바로바로 와서 좋다며 "방영 날짜를 연장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꽃보다 남자>는 인기가 많은 만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외모 지상주의'니 '물질만능주의'니 하며 막장 드라마로 받는 비판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방패로 막아서며 주인공들은 각종 광고를 섭렵한다.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 연계 없이 터지는 사건들은 억지로 사건에 사건을 쌓아가는 어색한 몸놀림에 불과하다. 이 어색한 몸놀림들은 너무나 황당무계하여 시청자들의 판단을 마비시켜 '그저 구준표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웃음 짓게 한다.  우리들의 물질과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심리와 태도를 변화시켜 드라마 속에서 비현실과 현실을 바꾸어 놓는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가능한 멋있고 완벽한 재벌과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서 이 시대 사람들은 과한 입시 경쟁이나 극한 경제 상황과 같은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대리만족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드라마가 '막장이냐 아니냐' 보다 그것을 보는 우리들의 욕망이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이 수업은 특히 아이들의 자발적인 면을 우선시하여 <꽃보다 남자> 제재에 대한 토의와 설문조사, 정리의 순으로 수업을 계획했다. 미리 상의하여 시간은 넉넉하게 잡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내용 파악 및 설문조사

수업에 들어서며 아이들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를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항상 그런 것처럼 아이들은 책보다 미디어, 특히 자신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 대한 수업이라는 것에 흥미를 나타냈다. 토의에 앞서 기록자와 사회자를 정하게 한 후 토의에 들어간다. 다음은 아이들이 토의한 것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며, 이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만든 설문지이다.

사회자 :  <꽃보다 남자>의 내용을 재점검하기 위해서 먼저 인물 분석을 해야 할 것 같아.
혜주 : 내가 먼저 할게. 나는 구준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야. 구준표는 세계적인 신화 그룹의 후계자이고, 모든 면에서 풍족하게 살아서 그런지 유아독존이야. 자기보다 훨   씬 나이 많은 사람한테도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굴어. 그리고 그 성격을 검정색 의상과 뽀글 머리로 잘 표현한 것 같아. 아,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왜 구준표는 멸치를 보고 벌레라고 했을까?
충걸 : 아마도 그건 구준표가 어렸을 적부터 호화로운 음식들만 접해서 멸치의 전체 모습을 처음 봐서 그랬을 거야.
사회자 :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말해봐.
동현 : 송우빈! 송우빈은 캐릭터에 두각은 없지만 친구들과 금잔디를 잘 지켜봐주는 것 같아. 그리고 유쾌한 성격으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지.
선진 : 그럼 난 윤지후에 대해서 말할래. 옛날에 교통사고로 인해서 부모가 죽은 이후로, 자동차 운전을 못하게 됐는데, 금잔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친 것을 보니까 그런 윤지후의  마음속에 금잔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봐.
민정 : 윤지후, 걔는 좀 불쌍한 것 같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우정을 택하고 뒤에서 금잔디를 지켜볼 수밖에 없잖아. 그거 쉽지 않은 일이라는데.
혜주 : 그런데 구준표도 나름대로 힘들지 않았을까? 자신의 친구가 사랑을 포기하고 얻은 금잔디인데, 금잔디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이 컸을 거야. 게다가 자신이 금잔디를 지켜주지 못할 때 자기 대신 윤지후를 불러야 한다는 사실에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윤지후는 아직 금잔디를 사랑하고 있잖아.
동현 : 금잔디 이야기는 왜 안하는 거야? 나는 금잔디가 좋던데. 금잔디는 온갖 괴롭힘과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그때마다 잘 견뎌냈던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금잔디가 좋아. 나라면 불가능했을 텐데.
민정 : 소이정도 있어. 솔직히 나는 <꽃보다 남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소이정 역할을 맡은 김범 때문에 어쩌다 한번 보게 된 것이거든? 근데 계속 보다보니까 소이정이라는 캐릭터는 F4에서 가장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 같아.
선진 : 아빠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 아빠가 바람둥이잖아.
지은 : 그리고 소이정네 아빠는 소이정한테 '네가 내 뒤를 이어야 한다' 라면서 자신과 닮았다고 했거든.
민정 : 왜 자꾸 다른 길로 새는 거야? 소이정은 부드러운 듯하면서 되게 냉소적이잖아. 아까 구준표처럼 색깔로 표현한다면 약간 네이비? 그 쪽인 것 같아.

사회자 : 그럼 이제 꽃보다 남자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말해볼까?
동현 : 음……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을 보면서 나름의 대리만족? 뭐 그런 것을 느끼는 것 같아.
혜주 : 원작과 드라마의 캐릭터 이미지가 비슷해서 더욱 주목되고, 여자의 로망을 너무 잘 드러내고 있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더 많이 끌리는 것 같아.
지은 : 일단 주요 캐릭터들이 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여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들의 모습이 F4라는 인물들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 또 서민 가정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선정하면서 우리가 금잔디라는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해.
민정 : 나도 거의 비슷한 의견이야. 일단 줄거리보다는 잘생긴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잖아. 그동안 꼭 '꽃남'이 아니더라도 보잘 것 없는 여자아이에게 멋진 남자들이 엮인다는 그런 스토리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잖아.
사회자 :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지? '꽃남'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캐릭터들의 캐스팅이 멋진 배우들로 선정됐고, 보통 여성들의 꿈을 영상으로써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사람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이 이루지 못하는 로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 그러면 <꽃보다 남자>에 대해서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해서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해보자.
동현 : 그냥 말로 조사하지 말고 설문지를 작성해서 하면 어떨까?
헤주 : 그거 재미있겠는데.
지은 : 어렵지 않을까?
충걸 :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사회자: 그러면 설문지를 만들어서 돌리도록 하자. 반대 없지? 이제 설문 내용을 정해보자.

설문조사 문항

1. 나는 꽃보다 남자를 본 적 있다 (예, 아니오)
2. 만약 안본다면 안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3. 만약 본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4.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5.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6. 구준표의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7. 금잔디의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8. 꽃보다 남자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설문지를 돌릴 때는 보다 진지한 태도로 임하되, 먼저 설문지를 돌리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여 양해를 구하고 허락하는 사람에 한해 조사를 하도록 하였다. 또한 장난이나 대충하여 맘에 드는 항목에만 대답하는 경우 등은 설문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원하는 것보다 넉넉한 수의 설문지를 돌려 오도록 주의를 주었다. 설문지를 돌리는 대상은 아이들과 또래인 중학교 1∼3학년으로 하였다.

설문 결과

아이들이 해온 설문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아 힘이 빠지는듯 보였으나, 일일이 확인하면서 의견을 나누며 그때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조사해 온 설문지는 모두 116장이었으며 동문서답이나 누락된 항목 등의 이유로 55장은 버리기로 했다. <꽃보다 남자를 안 본다>는 아이들은 스스로 설문조사에서 빠진 경우가 많아 1번과 2번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꽃보다 남자를 보지 않는 이유로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재미가 없다, 연기를 못한다, 다른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등을 들었다. 조사에 사용된 설문지는 61장이다. 설문은 항목별로 정리했다. 먼저 각 의견을 열거하여 정리한 후, 1, 2, 3위 및 기타 중에서 특이한 의견(약 2-3개)을 뽑았다. 결과를 백분율로 계산하고, 이를 보기 쉽게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꽃보다 남자>를 보는 이유는
재미있어서 44%
배우들의 비주얼 때문에 22%
우리들의 꿈을 보여준다 14%
내용이 좋다 14%
그냥 당연히 봐야 한다 3%
친구들과의 대화를 위해서 3%

아끼는 캐릭터가 누구인가요?
구준표 (귀엽다, 멋있다) 30%
윤지후 (잘 생겼다, 매너 좋다, 엉뚱하다) 30%
소이정 (매너가 좋다) 18%
추가을 (이쁘다) 9%
송우빈 (살인미소, 의롭다) 4%
금강산 (귀엽다, 철들어 보인다) 4%
구준희 (완벽하다) 2%

싫어하는 캐릭터는?
금잔디 (오버연기, 질투난다) 29%
하재경 (잔디와 준표를 방해한다, 눈치없다) 23%
기타 48%

<꽃보다 남자가 인기 있는 이유>
주인공들의 모습과 성격, 그리고 스타일 (47%)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17%)
완벽하게 받쳐주는 조건에서 탄탄한 스토리 (15%)
현실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다. (12%)
순정 드라마의 특징을 잘 살렸다. (4%)
막장 드라마여서 (2%)

학생글 (설문조사 후기)

*의외로 잔디를 싫어하는 많아 좀 신기했다. 내가 잔디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김준이 김범의 방송분량을 뺏어서 송우빈이라는 역할이 싫다는 독특한 의견도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같은 드라마를 보며 사람마다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설문지 중 반을 버렸는데, 너무 아까웠다. 아쉽게도 성의 없이 대충대충 참여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를 별 생각 없이 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계속 보다보면 중독" 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래서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명여중 2학년 이지은)

* 설문조사를 처음 했는데 여러 번 놀랐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고 장난처럼 쓸 줄 알았는데 다들 진지하게 써줬다. 그러나 설문지의 반 정도를 버리고 나서 정말 진지하게 했나? 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친구들이 쓴 것을 보니 동일 시간대의 <에덴의 동쪽>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이 설문조사를 하면서 남녀불문하고 대부분 구준표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꽃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귀엽고, 잘 생겨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성중 3학년 서동현)

펼치기

이번 수업은 2차시로 이루어졌지만 2차시의 경우, 수업 시간이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1차시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토의가 아니라 내용 정리를 위한 수업을 토의로 진행한 것은 아이들 주도의 수업이며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드라마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줄거리를 되짚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여기서는 주요 등장인물의 특징을 중심으로 내용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실제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아이들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말과 행동으로 파악되면 인물에 대한 이해가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로 연계된다는 사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을 돌아보는 것은 아이들의 F4에 대한 관심에서 호응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아이들 모두가 쉽게 참여하고 개인의 취향을 확인할 수도 있어 좋았다.
아이들의 설문조사는 문제가 되는 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처음 약속대로 개입하지 않았다. 중학생으로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직접 설문지를 돌려 응답을 받아내 설문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은 결과적으로는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설문 결과를 취합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조정해야 한다. 또 결과를 도표를 활용하여 나타내는 것에 아이들은 많은 공을 들였고 자신감을 느끼는 듯했다.
2차시 수업은 아이들에게 관련기사를 주어 읽고 이 드라마에서 지적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에 실은 것은 발췌하여 다듬은 기사로, 아이들에게는 원문을 주었다.

1. 시민단체 <꽃남> 폭력성 위험수위 지적
시민 방송모니터링 단체가 '꽃보다 남자' 의 폭력성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우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단체는 "재벌가 꽃미남을 등장시켜 외모지상주의의 잘못된 사회의식을 형성할 여지가 크다. 재벌 우상화도 꼬집었다. (…) "가난은 악이고 부는 선이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따 문화에 대한 희화화와 폭력성에 대해서는 더욱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 이런 장면들이 버젓이 소개되고, 주인공은 비현실적으로 꿋꿋해 왕따 문제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왕따와 상대적 빈곤 등으로 인한 자살문제가 아직도 뉴스화되는 현실에서 주시청층이 10대인데도 불구하고, 시청률만을 의식하고 있는 제작진들의 방송언론인으로의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 www.osen.co.kr 2009/02/04 중에서 발췌 

2. <꽃남> 송병준 "물질만능주의 드라마란 말 인정 못해"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송병준(49) 대표는 "리얼리티 드라마보다는 판타지 드라마를 선호한다"고 밝힌다. 그런데 그 판타지라는 것에 대해 단서를 단다. "완전한 허구의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있는 묘한 공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엄청난 부자이면서 꽃미남만 다니는 신화고교가 현실 세계에 어디 있나? 하지만 시청자는 이런 가상세계에 기꺼이 빠져들지 않는가. '궁'의 가상세계에 시청자가 빠져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이처럼 시청자가 도피할 수 있는 판타지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런 드라마 속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욕을 하면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드라마 한 편이 대중의 심리,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신중하게 제작해야 하고 표현의 수위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드라마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드라마에서 악역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가령 준표 엄마인 강희수(이혜영 분) 회장은 준표와 잔디(구혜선 분)의 교제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의 소유자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갈등적 설정이며 준표와 잔디의 관계에 있어 큰 변수가 되고 있고, 변화를 예고하는 캐릭터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을 무시하는 듯한 구준표의 안하무인 행위도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 역시 결핍의 상징이자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송 대표는 "한국에서 청소년 드라마는 청소년으로부터도 외면 받는다. 방송사가 편성도 하지 않는다. 시장이 죽은 상태"라면서 "너무 진지하고 성찰적인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실상과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하고 있다. 드라마적인 접근은 이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꽃남'이 최고의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고교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의미는 획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헤럴드 경제 2009/03/04 중에서 발췌

시민 단체가 지적한 내용과 그에 대한 꽃보다 남자의 제작 대표 송병준의 입장을 확인하며 기사의 내용에 대한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청소년 당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게 했다.

학생글

재벌들을 미화하는 드라마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드라마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나는 긍정적인 입장보다는 부정적 입장에 더 공감한다. '보리' 측에서는 판타지적인 장르와 일본 원작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고도 꽃남이 그동안 묘사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제들을 상당량 야기 시켰다. 일본 원작 만화라는 점을 감안했는데도 여러 문제점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와 현저하게 다른 일본 문화를 가능한 한 원작 그대로 드라마에 실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금잔디에게 일어났던 해프닝들은 원작에 나왔던 것들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불태우고 사람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만들면서 추가된 상황이다. 이 행동들은 범죄와도 같은 상황인데, 학생들이 금잔디에게 장난치는 모습으로 인해 '집단 따돌림'에 관한 문제도 두각을 나타냈다. 나는 보리 측의 주장에 찬성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만든 드라마라고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따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금잔디의 부모들은 굽신굽신 하면서 돈을 위해 구준표 측에 비굴해진다. 하지만 현실 속의 서민들은 그렇게까지 생각 없이 살지 않는다. 하지만 극 중 캐릭터들의 배경을 심하게 강조시키면서 '돈이 최고' 라는 의식이 생기게 되고, 돈 없는 것이 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최근 '아주' 라는 가수가 「재벌 2세」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MBC와 SBS에서는 심의가 통과된 반면, <꽃보다 남자>가 방영 중인 KBS에서는 탈락되었다. 그 이유는 그 노래가 재벌들을 미화시킨 내용의 가사이기 때문이다. <꽃보다 남자>를 상영 중이면서 재벌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재벌 2세」라는 노래를 거절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어이없는 실소가 나온다.
사람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우리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환상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어쩔 수 없이 동경하게 되고, 그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흉내내게 된다. 화려한 캐스팅과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유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누구나 문제없이 볼 수 있는 훌륭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주중 3학년 김민정)

드라마는 현실을 앞서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는 십대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까 봐 매우 큰 걱정을 한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그런 해프닝보다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 중점을 준다. 잔디는 극중 서민 역할이면서 장면마다 옷과 액세서리가 바뀐다. 또한 죽집 아르바이트, 우유배달과 신문 배달을 하면서 아무 때나 놀러 다니는 것도 이상하다. 구준표처럼 비상벨을 울리고 혼자 쇼핑하는 것도 19억이 넘게 있어야만 가능하며, 백화점에서 쉽게 허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어른들이 걱정할 만큼 분별력이 없지 않다.
요즘은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남자만 잘 만나면 신분상승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가치 있는 나를 가꾸기보다 외형을 중요시한다. 외모지상주의는 시청자들이 부추긴다. 매번 방송 다음 날, 인터넷에는 온통 F4가 잘생겼다는 얘기들만이 가득하다. 누구든지 잘생긴 캐릭터가 주목받는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지'라는 말을 하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이미 <꽃남>이 방영되기 이전에 외모지상주의가 사람들 의 일상생활에 만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꽃남> 때문에 외모지상주의의 문제가 심각해진 듯 말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청소년들은 <꽃남>을 보기 위해 드라마 시작 전에 자신의 할 일을 끝마친다. 십대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꽃남>을 보지 못하게 하는 부모가 아닌, 같이 보고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모를 원한다. (신사중 2학년 한채원)

수업을 마치며

텔레비전 드라마는 선택을 하여 일부러 가서 돈을 내고 보아야 하는 영화와 달리 집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볼 수 있다. 그래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사람들의 일상이 되어 언제, 어디서나 상대가 누구든지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재미로 보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굳이 왜 '생각'이 필요한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와 같은 드라마가 주는 무의식적인 영향은 크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아도 언젠가 꿈꾸었던 장면이 내가 가는 죽집이나 남산, 학교, 백화점 등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현실과 혼동하기 쉽다. 더구나 <꽃보다 남자>를 보지 않는 사람들마저 꽃보다 남자에서 간접 광고되고 있는 물건을 선택하여 구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의식적인 선택마저 장악하고 있는 드라마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일상에서 의식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의식을 바꾸는 것은 무의식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쉽다. 일상의 익숙함을 통해 형성되는 무의식을 바꾸려면 아이들 스스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이번 수업은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교사의 개입은 가능한 자제하기로 계획했다. 수업안으로 내놓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띄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 주체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철저한 아이들 주도의 수업이라는 면에서 이해를 바란다. 꽃보다 남자에서 외모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재벌의 우상화 등 지적되고 있는 문제는 이 수업과 연계하여 차시별로 주변과 내 안을 돌아보며 현황을 파악하고 원인은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 등을 함께 추론해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