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서관』, 『친구가 필요해』
내 친구는 어디에

이선희 해오름평생교육원 전임강사 good-anna@hanmail.net


만약에 우리가

만약에 우리가 따뜻한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말할 때 입술로만 하지 않겠지.
만약에 우리가 진정한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도 귀로만 듣지 않겠지.
마음도 없이 사랑도 없이 그저 입과 귀로만
하고픈 말만 듣고픈 말만 주고받지 않겠지.
만약에 우리가 온전한 사람이라면
그대와 내가 말을 나눌 때 마음으로 주고받겠지.
그대와 내가 말을 나눌 때 마음부터 주고받겠지.

- 김희동 노래집『곱기도 고와라』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대학에 들어가서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왜 친구 사귀는 일이 힘드냐고 물어보았더니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공부만 했기 때문에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잊어버렸고, 또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다들 이상하다나요.
우스갯소리 같지만 진짜 있는 일입니다. 어린아이들 또한 설렁설렁 친구를 잘 사귈 것 같지만 의외로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입니다. 부모 품이 완전한 것 같지만 자라면서 아이들은 점점 또래 친구를 필요로 합니다. 친구와 함께 어울려 놀기도 하고, 부모에게는 하지 못하는 비밀 이야기도 친구에게는 털어놓으면서 아이들은 자랍니다. 친구가 자신의 반쪽같이 느껴지고, 그 반쪽이 없는 아이들은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많이 뛰어논 아이들이 건강하게 친구도 잘 사귑니다. 말이 필요 없이 몸으로 부딪혔을 때 아이들은 빨리 친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친구를 사귈 시간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같이 노는 친구도 제한적이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 해도 친구는 아닙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 뭔가 따로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야 친구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친구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아이들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함께 놀기만 하면 친구인가요, 마음이 맞아야 친구인가요? 요즘은 아이가 외동이거나 형제가 그리 많지 않은 탓에 집집마다 아이들을 떠받들고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정의 대소사가 아이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아이들이 결정적인 선택권을 쥐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자기중심적으로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친구를 사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내 친구를 찾아서 『친구 도서관』으로……

시골에 살던 진규네가 도시로 이사 온 건 한 달 전 일입니다. 그런데 진규는 아직도 친구를 사귀지 못했습니다. 같은 동네 사는 같은 학년 친구를 만났는데, 학교가 다르니 친구는 안 되겠다 합니다. 서로 취미가 비슷해야 좋은 사이가 될 것 같아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를 만났더니, 진규는 3학년인데, 그 아이는 2학년이라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진규가 다니던 산골 학교에서는 친구 하자고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같이 산길을 오가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학년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그냥 다 친구였는데, 도시에 오니 친구 사귀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기훈아, 우리 친구 할래?
너랑 나랑은 한 학교에 다니고, 한 학년, 한 반인 데다가 같은 당번이잖아, 어때?”
“난 친구 있는데……”
“물론 친구야 있겠지. 근데 친구가 꼭 한 명일 필요는 없잖아.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냐?”
“친구 때문에 공부 방해된다고 엄마가 난리야. 내가 친구 얘기만 꺼내도 엄마는 ‘친구가 밥 먹여주는 줄 아니?’하면서 화를 낸다.”

모처럼 자기 이름까지 외워주는 기훈이를 보자, 진규는 반가워서 친구 하자고 하고, 기훈이는 곤란해 하며 다른 제안을 합니다.

“친구 도서관에 가 봐. 우린 다 거기서 친구를 만들어.”
“친구……도서관?”
“거긴 공부하는 데가 아니고 친구를 만드는 곳이야. 멋진 친구를 만들어 주는 도서관! 거기엔 없는 친구가 없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니까.”

그렇게 해서 진규는 여우내역에 있는 친구 도서관에 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듯, 도서관에서 원하는 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재미난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친구 도서관엔 종일 뜨개질만 하는 괴팍한 할머니가 관장입니다. 거기선 이름 대신 분류 기호로 통하며 친구 도서관에 대한 비밀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친구 도서관 가입서에는 만나고 싶은 친구의 조건을 쓰는 난도 있습니다. 친구가 아쉬운 진규는 이름 대신 오륙이로 불리며, 조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여기서도 친구 사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근데 너, 잘못 짚었다. 난 과학에 관심 있는 친구만 사귀거든. 난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야.”
“그래? 난 탐험가. 꿈이 달라도 친구는 할 수 있잖아.”
“무슨 소리! 이왕이면 같은 꿈을 가진 친구를 사귀어야지. 그래야 경쟁도 되고, 도움도 되고.”

 
친구 도서관에만 오면 단박 멋진 친구를 사귈 줄 알았는데 진규는 삼삼이에게 퇴짜를 맞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니 친구를 사귀어도 또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친구 도서관을 들락거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만나면 금방 헤어지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생겨서, 육육이와 공팔이, 오륙이는 셋이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도서관 관장 할머니에게는 손자가 하나 있었는데, 도서관 밑에 할머니 손자의 무덤이 있습니다. 이 손자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괴로워하다 죽어서 할머니가 나중에 친구를 아주 많이 만들어주겠다며 만든 것이 이 도서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왕따를 경험했거나 뭔가 친구 때문에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오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는 시간이 없다며 바삐 마법의 망토를 쓰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아이들은 망토를 불태우려다가 그만 도서관까지 다 태우고 맙니다. 도서관에서 캐캥 소리를 내며 죽은 할머니는 다름 아닌 손자를 잃은 할머니의 혼을 앗은 백 년 묵은 여우입니다. 할머니의 존재 때문에 이 이야기는 생활동화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데, 어찌 되었거나 친구 도서관에서 친구를 만들려는 바람은 물 건너가 버린 진규는 반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합니다.


“저기, 나, 할 말이 있어. 난 오진규야. 아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산골 학교에서 전학 왔어.
그 학교는 전교생이 백 명도 안 됐는데, 모두 친구였어. 난 축구를 좋아하고, 나중에 탐험가가 되는 게 꿈이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그,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저기 …… 내 친구가 되어 줄래?”

“난 박기훈. 너희들, 알지? 우리 엄마 극성인 거. 난 친구가 좋은데, 많이 사귀고 싶은데, 엄마는 딱 한 명만 사귀래. 시간 아깝다고. 그래서 몰래 친구 도서관에서 놀았어. 이제 친구 도서관은 없어졌지만…… 너희들이 내 친구가 되어 준다면…… 친구가 되어줄래?”

“난 이런 이상한 기분 정말 싫어. 난, 친구 따윈 아무래도 좋아. 세상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어? 내가 성공하면 친구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건데.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난 벌써 내 꿈도 찾았어. 친구 도서관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아니, 나랑 잘 통하는 친구도 한 명 만났고, 그러면 된 거 아냐?
근데 이젠 모르겠다. 그 친구가 진짜 친구가 맞는지, 내가 걔한테 진짜 친구가 맞는지. 너희들이 내 친구인지, 내가 너희들 친구가 맞는지…….”

*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친구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친구일까요?
나는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은가요?

기훈이의 생각과 기훈이 엄마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가요?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민이는 내가 성공하면 친구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민이의 생각이 맞을까요, 맞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도…… 나빴어. 힘 안 들이고 쉽게 친구를 고르려고 했으니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것처럼 친구를 골랐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다른 애를 만나고, 함부로 버렸어.”

내가 원하는 친구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기태의 말처럼 나도 친구를 쉽게 고르려고 하지 않았나요? 서로 참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가 필요해』

호수초등학교 3학년 3반 3번 조은애.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예요. 게다가 은애 엄마는 만날 바자회 같은 데에서 천 원짜리 헌 옷만 사다 입히니, 은애가 지질이 소리를 듣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조은애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신이 나고 힘이 나고 재미가 나는데. 언니나 동생이 없어도 심심하지 않은데. 호박꽃 같은 은애도 알고 보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알아주는 친구가 생길까요?

책날개에 있는 책 소갯글입니다. 이 글만 읽어도 은애가 어떤 아이인 줄 알겠지요. 겉으로 보이는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여도 마음속까지 그런 건 아닌 아이예요. 은애는 할 말은 할 줄 아는 당찬 아이입니다. 형제도 없이 외로운 은애는 정말 친구가 있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학교생활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바로 천적 같은 오지희가 있기 때문이지요. 오지희는 반에서 제일 키 크고 예쁘고 옷 잘 입고 친구도 많은 아이입니다. 그런데 말은 영 제멋대로 하는 데다가 사람을 무시하기까지 합니다. 오지희는 은애더러 난쟁이 똥자루에, 일름보 지질이라고 놀립니다. 사실 선생님이 오지희를 예뻐하시고 오지희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이를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오지희는 사사건건 은애를 무시합니다.

“조은애, 너 이제 봤더니 거지구나? 남이 입다 버린 옷이나 주워 입고 말이야. 너 다른 옷들도 다 주워 입었지? 팬티는 안 주워 입니?”

“조은애, 양말 벗지 마. 무좀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 옮는 병이라는데, 네 발에 무좀 되게 많다며? 괜히 너 땜에 우리 반 아이들까지 무좀 걸리겠다.”

“야, 지질이. 네 머리에서 비듬 떨어진다. 개기름 줄줄 흐르고. 너, 더러워도 너무 더러운 거 아니니?”

“근데, 네 머리에 이 있다며? 오늘 보니까 아주 버글버글 끓겠다. 얘들아, 저 지질이하고 스치기만 해도 이 옮거든. 스치지도 마. 알았지?”

아이고, 얄미운 오지희. 하지만 우리의 은애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오지희. 말은 똑바로 하자. 나는 거지가 아니야. 옛날에는 네가 이 옷 주인이었을 수 있어도 지금은 내 옷이야. 우리 엄마가 바자회에서 돈 주고 샀으니까.”

“나는 아직 무좀이란 걸 본 적도 없어서 그게 무슨 병인지도 몰라. 근데, 오지희 너는 무좀을 아주 잘 아나 보네? 많이 걸려 봤구나? 지금은 다 나았어?”

“미안해. 내가 요새 좀 바빠서 머리를 못 감았거든. 사람이 바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거 갖고 더럽다느니 뭐니 너무 난리 치지는 마라.”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집니다. 글쎄 오지희가 멀쩡히 살아있는 엄마를 죽었다고 하고 지금 엄마는 새엄마라고 해버린 것입니다.

말이 안 통하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은애는 식판을 들고 일어나 오지희의 머리 위에 둘러엎었습니다. 이제 은애는 조폭 지질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은 아닙니다. 은애는 참다 참다 행동으로 옮긴 것인데, 이럴 때 결과만 본다면 은애는 정말 조폭 지질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사건을 잘 따라가면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결과만을 가지고 은애를 야단치셨다면 은애는 억울하고 분할 것입니다.
어떤 3학년 여자 아이의 일입니다. 학교를 갔다 오면 아이가 하도 시들시들해서 엄마가 물어보았더니 짝이 여자아이였는데, 이 아이가 매일 “너 같은 건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존재를 위협하는 강한 독설에 아이는 대꾸할 말을 잃고 혼자 속으로 시름시름 앓았던 것입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짝은 집에서 매일 그런 소리를 듣고 살았던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듣던 독한 소리를 짝인 아이는 자기보다 순하고 여려 보이는 이 아이한테 그대로 쏟아버린 것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소심해서 할 말을 다 못하고 삼키는 이 아이는 은애를 보며 속 시원해했습니다. ‘그래, 이럴 때 이렇게 이야기하면 될걸. 난 왜 이렇게 못 했지. 은애에게 배우면 되겠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은애에게도 문제는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지저분하고, 잘 씻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환경운동가 은애 엄마의 생각은 다르지만요.

“은애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지저분한 점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옷도 자주 갈아입고 샤워나 목욕도 아침저녁으로 합니다. 에, 그러니까 깨끗하지 않은 아이는 따돌림을 당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은애만 달라진다고 될까……, 아이들 생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 사람들이 깨끗한 거 좋다고 샴푸며 세제를 펑펑 낭비해서 이 호수초등학교 앞에 있는 호수가 얼마나 더러워졌어요?”

사실 지저분한 친구는 사귀기 싫지요. 은애 엄마는 무척이나 바쁜 사람 같아요. 외동딸인 은애를 챙겨줄 시간이 없네요. 하지만 3학년이면 은애가 알아서 스스로 할 나이도 되지 않았을까요? 은애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기는커녕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은애에게 이모가 비법을 가르쳐줍니다.

친구 사귀는 법

1.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
2. 내가 가진 것 좋은 것을 친구에게 주어라.
3. 칭찬을 많이 해라.
4. 내가 먼저 다가가라.

그리고 바뀝니다.

나는 요즘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깨끗이 세수하고 머리를 빗는다. 옷도 엄마가 입혀 주는 대로 입지 않고 내가 스스로 색깔 맞춰 입는다. 준비물도 전말 밤에 미리 챙겨 놓는다. 못 말리는 엄마를 만났으니 내 앞가림은 내가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웃고, 얄미운 오지희도 칭찬해 주고, 하은이에게도 다가갑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좋은 것, 동화책이랑 만화책도 빌려주려고 합니다. 미운 오지희에게까지.

누구에게나 친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친구 사귀는 법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는 은애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내가 먼저 준비를 하고 다가가야 합니다.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나의 “친구 사귀는 비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