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가을빛'의  교육예술학교 가을학기 두번 째 만남이 있었습니다.
봄여름학기 동안 해오름에서만 만나던 아이들을 횡성에서 만나게 되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강당과 교실에서 가을을 느끼고 만나기엔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바깥나들이를 택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그네를 타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가을 하늘빛 만큼이나 푸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도 고프지만 참고 학교 뒷산으로 밤송이를 주우러 갔습니다.
쑥대밭을 지나 깨밭을 지나고 가뭄에 말라 잎들이 말라 바스락 거리는 좁은 길을 헤치고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워낙 걷지를 않던 아이들이라 씩씩 거리고 올라갑니다.
손가락을 찔려가며 줍다가 나무젓가락으로 도구를 생각해내서 빠른 속도로 주웠습니다.
한 포대씩 담아 내려와 큰 솥에 담고 푹푹 삶았습니다.
삶아지는 동안 밥을 먹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타고 그네도 타고 놀고 개울에서 놀았습니다.
한약 같은 냄새가 나는 시커먼 물이 우러나오자 큰 대야에 담고 좀 식혔습니다.
미리 삶아서 화학성분을 빼낸 광목을 염료가 된 밤물에 넣고 20여분을 주물주물 하니 점점 천에 물이 듭니다.
여기저기서 노래도 부르면서 주물거리니 점점 진한 물이 듭니다.
맑은 물에 헹구고 염료가 천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주는 매염재인 백반물에 좀 더 주물거리고 헹구어 말렸습니다.
옅은 갈색의 천이 하늘하늘거립니다.
양손에 천을 잡고 친구랑 털털 터니 천이 빨리 마릅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풍성하게 열렸을 밤나무를 생각하게 합니다.
튼실한 밤송이는 땅에 떨어져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 아이들 곁에서 예쁜 필통으로 주머니로 태어나서 오래 같이 있게 됩니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야할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염색에 심취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오래 주물럭거리는 통에 올라오는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천에 물이 들어 새로운 빛깔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들의 마음에도 가을 빛이 가득할 것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세 번째 만남은 해오름에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