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는 지금 화분받침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바퀴가 달린 받침인데 바퀴하나에 나사못이 조금 삐져 나와 그걸 빼고 있는 모양입니다. 몸을 납작 엎드려 긴 입을 받침 밑에 집어넣어 나사 끝을 물고 있습니다. 숨소리도 요란합니다. 헉헉거리면서 그 작은 나사를 깨물어 부술 요량인가 봅니다.
물받이 통에 물이 있었던가 봅니다. 작업을 멈추고 물을 먹습니다. 일하다가 목말라 먹는 물이라 맛난 모양입니다. "챱챱챱" 소리도 맛납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다가 왼쪽으로 돌리는 순간 나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멈칫, 하던 짓을 멈추더니 빤히 쳐다봅니다. 내가 모른 척 눈을 돌리니까 다시 고개를 받침 밑으로 집어넣습니다. 앞발은 길게 뻗어 받침을 잡고 뒷발은 납작하게 옆으로 펼쳐 균형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아주 일꾼답습니다.
드디어 나사를 부수어 입에 물었습니다. 고개를 들더니 나를 한번 쓰윽 쳐다봅니다. 별 반응이 없자 의기양양 귀를 펄럭거리며 마루를 한바퀴 돕니다. 그리고는 내가 뺏을까봐 그러는지 소파옆 구석에 웅크리고 앉습니다. 이로 나사를 씹는지 '우드득' 소리가 들립니다. 꿀꺽 삼킬까봐 뺏으려고 다가갔습니다. 멀쩡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달라고 손을 내미니까 자기 손을 척 올려놓습니다. "바보야, 이거 말고!"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입을 억지로 벌려 나사를 꺼냈습니다. 나사가 뭉툭해졌습니다.
"이런 걸 먹으면 되냐?"하고 야단을 치니까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쳐다봅니다. 보통 때는 동그란 눈이 야단을 맞으면 반달처럼 됩니다. 나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더니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가 그걸 다시 집으니까 이제 내 손을 쳐다봅니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뚜껑을 닫으니까 그때서야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쑥 빼고 엎드립니다. 마치 '에라 잠이나 자자' 라고 생각하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