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픕니다. 몇 년동안 감기 한 번 안걸리고 무쇠돌이처럼 일터와 집을 뱅뱅돌더니 드디어 병이 났습니다. 근 이태동안 짓던 건물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온통 쏠려있는 것 같더니 몸이 먼저 항복을 했나 봅니다. 목요일부터 앓기 시작했는데 지난 일요일은 또 아버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풀 좀 뽑았으면 하고 전화하시니 두 말 않고 그러자고 하는 남편이 참 딱했지만 뭐, 별 도리없었지요.
일요일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한 나절 동안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탓에 나는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놀다가 풀뽑다가 그랬어요. 남편은 조금 얼쩡거리더니 못견디겠는지 차에서 자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어머니는 잔디 아닌 것은 죄다 뽑을 요량이신지 도무지 고개를 들지 않으시고 나는 왜 굳이 풀을 다 뽑아야 되는지조차 답을 찾지 못했으므로 그냥 건성이었지요.
여기저기 진달래가 곱게도 피었더라고요. 이미 조금씩 지고 있었지요. 문득 화전 해 먹고 싶은 생각이 났어요. 비닐 봉지 하나 들고 구름이랑 아씨랑 둘 데리고 진달래를 땄어요. 한 나무에서 너무 많이 따면 나무한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한참을 돌아다니며 땄어요. 꽃 따다가 강아지 찾다가 또 꽃 따다가...
어머니가 가자고 해서 산을 내려왔더니 그때까지 남편은 땀을 흠뻑 흘리며 비몽사몽 자고 있었어요. 마음이 짠 해져서 진달래 봉지를 코앞에 들이밀며 향기좀 맡아보라고 했어요.
오늘 저녁에 찹쌀 가루에 진달래 꽃잎을 버무려 화전을 부쳤어요.  홀쭉해진 얼굴로 들어온 남편에게 먹어보라고 했더니 맛있다며 많이 하라고 그럽디다. 찐 호박, 화전, 그리고 따뜻한 콩나물국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입 안 가득 향기가 스며들어 이제 감기도 다 나을거라고 해 줬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향기였습니다. 저절로 피었다가 저절로 지는 그 자유로움을 잊고 살았습니다. 뭐 그리 대단하게 사는 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을 상해가며  어렵게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제 좀 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차근 차근 생각해 볼 일이지요. 우선은 산에서 따온 진달래 꽃 먹고 남편이 나았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