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들살이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

봄 새싹처럼 새로 온 친구들도 있고 입학식 때 처음 인사를 한 친구들도 있고 오래 전부터 계절학교에서 만난 친구도 있어 참 반가웠습니다.
횡성까지 가는 시간이 좀 길었는데 오랜 시간 같이 지낸 아이들처럼 좀처럼 잠 한숨 자지 않고 얘기하며 놀면서 갑니다.
어린이들의 기질은 정말 봄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고개를 밀고 올라올지 모르는 새싹 같은 아이들, 연한 잎을 가지고 힘겹게 올라오는 꽃다지처럼 여리지만 당찬 아이들입니다.
해님의 빛이 좋아 따라다니다가 먼저 핀 노란 산괴불주머니꽃처럼 저만 봐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횡성에 도착하니 아직은 춥습니다.
공책을 미리 못 만든 친구들은 공책을 만들고 다 만든 친구들은 땅콩을 심을 밭을 정리를 했습니다.
가지치기를 한 나무를 옮기고 덤불도 정리했습니다.
일을 해 보지도 않았을텐데 아주 잘 합니다.
학교를 둘러보고 새싹도 보고 운동장 흙과 화단의 흙과 감자밭의 흙을 조금씩 담아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내가 둘러본 학교지도를 그렸습니다.
박형필 선생님의 멋진 지도를 따라 그리려고 애쓰면서도 자기만의 색깔로 멋진 지도를 그려냈습니다.
또 우리가 심을 흙은 어떤 모습일까?
냄새도 맡고 만져보고 흙관찰을 했습니다.
모래처럼 물기가 하나도 없이 흩어지는 모래, 퍼 온지 좀 됐는데도 좀 축축하고 향기가 있는 흙, 퍽퍽한 운동장 흙.
모두 같은 흙인 것 같았는데 흙의 모습도 다 다릅니다.
씨앗관찰도 했습니다.
흙에 퐁 빠져 기를 다 뺏겼는지 좀 쉰다고 모두 밤중에 밖으로 나가서 한바탕 뛰고 왔습니다. 해바라기, 봉선화, 목화, 옥수수, 홍화씨를 관찰했습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꽃 피울 씨앗을 보며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지 생각나는 대로 또는 상상해서 새로 피어날 꽃을 그려보았습니다.
출출한 저녁, 김장김치와 쪽파와 오징어를 버무린 부침개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4장 먹었어요. 5장 먹었어요 하는데 집에서 탈은 안 났나요?
다음날 또 남는 반찬도 없이 싹싹 비운 밥그릇을 보고 처음이라고 아주머니께서 놀라십니다.
다음날 산책가서 디딜방아도 쪄 보고 풀도 채집하고 반나절을 더 보내고 왔습니다.
꽃씨를 심을 화단을 호미로 파는데 돌밭인지 돌이 끝이 없이 나옵니다.
흐드러지게 꽃 피울 여름날을 꿈꾸며 힘이 든지도 모르게 땅을 팠습니다.
아직 땅이 얼어 얼음이 박힌 흙이 만져지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에도 선생님들의 마음에도 싱그러운 봄을 안고 왔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들살이 학교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