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계절학교 나눔터
감자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맞춰주고 있네
이원수 시인의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작곡하신 '씨감자' 노래입니다.
아이들과 차에서 배우고 감자 심을 때 부르고 횡성 살림학교를 알리는 잔치에서 동네 분들께 불러드린 곡입니다.
천천히 부르면 콧등이 쌩한 좀 슬픈 노래인데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부릅니다. 집에 와서도 흥얼거리게 됩니다.
『새로운 생명 만나기』두 번째 들살이학교가 열렸습니다.
노랫말처럼 묵은 감자를 칼로 썰어서 재를 묻혀 심었습니다. 이제 막 씨눈에서 싹이 난 걸 돋보기로 보니 솜털이 그득합니다. 양지바른 들녘에 핀 양지꽃의 솜털 같습니다.
예전에는 거름한 밭에 비닐을 덮고 감자를 심었는데 올해는 이랑을 만들어 놓은 곳에 그냥 감자를 심었습니다. 풀이 많이 올라오겠지만 아이들과 김을 매기로 하고 골에는 풀이 올라오지 못하게 볏단을 덮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인데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잘 합니다.
덜렁대고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감자를 심을 때는 엉덩이 붙이고 척척 잘 심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 하면 재미는 있지만 시간이 더딥니다. 아이들이 일을 하면서 스스로 분업을 합니다. 역할을 나누어 흙을 파고 감자를 심고 흙을 덮습니다. 두 시간을 꼬박 일을 하더니 허리를 좀 펴자고 합니다. 간식으로 횡성 농협에서 아이들 주라고 하신 감자를 삶아 먹었습니다. 기대한 국수에는 못 미치지만 감자 심고 감자를 먹으니 참 맛있습니다.
다음 일로는 지난 달에 관찰한 꽃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당 앞에 교문 옆에 모둠별로 나뉘어 봉선화, 홍화, 옥수수, 해바라기 씨를 심었습니다. 창고 옆에는 선생님들이 오가피나무를 심고 담장에는 장미를 심었습니다. 강당 옆에는 이랑을 만들어 놓지 않아 아이들이 흙을 파고 직접 이랑을 만들었습니다. 흐드러지게 붉은 꽃이 필 화단이 그려집니다.
힘이 든데도 쉬는 시간 틈틈이 아이들은 강당 앞 모래밭에 모입니다.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모여서 모래성을 열심히 쌓습니다. 성처럼 만들더니 물길을 만들고 냇가에서 종일 물을 길어다 붓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놀잇감보다 자연 그 자체가 최고의 놀잇감입니다.
냇가에 앉아 풀도 보고 곤충도 잡아보고 흙을 뒤적이며 성을 쌓기도 하고 돋보기로 빛을 모아 나뭇잎을 태워보기도 합니다. 운동장에서 뛰고 축구하고 손수레에 친구들을 싣고 달립니다. 시간과 자연만 있으면 아이들은 놀면서도 스스로 질서를 배워갑니다.
횡성에 갈 때마다 새로운 놀이에 흠뻑 빠지는 것 같습니다. 심심해 할 새가 없습니다.
저녁에는 너무 놀았는지 어린 아이들이 골을 부립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짜증을 냅니다. 다음날 있을 동네 어르신 초대잔치에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모둠별로 정리하고 쉬기로 했습니다. 강당을 공사하느라 큰 방에서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의 기대가 큰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발표를 한다는 건 좀 떨리고 설렙니다. 피곤한데도 마음을 모아 예쁘게 노래를 했습니다.
둘째날 아침 학교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많이 다녀 본 길인데 처음 보는 꽃들도 많았습니다. 볼수록 새로운 길입니다. 현호색이 군락으로 피어있고 조금 오르니 괭이눈도 연복초도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습니다. 냇가에 앉아 떨어진 나뭇잎을 들춰내니 도룡뇽 알이 보였습니다. 다음에 오면 도룡뇽 알주머니에서 나온 올챙이들을 볼 수 있겠지.
배는 고프고 더 보고 싶기는 한데 화전을 부쳐야 하기에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횡성에 들어가면서 딴 진달래, 학교 산책길에서 딴 꽃다지, 쑥, 제비꽃을 상에 예쁘게 준비해서 찹쌀을 빚어 화전을 부쳤습니다. 예뻐서 먹기에 아까운 화전입니다.
어르신들이 한 두 분 오셨습니다. 아이들이 한 접시 예쁘게 부쳐서 상에 날랐습니다. 나눠먹는 기쁨에 더 맛있는 화전이 되었습니다. 강당에 어르신들을 모셔서 식사를 대접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축복송과 뻐꾹새, 씨감자 노래를 불렀습니다. 합창단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박수에 스스로 흐믓해 집니다.
동네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라 넘어져도 큰 소리로 울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살아날 때 학교가 다시 살아나고 어르신들의 추억도 살아날 것입니다. 해오름만의 살림학교가 아니라 횡성의 학교를 살리는 살림학교도 될 것입니다.
흐믓해 하시는 분들을 보니 짠합니다.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입니다.
이틀 동안 참 많은 일을 하고 봄기운을 한가득 안아 왔습니다.
처음 만나 뾰족뾰족하던 아이들도, 뚱해있던 아이들도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는 5월 13~14일에 열립니다.
고구마 심으러 갑니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맞춰주고 있네
이원수 시인의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작곡하신 '씨감자' 노래입니다.
아이들과 차에서 배우고 감자 심을 때 부르고 횡성 살림학교를 알리는 잔치에서 동네 분들께 불러드린 곡입니다.
천천히 부르면 콧등이 쌩한 좀 슬픈 노래인데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부릅니다. 집에 와서도 흥얼거리게 됩니다.
『새로운 생명 만나기』두 번째 들살이학교가 열렸습니다.
노랫말처럼 묵은 감자를 칼로 썰어서 재를 묻혀 심었습니다. 이제 막 씨눈에서 싹이 난 걸 돋보기로 보니 솜털이 그득합니다. 양지바른 들녘에 핀 양지꽃의 솜털 같습니다.
예전에는 거름한 밭에 비닐을 덮고 감자를 심었는데 올해는 이랑을 만들어 놓은 곳에 그냥 감자를 심었습니다. 풀이 많이 올라오겠지만 아이들과 김을 매기로 하고 골에는 풀이 올라오지 못하게 볏단을 덮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인데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잘 합니다.
덜렁대고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감자를 심을 때는 엉덩이 붙이고 척척 잘 심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 하면 재미는 있지만 시간이 더딥니다. 아이들이 일을 하면서 스스로 분업을 합니다. 역할을 나누어 흙을 파고 감자를 심고 흙을 덮습니다. 두 시간을 꼬박 일을 하더니 허리를 좀 펴자고 합니다. 간식으로 횡성 농협에서 아이들 주라고 하신 감자를 삶아 먹었습니다. 기대한 국수에는 못 미치지만 감자 심고 감자를 먹으니 참 맛있습니다.
다음 일로는 지난 달에 관찰한 꽃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당 앞에 교문 옆에 모둠별로 나뉘어 봉선화, 홍화, 옥수수, 해바라기 씨를 심었습니다. 창고 옆에는 선생님들이 오가피나무를 심고 담장에는 장미를 심었습니다. 강당 옆에는 이랑을 만들어 놓지 않아 아이들이 흙을 파고 직접 이랑을 만들었습니다. 흐드러지게 붉은 꽃이 필 화단이 그려집니다.
힘이 든데도 쉬는 시간 틈틈이 아이들은 강당 앞 모래밭에 모입니다.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모여서 모래성을 열심히 쌓습니다. 성처럼 만들더니 물길을 만들고 냇가에서 종일 물을 길어다 붓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놀잇감보다 자연 그 자체가 최고의 놀잇감입니다.
냇가에 앉아 풀도 보고 곤충도 잡아보고 흙을 뒤적이며 성을 쌓기도 하고 돋보기로 빛을 모아 나뭇잎을 태워보기도 합니다. 운동장에서 뛰고 축구하고 손수레에 친구들을 싣고 달립니다. 시간과 자연만 있으면 아이들은 놀면서도 스스로 질서를 배워갑니다.
횡성에 갈 때마다 새로운 놀이에 흠뻑 빠지는 것 같습니다. 심심해 할 새가 없습니다.
저녁에는 너무 놀았는지 어린 아이들이 골을 부립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짜증을 냅니다. 다음날 있을 동네 어르신 초대잔치에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모둠별로 정리하고 쉬기로 했습니다. 강당을 공사하느라 큰 방에서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의 기대가 큰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발표를 한다는 건 좀 떨리고 설렙니다. 피곤한데도 마음을 모아 예쁘게 노래를 했습니다.
둘째날 아침 학교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많이 다녀 본 길인데 처음 보는 꽃들도 많았습니다. 볼수록 새로운 길입니다. 현호색이 군락으로 피어있고 조금 오르니 괭이눈도 연복초도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습니다. 냇가에 앉아 떨어진 나뭇잎을 들춰내니 도룡뇽 알이 보였습니다. 다음에 오면 도룡뇽 알주머니에서 나온 올챙이들을 볼 수 있겠지.
배는 고프고 더 보고 싶기는 한데 화전을 부쳐야 하기에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횡성에 들어가면서 딴 진달래, 학교 산책길에서 딴 꽃다지, 쑥, 제비꽃을 상에 예쁘게 준비해서 찹쌀을 빚어 화전을 부쳤습니다. 예뻐서 먹기에 아까운 화전입니다.
어르신들이 한 두 분 오셨습니다. 아이들이 한 접시 예쁘게 부쳐서 상에 날랐습니다. 나눠먹는 기쁨에 더 맛있는 화전이 되었습니다. 강당에 어르신들을 모셔서 식사를 대접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축복송과 뻐꾹새, 씨감자 노래를 불렀습니다. 합창단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박수에 스스로 흐믓해 집니다.
동네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라 넘어져도 큰 소리로 울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살아날 때 학교가 다시 살아나고 어르신들의 추억도 살아날 것입니다. 해오름만의 살림학교가 아니라 횡성의 학교를 살리는 살림학교도 될 것입니다.
흐믓해 하시는 분들을 보니 짠합니다.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입니다.
이틀 동안 참 많은 일을 하고 봄기운을 한가득 안아 왔습니다.
처음 만나 뾰족뾰족하던 아이들도, 뚱해있던 아이들도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는 5월 13~14일에 열립니다.
고구마 심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