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초등독서논술 바탕과정 52기 김미옥
1. 돌
한 손 안에 들어올 크기를 골랐다. 잡아보니 손안에 쏙 들어와 잡는 느낌이 좋았다.
모양새는 매끄럽게 둥글둥글 하진 않았지만 왠지 정이 가는 생김새다. 완벽함 보다 모자라야 다가가기 어렵지 않듯이 더 다듬어져 가야할 나의 모습을 닮은 듯 해서 그런 거 같다.
루페 안에 든 모습이 찹쌀떡이 생각나게 한다.
슬쩍 묻은 갈색빛 흙이 떡고물이 묻은 거 같기도 하다.
교실 안 형광등 불빛이 루페에 반사되어 돌 관찰에 방해가 되었다.
루페 가까이 가서 보면 돌의 크기가 루페 안에 거의 꽉 들어찰 정도여서 가까이서 보면 잘 보이지 않았다. 적당히 거리를 조절하니 세부 모습이 관찰되었다.
돌이 움푹 파인 부분이 살의 골짜기 같은 느낌이 든다. 흰색 돌이라 설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무리, 혹은 너무 작은 흙들이라 개미떼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올초에 보았던 히말라야 영화가 생각났다.
돌을 돌려서 보다 돌의 면이 사람의 피부를 관찰하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피부 조직 모양 같았기 때문이다. 매끈하고 예쁜 손보다 자세히 보면 상처가 있는 손처럼.
2. 소라
처음 소라를 봤을 땐 여름 휴가를 다녀온 생각이 났다.
껍질을 보았을 땐 나무의 나이테처럼 주름진 모습이 드러났다. 색깔이 다 같지 않고 부분 부분 색이 희고 진한 회색빛을 띠었다. 어느 한 가지 색이라고 딱히 부를 수 없는 색을 가지고 있다.
소라의 구멍진 속을 들여야 보고 있으려니 아이들 귀를 파줄 때가 생각났다. 안까지 잘 보이지 않지만 최대한 자세히 들여야 보려고 하는 모습이 그때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시 돌려서 바깥 껍질 쪽을 보았다. 다시 들여다 보니 동물의 등허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호랑이가 루페 안에 움츠리고 앉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론 소보로 빵이 생각나기도 했다. 울퉁불퉁한 모양이 빵의 모습이랑 비슷해서 인 거 같다.
살짝 각도를 달리 하니 아까 보지 못했던 빛깔이 보인다.
소라의 껍질 모양선의 굴곡진 선의 따라 노랗고 빨간 색이 긴 띠처럼 둘러져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사막의 노을지는 모습을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내가 골라온 모래
처음 병에 담긴 모래를 봤을 때 흔히 놀이터에서 보는 모래 같다고 생각했다.
모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손바닥에 모래를 쏟는 순간 뭔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일까? 약간 바닷물에 닿았던 듯 살짝 끈적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는데 손가락으로 비벼보니 그 느낌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손바닥에 넓게 모래를 펼때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간질이는 듯 했다.
모래의 색도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이 있었다.
루페를 통해 들여다 보니 모래의 색과 크기가 쌀에 돌이 섞인 듯 돌을 골라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아마도 내가 주부라 나의 경험에 우러난 떠올림인 듯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모래를 펼쳐 놓은 모습을 살짝 떨어뜨려 살펴보니 전통문양의 둥근 꽃형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색맹검사를 할 때 혹은 착시효과를 이용한 방법으로 내 눈안에 그 형태가 확 들어오는 느낌이 신기했다. 평소 눈여겨 보지 않던 전통문양을 요즘 자주 고민하며 들여다 보아서 그런건지 그 잠깐 동안 확 떠오르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4. 짝꿍이 골라온 모래
옅은 상아색이라고 할까? 인절미 콩고물 색보다 여린 색. 흔히 보는 모래색은 아니었다.
색과 모양, 입자의 크기가 다양했다.
루페로 들여다 보니 정말 신기했다. 그냥 모래로만 보이던 것이 갑자기 내가 고고학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모래의 모양 중 공룡 뼛조각 같은 것들이 널려있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왠지 하나 하나 뼈를 맞추면 어떤 동물의 형태가 맞추어질 것 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에이~ 이건 가짜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럼 이건 석기시대 초콜릿 과자처럼 만들어진 미니어처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모래의 세부모양이 특이해서 이 모래는 왠지 외국에서 왔을 것만 같다.
5. 나뭇잎
작은 꽃나무의 잎이라 아주 작고 귀여운 크기였다.
색깔은 초록빛에 바깥쪽으로 갈수록 노란빛도 보였다.
바깥쪽은 살짝 상처도 보인다.
이 작은 나뭇잎은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림책 '시간상자'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안에 다른 세계를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이 연결되어서 그랬던 거 같다. 앞서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어떤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으므로^^
가운데 잎맥을 기준으로 양쪽에 각각 바깥의 향해 규칙적으로 드문 드문 털이 나 있었다. 반면에 가운데 잎맥쪽은 털이 빽빽히 나 있었다. 잎 테두리에도 털이 나 있었다. 이 작은 나뭇잎에도 이렇게 많은 털이 나 있었다니 신기했다. 털을 보니 가시가 많은 동물인 고슴도치 생각이 났다.
이 나뭇잎 안에는 작은 고슴도치가 있나보다. ㅋㅋ
털이 많아 징그러운 벌레 생각도 잠깐 나고.
상처난 부분을 자세히 들여아 보니 나뭇잎이 아팠겠다는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나뭇잎 뒷면은 살펴보니 곤충 날개가 떠올랐다. 살짝 들린듯이 놓인 잎의 모습도 그 생각을 더욱 부추겼다. 날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물망처럼 보이는데 나뭇잎의 뒷면도 그런 모습과 비슷했다. 그래서 세포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림책 '100층짜리 집'이 생각났다. 아들 녀석이 하도 좋아해서 도서관 갈 때마다 보다가 결국엔 샀던 책인데 각 층마다 다른 동물들이 각자의 생활을 하던 것처럼 이 나뭇잎에도 어떤 생명체들이 각각의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관찰하고 난 느낌.
그 동안 내가 보아온 사물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 더 깊이 자세히 볼 필요성도 느꼈다.
한편으로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세세히 안다면 피곤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간관계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 모두와 친해지려면 어떤 관계도 집중해서 잘 할 수 없듯이 모든 사물을 다 꿰뚫어 보리라 욕심을 가지기 보다 내가 진정으로 보아야 할 대상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고 일희일비 하기 보다 성급하게 굴지 말고 찬찬히 알아보고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오늘은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살짝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짧았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