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 조개 - 모래 - 종이 - 나뭇잎 관찰하기◎

<52기. 우 서희>

 

 

✿돌

사실 다른 사물을 빨리 관찰하고픈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돌은 오랜 시간 가만히 바라보며 관찰 하지는 못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보았다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었을까?

돋보기로 바라본 너는 육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마치 상처처럼 패인 부분들이 있었어. 별이 부서진 듯 자잘하게 뿌려져 마치 성애가 서린 것처럼 차갑게 반짝이는 표면 때문인지 마치 달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손안의 달이라니. 세상에!

 

✿조개껍질

얼마나 많은 세월을 바닷물에, 바람에 부딪혔는지 지금 눈을 보는 새하얀 너는 모나거나 날카로운 부분이 없이 그저 매끈하고 부드럽기만 하다. 너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돋보기로 바라본 너는 눈으로만 보았을 때처럼 마냥 곱기만 한 조개가 아니었다. 거친 바닷물에, 너와 함께 바다에서 지냈을 다른 조개에게, 굳건한 바위에 부딪히고 쓸려서 단단한 조개껍질에 상처가 나고 군데군데 깨져있는 모습이었다. 너에게 있는 많은 주름은 바닷물에 밀려 새겨진 세월의 주름일까 궁금했다. 너는 원래 어떤 모습이었니? 어떤 바닷가에서 무얼 품고 있었니?

 

짝꿍이 고른 조개는 내가 고른 것과 많이 다른 모양이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거칠고 뾰족하고 울퉁불퉁 모난 모습을 하고 있는걸 알겠다. 내가 고른 조개와 똑같은 흰색이지만, 살아온 환경과 담고 있는 세월에 따라 각자가 품고 있는 흔적들은 이렇게나 다르다.

돋보기로 들여다보아도 훨씬 상처도 많고 표면도 거칠다. 같은 조개이더라도 이렇게나 제각각 다르다. 마치 사람의 삶처럼.

 

✿모래

맨눈으로 볼 때는 보통의 모래알 보다 알이 크고 색도 흰색, 분홍색, 노란색, 연회색, 보라색등 연한 파스텔 빛깔을 띠고 있어 밝아서 참 예쁘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육안으로 볼 때는 다 비슷해보이던 모래 알갱이들이 저마다 다 다른 곳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부서지고 바스라 져서 이렇게 작은 모래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칠어 보이고, 어떤 것은 부드러워 보이고, 뾰족하고 둥글고, 별모양, 달 모양, 제각각의 서로 다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이 알갱이들마다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궁금하다. 너는 어디에서 어떤 바람을 타고 왔니? 어디 먼 나라의 푸른빛 아름다운 바다에서 왔을 것만 같아.

 

짝꿍이 고른 모래는 내가 고른 모래와는 달리, 색은 마치 커피 원두가루 색처럼 진한 갈색이고, 입자는 조금 더 곱다. 하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부드럽기보단 사포처럼 거친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고른 파스텔 빛깔의 모래와 비슷하다. 모래들의 색은 다 같은 갈색이지만 농도는 저마다 다르다. 황토색처럼 연하기도 하고, 까만색에 가깝도록 짙은 갈색도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투명하고 반짝이는 알갱이들이 섞여있다. 때로는 금빛을 띠고 반짝이기도 한다. 그래서 모래가 많은 모래사장에 가면 햇빛을 받은 모래들이 그렇게 반짝이는 것이었나. 알갱이마다 저마다의 크기도 모양도 다 다르다. 신기하다. 이토록 셀 수 없이 수많은 모래알갱이도 제각각의 모양이 있다는 것이. 모래면 다 같은 모래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궁금해서 모래가 담겨있던 병을 보니 뚜껑에 인도네시아라고 적혀있다. 세상에! 아직 나도 한번 밟아보지 못한 그 먼 땅에서 네가 왔다.

 

✿종이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A4용지의 이면지이다. 더 이상 다듬어질 곳은 없다는 듯 매끈하고 새하얗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그냥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르게 마치 사람의 손처럼 미세한 지문같이 보이는 선들이 있다. 종이 한 장에도 이렇게 무수히 많은 결과 수많은 모양들이 있구나... 종이를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

 

✿나뭇잎

아파트 단지 앞의 화단에 떨어져 다 마른 나뭇잎을 주워왔다. 아침에 수업에 오기 전 급하게 주워오느라 어떤 나무의 잎사귀인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왔다. 바짝 말랐지만 쉽사리 부서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잎사귀의 뒷면은 거친 느낌이 들지만 반대쪽인 앞면은 매끈하니 부드럽다. 잘 말라 뽀송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부드러운 황토색을 띤다. 신기하게도 잎사귀 하나에도 색의 그라데이션이 담겨있다. 머리 부분은 아주 살짝 연하고, 꼭지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더 짙어진다. 수맥을 따라 결이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더욱 새로운 발견이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찾지 못한 아주 작은 벌레 먹은 자국도 보이고, 미세하게 나 있는 상처들도 있다. 나무에서 떨어질 때 난 걸까? 바닥에서 말라가고 있던 너를 고양이가 살짝 밝고 지나갔을까?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치 뱀의 허물처럼 잘게 잘게 주름이 나 있다.

사람이 저마다의 생김이 다르듯 모든 물질이 다 생김새가 다르다. 신기하다. 여태까지 나에게 나뭇잎은 다 같은 나뭇잎이었는데, 사실은 각자가 다 다른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