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안정희  첨부파일

Subject  고맙습니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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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혼자 저녁에 집으로 오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차 안이라 누가 볼 사람이 없어서 눈물이 나오는대로 놔 두었더니 자꾸 자꾸 서러워져서 아이처럼 울었습니다.( 나중에 제 친구가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병원에 가 보라고 그럽디다. ^-^)
강의를 열심히 하고, 오후에 아이들과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날, 그 저녁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마음의 공허함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아이들이 옆에 없어서 나도 모르게 너무 쓸쓸해져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를 보는 순간, 강아지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내가 벗어놓은 옷가지 위에나 현관에 놓여있는 내 신발에 앉아서 종일토록 나를 기다린 그 쓸쓸함이 미안하고 텅 빈 마음을 반가움으로 가득채워주는 그 기다림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나서 고마운 것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식구 모두가 건강해서 고마웠습니다. 아직 내 옆에 어머니가 계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늘 씩씩하고 차돌맹이같이 성실한 남편이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쓸쓸할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내가 할 일이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아침이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이러저러 얼켜있는 일상이 고마웠습니다. 제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선생님들이 고마웠습니다. 나에게 아이들을 가르켜 달라고 맡기는 학부모들이 고마웠습니다. 나와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성경을 읽을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 성경을 읽으며 때로는 예수님의 그 외로움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가만히 하나씩 떠올려보니 백가지도 넘게 고마운 것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 쓸쓸할 때 나오는 눈물도 고마운 것일겝니다.
고마움은 마음을 추스려주고 따뜻하게 해 주고 힘을 줍니다.


멀리 전주에서 오셨던 황춘임 선생님을 비롯한 글쓰기 16기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열 두 번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17기 선생님들도 고맙습니다. 어줍잖은 제 경험의 말들을 들어주셔서 고맙고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제가 자꾸 느슨해 지려는 마음을 다잡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