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논술 강의 나눔터
00. 다음시간 발제순서
(1) 의식주 경제학
(2) 역사란 무엇인가?
<1> 서문 : 전**
<2> 역사가와 그의 사실 : 신**
<3> 사회와 개인 : 정**
<4>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 조**
<5> 진보로서의 역사 : 라**
<6> 지평선의 확대 : 이**
01. 사람, 장소, 환대
06. 절대적 환대 : 절대적 환대라는 말로써 나는 데리다가 그랬던 것처럼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적대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환대를 가리키려고 한다. 데리다는 이러한 환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적 환대에 기초한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아니 사회란 본디 절대적 환대를 통해 성립한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절대적 환대가 불가능하다면, 사회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06-01. 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 :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림자를 갖는 것과 같다. 몸에 붙어 다니면서 몸의 자리를 표시해주는 무엇, 몸과 닮아 있고 몸을 흉내내지만, 몸의 고유한 표정을 모두 지워버리면서 그렇게 하는 무엇, 몸이 태어날 때 함께 나타나고, 몸이 죽을 때 함께 사라지는 무엇 말이다. 사람으로 인지된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몸이 아니라 그림자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공적 공간에서 교환되는 상호작용의 의례는 개별적인 몸을 향하는 것 같지만, 기실 그림자에 바쳐지는 것이다.
06-02.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 : 절대적 환대는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이다. 환대가 사회 안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행위라면, 환대에 보답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벌거벗은 생명으로 이 세상에 왔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우리를 맞이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든, 그것은 우리가 받은 것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그들이 우리에게 준 것을 모두 빚으로 계산하고, 완전한 청산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06-03. 복수하지 않는 환대 : 절대적 환대를 규정하는 마지막 항목은 적대적인 상대방에 대해서도 환대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환대나 답례를 기대하지 않는 환대보다 훨씬 더 실천하기 어려운 미덕처럼 보인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고, 대가를 전혀 계산하지 않고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돌변하여 우리를 해치려 할 때도 여전히 그럴 수 있을까?
07. 신성한 것 : 신성함이 사회로부터 온다는 말은 결코 사회가 마음대로 그 구성원에게서 존엄을 박탈할 수 있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원들을 절대적으로 환대하는 것, 그들 모두에게 자리를 주고, 그 자리의 불가침성을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다. 조건부의 환대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 안에 전쟁을 다시 끌어들이고, 그리하여 사회의 개념을 토대에서부터 무너뜨린다.
07-01. 죽은 자의 자리 : 우리는 죽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야말로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죽은 사람은 우리가 무엇을 준들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맺었던 관계의 본질은 우리가 더 이상 남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게 되는 시점에 받게 될 대접을 통해 확인된다. 물론 죽은 사람의 몸 자체는 그 사람이 아니다. 죽은 사람의 '사람'은 몸과 분리되어 어딘가 다른 곳에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온 무언가가, 그 사람의 존재 혹은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그가 두고 간 이 껍데기 속에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그가 남긴 다른 유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껍데기는 팔거나 버리거나 아무에게나 넘겨주어서는 안 되는, “간직할 의무가 있는 물건” 이다. 우리는 이 물건을 의례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망자와의 관계를 지속한다.
07-02. 서바이벌 로터리 : 공리주의가 모순에 빠지는 이유는 사람을 사회관계로부터 끌어내어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생명으로 환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이 더하거나 뺄 수 있는 단위들로 바뀌고 특수한 성격의 재산처럼 취급된다. 만일 서바이벌 로터리가 국가의 은유라면, 이 국가는 구성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삼지만, 동시에 그것을 구실로 언제든지 성원권을 박탈할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은 본래 물건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그들의 생명이 재산처럼 관리되고 있다면, 그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아무 때나 주권자의 명령만으로 벌거벗은 생명의 상태로 덜어질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사회가 아니며 구성원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건 그들 사이의 연대가 모두 파괴되어 단지 인구로서 존재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07-03. 장소/자리의 의미 : 인간은 자신이 한 번 의미를 부여한 장소를 쉽게 잊지 못하는 존재다. 장소는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는 우리가 시대가 코즈모폴리턴의 이상을 찬양하는 이유로 간과되어 왔다. 오늘은 이도시 내일은 저 도시에서 밤을 맞는 사람은 아마 세계화 시대에 자본이 원하는 인간형이겠지만, 현실의 인간은 그처럼 가볍게 삶의 근거지를 바꿀 수 없다. 쉽게 떠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07-04. 여성과 장소/자리 : Place는 물리적 의미의 장소와 상징적 의미의 자리로 번역할 수 있다. 장소에서 우리가 갖는 자리는 장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표현된다. 그런데, 여성의 자리의 경우에 있어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은 그동안 편안함을 동등하게 누리지 못했다. 여성은 옷차림과 행동거지에 관련된 다양한 금기를 통해 미묘한 통제를 받았다. 또한, 사적 공간인 집에서도 사실상 여성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여성의 상황은 과거 그리고 학력수준이 낮은 비전문직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경력단절의 상황과 성폭행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아직도 여성은 조건부 환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성폭행 당하는 여성의 수가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습격당하는 흑인의 수보다 더 많다는 점으로만 판단해보면, 여성은 흑인보다 못한 처지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조건부 환대를 받아오던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02. 경매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from [경제학 콘서트] by 팀 하포드
게임을 할 때, 포커를 칠 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게임 참가자들의 행동과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게임의 법칙은 전자오락에도, 경매에도, 국가간의 통상 마찰에도, 그리고 사랑에도 적용된다. 게임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무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오스카 와일드가 냉소적인 사람들을 가리켜 한 말이지만 이제는 흔히 경제학자들에게 적용된다. 당신이 집을 팔기 위해 경제학자를 고용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집의 가치를 30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지만 경제학자는 그 이상으로 집값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마침내 경매가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3천 달러에도 못 미쳐 당신과 경제학자는 그야말로 악몽에 빠졌다. 당신은 집 없는 가난뱅이가 되어 아내와 이혼하고, 여생을 눅눅한 지하실에서 보낸다. 한편 당신 옆집에 사는 이웃 역시 집을 팔기로 하고는 마찬가지로 그럴듯한 경매를 기획하는 다른 경제학자를 고용한다. 당신의 이웃도 30만 달러 정도를 예상했지만, 입찰이 줄을 이어서 마침내 230만 달러에 낙찰이 되었다.
황당한 이야기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와 매우 유사한 사례가 정부에 일어났다. 단지 앞 사례의 부동산에 해당하는 물건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 무선통신 회사들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폭이었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정부들은 전파 사용권을 통신회사들에게 판매해왔다. 사용 가능한 주파수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희소성을 가졌다. 하지만 불행히도 컨설턴트로 고용된 경제학자들 모두가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경매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어떤 경매는 예상보다 10배 높은 가격에 낙찰된 반면, 어떤 경매는 기대 가격의 1 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는 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경매는 현명하게 진행된 반면 다른 경매는 잘못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전파 경매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며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린 포커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포커, 복잡한 세상의 축소판
수학자 요한 폰 노이만[Johann von Neumann]을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세계 최고의 두뇌’라고 여기면서, 그를 프린스턴에 있던 동료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비교하기도 한다. 폰 노이만은 초인적인 두뇌에 관한 온갖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 천재였다. 그는 논리학, 집합론, 기하학, 기상학, 그리고 수학의 여러 영역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으며, 양자물리학, 핵무기, 컴퓨터의 개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게임 이론의 기초를 닦은 그의 역할이다. 게임 이론은 게임에서 다른 사람이 미칠 영향에 대한 당신의 예상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포커, 핵전쟁, 사랑, 혹은 주파수 경매 등이 그러한 게임에 포함된다. 게임 이론은 겉으로는 간단해 보인다. 예를 들어 ’운전’ 게임은 아주 직선적이다.
‘운전’을 할 때 내가 오른쪽으로 달리고 상대도 오른쪽으로 달린 다면 나는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는다. 또한 내가 왼쪽으로 달리고 상대도 왼쪽으로 달린다면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선택을 한다면 나는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아주 나쁜 보상을 받게 된다(정면 충돌을 할 경우 상대도 나쁜 보상을 받겠지만 게임 이론에서는 흔히 상대가 받는 보상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의 보상에 대해서 신경 쓰는 때는 오로지 상대의 행동이 나의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게임은 흔히 작은 이야기나 일화 등을 이용하여 설명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게임이 수학적 문제라는 사실을 감추게 된다. 훌륭한 게임 이론가들은 폰 노이만이나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존 내시[John Nash]와 같은 훌륭한 수학자들이다. 모든 게임 이론에서와 같이 결과를 예측하는 내시의 혁명적인 새로운 방식은 논리적인 수학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다.
포커에 관심이 많았던 폰 노이만은 게임에 자신이 개발한 수학적 도구들을 적용했는데, 이는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데이트에서부터 진화 생물학이나 냉전에 이르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이용되었다. 포커의 기본은 간단하다. 플레이어 들은 자기 카드를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패를 모두 내보이는 순간에 가장 좋은 카드를 지닌 사람이 판돈을 모두 갖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 돈을 걸어야 하지만, 일부는 중간에 기권을 하기도 한다. 패를 보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돈을 걸 어서 더 많은 돈을 잃는 것보다 작은 돈을 잃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권을 한다면, 당신은 카드를 보여줄 필요 없이 모든 판돈을 가지게 된다.
포커를 칠 때 당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도전은 게임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확률 이론은 당신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게 한다. 당신이 쥐고 있는 패가 다른 사람이 숨기고 있는 패보다 나은지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분석할 필요도 있다. 상대방이 돈을 조금만 거는 것은 패가 약하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강한 패를 숨기고 당신이 판돈을 올리게 하려는 것일까? 큰돈을 거는 이유는 좋은 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허세를 부리는 걸까? 아울러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거는 돈에 대해 해석하려 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고 당신의 패를 예측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포커는 남의 마음을 간파하려는 연쇄적인 시도로 가득 차 있다. ‘만약 내가 킹 4장을 갖고 있다고 상대가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한다면.....’ 포커는 운과 기술의 게임이며, 무엇보다 비밀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각자 남에게 자신의 정보를 감추고 있으며, 어떤 플레이어도 전체 진실을 볼 수 없다.
게임 이론은 그런 상황에 적용된다. 노이만은 만약 수학을 이용해 포커를 분석할 수 있다면, 모든 형태의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포커는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운, 비밀, 능숙한 계산을 통해 서로를 계략으로 앞서려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 속에 있는 것은 포커만이 아니다. 전쟁, 심지어 사랑이라는 남녀간의 커다란 게임도 그러하다. 인간들의 많은 상호작용이 포커와 같은 기지의 싸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한 모든 상호작용은 이론가들에 의해 ‘게임’으로 묘사될 수 있으며, 게임 이론을 이용해 탐색이 가능하다.
경제생활에는 예외가 없다. 폰 노이만은 경제학자 모르겐슈테른 [Oskar Morgenstern]과 팀을 이루어 게임 이론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이론과 경제 행동 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을 저술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에 출판되었는데, 그 후 게임 이론과 경제학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 이론을 배웠고, 몇몇 게임 이론가들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실제 생활에서 ‘경제적 게임’의 사례를 찾고 싶다면, 지주와 소작인, 정부와 노동조합, 중고차 판매원과 고객 사이의 협상을 떠올리면 된다. 원유 생산국이 원유 가격을 높이기 위해 만든 OPEC의 감산 규정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생산량을 높여 가격의 이득을 누릴 것인가의 결정도 게임 이론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니면, 정부로부터 한정 된 주파수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통신회사들의 경쟁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모든 입찰자들은 면허 취득이 얼마나 수익성이 좋은지(그리고 면허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지만 누구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한편 정부는 어떤 통신회사가 면허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면허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하는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정부는 면허를 가장 잘 이용할 회사에게 면허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정부는 귀중한 공적 자산을 배분해야 하므로, 납세자를 위해 최고의 가격을 받아내기도 해야 한다.
폰 노이만의 인식으로 볼 때 포커와 주파수 면허 문제는 모두 게임이다. 또한 둘 사이에는 밀접한 유사성이 있다. 둘 다 돈을 거는 과정이 게임의 중심을 차지한다. 겜블러는 돈이 걸려 있다면 어떤 게임이든 관심이 높겠지만, 포커에서는 돈이 게임 진행의 중심에 있다. 포커에서는 베팅을 통해 좋은 패와 나쁜 패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실제 돈으로 베팅을 하지 않는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의미가 없다. 알다시피 말은 값싼 것이다. 허세는 실제 돈이 위태롭게 된 결과일 뿐이다.
주파수 면허도 마찬가지다. 게임 이론 전문 경제학자들은 원유 시추권에서 주파수 사용권에 이르기까지, 공공자산의 배분은 포커를 하는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 기업들의 값싼 말과 공허한 약속을 배제하기 위해서, 정부는 많은 내기 돈을 걸도록 해야 하며, 옛말과 같이 각 협상 참여자들이 ‘자신의 말에 돈을 걸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의 고수들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정부는 주파수 대역폭을 파는 데 도움을 얻고자 게임 이론가들을 고용했다. 이는 쉬운 업무가 아니었다. 입찰에 참가하는 어느 기업은 로스앤젤레스 면허와 샌디에이고 면허를 둘 다 갖거나 아니면 둘 다 갖지 않기를 원했다. 인접 지역의 네트워크를 같이 운영해야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샌디에이고 면허를 가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로스앤젤레스에 입찰을 현명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게임 이론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문제다. 이론가들은 동일한 경매의 복잡한 조합을 만들었다.
첫 판매는 매우 성공적(그리고 정부가 매우 수지맞는)이었지만, 이후의 여러 경매는 잘못 돌아갔다. 이론가들은 복잡한 사정을 올바로 헤아리긴 했지만 몇몇 간단한 데서 실수를 저질렀다. 단 몇 천 달러의 보증금만 걸고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실수가 그것이었다. 기업들은 지역번호가 포함된 입찰 신고를 하게 되면서 유리한 기회를 잡았다. 이로써 그들은 자신들이 어느 지역 면허를 선호하는지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어, 서로가 공격적인 입찰을 하지 않고 미국 통신시장을 분할했다. 경매가 이토록 확실한 신호를 허락했기 때문에 입찰자들은 서로 간에(불법적인) 협정을 맺을 필요도 없었다. 업체들 간에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누구도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첫 번째 경매가 있은 지 3년 후인 1997년 4월의 경매에서 예상 수익은 1퍼센트 오르는 데 그쳤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피함으로써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당신이 30만 달러짜리 집을 3천 달러도 못 받고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얼핏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실은 간단하다. 만약 당신 집의 잠재 구매자들이 소수라면, 그들은 서로 간에 입찰 경쟁을 하지 말자고 협약을 할 수 있다. 대신 당신 집을 싸게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보상의 형태는 앞으로 있을 다른 경매에서 그들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통신회사들은 한 지역을 놓고 주파수 경매에서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게임 이론에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주었으며, 사실상 거의 무료로 면허를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주파수 경매의 문제점은 게임 이론가들이 분석한 것은 오로지 게임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데 있었다. 정부는 방 안에 몰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행복하게 포커 게임에 빠진 플레이어와 같다. 고갯짓과 윙크로 다른 플레이어에게 신호를 보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에서 많은 돈을 챙겼다. 정부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실제로 전혀 게임이 아니었다.
멍청이를 위한 게임
경매에서 결탁 행위가 있든, 카드 게임에서 부정행위가 있든, 게임 이론에 수학만큼 많은 기교가 들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모든 게임은 모델화하기 전에 가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론가들이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면(예를 들어 응찰자들이 지역 코드를 이용해 서로 나눠먹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 잘못된 문제에 완벽한 해답을 생산하는 꼴이 될 것이다.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는 게임 이론이 내시와 폰 노이만처럼 거의 초인적인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개발했다는 기원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사실은 커다란 강점이자 약점이다. 게임 이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행동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은 수학 방정식의 답처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풀어낸다. 게임 이론은 플레이어가 매우 까다로운 문제를 즉각적으로 풀 만한 능력이 있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서술은 게임 이론이 실제로 사람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비현실적일 수 있다. 사실 내시와 폰 노이만은 그런 문제들을 즉각적으로 풀 수 있었던 사람이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임 이론으로 볼 때 체스는 결과가 예측 가능한, 가치 없는 경기라 할 수 있다. 즉, 한쪽 플레이어가 정해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흑이 이길지 백이 이길지 모르며 게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단지 이론적으로 결과가 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실제로 아무리 강한 플레이어(컴퓨터나 사람)도 최선의 전략을 알지 못하며, 체스 게임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체스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영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체스가 시시하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이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천재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포커게임 중에 허세를 부린다. 폰 노이만은 최악의 패를 가졌을 때 허세를 부리는 것이 옳은 플레이임을 보였다. 폰 노이만의 제자 크리스 퍼거슨은 2000년 포커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차고에서 하는 포커 게임은 월드 시리즈가 아니다. 술 마시면서 허세를 부리는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게임 이론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것이 게임 이론의 절대적인 결함은 아니다. 폰 노이만의 지극히 높은 기준에 맞출 수 없는 실수, 망각, 잘못된 정보, 그 밖의 어떤 형태이든 플레이어 측의 실수를 모델화할 수 있다. 문제는 계산에 넣어야 할 실수가 많아질수록, 게임 이론이 더 복잡하고 덜 유용해진다는 사실이다. 게임 이론가들에게는 순수한 이론 못지않게 경험에 기초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면, 게임 이론의 실리적인 유용성은 거의 상실되기 때문이다.
경매와 게임 이론
1996년 말, 나는 한 세미나에서 영국의 최고 경매 이론가인 폴 클렘페러[Paul Klemperer]가 경매에 게임 이론을 적용하는 발언을 들었다. 그는 청중 가운데 두 사람의 지갑을 잠시 빌려서 그 안에 있던 돈을 각각 헤아린 뒤, 그 (미지의) 합계액에 대해 둘 중에 더 높게 입찰하는 사람에게 되팔기로 했다.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어떻게 입찰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을까? 사람들은 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두 사람이 부딪힌 어려움은 경매 대상이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주파수 대역폭 경매를 포함해 많은 경매에서 응찰자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자기 지갑에 얼마의 돈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치의 일부는 알았지만, 상대방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주파수 경매 문제도 비슷하다. 각 입찰자들은 자신의 예측과 기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입찰자들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적의 전략은 다른 입찰자들에게서 새어나온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그리 쉬 운 일은 아니다(지갑 게임에서 각 응찰자가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해결책은 자기 지갑에 들었던 돈의 2배 되는 금액에 이를 때까지 응찰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던 쪽이 이기겠지만, 두 지갑에 있던 돈의 합계액보다 적게 지불할 것이다. 좀 더 공격적으로 응찰을 할 경우에는 너무 많이 지불하게 되는 리스크가 있다). 이 두 명의 지갑 입찰자들은 켄 빈모어[Ken Binmore]와 틸만 뵈르거스[Tilman Borgers]였는데, 이들은 다름 아닌 경매에 게임 이론을 적용한 전문가들이었다. 클렘페러, 빈모어, 뵈르거스는 후에 영국에서 3세대 통신 서비스 면허를 배분하기 위한 경매 메커니즘을 설계한 학자팀 구성원이 되었다.
이들은 두 가지 심각한 어려움과 씨름해야 했다. 첫째, 미국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부정행위를 하는 입찰자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둘째, 과연 게임 이론이 예상하는 대로 비즈니스맨들이 행동할 것인가? 그리고 이들 비즈니스맨들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경제학자들이 환자와 상담하고 직접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치과의사처럼 일상의 문제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경제학은 아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치과의사처럼 도움이 되고자 희망하는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으며 겪는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경매는 포커나 체스 게임처럼 언제나 게임 이론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서 로를 속이기도 하고, 입찰자들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를 다루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1990년 초에 주파수를 경매에 붙였던 뉴질랜드 정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그러한 교훈을 값비싸게 얻었다. 경매는 입찰자들의 관심을 확인하지도 않고, 최저 가격도 없이, 이론적 진기함을 지닌 ‘비크리 경매’를 실시했다가 매우 곤혹스러운 결과를 불러왔다(이 경매는 창안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는데, 그는 경매에 게임 이론을 적용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비크리 경매는 차점 가격 봉인입찰 경매다. ‘봉인입찰’ 방식이란 각 응찰자들이 단일 가격을 적어 봉투에 넣고 봉인하여 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봉투를 개봉했을 때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응찰자가 낙찰을 받는다. ‘차점 가격’ 방식이란 낙찰자가 자신이 적어낸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적어낸 사람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입찰자들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자신의 입찰 가격을 낮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입찰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낙찰 확률만 줄일 뿐이지 낙찰 가격을 낮추 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가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전혀 진기 할 것이 없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전통적인 경매에서도 낙찰 가격은 차점 입찰자가 부르는 가격으로 결정되고 있다. 왜냐하면 차점자가 도중에 포기할 때 입찰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비크리 경매 방식으로 진행된 뉴질랜드 입찰은 언론과 여러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비크리 경매의 문제는 본질보다는 형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경매에서는 누구도 최고 응찰자가 지불하려는 최고 가격을 알 수 없지만, 비크리 경매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공개된다. 당연히 뉴질랜드인들은 왜 면허를 따기 위해 NZ $ 10만(약 7만 2천 달러)을 써낸 입찰자가 고작 NZ $ 6(약 4달러)만 내면 되는지, 왜 NZ $ 700만(약 500만 달러)을 써낸 사람이 NZ $ 5천(약 3,600달러)만 내면 되는지 알고자 했다. 이는 매우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이론가들은 비크리 경매가 다른 경매와 평균적으로 같은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했다. 최고 가격을 지불하는 게 아니므로 응찰자들은 좀더 높은 가격을 써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가들은 언론과 대중들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비크리 경매는 뉴질랜드 정부의 실패로 남았다.
치과의사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실수에서 배워야 하며 새로운 문제점들이 계속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조심스레 생각해야 한다.
경매의 문제해결 방식
영국 정부는 경매를 이용한 주파수 대역폭 판매를 고려하면서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 정부의 경매는 첫 번째 성공 이후로는 실패로 돌아갔다. 뉴질랜드 정부는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뉴질랜드 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호주 역시 TV 방송 면허를 경매에 부치면서 입찰 규정에 허점을 만들어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관계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렇다면 영국은 왜 이러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주파수 할당에 경매 방식을 사용하고자 했던 것일까?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영국 정부는 주파수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기업에게 주파수 대역폭을 주면서도 돈을 가장 많이 받고 팔고자 했다. 물론 드러나지 않는 추가적인 목적도 있었다. 관료와 정치인들은 난처한 입장에 빠지길 원치 않았던 것이다. 뉴질랜드와 미국의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면허를 그저 내주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격을 올려 받는 편이 좋지만, 정치인들로서는 공공자산을 배분하는 일은 이해관계에 얽혀 친구와 적을 쉽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경매 이론가들은 경매를 통한 좋은 판매 사례를 남겨야 했다.
이를 위해 게임 이론을 적용한 것인데, 단순한 경매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한 가지 방심할 수 없었던 문제는 주파수 면허가 운용 능력을 제대로 갖춘 회사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인터넷 거품 기업인 팀하포드닷컴처럼 귀중한 자원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없는 회사에게 주파수 면허가 돌아간다면 이는 범죄 행위에 가까운 낭비가 될 것이다. 당연히 최저 비용으로 최고 품질의 서 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통신 가격은 면허 소지 기업들 사이의 경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능력 있는 기업들을 구별해내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그냥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으레 자신들의 능력을 과장하고 허세를 부리게 마련이다. 어떤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내세우며, 또 어떤 기업은 최신 기술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말의 진실을 어떻게 구별해낼 것인가?
다른 방법으로 전문가를 선정해서 어떤 기업이 가장 적절한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일견 훌륭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이동통신 산업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은 으레 한두 기업과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게 마련이다. 해당 산업과 완전히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심지어는 정말 공정한 전문가를 찾는다고 해도, 그가 기업의 영업 비밀을 간파하고 잠재적인 라이벌 기술까지 성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게임 이론은 어떻게 간단한 경매가 모든 복잡성을 떨쳐내고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논의의 간소화를 위해서 하나의 면허를 놓고 여러 입찰자들이 점점 더 높은 가격을 외치는 전통적이고 직접적인 경매 방식을 상상해보자. 방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현재의 높은 입찰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자. 입찰을 포기하는 사람은 방에서 나와야 하며 재입장할 수 없다. 다소 색다른 이 경매는 게임 이론으로 분석하기 용이하면서도, 면허를 판매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실제 방식을 잘 묘사 하고 있다.
이제 각 입찰자들은 면허의 가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 더 저렴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입찰자일수록, 면허를 획득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기업도 면허를 이용하여 얼마의 수익을 낼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들 스스로가 다른 어떤 외부 전문가들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매가 시작되고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격이 상승한다고 생각하는 입찰자들은 하나둘 떨어져 나갈 것이다. 사업 계획과 보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이탈할 것이다. 아무도 방을 빠져나가는 사람 없이 계속 해서 가격이 상승한다면, 각 입찰자들은 다른 기업들이 전체적인 시장 예측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이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이뤄지는 전통적인 경매와 차이를 보인다. 소더비 경매가 진행될 때는 누가 아직 잠재 입찰자이며 누가 단순히 구경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떤 입찰자들이 아주 빨리 방을 떠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이를 감안하여 자신들의 예측을 수정할 것이다. 낙찰 가격에는 모든 입찰자들의 예측이 합해져 반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도 거짓말을 하는 입장에 놓이지 않는다. 말은 값싸지만 경매는 비싸다. 가격이 자신들이 예상하는 면허의 가치보다 낮은데도 포기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며, 가격이 너무 높아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찰에 계속 응하는 기업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경매는 아주 신중히 돈을 걸면서 진행을 이어가기 때문에 폰 노이만의 포커 게임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어떤 의미에서 경매시장은 허세를 부릴 수 없기 때문에 포커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경매는 각 입찰자들이 면허의 가치를 어떻게 추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실을 말하게 한다. 동시에 이런 경매는 모든 입찰자들에게 집합적인 견해를 퍼뜨림으로써, 서로가 자신들의 의견을 수정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런 과정을 거치며 돈이 더욱 많이 모이게 된다. 또한 게임 이론은 이러한 단순한 경매가 일반적으로 양자 협상보다 현금창출 능력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대안으로 판매자가 최저 입찰가격을 정해놓고(공개 혹은 비공개), 그 가격 밑으로는 판매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여러 고객들과 개별적으로 비공개 협상을 하면서 협상 진행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혹은 판매자가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포기’하는 단발성 제안을 각 구매자에게 돌아가면서 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헷갈릴 정도로 많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과연 판매자는 어떤 판매 방법을 가장 수익성 있는 것으로 고를 것인가? 게임 이론은 문제의 핵심을 헤치고 나아갔다. 1990년대 중반, 클렘페러와 제레미 뷜로 [Jeremy Bulow] (경매 설계팀의 또 다른 일원이 됨)는 단순한 경매 방식이 진지한 입찰자 한 명을 추가로 끌어 들일 경우, 다른 어떤 종류의 가격 협상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논문을 출판했다. 경매가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핵심 주장에 덧붙여, 이 논문은 성공적인 경매를 원한다면 진지한 입찰자가 충분히 있어야 한 다는 논리에 경매 이론가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다.
21세기 최고의 경매사건
영국의 경매 설계팀은 진지한 입찰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했다. 2000년 3월, 영국 경매는 13개 입찰 회사들이 5천만 파운드의 예치금을 걸고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입찰서를 제출하는 입찰 방식을 마련했다. 경매 설계팀은 1년 전부터 미리 경매를 광고해왔으며, 이것이 유럽 국가 가운데 최초로 이뤄지는 3세대 이동통신 면허 입찰이라는 사실을 선전했다. 그리하여 경쟁적인 입찰이 이루어져 낙찰가가 높게 형성되길 바랐다.
경매팀은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경매 설계안을 테스트했으며, 런던 학생들에게 통신 회사 경영진 역할을 시켜 시험 운영을 해보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구멍이 없도록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심지어는 미심쩍은 점이 발견될 경우 경매를 연기할 수 있는 권한까지 스스로에게 부여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경매가 잘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또 다른 실수의 여지를 남겨놓았는지 장담하지 못했다.
경매는 쇼트 라운드(약 1시간 30분)로 기획되었는데 그동안 입찰자들은 새로운 입찰가를 제시하거나 포기를 결정해야 했다. 유효 입찰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은 경매에서 탈락된다. 각 입찰자는 최종적으로 경매에서 빠지기 전에 세 번의 '패스’를 할 수 있었다. 매일 두 차례의 라운드가 진행되는데, 매 라운드의 결과는 즉시 인터넷에 공표되며, 경매 과정은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우선 경매 가격이 꽤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20-30억 파운드 정도 들어와서 영국 세수에 충분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바짝 긴장하던 경매팀은 기존의 4개 회사에 덧붙여 9개의 새로운 회사들이 경매에 참여하자 흥분하기 시작했으며, 성공을 전망했다.
그들은 새로운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5개의 면허를 입찰에 부칠 수 있었던 데 일부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엔지니어들은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폭에 전국을 커버하는 사업자를 네 군데만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의 4개 통신회사들이 4개의 면허를 모두 따는 것이 확실했기에 새로 어떤 회사가 진입하더라도 탈락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므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경제학자들은 추가로 면허 하나를 더 낼 수 있다는 엔지니어의 말을 듣고 반색하였다. ‘면허 A’로 명명된 이 면허는 기존의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닌 새로운 기업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면허 A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다른 4개의 면허 가격을 높일 것으로 여겨졌다. 한 면허 취득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은 입찰에 계속 참여하거나 철회해야 하지만, 합법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하나의 면허에서 다른 면허로 옮겨갈 수도 있었다. 기업들은 어떤 면허가 최고로 가치 있는지 판단하게 되었다. 면허 A에 대한 경쟁이 뜨거워지면 다른 면허에 대한 경매도 달아오르게 마련이었다. 매번 면허 A의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오를 때마다 다른 면허가 염가로 비쳐졌다. 새로 참가한 기업들은 경쟁에서 떨어져 나갈 때마 다 기존 기업들이 따내려는 면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하여 기존 회사들이 가격을 올리면, 패자들은 다시 면허 A 입찰로 돌아가곤 했다.
5개 면허에 대한 경매가 동시에 진행되기에 이를 설명하기가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입찰자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는 간단했다. 경매는 최종 입찰자가 남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입찰자들은 모든 면허를 관찰하다가 가장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면허에 새로운 입찰 가격을 제시하면 되었다. 만약 응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철회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다. 이러한 경매의 단순성은 많은 기업들을 입찰에 참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이 수 주일에 걸 쳐 오랫동안 경매를 진행하여 집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경매 실패 사례를 들은 당신은 기대 가격 30만 달러를 받지 못하고 불행에 빠진 이웃처럼 이혼하고 무일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첫 주는 초조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면서 당신의 혈압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경매 가격은 25만 달러가 되었고, 당신은 어찌 됐든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고 안도한다. 며칠이 더 지나자 경매 가격은 30만 달러에 이르고, 당신은 미소 짓는다. 여기서부터 오르는 돈은 모두 보너스가 된다. 어쩌면 당신은 31만 달러, 혹은 32만 달러, 심지어 35만 달러까지 받을지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가격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가격이 35만, 40만, 50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어떻게 될까? 당신은 현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런 기대하지 못한 결과가 영국 주파수 경매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경매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전체 수입이 계속 늘어갔다. 입찰이 25라운드 진행된 뒤, 입찰자들은 각 면허에 약 4억 파운드 가량을 걸었다. 50회의 입찰 라운드가 지나고 나자 총 입찰 금액은 30억 파운드에 달했다. 정부의 기대치도 높아졌다(입찰 보증금은 1억 파운드로 올랐음에도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입찰을 포기하고 탈락한 입찰자들이 생겨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13개 회사 모두 정기적으로 응찰했고 면허 가격의 상승 기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몰랐다.
경매가 계속되자 언론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매 설계팀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는가 하면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사람들은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경매가 60라운드를 지나면서 총 수입이 40억 파운드가 되었고, 70라운드를 지나면서 50억 파운드가 되었다. 다시 80라운드를 지나면서 70억 파운드가 되었고』 마침내 3월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경매 설계자들은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흥분과 초조가 엇갈렸다. 이때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었다. 만약 주식시장 폭락의 여파가 영국에까지 퍼진다면 입찰자들의 자신감이 붕괴될 것이며 경매 자체가 갑자기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입찰 보증금 1억 파운드가 갑자기 매우 작게 보였다. 어쩌면 입찰자들이 이를 포기하고 빠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매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4월 3일 아침, 첫 번째 경매 라운드가 시작된 지 거의 한 달 만에 입찰가가 100억 파운드 이상으로 오르면서 마침내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4라운드가 끝나자, 입찰자 중 하나인 크레센트가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경매의 양상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95라운드 도중 두 번째 입찰자 3G-UK 컨소시엄이 떨어져 나갔다. 다음 날 아침, 97라운드에서 세 번째 입찰자 스펙트럼이 탈락했다. 일부 다른 입찰자들이 돈을 올리지 않고 입찰에 남기 위해 이의제기 신청을 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98라운드에서 엡실런이 떨어져 나갔다. 그 다음 날, 4월 5일 점심시간에 원-텔이 기권했다.
93라운드까지 탈락자 없이 이어 지던 경매는 3일 동안 8개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5명의 입찰자가 떨어져 나갔다. 이제 8명의 입찰자만 남았다. 왜 갑자기 입찰을 머뭇거리게 되었을까? 아마도 자존심 때문인 듯하다. 누구도 첫 번째 탈락자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크레센트가 포기하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회사들이 연이어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 이론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입찰자들은 다른 회사로부터 3세대 통신사업의 가치에 대해 서로 배우고 있었다. 이것은 투명한 경매의 장점 중 하나다. 흔히 이용되는 경매 방식은 모든 입찰자들이 단일 가격을 담은 봉투를 제출하는 이른바 ‘봉인입찰’ 방식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매는 모든 입찰자들이 어둠 속에서 추측하게 함으로씨, 아마도 더 보수적인 입찰을 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정부로서는 훨씬 낮은 수익을 내는 결과를 빚는다. 하지만 이처럼 개방된 경매에서는 심지어 모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올라갔어도, 각 입찰자들은 다른 12명의 경쟁자들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면허에 커다란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공유했던 것이다. 각 회사는 저마다 사업 계획, 기술 파트너, 판매 예상치를 가지고 있었다. 투기적이긴 해도 투명한 경매는 이러한 계획들의 신호를 모두 모아서 모든 입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되었다(또한 이 경매는 정부가 다룰 수 있는 정보도 제공했으며 동시에 수입을 거두는 기반이 되었다).
크레센트의 입찰 포기는 면허에 더 높은 돈을 걸 가치가 없다는 신호였다. 이를 재고하던 다른 입찰자들도 크레센트의 회의적인 생각을 참조하여 입찰을 포기했다. 크레센트의 입찰 포기는 연쇄적 반응을 일으켰다. 새로 포기하는 회사들이 생길 때마다 그 메시지는 한층 강화되었다.
물론 입찰을 포기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무리에 휩쓸린 것일 수도 있지만, 함께 달리는 무리에도 훌륭한 이유가 있다. 투명한 경매는 주변에 정보를 퍼뜨리도록 설계되었으며, 그리하여 입찰자들이 똑같은 사실을 보면서 똑같은 결론을 내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게 없다.
경매에 갑작스러운 탈락의 행렬이 생겨났지만 아직 경매가 끝나기엔 일렀다. 4월 중순에 이르자 경매의 총 수입은 290억 파운드에 달했다. 정부의 수익은 거의 1년치 기본 소득세의 절반에 이를 정도였다. 실제로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재무장관은 대규모 증세나 차입 없이 선거철에 후한 지출을 했다. 통신 붐과 경매 설계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영국의 대중들에게 막대한 공짜 점심이 제공된 것이다.
4월이 저물면서 마지막 3명의 탈락자가 생겨났다. 4월 27일 아침에 NTL 모바일이 입찰 포기를 선언하고 나자 모든 열기가 가라앉았다. TIW라는 회사가 면허 A 취득에 43억 8,470만 파운드를 지불하고 새로운 휴대전화 사업자가 되었다. 보다폰은 브리티시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60억 파운드를 내고 면허 B를 얻었다. 브리티시텔레콤은 훨씬 작은 면허를 취득했다. 이 경매는 225억 파운드의 수익을 올리면서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경매로 기록되었다. 이는 당신이 30만 달러짜리 집을 경매로 팔았는데 225만 달러를 받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꼬집어보지 않을 수 없는 거래였다.
통신요금이 비싼 이유
비판론자들은 통신회사들이 그토록 많은 돈을 사업권을 따내는 데 썼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이 3세대 통신 서비스에 대해 높은 요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과연 이 경매가 3세대 이동통신을 망쳐놓았을까? 다음과 같은 가정을 생각해보자. 만약 3세대 이동통신이 아주 비싸다면,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이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잠시 경제학자처럼 생각해보기로 하자. 만약 3세대 통신 면허가 매우 싸다면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비용을 덜 청구할까? 만약 정부가 면허를 공짜로 주었다면 기업은 고객들에게 아무것도 청구하지 않을까? 만약 정부가 통신회사들에게 면허를 받아달라고 오히려 돈을 주었다면, 회사들이 고객들에게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보너스로 돈까지 지불할까?
기업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되도록 많은 돈을 부과하고자 한다. 또한 그렇게 하는 능력이 희소성에 의해 제한받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결정 요소는 5개의 면허가 있다는 사실이다. 5개의 면허는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있을 만큼 희소성을 충분히 갖는 숫자다. 만약 면허가 2개만 있다면 희소성이 더욱 커져서 요금은 더 올라갈 것이다. 만약 면허가 20개라면 희소성은 더욱 낮아져서 요금은 더욱 저렴해질 것이다. 결국 고객이 지불하게 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면허의 가격이 아니라 희소성이다.
영국에서는 기술자들이 최대로 제공할 수 있는 면허가 5개이므로 이용 가능한 통신 주파수 대역폭의 양에 희소성이 깃들어 있다. 면허의 비용이 얼마인가는 고객들이 부담하는 비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이 귀중한 공적자원으로 정부가 많은 돈을 취하길 원하는 납세자들과, 자신의 회사가 가능한 한 적은 돈을 지출하길 바라는 통신회사 주주들과는 관계가 있다.
경매의 여파
우리는 유럽의 3세대 이동통신 경매가 진행 중이던 때에 발생했던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통신회사는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폭락을 경험했으며, 그 곤란한 사정은 널리 알려졌다. 3세대 통신의 첫 번째 경매가 있은 뒤 통신회사들은 유럽에서만 2년 반 동안 주식시장에서 7천억 달러 상당의 가치를 잃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 경매가 통신회사들에게 재앙을 안겨주었으며, 영국의 경매 설계팀들이 어리석게도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는 바람에 통신업체들이 휘청거리게 되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3세대 통신 면허를 취득하지 않았으며, 미국 업체들은 유럽 경매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NTL, 텔레 웨스트같이 어려움에 처한 케이블 회사들은 3세대 통신 면허 경매에서 입찰을 포기했던 회사들임을 간과하고 있다. 반면 보다폰처럼 3세대 통신 면허를 취득한 기업들은 여전히 성공적인 기업으로 남아 있으며, 통신업체 거품이 꺼진 뒤로 고통을 겪었을지언정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아마도 통신업체 경영진은 3세대 통신이 상업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무선랜과 같은 경쟁자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영국의 주파수 경매를 저주할지 모르지만, 대중들은 이를 경축해야 한다. 관련 업체들은 모두 3세대 통신 면허가 막대한 희소성의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했으며, 통신 면허 경매는 그러한 가치에 비추어 공정한 가치를 성공적으로 얻었던 것이다. 논란은 있지만, 폰 노이만의 후계자들은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일찍이 없었던 가장 극적인 정책적 성공을 이끌어냈다. ‘무의 가치’를 아는 경제학자들이 치과의사들처럼 마침내 자기 밥값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게임 이론
게임 이론이란 전략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게임 상황에서 경기자의 전략이 초래하게 될 결과에 대한 모형을 세우고 그렇게 모헝화된 상황에서 경기자의 전략선택과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한 집단, 특히 기업에 있어서 어떤 행동의 결과가 게임(놀이)에서와 같이 참여자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다른 참여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 하에서, 자기 자신에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방법이다.
게임 이론은 주로 군사학에서 적용되어 왔으나, 경제학 경영학•정치학 심리학 분야 등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게임 이론에 있어서는 게임 당사자를 경쟁자라 하고, 경쟁자가 취하는 대체적 행동(代替的行動)을 전략이라 하며, 어떤 전략을 선택했을 때 게임의 결과로서 경쟁자가 얻는 것을 이익 또는 성과라고 한다. 어떤 경쟁자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므로 각 경쟁자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자기의 이익(성과)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게임 이론의 시초는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1944년 출간한 저서 [게임 이론과 경제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이론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존 내시인데, 그가 1950년대 초반에 쓴 서너 편의 논문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초석이 되었다. 1994년 내시는 하사아니, 젤텐과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로버트 아우만과 메릴랜드 대학의 토머스 셸링이 ‘협조적 게임 이론’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03. 지하도시
도시의 부족한 공간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업, 교육, 문화, 체육 시설 등 전반적인 사회의 기능을 담은 지하공간 활용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쓸데없는 개발이라는 비판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보행권의 확보'를 위해서 분명 지하도시는 그 역할을 똑똑히 하게 될 것이다.
(1) 광화문 지하 도시
(2)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3) 토론토 Path
(4) 몬트리올 Undergound City
(5) 뉴욕 지하공원 로라인
(6) 블랙 힐스 비보스 엑스 포인트
* 한국에도 미국처럼 예전부터 존재한 벙커들이 있었다.
(7) 멕시코시티 Earthscraper
04. '마이클 페이'의 싱가포르 태형사건
1993년, 미국인 청소년 '마이클 페이(Michael Fay)'가 싱가포르에 와서는 20여대의 민간인 차량을 '장난삼아'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려 파손하고, 교통표지판 등 여러 공공기물을 훼손하였다가 싱가포르 경찰에 체포되었다. 싱가포르 법원은 페이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笞刑:곤장] 6대를 선고하였고,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온갖 압력을 행사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싱가포르는 마이클 페이에게 태형을 집행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고, 또한 태형제도의 인권침해여부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관련 영문 뉴스 보러가기 : http://blog.naver.com/4eva3030/221160123618]
05. 무지의 베일
2002년 타계한 존 롤스(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단일 주제의 철학자(one-theme philosopher)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평생 '정의(justice)'란 주제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롤스 교수가 1971년 출간한 대표작 '정의론'(황경식 옮김, 이학사)은 철학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 정의를 다루는 규범학을 복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경식(서울대) 교수는 오늘날 사회 및 정치철학 등 규범적 관심을 갖는 대부분 학자가 롤스의 방법론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하므로 오늘날의 학도들을 '롤스 이후의 세대(post-Rawlsian)'라 부를 정도라고 말한다.
롤스 교수는 정의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고 본다. 이때 사회 구성원들은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 무지의 베일이란 자신의 위치나 입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상황은 모두 알고 있지만 자신의 출신 배경, 가족 관계, 사회적 위치, 재산 상태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가정이다. 자신의 이익에 맞춰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의의 원칙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무지의 베일을 동원하면 사회적 갈등을 보다 손쉽게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파업의 예를 들어보자.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 유리한 상황을 총동원해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다면 달라진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가 가장 작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강점과 상대방의 약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의 베일을 쓰면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므로 합리적 이기심에 따라 모든 사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게 롤스 교수의 가르침이다.
- 해오름 고등부 18기.JPG (427.6KB)(70)
- 의식주 경제학 순서.JPG (32.0KB)(73)
- 01. 광하문 지하도시.JPG (613.5KB)(74)
- 02. 영동대로 지하도시.JPG (260.5KB)(78)
- 03. 토론토 패스.JPG (212.3KB)(78)
- 04.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JPG (48.4KB)(76)
- 06. 비보스 엑스포인트.JPG (33.0KB)(74)
- 05. 뉴욕의 지하공원.JPG (253.4KB)(76)
- 06. 비보스 엑스포틴트_02.JPG (196.2KB)(78)
- 07. 한반도 벙커.JPG (138.6KB)(73)
- 07. 어스 스크래퍼.JPG (274.0KB)(72)
- 08. 싱가포르 태형사건.JPG (71.6KB)(76)
조득우 선생님, 다양한 정보를 읽는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즐거움을 통해 사는 즐거움도 배가 되게끔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