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논술 강의 나눔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비밀노트
할머니 집에 가다 / 할머니 집 / 할머니 / 노동 / 숲과 개울 / 더러움 / 신체단련 / 당번병 / 정신훈련 / 학교 / 종이와 연필과 노트를 사다 /
우리의 공부 /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 이웃집 아주머니와 딸 – 난 너희들이 과일이나 생선이나 우유 따윈 필요 없어! 그런 건 다 내가 훔치면 돼. 내가 원하는 것은 너희들이 날 좋아해주는 거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거든. 우리 엄마조차도. 하지만 뭐, 나 역시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 우리 엄마도 너희들도! 나는 너희들을 미워해!
구걸연습 /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은 버릴 도리가 없었다.
토끼 주둥이 /
장님과 귀머거리 연습 – 한참을 그렇게 훈련하고 나니 이제 삼각 솔로 눈을 가리거나 풀뭉치로 귀를 막지 않아도 된다. 장님 역은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 그만이고, 귀머거리 역은 온갖 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면 그만이다.
탈주병 / 우리는 친절하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다만 아저씨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들이니까 갖다주는 거죠. 그 뿐이에요. / / 아저씨도 아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직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두요.
단식훈련 / 할아버지의 무덤 /잔혹 훈련 / 다른 아이들 / 겨울 / 우체부 / 구두 장수 /도둑질 / 협박 / 비난 / 신부의 하녀 / 목욕 / 신부님 / 하녀와 당번병 / 외국인 장교 / 외국어 / 장교의 친구 / 우리의 첫 부대 / 한 단계 발전한 우리의 공연 / 연극 / 공습경보 / 끌려가는 사람들 /할머니의 사과 / 경찰 / 신문 (訊問) / 감옥 / 노신사 / 우리의 사촌 누이 / 보석 / 사촌 누이와 그녀의 애인 / 축복 / 도망가는 군대 / 시체 구덩이 / 우리 엄마 / 사촌 누이가 떠나다 / 새로운 외국인들이 도착하다 / 화재 / 전쟁은 끝나고 / 학교도 문을 열고 / 할머니가 포도밭을 팔다 / 할머니의 병 / 할머니의 보석 / 우리 아빠 / 아빠가 다시 돌아오다 / 이별
타인의 증거
1. (1-30) 루카스, 채소 장수 조제프, 시몬 여동생 아그네스, 신부님, 빅토르, 당서기 페테르 N,
2. 열여덟 야스민과 아기(마티아스)
3. 국립도서관 회색머리의 사서 클라라.
4. 103 -
5. 139 -
6. 170 -
7. 193 -
8. 215 -
50년간의 고독
1편.
2편 111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장현주 <hjzzang172@naver.com> 19.07.31
시간적 배경
① 제2차 세계대전(1939/9/1~1945/9/2) Second World War 또는 World War II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긴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흔히 1939년 9월 1일에 일어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이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 선전포고에서 발발하여,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종결된 것으로 여긴다. 이 기간 동안 1941년 독일의 소련 공격과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발발한 태평양 전쟁 등의 과정을 거쳐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었다.
전쟁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의 3국 조약을 근간으로 한 추축국[樞軸國, Axis Powers] 진영과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聯合國, Allied Powers] 진영의 대립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경과에 따라 각 진영에 가담한 국가들은 변동이 있으며, 중립을 표방한 나라들 가운데에서도 실제로는 어느 한 진영에 적극 가담한 나라도 있다.
이 전쟁으로 세계에서 수천만에 이르는 인명 피해가 나타났으며,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도 커다란 변동이 나타났다. 전승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을 중심으로 1945년 10월 24일 국제연합이 창설되었으며, 전후 경제 질서의 회복을 위해 1944년 체결된 ‘브레튼우즈 협정’으로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로 자리를 잡음으로써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가 성립하였다. 소련 군대가 주둔한 동유럽, 외몽고, 북한 등에 공산주의정권이 들어섰고, 중국에서도 중국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세계는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 동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재편되었다. 또한 1960년대까지 패전국의 지배 아래 식민지 상태에 있던 나라들도 상당수가 주권국가로 독립을 이루면서 국제 관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두산백과)
▶ 원인
제1차 세계 대전은 이전의 전쟁과는 다르게 정치지도를 크게 변경시켰는데,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패배로 인한 해체가 일어났고 1917년 러시아 제국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한편,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같은 기존의 연합국은 영토를 얻고, 1917년에는 러시아 제국, 1918년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1922년에는 오스만 제국이 각각 붕괴하면서 멸망하였다.
태평양 운동에도 불구하고, 제1차 세계 대전의 영향으로 인해 민족 통일주의자와 보복주의자들에게 민족주의는 유럽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게 되었다. 민족 통일주의와 보복주의 때문에 베르사유 조약에서 독일은 중대한 영토, 식민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조약에 따라 독일은 본토의 13%의 손실과 독일 제국의 식민지를 모두 잃고, 독일 민족 영토의 합병은 금지되었고 배상금이 부과되며 군사의 양과 역량은 제한되었다.[8] 한편, 적백 내전에서 볼셰비키가 승리하며 소련이 탄생하였다.
독일 11월 혁명으로 인해 독일 제국이 해산한 후, 민족주의 정부인 바이마르 공화국이 들어서게 된다. 제1,2차 세계 대전의 사이 기간 동안 새로운 공화국에서는 우익과 좌익의 정치 대립이 심해지고 있었다. 협상국인 이탈리아는 약간의 영토 획득은 있었지만, 이탈리아 민족주의자들은 런던 조약에서 약속했던 영토를 주지 않자 반영국, 프랑스 감정이 심해지게 되었다. 1922년부터 1925년까지,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끄는 파시스트는 민주주의를 폐기하고 전체주의자, 국가주의자, 고위 협력자들을 장악했으며 사회주의자, 우익과 자유주의자는 억압하며 세계적으로는 이탈리아 제국을 표방하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했다.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 독일 파시스트 정부를 수립했다.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나치당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1933년에는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에 임명되었다.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이후, 히틀러는 나치당이 이끄는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었다.
중국 국민당은 1920년대 중반 지역 군벌의 토벌과 통일 중국을 목표로 북벌을 시작하지만, 중국 공산당과의 대립으로 인해 국공 내전이 시작된다. 1931년, 점점 군국주의로 기울어지는 일본 제국은 계속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본 정부의 아시아 지역 지배의 첫 단계로, 만주 사변을 구실로 만주를 침공하며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웠다. 일본에게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중국은 국제 연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국제연맹이 리튼 보고서를 발표하자,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한다. 1933년 동안, 만리장성과 러허성으로 간간히 전투를 진행하며 중국과 일본은 탄구 평화 협정을 맺었다. 이후, 중국 자원군 세력은 만주국 저항전과 내몽골 저항전으로 계속 전투를 이어갔다. 또한 한국 독립군도 중국 국민당을 지원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23년 독일 정부를 전복하는데 실패했으나, 1933년에는 아돌프 히틀러의 권력 상승이 이어졌다. 그는 민주주의를 폐지하고, 새 질서를 옹호하며 독일 재무장을 시작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프랑스와의 동맹을 위해 에티오피아를 해방하며 이탈리아의 식민지를 해방시켰다. 1935년에는 독일이 자르 지역을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독일의 재무장을 공개했다.
프랑스에게 독일을 재제하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스트레사 체제는 희망이었다. 소련은 드랑 나흐 오스턴으로 인해 프랑스와 상호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프랑스-소련 조약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제 연맹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이것이 스트레사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1935년 영국에서 독일과 영국-독일 해군 협정을 맺으면서 해군의 규제가 완화되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일련의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며 중립법을 통과시킨다. 10월에는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하고 독일은 이탈리아를 지원하는 유일한 주요 유럽 국가였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이후 오스트리아를 흡수하는 독일에게 이의를 걸었다.
히틀러는 베르사유와 로카르노 조약을 깨며 1936년 3월 7일 라인란트를 점령한다. 그는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작은 반발을 불려왔다. 7월에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는 프랑코 정권을 지원하고, 소련은 스페인 제2공화국을 지원했다. 양측 모두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와 기술을 시험하며, 1939년 초에 프랑코가 승리한다. 1936년 10월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로마-베를린 축을 공개한다. 한 달 뒤, 독일과 이탈리아가 체결한 방공 협정에 일본이 합류한다. 중국에서는, 시안 사건 이후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간 제2차 국공 합작을 시작한다.
② 소련 스탈린 공포정치 기간
▶ 스탈린 : 소련 공산당 서기장(1922~53)과 국가평의회 주석(1941~53)을 지냈던 소련의 독재자. 국제사회의 차가운 주시와 우려 속에서도 소련을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 변모시켰다. 공업화와 더불어 농업을 강제로 집단화했으며, 철저한 경찰 테러에 의해 그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독일을 패배시키는 데 한몫했으며, 소련의 지배권을 동유럽의 여러 나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는 소비에트 전체주의의 최고 설계자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는 말살되었고 생활수준도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강력한 군사력 배양으로 세계를 핵무장의 시대로 이끌었다. 자기 자신의 흉상·동상·초상 등을 많이 건립해 개인숭배를 강요함으로써 전대미문의 광신적 예배대상이 되었던 그는 20세기 공포정치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다음백과)
▶스탈린주의(Stalinism): 스탈린 통치하 소련의 정치체제 및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일파. 스탈린주의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대규모 비밀경찰 운용, 비공식적인 처벌, 정치적 대숙청 등이 있다. 또한, 스탈린주의에서는 정부와 계급을 소멸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예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 이오시프 스탈린은 소련의 지도자를 넘어서 독재자로 군림하였다.
③ 헝가리혁명(1956/10/23)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학생과 시민들이 일당제 폐지, 언론 자유 보장, 소련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판 연설에 영향을 받아 6월 폴란드에서 일어났던 반소(反蘇) 봉기에 이어 동유럽에서 두 번째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이었다.
정부군이 발포하자 시위대는 시민군을 조직해 맞섰고, 노동자들도 총파업으로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 마침내 개혁파 나지 임레가 총리가 돼 일당제 폐지와 소련군 철수를 약속하고, 헝가리의 바르샤바조약기구(바르샤바조약기구 결성 참조) 탈퇴 및 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11월 4일 소련군이 부다페스트를 전격 침공해 시민군의 저항을 분쇄하고 혁명을 무너뜨린다. 이 과정에서 시민 20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이후 나지를 포함해 수백 명의 민주화 세력이 처형된다.(다음백과)
④ 소련의 해체_공산주의 붕괴(1991)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등의 개혁 정책(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 취임 참조)에도 불구하고, 1990년 들어 소련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경제 성장은 1990년 마이너스 8퍼센트, 1991년 마이너스 20퍼센트를 기록했다. 생산과 분배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했고, 물가는 급등했으며, 만성적인 물자 부족 상태가 야기됐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개혁파와 보수파 양쪽에서 공격을 받았다. 자본주의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급진 개혁파는 고르바초프가 과감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보수파는 그가 공산당을 약화시키고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시민들도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그 책임을 물었다.
결정적으로 8월 18일 당과 정부의 보수파 지도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시민들의 반발과 군대의 명령 거부로 3일 만에 실패했지만, 이후 당과 고르바초프의 권위는 완전히 추락했다. 한편 쿠데타에 적극 저항했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실권을 장악했다. 설상가상으로 소련 내 여러 공화국들이 차례로 독립을 선언했다.
고르바초프는 새로운 연방 조약을 맺어 공화국들의 불만을 다독이려 했다. 그러나 12월 1일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연방에서 탈퇴했고, 12월 21일에는 옐친의 주도로 15개 중 11개 공화국이 독립국가연합(CIS)을 따로 결성했다. 마침내 12월 25일 소련은 해체돼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이로써 세계 사회주의 체제는 와해되고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질서가 본격화됐다.
⑤ 헝가리 역사
로마인들은 헝가리 서부지역을 판노니아라고 불렀는데, 이곳에는 당시 일리리아인과 켈트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BC 14년에 판노니아는 로마 제국의 속주가 되었다. 반면 도나우 강의 동쪽 지역은 로마 제국에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았으며, 여러 게르만계 부족과 아시아 종족들이 거주했다. 200년 이상 아바르족의 영토였다가 800년경 샤를마뉴 대제에게 정복되었다. 5세기에 유목생활을 하는 핀우고르어를 사용하는 마자르족이 이전의 정착지인 유라시아의 스텝을 떠나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892년 신성 로마 제국의 아루눌프 황제가 모라비아인들을 정복하기 위해 마자르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자르인들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아르파드를 군주로 선출한 후 노디올 지방에 정착했다. 마자르인들은 중부 유럽을 약탈하다가 955년 신성 로마 제국의 오토 1세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약탈행위를 그쳤다. 그로부터 20년 후에 아르파드의 손자인 게조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였고, 1000년에 즉위한 게조의 아들 이슈트반은 그리스도교 전파와 국가의 발전을 계속 추진했다.
1241년 몽골인들의 침공을 받고 인구의 절반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었다.
자민족이 세운 왕조인 아르파드 왕조가 막을 내린 1301년부터 1918년까지 헝가리는 단 1차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곧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14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공격을 가해왔으며, 1568년에 이르러 지금의 헝가리 영토는 3개 지역으로 분할되었다. 서쪽의 대상(帶狀)지역인 로열 헝가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았으며, 동쪽의 트란실바니아(대략 지금의 루마니아 북서부)는 1566년 투르크의 지배 하에서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고, 나머지 지역(중앙 평원)은 투르크의 직접 통치를 받았다.
오스만 제국의 뒤를 이어 헝가리에 대한 주권을 획득한 합스부르크 왕가는 카를로스 3세와 마리아 테레지아의 재위기간을 제외하고는 투르크인들과 마찬가지로 전제정치를 실시했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반란을 가혹하게 진압했다. 마침내 1800년대 초에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당시 헝가리 전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던 마자르인 외에 여러 민족들은 마자르인에게 유리한 새로운 법안에 불만을 품었다.
1848년 빈에서 혁명이 일어났고, 1년 뒤 로요슈 코슈트의 지휘 하에 헝가리는 독립을 선언했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어 헝가리에 대한 통치권을 재주장했지만 국력이 쇠퇴하자 헝가리와 타협하고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설립했다. 그러나 민족문제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 후 헝가리는 독립했다. 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오스트리아·폴란드·이탈리아가 모두 헝가리 영토의 일부를 할양받았는데, 헝가리는 잃어버린 영토의 일부라도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에 대항하여 독일에 협력했다.
헝가리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소련 점령군은 1920년 설정된 국경선을 재확인하는 1947년 조약의 이행을 확실시하기 위해 계속 헝가리에 주둔했다. 1945년 헝가리 공산주의자들은 친소 임시정부를 출범시켰으며, 1949년에는 헝가리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1956년 공산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격렬한 반정부시위운동이 일어났지만 소련군에 의해 진압되었다. 야노슈 카다르가 집권하면서(1956∼1988) 헝가리 공산당은 경제·문화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유화 정책을 도입했고, 이에 헝가리는 소련의 동유럽 블럭 국가들 가운데 가장 자유스러운 국가로 꼽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1989년에는 권력에 대한 독점을 포기하여 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의 주변국가와는 달리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국민시위를 피해갔다. 1989년 10월 헝가리의 헌법은 다당제를 인정하도록 수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1990년 봄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자유선거가 실시되었다. 이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 우익 성향의 헝가리민주포럼(Hungarian Democratic Forum)과 그 연합세력은 자유시장 경제체제로의 점진적인 이행을 표방했다.
1990년 5월 헝가리민주포럼이 새 정부를 구성함에 따라 헝가리에서 45년 동안 이어진 공산주의 통치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애초 기대와는 달리 20∼30%를 웃도는 높은 인플레이션, 전체인구의 14%에까지 이른 급격한 실업률 증가 등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1994년 봄 2번째로 실시된 자유선거에서 헝가리사회당(Hungarian Socialist Party)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좌파가 다시 득세했다. 의회의 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헝가리사회당은 자유민주연합과 연대해 연립정부를 출범시켰으며, 새 정부는 경제안정과 시장경제로의 전환 등 기존정부의 정책을 계속 추진해갈 것임을 밝혔다. (다음백과)
▶ 간단 정리
892 | 신성로마제국 모라비아 정복하기 위해 마자르인에게 도움 청함. |
1000~1526 | 발칸 일대의 독립국가 |
1000 | 이슈트반, 그리스도교 전파 |
1241 | 몽골 침공 |
1526~1702 | 오스만군에 패배 후 삼분할(서부/중부/동부) |
1849 | 헝가리 독립 |
1867~1918 |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 시기 |
1919~1946 | 헝가리 제2공화국 |
1943.3 | 독일, 부다페스트 점령 |
1944 | 소련, 헝가리 침공 |
1949 | 헝가리 사회노동당 1당 체제 |
1956 | 소련 침공 인민공화국(위성국) |
1956.10 | 반체제 혁명 |
1990~ | 민주 헝가리 |
2. 공간적 배경 : K시(국경 근처의 소도시)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독서보고서 >
작성자 이옥영 (2019.7.30.) <hojya@daum.net>
■ 자기소개서- 야스민
* 전제 : 2장의 루카스는 실제는 클라우스지만 인물들은 그를 루카스로 알고 호칭합니다.
나는 18살이고 아기의 엄마입니다. 어렸을 때 엄마는 나를 낳자마자 돌아가시고 이모 손에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신 후 돌아와 이모와 결혼하였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 뿐이고 나도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륜이고 나의 아이는 불륜의 씨앗입니다. 이모는 아버지를 고소하여 감옥에 가고 되고 나도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병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임신 사실을 숨겼지만 아이를 낳은 후 갈 곳이 없습니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아버지 이름을 따서 “마티아스” 라고 지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아이는 나로 인해 기형입니다. 아이가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강가에 빠뜨리고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루카스, 그 사람을 강가에서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따뜻한 음식을 내어주며 자신의 집에서 지내라고 합니다. 소문은 금새 잊혀지고 아이는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을지 모른다며 위로합니다. 루카스에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고백하고 아직도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루카스는 따뜻하지만 나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밤마다 술집에 연주를 하러 가서 늦게 돌아옵니다. 루카스는 아이와 잘 놀아줍니다. 아이를 위해 화단과 그네, 자동차를 만들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려옵니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그를 위해 뜨개질과 바느질, 음식을 만듭니다. 겨울이 되어 스웨터와 장갑 등을 뜨니 그가 기뻐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내가 요리를 하고 그가 선물을 준비하여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그가 음식을 가지고 사제관에 가니 쓸쓸한 마음입니다. 아이는 가을이 되자 걷게 됐는데 다리를 절며 걷습니다. 루카스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걸으면 좋겠다고 병원에 데려갔지만 나아질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옵니다. 나는 아이가 어떤 상태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루카스가 매일 밤 술집에 나가고 들어오지 않는 시간, 울면서 그를 기다립니다. 밤새 기다린 어느 날 술집에 나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뺨을 어루만지려 하자, 뿌리치며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는 내가 우는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루카스가 어떤 여자 때문에 그녀의 남자를 폭행했다며 경찰이 다녀갑니다. 나의 마음은 그를 향해 있는데 그의 마음에는 다른 여자가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집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이는 루카스에게 살아가는 이유였나 봅니다. 아이가 떠나는 것이 두려워 그는 나를 살해하고 집 앞에 묻습니다. 아...마티아스...나의 아가...
■ 자기소개서- 야스민의 아들, 마티아스
나는 엄마와 루카스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예쁘고 옷과 음식을 잘 만들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합니다. 루카스는 아빠는 아니지만 나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주고 밤이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는 똑똑하지만 못 생기고 기형이여서 다른 아이처럼 걷지 못 합니다. 그런 내 자신이 싫어서 기린, 코끼리 같은 동물 그림도 보기 싫고, 엄마가 곰돌이를 이뻐하면 화가 나서 머리를 바닥에 짖찧었습니다.
루카스는 내가 다리를 절며 걷자 병원에 데려갔고, 난 크지 않을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내가 느리게 크는 것이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영리한 것이라며 안심시킵니다. 루카스는 나랑 잘 놀아주지만 밤이면 나가서 늦게 들어오고, 엄마는 그를 기다리면서 웁니다. 루카스는 내 친아빠는 감옥에 있다며 엄마가 우는 것은 아빠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루카스를 사랑하고 그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는 나를 두고 대도시로 떠났다고 합니다. 내가 불구라서 나를 두고 간 걸까요? 슬퍼하는 나에게 루카스는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자신의 형제를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는데 나로 인해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나는 다락방에 루카스의 엄마와 동생 해골, 비밀노트가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동생 해골은 아기이고 작고 못 생기고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마음에 듭니다.
어느 날 루카스가 음식을 먹고 토하고 정신을 잃습니다. 그가 죽을까 걱정이 됩니다. 나는 언젠가 그의 아들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중앙광장에 있는 서점으로 이사를 가자고 말합니다. 나는 텃밭과 가축을 두고 가고 싶지 않지만 학교에도 가야하니 이사를 갑니다. 그 곳에 이사한 후 나는 매일 밤 악몽을 꿉니다. 어느 날은 강 수면에 누워서 별을 보다가 물결 따라 떠내려가는 꿈을 꿉니다. 천천히 무엇인가 다가와 겁에 질립니다.
또 다른 꿈은 호랑이, 평화롭고 순해서 만지려 하면 한발로 나의 팔을 낚아챕니다. 무인도 꿈도 꾸는데 손수레로 모래를 이동하는 놀이를 하다가 밤이 되어 외로워 깹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꾸는데 거리에는 집과 사람이 없고, 엄마가 울면서 부르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죽은 나무 꿈입니다. 마당에 죽은 나무가 “죽었지만 살아 있을 때처럼 널 사랑해” 라며 엄마의 목소리를 내며 가지로 끌어안습니다.
루카스에게 얘기했더니 죽은 나무를 잘라서 태워 버립니다. 엄마가 돌아오지 못 하고 꿈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엄마는 죽었는지 모릅니다.
루카스가 어느 날 고아원에 책을 갖다 주라고 말해 갔지만 차마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나 또한 엄마, 아빠도 없이 고아원에 버려질까 두렵습니다. 루카스는 매일 밤늦게 들어오고 술집에서 일하며 친구를 만난다고 합니다. 밤마다 난 혼자입니다.
나는 여섯 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나를 거미, 꼽추, 사생아라고 놀리고 내 옆에 아무도 짝을 하지 않습니다. 매일 발길질하고 때리고 책상 상편으로 내리찍어 상처가 납니다. 선생님은 부모님을 데려오라고 말하지만 난 학교를 그만 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 두는 것은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불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테니까요.
루카스는 내가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과 형제가 쓰던 무기라며 모래를 가득 담은 양말, 뾰족하게 갈아 둔 돌과 면도칼을 보여줍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몸의 상처보다 내게 참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난 누구보다 힘이 세고 용감하고 머리가 좋다고 큰 소리를 쳐봅니다.
나는 서점에 오게 되면서 슬퍼져, 살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노트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서점에 다녀간 후, 루카스는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서점을 독서실처럼 만듭니다. 서점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돌아간 후 책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없어진 물건을 체크합니다.
어느 날 아름다운 아가씨, 아그네스가 서점에 왔습니다. 루카스를 아는 그녀는 자주 옵니다. 청소를 도와준다고 해서 크레이프를 만들어 그녀와 루카스와 먹었습니다. 그녀는 루카스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나 또한 그녀가 좋습니다.
도서관에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어린 소년이 왔고, 루카스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합니다. 나는 그 모습이 싫어 날카로운 컴퍼스로 루카스의 손등을 찍었습니다. 루카스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싫습니다. 루카스는 결혼하면 금발의 정상적인 아이를 갖고 싶을 것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너라고 얘기합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 건 엄마뿐이었는데 엄마는 죽었고 독서실을 닫아야 한다고 소리 질렀습니다.
금발의 소년이 또 도서관에 오고 루카스는 일부러 보지 않습니다. 아그네스에게 크레이프를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금발의 소년이 그녀의 동생입니다. 아그네스와 그의 동생과 루카스, 세 사람은 진짜 한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난 아빠도 엄마도 없고 금발도 아니고 못 생긴 불구입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루카스가 그들을 데려다 주러 나갔습니다. 그동안 썼던 노트를 태우고 나도 이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엄마와 아기 시체 옆에서...노트의 마지막 문장을 적습니다.
“마티아스에게는 잘 된 일이다. 그는 영원히 초등학교 일학년생이고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된다.”
■ 읽으면서 깊이 다가온 중심 사건이나 특이한 장면, 사건 흐름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부분 소개하기
어머니에게 총을 맞은 사건으로 루카스와 클라우스는 헤어져서 살게 되지만 각각은 그들의 삶 안에서 함께 존재하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루카스는 1부에서 할머니집에 맡겨진 시절을 쌍둥이가 함께 한 것으로 묘사하였고, 2부는 클라우스가 마을에 남아서 살았을 삶을 상상한 내용으로 늘 그를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부에서 클라우스는 실제 어머니와 살면서 끊임없이 비교 당하며 루카스의 삶이 자신의 삶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루카스를 그리워했지만 정작 그가 돌아와 어머니가 그를 알아보게 되고, 일상이 망가지는 것이 두려워 외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루카스가 자살하게 되고 자신 또한 자살할 거라는 이야기를 통해 그 또한 루카스의 존재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형제는 서로의 부재로 인해 상실감을 겪으며 외롭게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클라우스가 어릴 적 창문 너머로 술집에서 연주를 하기 위해 다리를 절며 거리를 다니는 아이(루카스)를 보는 장면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찾지만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2부의 인물들 야스민과 마티아스, 클라라는 모두 누군가를 잃고 기다리는 인물입니다. 루카스가 형제가 떠나고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상실감과 상처에 대해 느낄 수 있습니다.
■ 1, 2, 3부의 관련성 해석, 소설의 특이점이나 작품의 핵심가치
소설은 1,2,3부가 각각 지어진 만큼 독립성을 가지면서 인물과 사건의 유기성을 가집니다.
1부는 쌍둥이가 아닌 혼자 겪은 일이라는 것, 2부는 글 속 인물이 다시 글을 쓴 액자식 구성이라는 사실이 뒤에 밝혀지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으면서 했다는 세가지 거짓말- 아버지가 아니고, 18살이 아닌 15살이고, 클라우스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경을 넘은 사람이 클라우스가 아닌 루카스였다는 사실이고 2, 3부의 클라우스에 루카스를 대입하여야 한다는 사실이 혼동을 가져옵니다. 작가는 상상과 현실의 세계, 자신과 타인의 세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결핍되고 소외된 인물들로 윤리와 상식을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타인을 돕지만 선악의 구별이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참혹한 시절을 겪는 그들을 어떤 윤리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운명을 살아내고 있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아정체성을 찾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토론하고 싶은 쟁점 제시하기
- 작가가 이야기하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무엇일까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정리 : 장현주
▶ 인물 분석
1. 빅토르
내 이름은 빅토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하나 뿐인 누나와 함께 먼 친척 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실제로 나를 키워준 것은 나보다 5살 많은 누나 소피였습니다. 누나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시 말씀드릴게요.
나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 k시에서 서점 겸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가게 최대 단골손님은 루카스에요. 루카스는 어린 아이도 아닌데 스케치북, 크레용, 그림책, 초등학생용 노트 등을 꾸준히 구매해가고 있어요. 어느 날 저는 루카스에게 신분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루카스가 신분증을 만들 수 있도록 당서기인 페테르 N을 소개해주었지요. 페테르는 나와는 동향으로 마을에서 나는 그의 유일한 친구랍니다. 그가 손쉽게 루카스의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리고 책을 몹시 좋아하는 루카스에게 나는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주었어요.
루카스에게는 국경을 넘은 쌍둥이 형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때 왜 함께 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우리 중 하나는 여기 남아서 가축이랑, 채소밭이랑, 할머니 집을 지켜야했고, 또 각자 홀로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했다’고 하더군요. 당최 이해가 안 됩디다.
어떻게 살다보니 저와 누나는 국경선을 두고 떨어져 살게 됐답니다. 누나는 여행할 돈을 모아놓고도, 국경을 통과할 수 없어서 못 오고 있었는데 필요한 서류와 허가증을 모두 구한 다음 제가 사는 이곳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나입니다. 내 기억 속의 누나는 호리호리하고 젋었답니다. 그런데 12년 만에 만난 누나는 제 상상과는 다르게 그렇게 날씬하지도 않았고 잔주름도 엄청났습니다. 한 마디로 너무 많이 늙어버렸더군요. 물론 나는 누나에게 그런 내색을 안 하고, 마음속으로만 새겨두었지만 누나는 반대로 제가 너무 뚱뚱해지고 머리는 다 벗겨졌다고, 또 걸음걸이는 왜 그렇게 느려졌냐며 대성통곡을 하더라고요. 뭐 저도 누나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누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세월이 가도 식지 않았기에 누나가 하는 말을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답니다. 나는 누나의 여행 가방을 들었는데 왜 그렇게 무겁던지. 집에 와서 부엌에 짐을 풀고 나는 여행가방 속에 있는 브랜디를 꺼내 사분의 일이나 비워버렸어요. 사실 저는 알코올 중독이에요. 누나는 모르고 있답니다. 그날 나는 누나의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들어주었답니다.
누나가 왔지만 내게 가장 흥미로운 건 맞은편에 사는 백발의 불면증 환자입니다. 12년 동안 못 만났던 누나가 나를 찾아왔는데도, 나는 맞은편 창가의 불면증 환자를 조용히 관찰하기 위해서 누나가 빨리 잠자리에 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답니다.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밤 10시에 자기 방 창문을 열었다가 아침 일곱 시에 닫는 그 노인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는 밤새 창가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가 너무 궁금합니다. 누나가 떠났을 때 불면증 환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그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기에 그를 무시했답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창가에 남아 있는 이유가 오직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그 불면증 환자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불면증 환자가 될 거라는 걸 알았지요.
누나가 떠나기 전에 누나는 나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하더군요. 누나는 가게가 잘 안 되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내가 술과 담배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도 말해줬어요. 또 내 안색이 너무 나쁘다는 것과 배가 너무 나왔다는 것,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얘기해줬어요. 사실 저는 알코올 중독에 니코틴 중독인 것을 누나에게 숨겼어요. 또 말할 수 없이 심한 허리 통증과 감각이 없는 엄지발가락까지. 의사는 우선 내게 금연과 운동을 권해주었지만 나는 담배를 끊을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그러나 혹시라도 담배를 끊지 않아 혈액순환이 안 돼서 다리가 썩어 다리 전체를 절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누나가 내게 서점을 팔고 고향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에 살던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하더군요. 누나는 누나의 일에 전념하고, 나는 술과 담배를 끊고 책을 쓰라고 하더군요. 누나를 보내고 술을 더 마셔댔는데 어느 날 서점 책꽂이의 책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누나가 말했던 내 책이 떠올랐어요. 내가 젊은 시절에 구상했던 내 책. 나는 작가가 되어서 책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건 내 젊은 시절의 꿈이었는데 그 꿈을 까맣게 잊고 있었더라고요.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요. 내가 담배와 술을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깨달았어요.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힐 거예요.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에요. 이곳에 남아있는다면 나는 영영 책을 못 쓸 것 같았어요. 나의 유일한 희망은 집과 서점을 팔고 누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에요. 루카스도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어요. 나는 집과 서점을 모두 정리하고 누나가 사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려고 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게 딸린 집을 살 마땅한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루카스가 선뜻 제 집을 사겠다고 했어요. 그가 살던 할머니 집을 군에서 보상 받고 가지고 있는 금화와 은화, 보석을 받기로 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누나에게 갈 수 있게 됐어요.
나는 내가 누나 집으로 가면 누나가 내 담배와 술을 말릴 것이고, 우리는 건전한 생활을 할 것이고, 누나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이고, 나는 알코올과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고, 그러면 내 책을 쓰는 일밖에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끔찍했어요! 책 한 권을 쓰려고 2년 가까이 누나와 살았는데 누나는 내가 기대했던 누나가 아니었어요. 누나는 나를 끊임없이 감시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술과 담배를 금지시켰어요. 저는 점점 누나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국경과 맞닿아 있던 그 소도시를 떠난 것이 애당초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걸 알게 됐지만 때는 이미 늦었어요. 누나는 내가 어는 정도의 글을 썼는지 늘 감시했지만 사실 나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답니다. 누나의 감시와 통제 아래서 나는 단 한 줄이 글도 창작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몰래몰래 술과 담배를 해왔던 나는 어느 날 휘청거리며 쓰러졌는데 술집에서부터 경찰들에 의해 누나 집으로 끌려와있더군요. 누나 집은 조용했고 더위는 숨 막힐 지경이었어요. 나는 여행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넣었어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만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누나는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어요. ‘날 좀 내버려둬. 내가 나가면 돼.“ 누나는 울부짖더군요.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며. 누나는 나를 잡았어요. 나는 누나에게 지금까지 단 한 줄도 쓰지 않은 사실을 털어놨어요. 누나가 내 모든 걸 파괴시키고 있다고, 내 생명력, 자유, 영감을 말살시켰다고. 어려서부터 나를 못살게 굴었다고 마구 소리 질렀어요. 누나는 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먹고, 마시고, 피우는 일만 했다고 비난했지요. 가게 손님들께 동생의 책이 나올 거라고 광고해놨다고, 이제 누나는 온 마을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며 누나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누나가 내게 퍼붓는 동안 나는 술을 계속 마셨어요. 누나는 어린 시절 섹스 놀이에 대한 변명도 하더군요. 나는 누나에게 누나는 고객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것으로 만족하는 걸 잘 안다고, 젊고 예쁜 고객들을 만지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따라서 누나는 음탕한 여자일 뿐이라고 말했어요. 나는 누나가 못생긴 데다 위선적인 청교도 정신 때문에 어떠한 남자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가만히 있던 누나가 내 브랜디 병을 낚아채더니 타자기를 향해 집어던졌어요. 누나는 깨진 병 주둥이를 집어 들고 내게 다가 왔어요. 나는 일어나서 누나의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손목을 비틀었고, 누나는 병을 놓았어요. 우리는 침대 위에 함께 쓰러졌고, 나는 누나를 덮쳐 누나의 가느다란 목을 누나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졸랐답니다. 나중에 알코올 중독에 의한 섬망증 발작상태에서 누나의 목을 졸라 죽였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죽은 누나를 옆에 두고 글을 쓰는데 글이 너무 잘 써졌어요. 누나가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손님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저는 체포된 후 정신 병원에 갇혔어요. 고향의 예심 판사로부터 페테르에게 긴급 소환명령이 떨어졌나 보더군요. 페테르를 만난 저는 너무 반가워서 루카스 소식이랑 서점 소식이랑 마티아스의 소식을 물어보고 루카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는 페테르의 말에 나는 필기도구를 규칙적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나는 나의 책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나는 페테르에게 내 원고뭉치를 주었어요.
나는 교수형을 당했어요. 모두 사형은 면할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나에게 자기행위에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어요. 그리고 재판에서 나는 후회나 아쉬움이나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누나를 죽이는 것만이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어요. 배심원들은 내가 책 쓰기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그 누군가를 죽일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들은 내가 이기적이고, 사악하고, 사회에 위험한 인물이라고 결론 지었어요. 누나는 아주 모범적이고, 명예로운 인생을 살았고, 모든 사람들, 특히 누나의 고객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되었어요.
교수형을 당하기 전날 나는 페테르와 함께 있었어요. 그에게 너무나도 감사해요. 나는 페테르와 루카스 앞으로 유산을 남겼어요. 루카스에게는 금화와 보석들과 돈을 남겼어요. 저는 그걸 쓸 시간이 없었고 루카스에게 너무 많은 대금을 받았어요. 페테르에게는 내 집이자 누나 집이고 우리 부모의 집을 물려주었어요. 우리는 상속자도 없잖아요. 지금도 저는 후회를 해요. 그 도시야말로 내가 떠나지 말았어야 했던 이상적인 곳이었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죽을 거라는 건 알겠는데 이해를 못하겠어요. 내 누나의 시체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서 거기에 내 것까지 보태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누가 그 두 번째 시체를 원하는 거죠? 신, 그는 분명히 아닐 거고, 그는 우리의 욕심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러면 사회가 원하는 건가요? 사회는, 나를 살려두면 아무에게도 소용없는 시체 한 구 대신 한 권이나 또는 여러 권의 책을 얻게 될 텐데 말입니다.
페테르에게 내 교수형 집행식에 입회해달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하더군요. 루카스에게 부탁할 걸 그랬나봐요. 루카스라면 내 마지막까지도 기록해주었을 건데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시와 통제가 없는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2. 소피 (빅토르의 누나)
내 이름은 소피에요.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먼 친척의 손에 길러지며 하나 뿐인 남동생 빅토르를 다섯 살 더 많은 제가 거의 다 키워냈답니다. 빅토르는 제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였어요. 어찌하다 보니 우리는 국경선을 두고 떨어져 살게 됐어요. 저는 양장점을 운영해요. 솜씨가 좋아 가난한 시절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일거리가 있었답니다. 양장점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K시에 살고 있는 내동 생 빅토르에게 가기위해 필요한 서류와 허가증도 어렵게 마련했고 드디어 빅토르에게 편지를 보내고 난 후 기차를 타고 동생이 있은 곳으로 가게 됐답니다.
아~ 내 동생 빅토르. 나는 잔뜩 기대를 하고 동생을 찾았는데, 아뿔싸! 그 예뻤던 동생은 어디로 가고 정말 볼품없는 중년의 아저씨가 떠억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지 뭡니까? 너무 뚱뚱해지고, 머리는 다 벗겨져서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 했어요. 그래도 12년 만에 만났기에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답니다. 동생을 위해 여행 가방에 과일 잼, 소시지, 살구 브랜디를 가득 넣었어요. 맛있게 먹을 동생을 생각하면 무거운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저녁에 동생 집에서 강낭콩을 삶는데 빅토르는 내가 가져온 살구 브랜디를 사분의 일이나 마셔버렸더군요. 그날 밤 나는 외롭고 고달픈 내 인생 이야기와는 반대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생에게 들려줬어요. 제가 고생한 거 이야기하는 게 뭐 좋을까 싶어서요. 동생은 브랜디를 마시며 담배를 피워가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더군요. 제가 일찍 자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동생은 다른 무언가에 관심이 있는 듯 보였어요.
다음 날 아침 저는 일찍 일어나서 동생의 아침 식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밤새 고민한 걸 빅토르에게 이야기 했어요. ‘네 장사가 잘 안 되는 거, 나도 잘 알아. 네가 하루 종일 가게에 나가 앉아 있어봤자, 손님은 한 사람도 없어. 밤이면 집 안을 서성이다가 아침에는 지쳐 있어. 너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내가 가져온 브랜디를 반 이상 마셨더구나.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가는 너도 알코올 중독자가 될 거야.’ 이렇게 말했지만 빅토르는 이미 그때 알코올 중독자에 니코틴 중독자였어요. 진즉에 알았어야 했는데… 저 몰래 계속 마시는 것 같던데 아무튼 함께 있는 동안은 동생이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걸 못 봤어요.
그리고 동생은 한 눈에 봐도 안색이 너무 나빴고, 눈가가 검었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배는 너무 나와 있었어요. 게다가 무슨 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는지 정말 동생에게는 아무 병도 없는 걸까요? 동생이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불안했어요. 나는 동생과 헤어지는 기차역에서 빅토르의 양 볼에 키스를 하면서 말했어요. ‘서점을 팔고 고향으로 돌아와. 우리 어린 시절에 살던 집에서 같이 살자. 숲 속으로 산책도 가고, 나는 일에 전념하고, 너는 담배랑 술을 끊고 책을 쓸 수도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기차를 탔지만 제 속은 편치 않았어요. 동생이 안 오면 어쩌죠?
어느 날 빅토르는 집과 서점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왔답니다. 저는 너무 기뻤지요. 나는 청소며 빨래며 식사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해주었어요. 오로지 빅토르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하면서 오직 동생이 쓰고 싶어 했던 책을 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뒷바라지 했답니다. 그리고 빅토르가 이전처럼 술이나 담배를 가까이 해서 건강을 해치고, 책 쓰는데 집중하지 못 할까봐 동생을 보이지 않게 감시했답니다. 일단, 술과 담배는 금지 시켰고, 동생이 쇼핑이나 산책을 다녀오면 다정하게 포옹하면서 술이나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지 동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확인했어요. 그리고 차를 날라다주고, 가구를 닦아주고, 장롱 안의 옷가지를 정리해주면서 동생이 글을 얼마나 썼는지 어깨너머로 확인하곤 했어요. 동생은 잘 쓰고 있더라고요. 멋진 문장에 저는 웃음꽃이 활짝 폈답니다. 그리고 빅토르를 격려했어요. 나는 평생 일 하느라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 내 멋진 동생은 책을 쓰고 있어요! 그런 동생을 내가 든든히 지원하고 있어요!!
가끔 동생이 힘들어 보일 때면 거실로 나오라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그리고 빅토르의 작품 활동과 성공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하는 지에 대해서. 동생은 알았다는 듯 고분고분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어요.
동생의 원고 분량이 늘어난 걸 보고 나는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로 동생에게 타자기를 선물했어요. 동생은 바로 타자기로 자신의 글을 치더니 내게 보여주는 거예요. 저는 정말이지 너무 기뻤어요. 며칠 뒤에도 동생은 타자로 친 원고를 보여주더군요. 정말이지 타자기를 잘 사준 것 같아요.
어느 날 저녁 빅토르가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갔더군요. 처음 있는 일이라 내심 불안했지만 멋진 생각이 떠올라서 얼른 적겠다는 데 어쩌겠어요? 그냥 저녁 인사를 하고는 동생 방 문 앞에 계속 서 있었어요. 아무래도 문을 잠근 게 이상해서 다시 물어 보았어요. 동생은 여전히 방해 받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지금 글을 쓰고 있다고… ‘그래 다행이구나, 빅토르.’ 그리고 아침을 기다렸어요. 아침이 되자마자 빅토르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아무래도 이상했거든요. 동생이 대답하지 않는 거예요. 다시 동생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더 자게 날 좀 내버려둬!’ 저는 아무 말 없이 나왔어요. 그날 오후 2시 경 동생은 일어났어요. 저는 음식을 세 번이나 다시 데워야 했어요. 그런 제게 동생은 배고프지 않다며 커피나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물었어요. 왜 그렇게 오래 자냐고. 그랬더니 동생은 새벽 다섯 시까지 글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동생은 자기가 원할 때, 영감이 떠오를 때, 일할 권리가 있다면서 글쓰기는 옷 만들기 하고는 다르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동생의 말에 감탄 했어요. 곧바로 용서를 구했지요. 동생은 책이 곧 나올 거라고 했어요. 저는 너무 기뻤어요. 정말 멋진 책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동생의 옷에서 담뱃갑이 나왔어요. 나와 더 이상 피우지 않기로 약속해놓고서는!! 그러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히려 동생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고 하지 뭡니까!! 그러면서 곧 책을 끝낼 거니 자기를 좀 자유롭게 내버려 두라며 담배를 피우느냐 안 피우느냐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반문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동생의 말에 수긍을 해주며 재떨이를 동생 책상 위에 놔뒀어요. 책만 완성된다면 그깟 담배 피우는 게 대수겠어요?
곧 끝난다는 책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빅토르는 매일 오후 2시나 되어야 일어나고, 안색은 더 나빠졌어요. 아무래도 빅토르에게 병이 생길 것만 같았어요. 그러나 동생은 지금 다시 고치고 다듬으면서 타자기로 옮기는 중이라고 아주 큰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책 한 권 쓰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을 정말 몰랐답니다. 동생이 그러더군요. ‘책 한 권하고 옷 한 벌은 다르다니까. 소피, 이것을 잊지 말아줘.’ 나는 동생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요.
비오는 어느 날 밤이었어요. 빅토르는 경찰들에 의해 집으로 왔더군요. 나에게는 바락바락 욕을 해대고, 경찰들은 웃어대고…전 정말 미칠 것만 같았어요. 일단 동생을 침대에 눕혔어요. 다음 날 동생은 방에서 나오지를 않더군요. 분명 인기척이 났는데 말이죠. 하기야 저가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은 못하죠. 그런데 동생은 방 안에서 술을 계속 마시더군요. 참다참다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누나에게 할 이야기가 없냐고 묻는 내게 동생은 ‘응’이라고 하더군요. 나원참! 죽도록 취해서 진흙구덩이에서 자지를 않나, 경찰이 집까지 데려다주지를 않나, 그러고도 할 말이 없으시답니다.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날 좀 내버려둬. 내가 나가면 돼.’ 이러지 뭡니까!! 돈이 어디 있냐고 묻는 제게 동생은 아직 돈이 있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몇 푼이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돈은 술값, 담뱃값으로 다 날려버릴 것 같아요. 그런데 동생은 떠날 만큼은 있다더군요. 순간 몰려오는 배신감이라니! ‘그러면 난? 난 한 푼도 못 받았어. 난 너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어. 그건 누가 갚을 거지?’ 이 질문에 동생은 ‘내가 다 갚을 테니, 날 보내줘.’ 이러더군요. 아니 어떻게 갚겠다는 건지…
나는 동생을 한 번만 용서해주기로 했어요. 어제 저녁에 일어난 일은 사고일 뿐이라고. 네 책만 끝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고 말했어요. 아…그런데 동생은 단 한 줄도 쓰지를 않았답니다. 여태 타자기를 친 모든 원고는 베낀 거랍니다. 동생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말하더군요. ‘나는 여기서는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어. 누나는 나를 방해했고, 끊임없이 나를 감시하고,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어. 누나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누나가 모든 걸 다 파괴시키고 나쁘게 만들고, 창의력, 생명력, 자유, 영감을 말살시켰어. 어린 시절부터 누나는 나를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나를 못살게 굴었어. 어려서부터!’
나는 정신이 멍해졌어요. 나는 동생의 작업을 위해서 동생의 책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했어요. 나의 일, 나의 고객, 나의 말년을. 난 동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발끝으로 걸어다녔는데 동생은 여기 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단 한 줄도 안 썼다고 하네요. 동생은 먹고 마시고 피우는 일만 했어요. 저는 동생에게 게으름뱅이, 술주정꾼, 식충이라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소리 질렀어요. 나는 내 손님들에게 동생의 책이 나올 거라고 광고를 해놨는데! 동생은 아무 것도 안 썼답니다. 나는 온 마을의 웃음거리가 되게 생겼어요. 동생은 내 집을 욕되게 했어요. 나는 동생을 그 더럽고 작은 도시의 구질구질한 서점에 그냥 내버려뒀어야 했었어요. 누구의 방해도 없었던 그 도시에서의 20년 동안은 왜 책 한 권도 못 쓴 거지? 애초에 빅토르는 형편없는 책 한 권 단 몇 줄도 쓸 능력이 없었던 거였어요. 제 판단이 틀렸던 거였어요.
제가 마구 퍼붓는 동안 동생은 계속 술을 마시더군요. 간간히 내 말이 옳다고 하면서요. 그 소리가 어찌나 빈정거림으로 들리던지. 그러면서 동생은 누나가 살아있는 한 어떠한 글도 쓸 수가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감히! 어떻게 제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그러면서 동생은 어린 시절 섹스 놀이를 들먹이더군요. 그 놀이에 동생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어릴 적 얘기는 왜 꺼내는 건지. 그땐 어렸기에 단순한 어린애 장난일 뿐이었는데 말이죠. 더구나 나는 아직 처녀로 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짓’에는 관심도 없는 마당에 옛 얘기를 들먹이는 것은 악취미잖아요!!
동생은 내가 고객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것에 만족하는 걸 잘 안다고 얘기하더군요. 젊고 예쁜 고객들을 만지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따라서 누나는 음탕한 여자일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누나는 못생긴 데다 위선적인 청교도 정신 때문에 어떠한 남자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손님들을 상대로 치수를 잰다거나 옷감을 만져본다는 핑계로 옷을 주문한 예쁘고 젊은 여자의 몸을 만지는 데에 몰두해 있다고 쐐기를 박더군요.
빅토르는 내 한계를 넘어섰어요. 도가 지나쳤어요. 나를 완전히 짓밟았어요. 나는 빅토르가 쥐고 있던 브랜디 병을 낚아채서 타자기를 향해 집어 던졌어요. 브랜디가 책상 위에 쏟아 졌어요. 내 분노도 쏟아졌어요. 나는 깨진 병 주둥이를 집어 들고 빅토르에게 다가갔어요. 그런데 빅토로는 내 팔을 잡고 손목을 비틀었어요. 순간 병을 놓았고 저는 빅토로와 함께 침대 위로 쓰러졌어요. 그때 갑자기 빅토르가 나를 덮치더니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나는 발버둥쳤으나 역부족이었어요.
나는 죽었습니다. 평생 일만 하다가 동생바보로 죽었습니다. 재판에서 많은 이들은 나를 아주 모범적이고 명예로운 인생을 살았고, 모든 사람들, 특히 나의 고객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습니다.
죽고 보니 어쩌면 나는 내 인생에 대한 보상을 동생의 책에서 찾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을 보살폈던 모든 것이 동생을 위한 것이 아닌 제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언뜻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죽었습니다.
국립 도서관 사서 클라라
노안나폴레옹 <l2p2g@hanmail.net> 19.08.01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 선 남자는 책을 빌리러 왔다고 했다. 여기에 온 이후로 책을 빌리러 온 사람은 처음이다. 그는 금서가 많은지를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금서분류가 참 슬픈 일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샆다며 금서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금서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갑자기 그가 날더러 자기 엄마를 닮았다 한다. 다삿시 마감 이후에도 나를 따라오며 내 장바구니를 가져가며 집까지 바래다 준다.
다음 날 그는 또 찾아왔다. 금서를 가져가겠다며 보챘고 나는 화를 내었다. 마치 치근덕 대는 것 같아 불쾌했다. 또 어쩌면 그는 나를 감시하는 염탐꾼일지도 모른다. 불안했다. 내가 울자 그는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어머니라고 했다. 나와 닮은 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이다. 그러면서 나더러 굽높은 구두를 신고 우중충한 옷을 입냐고 했다. 토마스가 그렇게 떠나버리고 내가 어떻게 젊은 여자의 멋을 부리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의 아픔을 보여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장바구니를 주며 나를 따라오게 했다. 그에게 차를 한 잔 주었다. 그는 내 방을 보고 싶어 했으나 나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일이 있다며 돌아갔다.
다음 날 그는 다시 왔다. 그러면서 저녁 늦게 들른다고 자꾸 보챈다. 나를 보면 그냥 즐겁다는 그는 나를 놀리는 건가? 못된 자식 같으니라고! 간신히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밤, 나는 술집에 갔다. 사람이 그립고 술에 취하고도 싶었다. 그때 루카스가 아는 채를 하며 다가온다. 루카스는 술에 취한 나를 데리고 비오는 거리로 데리고 나왔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나는 비틀거렸다. 그가 집까지 나를 더려온 모양이다. 내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다시금 악몽에 휩싸였다. 머리가 아팠다. 서랍에 진통제를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일요일 오후 그가 다시 방문했다. 내가 괜찮은지 궁금하단다. 그에게 들어오라 했다. 커피를 마시며 남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토마스의 말을 꺼내자 그는 자기도 하나뿐인 형제가 떠났다고 했다. 그는 나모르게 도서관 책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 속옷도. 그런데 그는 내 속옷을 불태워버렸단다. 세상에. 아이와아내도 있는 젊은 남자가 왜 그러는 걸까.
혼자서 앓고 있는데 그가 찾아왔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서 이미 문닫은 약국을 열게 하여 약을 사왔다. 다음 날은 닭고기 스프를 가져왔다. 그리고 석탄자루 속에 책들도 찾아와 나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매일밤 나를 방문한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슬퍼한다. 화를 내며 가버렸다.
내 의사 애인이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그 범인이 루카스인 것 같다. 하지만 루카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루카스는 그에게 이 도시를 떠나라고 했다. 그때 당서기 페테르가 들어왔다. 의사애인은 당서기에게 바로 이 도시를 떠나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루카스가 다시 왔을 때 나는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는 내가 그 의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했다. 맞는 말이다. 토마스가 죽은 이후로 나는 그가 사형당하는 꿈만 꾼다. 루카스도 형의 꿈을 꾼다고 했다. 그의 형은 자기는 죽도록 외롭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한다. 루카스와 나는 그해 겨울 매일 밤 같이 보냈다.
어느 날 공문을 한 통 받았다. 토마스는 무죄란다. 자기드이 목매달아 죽여 놓고 이제 사면을 한단다. 내 머리는 백발이 되고 내 인생은 불면의 밤이 되었는데 그게 단순한 실수였다고 한다. 루카스도 야스민과 함께 살며 그녀를 사랑하지 않느다고 한다. 단지 어려울 때 도와준 것 뿐이라 한다. 그녀에게 아무런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나에게도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혁명당서기 페테르 N
그가 찾아왔다. 신분증 때문이었다, 갈색머리, 회색 눈을 가진 그는 나이에 비해 컸고 직업은 음악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정원사로 쓰기를 희망했다. 당국의 평가란에는 ‘바보’라고 자처했다. 자신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했다. 누가 믿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게 해 놓으면 귀찮은 일들을 면제받을 수도 있기에 만성적 장신장애라고 기입했다. 나는 다 만들어진 신분증을 건네주며 순간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머리를 감싸 쥐고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나의 비밀을 말했다. 어리지만 쉽게 받아들이는 그에게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빅토르에게 그의 소식을 물었다. 미혼모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를 한번 만나고 싶다. 그러다가 성탄절이 되었다. 빅토르의 집에서 나오다가 그를 보았다. 그는 성당 미사에 참석하려는 듯 했다. 쫓아 들어가니 그는 성당 안 문 가까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우리는 술집에 갔다. 빅토르는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아 좀 따분했지만 루카스는 달랐다. 그런데 그는 그만 앉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루카스가 찾아왔다. 좀 재워달라고 했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자기의 아랫배를 눌렀다. 나는 그와 거리를 두기 위해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새벽에 그는 가고 없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다시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가 종이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다. 그걸 나더러 맡되 읽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 형제 클라우스 혼자만의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형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클라라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했더니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읽어 버릴 것이라 했다. 그는 노트의 내용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의 뜻을 모른다 한다.
루카스 T 소개서
구본경 <koodo4894@naver.com> 19.08.01
내 이름은 루카스 T다.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 이렇게 넷이 살던 네 살 때 전쟁이 일어났고, 종군기자로 떠나는 아버지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다른 여인을 사랑하며 태어날 아이를 보러 가야 한다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권총을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그 총알이 내 몸에 박혀 병원으로 실려 가고 오랫동안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난 소년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곳의 기억은 피와 땀과 똥오줌 냄새가 뒤섞인 약냄새와 주사바늘의 기억으로 고통스런 5년을 보냈다. 그 후 ‘재활원’에서 생활하였다. 휠체어를 쓰다 목발을 짚고 걸었고 삼 년이 지나자 지팡이 하나만 짚고 걸을 수 있었다. 그 곳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픔이 커졌다. 부모에게 오는 편지를 거꾸로 읽어주고 자기 아이를 보려온 부모들에게 그 아이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원장에게 “불구인 자식이 죽었다고 하면 기쁠 거 아니에요?” 하며 대답했다 벌을 받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를 챙겨주던 여선생님이 있었으나 재활원에 폭탄이 떨어질 때 나를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한 수녀가 나를 소도시의 한 노파 집으로 보냈다.
나를 ‘개자식’이라고 부른 할머니 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해서 술집에서 하모니카를 불거나 숲에서 땔감을 팔고, 심부름을 하면서 힘겹게 살았다. 벙어리 행세를 해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신분증은 없었다. 할머니가 죽고 나자 할머니 집은 정부의 재산이라 떠나라고 통보하였다. 그때, 국경을 넘기를 원하는 아저씨를 만나 함께 가다가 운이 없는 그는 죽고 뒤에서 걸었던 나는 무사히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었다.
국경을 넘자 경비대에 붙잡힌 나는 세 가지 거짓말을 하며 새로운 신분을 만들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아버지이고, 나이는 15살이 아닌 18살이고, 이름은 클라우스(Claus) T. 라고 하였다.
사람보다는 포도주와 담배에게서 위안을 찾던 50세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찾은 병원에서 협심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젠 내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껴졌고, 전쟁도 냉전도 끝나서 여행을 갈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소도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를 찾고 싶었다.
다시 찾은 K시에서 처음엔 호텔에서 그리고 B부인의 서점 위층에서 방을 빌려서 지냈다. 네 번째 체류 연장 신청이 거부 되도 그냥 머무르다 잡혀서 송환 대상이 되었다. 경찰서 서장의 도움으로 필명 클라우스-루카스로 활동하는 시인인 클라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클라우스와의 만남을 위해 찾은 집은 기억속의 모습 그대로 였다. 존댓말을 하며 어색해 하는 클라우스는 나를 믿지 못했다. 자신의 형제는 이미 죽었다며 내 존재를 부정하려는 그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기 싫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탁을 하고 떠났다. 내가 쓰던 커다란 노트의 글을 끝내달라고 하며….
쌍둥이 형제를 만나기를 바라며 돌아왔으나 나를 거부하는 클라우스를 보니 더 이상의 삶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다가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려고 한다. 유서에 마지막 서명은 진짜 내 이름 루카스를 적으면서.
* 어릴 때 돈을 힘겹게 모아 커다란 노트를 한 권 사서 나의 첫 번째 거짓말을 적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노트에 적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10살이 되지 않은 쌍둥이 형제이다. 우리는 한 몸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전쟁이 일어나자 아버지는 종군 기자로 떠나고 혼자 남은 엄마는 대도시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소도시에 사는 할머니 집에 우리들을 맡기고 떠났다.
남편을 독살했다고 ‘마녀’라고 불리는 할머니는 우리를 어린아이로 대하지 않았다. 엄마의 아들들이란 것 자체가 불만인 것처럼 온갖 욕설을 우리에게 퍼붓곤 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역겨울 정도로 지저분한 집에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살기 위해선 힘든 일을 해야 했고, 밤에 술집을 돌아다니며 하모니카 연주로 돈을 벌어야 했다.
보호해 주는 어른이 없으니 온통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단련하기로 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서로의 뺨을 갈기다가 주먹으로 때리고, 칼 상처를 내면서 견디니까 우리의 감각은 정말로 없어졌다. 아픈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었다. 욕설을 들을 때의 상처를 이기기 위해 계속 모욕적일 말들을 했다. 그러자 욕설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가 우리에게 하던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했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반복해서 연습해서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p27)
읽고 쓸 줄 알았던 우리는 아빠의 사전과 성경책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그 중 작문 연습은 열심히 했다. 서로에게 주제를 주고 글을 쓴 후 바꿔서 보면서 평가를 했다. ‘잘했음’과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 적어야 한다.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를 가져다주었다.’라고 써야 한다.(p35)
또 구걸하면 어떤지 알기 위해 구걸을 해보고, 단식 연습을 하거나 장님과 귀머거리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강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탈주병을 만났을 때는 모포와 먹을 것을 주는 것은 동정심에서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이 있어서 주는 것이었다. 또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어머니를 돌보는 이웃집 언청이가 굶게 되자 겨울을 지내기 위해 그녀를 추행한 신부님께 돈을 받아 오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언청이가 윤간을 당해 죽어 있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이웃집 아주머니를 위해 면돗칼로 목을 긋고 집에 불을 질러 준 것은 그녀가 원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대에서 나머지 삶을 보내길 원하지 않는 할머니에게 독약을 갖다 드린 것은 필요한 것을 준다는 우리의 생각에 합당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참지 못하는 것이 있다. 더러운 옷으로 겨우 지내던 우리를 위해 빨래를 해주던 신부의 하녀는 군인들에 의해 끌려가던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척하며 놀렸다.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위해 마녀라 불리는 할머니도 실수인 척 사과를 떨어뜨려 그들에게 주는데, 하녀의 행동을 죽어 마땅한 것이었다. 그래서 숨겨놨던 폭탄을 사용했다. 형사에게 잡혀 고문을 당했지만 우리는 모른다고 했고, 할머니 집에 살던 장교의 당번병에 의해 구출되었다.
전쟁이 끝나갈 때 엄마가 찾아왔다. 외국 군인의 아기를 품에 안고 와서 떠나자고 했다. 할머니를 두고 갈 수는 없어 남기로 했다. 막 출발하려던 그 때 폭탄이 터져 엄마와 아기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우리는 그들을 정원에 묻었다. 아빠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우리만 있을 때 나타났다. 이 나라는 위험하니 국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판자를 이용해 철조망을 넘을 수 있게 도와드렸으나 아빠는 지뢰에 숨을 거두었다. 아빠의 몸을 밟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떠나간 클라우스와 할머니 집에 남은 루카스로 분리되었다.
* 읽으면서 깊이 다가온 중심 사건이나 특이한 장면, 사건 흐름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부분을 소개하기
- 우리는 해골을 모포에 싸서 다락방으로 옮겼다. 우리는 뼈들을 말리기 위해 볏짚 위해 펼쳐놓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우리는 엄마와 아기의 해골과 뼈를 갈고 닦고 니스 칠까지 했다. 그리고 떨어져나간 부분을 가는 철사로 얽어매서 원상 복구한 다음, 다락방의 대들보에 매달았다. 아기의 해골은 엄마의 목에 매달았다.(p185)
-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선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밟고, 우리 가운데 아나만 국경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p192)
* 이 소설의 특이점이나 작품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 1부의 서술자가 ‘우리’ 인 어린아이의 언어를 표현하듯 짧고 간결한 문장
- 선, 악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인물들 ( 할머니, 신부, 하녀, 빅토르 )
- 클라우스를 그리워하는 루카스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상상
* 토론하고 싶은 쟁점 제시하기
*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 루카스와 마티우스는 커다란 노트에 글을 쓰고, 클라우스는 시를 쓴다. 빅토르는 책을 쓰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3부에서 루카스의 마지막 부탁은 자신의 글을 마무리 해달라는 것이다.
* 클라우스 외면의 평가는?
- 쌍둥이 형제와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던 클라우스는 실제로 만난 루카스를 외면한다. 병색이 짙은 모습을 보면서도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독서보고서 >
이옥영 (2019.8.19.) <hojya@daum.net>
■ 1, 2, 3부의 관련성 해석, 소설의 특이점이나 작품의 핵심가치 (수정)
소설은 1,2,3부가 각각 지어진 만큼 독립성을 가지며 인물과 사건의 유기성을 가집니다.
1부는 쌍둥이가 아닌 혼자 겪은 일이라는 것, 2부는 글 속 인물이 다시 글을 쓴 액자식 구성이라는 사실이 뒤에 밝혀지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으면서 했다는 세가지 거짓말- 아버지가 아니고, 18살이 아닌 15살이고, 클라우스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경을 넘은 사람이 클라우스가 아닌 루카스였다는 사실이고 2, 3부의 클라우스에 루카스를 대입하여야 한다는 사실이 혼동을 가져옵니다.
작가는 상상과 현실의 세계, 자신과 타인의 세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 루카스가 사실이 아닌 있었으면 하는 내용을 적었다고 하는 장면에서, 2장의 인물들은 루카스 내면의 자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불구가 되어 부모에게 버림 받은게 아닐까 하는 마티아스, 억울하게 죽은 남편만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클라라,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오직 글 뿐이니 책을 써야 한다고 말한 빅토르는 모두 그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또한 형제 모두 이름을 통해 형제의 존재를 상기 시키려는 것은 4살 이후 헤어진 형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함이기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쟁의 모습은 누가 옳은지, 무엇이 옳은지,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말하지 못 한 채 폭격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잡혀가고 주검과 상실로 그 상처만이 남습니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결핍되고 소외된 인물들로 윤리와 상식을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타인을 돕지만 선악의 구별이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참혹한 시절을 겪는 그들을 어떤 윤리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운명을 살아내고 있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토론하고 싶은 쟁점 제시하기 -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 주제에 대한 인상 깊은 문장
▶제 1부. 비밀노트 : 루카스가 재활원 폭격 이후 K소도시의 할머니집에 맡겨지면서 쓴 비밀노트
* 가족에 대한 묘사
•쌍둥이 - 훈련, 공부, 일을 늘 함께 함. 15살에 루카스가 국경을 넘고 클라우스는 소도시에 남음
•어머니 - 남편은 전쟁에 나갔다며 쌍둥이를 할머니집에 맡기고 떠남. 나중에 아기를 데리고 쌍둥이를 찾으러 와서 함께 떠나자고 함. 그러다가 폭격을 맞아 사망하고 집 앞에 묻혔다가 쌍둥이가 그 해골을 보관함
•아버지 -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부인를 찾고 시체를 보여주니 떠남. 몇 년 후 찾아와서 루카스와 함께 국경을 넘다가 죽음
* 본문 문장
• 정신을 단련하다 (p.27)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 비난 (P.79) 쌍둥이와 당번병과의 대화
쌍둥이 : 우리가 아는 한 아주머니는 장님이고 귀머거리인데 딸과 이 근처에 살아요. 그 사람들은 올 겨울을 못 넘길 거에요
당번병 : 그것은 내 잘못 아니다
쌍둥이 : 아니에요. 당신 잘 못이에요. 당신과 당신 나라 때문이에요. 당신네가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어왔어요
전쟁 전에는 모녀는 구걸해서 살았어요. 사람들이 헌 옷이랑 신발을 주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아무 것도 주지 못 해요. 사람들이 모두 가난해진 탓도 있고, 또 가진 것이 다 떨어질까봐 두려워서 누굴 도와 줄 생각을 못 해요. 전쟁이 모두를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끌려가는 사람들 (P.115) - 군인들의 감시하에 200~300명이 끌려가는 광경을 본 후 쌍둥이 형제가 신부님에게 질문
쌍둥이 형제 : 그 사람들은 누구에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그 이유는 뭐죠?
신부님 : 하느님이 인도하시는 길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단다
너희는 너무 예민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본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쌍둥이 형제 :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예요.
• 시체 더미 (P.151)
우리가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검은 장작더미는 검게 타버린 시체들이었다. 어떤 것은 완전히 타서 뼈만 남았다. 그런가 하면, 검게 그을리기만 한 것도 있었다. 그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큰 것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선 그들을 죽인 다음, 시체를 쌓아놓고 기름을 붓고는 불을 지른 것 같았다.
• 새로운 외국인들이 도착하다 (P.162)
마을 사람들은 아예 집을 버리고 멀리 피난을 가거나 숲으로 잠시 몸을 피했다. 군인들은 빈 집도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수색했고 상점들도 모두 뒤졌다.
군인들이 지나가고 나면, 빈 상점과 집들을 휩쓸고 다니는 것은 좀도둑들이었다.
사방에서 총성이 들리고 강간당하는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 전쟁은 끝나고 (P.167~169)
우리 나라가 완전히 해방되고 한 달이 지나자 전쟁은 완전히 끝났고 해방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했다. 돈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배급표가 나왔다. 사람들은 새벽 네시부터 정육점과 빵집 앞에 줄을 섰다. 다른 가게들은 물건이 없어서 문을 닫았다. 해방군이나 우리의 신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이나 농담도 허용되지 않았다. 밀고만 하면 그가 누구든지 조사나 재판 절차도 없이 투옥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일단 사라진 사람들은 가족조차도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국경이 다시 정비되었다. 우리나라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다.
▶ 제 2부. 타인의 증거 : 루카스가 클라우스의 삶을 상상해서 쓴 글 (Klaus를 루카스라 칭함)
p.283 •마티아스와 루카스의 대화
루카스 : 난 형제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어. 네가 여기에 온 뒤로 알게 되었어.
p.365 •마티아스와 루카스의 대화
마티아스 : 난 가족이 없어. 난 아빠도 엄마도 없고 금발도 아니고 못 생긴 불구야
P.257 • 루카스와 클라라의 대화
루카스 : 우리 중 하나는 여기 남아서 가축이랑, 채소밭이랑, 할머니 집을 지켜야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각각 홀로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했어요 나는 어디에서고 클라우스 형을 봐요. 내 방에서도, 뜰에서도, 거리에서도 내 옆에서 걷고 있어요. 형이 내게 말도 하지요. 자기는 죽도록 외롭게 살고 있다고
p.290 페테르와 루카스의 대화
페테르 : 클라라를 사랑하나?
루카스 : 저는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 것 아닐까요? 당신이 하는 그런 질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은요? 당신이 연설을 하면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더군요. 당신이 한 말들을 당신은 진심으로 다 믿습니까?
페테르 : 난 내 말들을 믿어야 하네
루카스 : 하지만 마음 속 깊이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페테르 : 그건 나도 모르지. 나에겐 그 정도의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네. 난 어려서부터 두려움에 시달려왔어.
p.291 • 루카스와 클라라의 대화
공문 : 당신 남편은 무죄입니다. 우리는 그를 실수로 죽였고 실수로 몇몇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지만, 이젠 질서가 회복되었고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더 이상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클라라 : 그들은 살인을 하고, 복권을 시키고, 사과를 하고 있어. 토마스는 이미 죽었는데 그들이 그를 되살려 낼 수 있을까? 그들이 백발이 된 내 머리를 다시 까맣게 만들 수 있을까? 미쳐버릴 것 같은 불면의 밤들을 지워버릴 수 있을까?
p.302 서점 주인 빅토르와 루카스의 대화
빅토르 :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p.305~306 불면증 노인과 루카스의 대화
노인 : --실제로 수용소 건물 문 뒤에서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네. 인간의 시체를 태우기 위해 인간이 피워놓은 불이었다네
루카스 : 무슨 말씀이신지 저도 알아요. 저도 그와 비슷한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요. 바로 이 도시에서
노인 : 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 마련이지. 희미해지고, 줄어들고,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네.
p.321 페테르와 루카스의 대화
페테르 : 당 지도자들은 외국군의 보호를 받게 되었네
루카스 : 말해주세요. 페테르씨! 당신은 부끄럽지 않으세요?
페테르 : 그래, 루카스. 무척 부끄러워
p.387~388
클라우스 T(Claus T)가 소유하고 있는 원고는 클라우스 자신은 마지막 부분, 여덟장만 썼다고 하지만 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고 종이도 오래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글 전체가 한 사람에 의해서 일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쓰여진 것처럼 일관된 특징을 가진다. 거기에 묘사된 사건이나 등장인물은 할머니라고 부르는 한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호적계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존재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 제 3부. 50년간의 고독 : 루카스와 클라우스 각각의 실재 삶에 대한 기록
*가족에 대한 묘사
•쌍둥이-루카스가 총에 맞는 사건으로 네 살 때 헤어짐. 그리고 오십 살이 넘어 재회하게 됨
•루카스
총에 맞아 S시에 있는 재활원에 있다가 폭격으로 K시에 있는 할머니에게 맡겨짐, 할머니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밤이면 술집에서 연주를 하며 비밀노트를 씀. 할머니가 죽고 집을 빼앗기게 되자 국경을 넘게 됨. 페테르의 후원으로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됨. 오십살이 넘어 K시로 돌아와 중앙광장에 있는 서점에서 잠시 묵고 클라우스와 부모님을 찾으러 다시 옴
클라우스가 외면하자 기차역에서 자살함.
•클라우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루카스가 병원에 있는 동안 안토니아와 그녀의 딸 사라와 살게 됨. 엄마를 보러 병원에 찾아 갔으나 엄마는 루카스만 찾았고, 루카스를 찾으러 S시에 갔으나 재활원 폭격 후 행방을 알 수 없음. 사망자 명단에 없으므로 생존했다고 생각함. K시에 있는 안토니아의 친정에 맡겨졌다가 수도에 있는 안토니아의 거처로 옮기고 옛날 살던 집에 찾아가 어머니를 발견하고 어머니와 옛 집에서 살게 됨. 사라를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고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클라우스-루카스라는 필명으로 시를 쓰고 있음. 루카스를 기다렸지만 그가 돌아오자 외면함. 루카스가 자살하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도 자살해야겠다고 생각함
•아버지
종군 기자로 전쟁에 나가려 함. 다른 여자(안토니아)를 사랑한다고 어머니에게 말함. 안토니아도 아이(사라)를 가졌다고 함. 부인의 총에 맞아 죽음
•어머니
아버지를 총으로 쏘았고 또 한발은 잘 못 해서 루카스가 맞음. 자신이 루카스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정신 이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후 집으로 돌아와 클라우스와 살게 됨. 늘 루카스를 그리워 함
*본문 문장
p.394 루카스와 서점 여주인의 대화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래요. 가장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p.405 루카스의 회상
나는 소년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나는 중병에 걸려 있던 중,혼수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내가 네 살 때, 그 전쟁은 시작되었다. 나는 병원에 가기 전에 있었던 일은 모른다. 부엌에서 어머니가 노래하고 마당에서 아버지가 나무를 자르던 하얀색 집의 완벽한 행복이 실제인지, 아니면 내가 병원에서 보낸 오년 간 지루한 밤마다 꿈꾸고 상상해온 허구인지 알 수 없다. 작은 방의 다른 침대에서 잠자면서 나와 같이 숨 쉬던 사람, 즉 내가 아직 그 이름을 알고 있다고 믿는 그 형제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일까?
p.414 루카스의 어린 시절 재활원에서 어떤 할머니와 대화
할머니 : 너는 어떤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그 아이들이 죽었다고 말했는데, 왜 그랬지
루카스 : 그들의 부모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요. 그들은 불구인 자식이 죽었다고 하면 기쁠 거 아니에요
P.418 루카스 회상
나는 이 곳 도시를 구석구석 알고 있다. 내가 사십 년 가까이 살았던 곳이다. 나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페테르는 내 젊은 시절 후견인, 그의 부인 클라라는 나의 첫 애인, 그들이 죽자 나는 내 뒤에 아무도,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도시를 떠났다.
P.430 루카스 회상
나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틈만 나면 역으로 가서 여행자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의 짐을 날랐다. 그 덕택에 나는 종이 몇 장,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한 개 그리고 커다란 노트를 한 권 사서 나의 첫 번째 거짓말을 적기 시작했다.
p.452
내가 이 도시에서 할머니 집에 살 때, 분명히 나 혼자였고, 참을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둘, 즉 내 형제와 나라는 우리를 상상해왔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p.465
소년은 조서에 서명을 했다. 거기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다. 이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Claus)가 아니다.
p.475 루카스의 부모님에 관한 꿈
어머니 : “우리는 몇 년 동안이나 너를 찾아 헤맸어”
“그러다가 우리는 너를 잊기로 했지. 너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햇어. 너는 모든 사람들을 방해하게 되겠지. 우리는 평온하게 살고 있어.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아버지 : “당신이 루카스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 가보도록 하오.”
아버지는 나의 팔을 붙잡고, 거실로 해서 베란다로 끌고 간 뒤, 현관문을 열더니 나를 계단 쪽으로 떠다밀었다.
p.479 클라우스와 루카스의 통화
루카스 : 우리 집으로 갈게. 그러니까 너의 집으로 여덟 시 삼십분에 가겠어
클라우스 생각 : 옛날에는 여기가 우리 집이었지. 그러나 그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지금은 내 집이다.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다
p.480 클라우스의 생각
어머니는 바로 이 곳만이 루카스가 돌아와서 우리를 찾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가 우리를 다시 찾았던 곳이 이곳이다. 그것이 그라면, 그것은 분명 그이다. 나를 그를 알아보았는데 아무런 증거도 필요 없다. 나는 그를 안다. 나를 그를 알았고 그가 죽지 않고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왜 이제야? 왜 이렇게 늦게? 왜 오십년이다 지난 지금에야?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나는 어머니를 보호해야 한다. 나는 루카스가 우리의 평화, 우리의 일상, 우리의 행복을 깨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p.486 클라우스와 루카스의 대화
클라우스 : 이름은 왜 바꿨지요?
루카스 : 너 때문이지. 클라우스(Klaus). 국경경비대 사무실에서 조서를 작성하면서 네 생각을 했어. 네 이름, 내 어린 시절 나를 따라다니던 그 이름을. 그래서 나는 루카스 대신 클라우스(Claus)라고 썼지. 너는 클라우스 루카스(Klaus Lucas)라는 이름으로 네 시들을 발표했어. 왜 루카스지? 그것도 내 생각이 나서였지?
P.510 안토니아와 어린 클라우스의 대화
클라우스 : 이 모든 일이 당신 때문이었군요. 당신만 없었다면 초록색 덧문이 있는 그 집의 행복은 전쟁 중에도, 전쟁 후에도 계속 되었을 거에요. 당신만 없었다면 아빠는 죽지 않았을 거에요. 엄마는 미치지 않았을 거에요. 내 형제도 불구가 되지 않았을 거고, 저도 이렇게 혼자 남지 않았을 거에요.
P.512 어린 클라우스
나는 내 형제가 살고 있는 도시로 가고 싶다. 그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둘이 같이 어머니를 찾으러 갈 것이다.
P.516 안토니아와 루카스가 아버지 무덤 앞에서
우리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세워진 무덤 앞에 섰다. 그 십자가에는 내 이름과 형제의 이름을 합한 이름, 즉 클라우스-루카스 T(Klaus-Lucas T)가 우리 아버지의 이름으로 새겨져 있었다.
p.523 어린 클라우스가 안토니아의 친정 집에서
가끔 한 아이가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아이가 다리를 절며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그는 하모니카를 불며, 이 술집에서 저 술집으로 오갔다. 자정 무렵, 술집들이 전부 문을 닫자, 아이는 여전히 하모니카를 불며 그 도시의 서쪽으로 사라졌다.
저 애는 참 행복하겠어요.
p.532
어머니는 우리를 분명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가장 간절히 기다린 것은 바로 내형제 루카스였다.
p.541 성인 클라우스
우리가 신문에 인쇄하는 내용들은 전부 현실과는 완전히 반대다. 우리는 매일 백번도 더 “우리는 자유이다”라는 문장을 찍어내지만, 실제로 거리에는 사방에 외국 군대의 군인들이 널려 있고, 감옥에는 정치범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해외여행은 물론, 심지어 국내에서도 어디로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다.
p.545 성인 클라우스
나는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루카스에게 말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그는 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의 처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나는 그가 더 좋은 처지에 있고 나는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무의미하고, 착오이고, 무한한 고통이며, 비신의 악의가 만들어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p.550 클라우스
루카스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떠났다. 나는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내게 자신의 미완성 원고를 남겨두고 갔다. 나는 그것을 완성 시키는 중이다.
p.551 루카스가 기차역에서 자살한 후
클라우스 : 나는 매일 묘지에 간다. 나는 Claus라는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바라보며 Lucas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른 십자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또한 우리 네 사람이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만 돌아가시면 나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등장인물 소개서
작성자 이현강 (aiqndy@naver.com)
클라우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내 어머니는 과거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충격으로 아버지에게 권총을 쏘았는데 아버지는 죽었고 나의 쌍둥이 형제 루카스는 어머니가 쏜 총에 척추를 다쳤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은 흩어져 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쌍둥이 루카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어린 나이였던 나는 혼자 살 수 없어 고아원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나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 안토니아라는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가 아버지가 사랑한 그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쩌면 난 따라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나는 네 살밖에 되지 않았고 그런 사실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 후 안토니아는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나는 그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 우리는 이복 남매였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 안토니아는 우리는 사랑할 수 없는 사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안토니아의 이해하기 힘들었다. 본인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 우리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는가?
안토니아의 집을 나온 나는 정신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예전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모든 것은 루카스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루카스를 기다렸고, 나는 어머니가 루카스를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루카스와 비교당하는 존재로 살아가야했다.
나는 인쇄소에서 일을 하며 클라우스 루카스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다. 나는 사람들에게 시인으로서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어머니에게도 나의 시를 보여주지 않는다. 어머니는 분명 루카스가 더 훌륭한 작가라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루카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나는 그가 나의 쌍둥이 형제 루카스가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를 모른 척 하기로 했다. 그를 만나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질문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상처를 건드리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오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과거의 기억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난 지금의 생활을 지키고 싶다.
루카스가 돌아갔다. 그는 내가 자신의 쌍둥이 클라우스가 맞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의 쌍둥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자, 자신의 미완성 원고를 내게 주며 원고를 완성해달라고 말하며 돌아갔다. 그리고 루카스는 본국으로 송환되려는 그 순간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나는 루카스를 나의 아버지 옆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루카스의 원고를 완성하는 중이다. 그리고 루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도 기차에 몸을 던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우리 네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
사람들은 나를 마녀라고 부른다. 내가 남편을 독살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남편을 독살했다는 것이 지금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도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나의 외모는 볼품이 없다. 매일 같은 옷을 입으며, 목욕을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닦지도 않는다. 나는 사람들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하지만 난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다. 오늘 하루 먹고 마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연락이 닿지 않던 딸아이가 쌍둥이 손자를 내게 맡겼다. 나는 그 아이들을 개자식들이라고 부른다. 딸아이는 손자들에게 깨끗한 옷과 구두를 신겼다. 어리석은 짓이다. 손자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옷과 구두는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나는 하루 종일 일을 한다.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돌본다. 시장도 다녀오고 먹을거리도 만든다.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위해 스스로 일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개자식들을 굶길 것이다.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지 궁금했는데 엿새째가 되던 스스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일을 시작했으니 먹을거리를 조금씩 주어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은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적응의 차원을 넘어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고 무엇인가 늘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무슨 단련을 한다면서 서로를 마구 때리더니, 어느 날은 굶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면서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았다. 나는 그날 맛있는 닭 요리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도넛을 만들어 먹었다. 굶는 연습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아이들의 연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굶기 연습이 끝난 날 아이들에게 스프를 끓여주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을 말해버렸다. 굶기 연습은 건강을 해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이제 아이들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렸다. 마음대로 나의 닭을 잡아먹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매주 잡아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게 오는 편지를 가로채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온다. 앞으로 점점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군인들의 행렬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앞치마에 사과를 담아 그곳으로 갔다. 앙상하게 마르고 지친 사람들이 앞을 지나갈 때 나는 앞치마 자락을 슬쩍 놓았다. 앞치마에서 떨어진 사과가 행렬 한복판으로 굴러갔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무더기로 때리기 시작했지만 그 와중에 몇몇은 내 사과를 먹을 수 있었다. 나도 군인들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아 피가 좀 나기는 하지만 뭐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딸아이가 손자들을 데리러 왔다. 난 그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심 그 소리가 반가웠다. 이제 나는 혼자 살기에는 너무 늙었고 내게는 이 아이들이 필요했다. 딸아이가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폭탄이 터졌고 딸아이의 창자가 터져 나왔다. 나는 모포로 딸아이의 시체를 감싼 뒤 삽으로 구덩이를 메워버렸다. 딸아이의 죽음으로 손자들은 내 곁에 남게 되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나는 침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의사는 나의 병명을 뇌출혈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내 몸을 돌보아 주었다. 나는 이제 나의 마지막을 준비해할 때라고 생각했다. 악착같이 모아온 나의 전 재산을 손자들에게 안전하게 물려주고, 나의 마지막도 함께 부탁도 했다. 내가 다시 발작을 일으킨다면 그때 내게 필요한 것은 의사가 지어준 약이 아니라 내가 준비해 놓은 파란병속 액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아기 팬티나 기저귀를 찬 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손자들은 그런 나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 토론하고 싶은 쟁점 제시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하는 윤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서옥주 <soj7173@hanmail.net> 19.08.22
1부 -
우리가 '잘했음' 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이불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우리는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좋아한다'라고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막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일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장은 입 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2부 -
난 이제 쉰 살 밖에 안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난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거야. 여러 권도 쓸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난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 것 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나.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네.
- 3부 -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게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
Q 1부의 이야기는 읽는 사람이 단숨에 읽을 만큼 힘이 있다. 그런데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이야기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진실이며 모호한 표현을 거부한다. 그들은 누군가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타인의 목숨을 끊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삶에서 진실이란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진정한 진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
Q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참혹한 모습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흔들어 놓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헝가리를 배경으로 반체제 혁명의 시기 사회주의 체제 등을 겪으면서 상처 입고 죽으면서 혹은 살아서 시대를 사는 인간의 모습이 슬프고 비장하다. 전쟁이 아니어도 전쟁같은 일상을 겪으면서 개인이 어떻게 정체성을 찾고 지킬 수 있을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1인칭 말하기-국립 도서관 사서 클라라
나폴레옹 <l2p2g@hanmail.net> 19.08.22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 선 남자는 책을 빌리러 왔다고 했다. 여기에 온 이후로 책을 빌리러 온 사람은 처음이다. 그는 금서가 많은지를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금서분류가 참 슬픈 일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샆다며 금서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금서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갑자기 그가 날더러 자기 엄마를 닮았다 한다. 다섯 시 마감 이후 그는 나를 따라온다. 내 장바구니를 가져가며 집까지 따라오는 건지 바래다주는 건지 쫓아온다.
다음 날, 그는 또 찾아왔다. 금서를 가져가겠다며 보챘고 급기야 나는 화를 내었다. 그는 치근덕댄다. 불쾌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토마스 사건이후로 나를 감시하는 염탐꾼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울자 그는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어머니라고 했다. 나와 닮은 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이다. 억지로 연결지으며 관심을 끌려고 애를 쓴다. 이 녀석의 의도를 모르겠다. 나더러 왜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우중충한 옷을 입냐고 했다. 그럼 어쩌라는 말인가. 토마스가 그렇게 떠나버리고 내가 어떻게 화려하게 멋을 부리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진드기 같은 사람, 어디 언제까지나 쫓아올까 보자. 나의 아픔을 보여주자.
퇴근 후 나를 기다리는 그에게 먼저 장바구니를 건네주었다. 역시 따라 왔다. 집에 까지 온 그에게 차를 주었다. 그는 내 방을 보고 싶어 했으나 나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일이 있다며 돌아갔다. 다음 날 그는 다시 왔다. 그러면서 저녁 늦게 들른다고 자꾸 보챈다. 나를 보면 그냥 즐겁다는 그는 나를 놀리는 건가? 못된 자식 같으니라고! 간신히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밤, 나는 술집에 갔다. 사람이 그립고 술에 취하고도 싶었다. 그때 루카스가 아는 채를 하며 다가온다. 루카스는 술에 취한 나를 데리고 비오는 거리로 데리고 나왔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나는 비틀거렸다. 그가 집까지 나를 더려온 모양이다. 내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다시금 악몽에 휩싸였다. 머리 가 아팠다. 서랍에 진통제를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일요일 오후 그가 다시 방문했다. 내가 괜찮은지 궁금하단다. 그에게 들어오라 했다. 커피를 마시며 남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토마스의 말을 꺼내자 그는 자기도 하나뿐인 형제가 떠났다고 했다. 그때 그는 나모르게 도서관 책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 속옷도. 그런데 그는 내 속옷을 불태워버렸단다. 세상에. 아이와 아내도 있는 젊은 남자가 왜 그러는 걸까.
다음 날 혼자서 앓고 있는데 그가 찾아왔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서 이미 문닫은 약국을 열게 하여 약을 사왔다. 다음 날은 닭고기 스프를 가져왔다. 그리고 석탄자루 속에 책들도 찾아와 나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매일 밤 나를 방문한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슬퍼한다. 화를 내며 가버렸다.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내 금요일의 애인이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그 범인이 루카스가 확실하다. 하지만 루카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루카스는 그에게 이 도시를 떠나라고 했다. 그때 당서기 페테르가 들어왔다. 의사애인은 당서기에게 바로 이 도시를 떠나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루카스가 다시 왔을 때 나는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는 내가 그 의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했다. 맞는 말이다. 토마스가 죽은 이후로 나는 그가 사형당하는 꿈만 꾼다. 루카스도 나처럼 형의 꿈을 꾼다고 했다. 그의 형은 자기는 죽도록 외롭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한다. 루카스와 나는 그해 겨울 매일 밤 같이 보냈다.
어느 날 공문을 한 통 받았다. 토마스는 무죄란다. 자기들이 목매달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사면을 한단다. 더 이상 그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게 한다니, 죽은 토마스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다는 건가. 나는 줄곧 그이 무죄를 믿어왔는데 충격과 슬픔으로 내 머리는 백발이 되고 내 인생은 불면의 밤이 되었는데 그게 단순한 실수였다고 한다. 말로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내가 어떻게 토마스를 잊을 수 있는가. 그들은 살아있는 토마스를 돌려보내지 못한다.
루카스도 야스민과 함께 살며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어려울 때 도와준 것 뿐이라 한다. 게다가 이제는 같이 살고 있지도 않는다 한다. 나쁜 자식. 그녀에게 아무런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나에게도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폭동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들어온다. 나의 때가 왔다. 사랑하는 토마스의 원수를 갚으러 그들과 합류할 것이다. 루카스에게 쪽지를 남겨 놓자. 안녕, 루카스! 나 토마스에게로 가요.
혁명당서기 페테르 N
그가 찾아왔다. 신분증 때문이었다, 갈색머리, 회색 눈을 가진 그는 나이에 비해 성숙했다. 신분증에 필요한 사항을 적으며 직업을 음악가라고 적으려 했다.그러나 그는 정원사로 기입하기를 희망했다. 당국의 평가란에는 젊고 아름다우며 또 바보같지 않은 그가 스스로 ‘바보’라고 자처했다. 자신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했다. 누가 믿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게 해 놓으면 귀찮은 일들을 면제받을 수도 있기에 만성적 장신장애라고 기입했다. 나는 다 만들어진 신분증을 건네주었다. 순간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감싸 쥐게 됐고, 그다음은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가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실수를 했노라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비밀을 말했다. 아직 어리지만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그가 듬직했다.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후 빅토르에게 그의 소식을 물었다. 그는 아그네스라는 미혼모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를 한번 만나고 싶다. 보고 싶다. 성탄절이 되었다. 빅토르의 집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그를 보았다. 그는 성당 미사에 참석하려는 듯 했다. 쫓아 들어가 그를 관찰했다. 그는 성당 안쪽 문 가까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우리는 술집에 갔다. 빅토르는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아 좀 따분한 친구였지만 루카스는 달랐다. 그런데 그는 그만 앉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루카스가 찾아왔다. 좀 재워달라고 했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자기의 아랫배를 눌렀다. 이제 나는 그와 거리를 두기 위해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새벽에 나와보니 그는 가고 없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다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가 종이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다. 그가 쓴 일기이지만 그것은 자기 형제 클라우스 혼자만의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형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이가 읽을까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읽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을 클라라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했더니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읽어 버릴 것이라 했다. 그는 노트의 내용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빅토르에게 맡길까 고민 하길래 그가 떠날 거라고 말해 주었다. 차라리 불태워버리면 좋겠건만 그것도 안 된다 한다. 오로지 클라우스라는 형제를 위해 남겨야 한다나.
나는 그와 클라라의 관계가 궁금했다. 클라라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사랑의 뜻을 모른다고 했다. 클라라와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그녀의 애인이라고 말한다. 이 청년은 단지 클라라의 애인 역할을 해주는 걸까. 오히려 내게 되묻는다. 나의 연설을 듣는 청중들의 갈채와 내 말의 관계를 의심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 박수갈채를 진심으로 사랑으로 여겨야 한다는 걸까. 내가 한 말을 다 믿어야 하나?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그도 그랬던 것이다.
폭동이 일어났다. 조만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 거처도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었다. 루카스의 노트를 돌려주러 서점으로 갔다. 마티아스라는 아이는 눈빛이 무섭다. 떠난다는 말에 루카스는 부그럽지 않냐고 물었다. 나, 당연 외국군대의 보호를 받는 지도자로서 인민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폭동이 끝났다. 저항운동과 동맹파업은 이어졌고 당은 다시 도시에 들어섰다. 루카스도 다시 만났다. 혁명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고 나는 탈당할 것이다. 이 혼란한 틈을 타서 국경을 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루카스는 그렇게 바라던 형제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이 때문에도 떠날 수 없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의 형제도 죽었을지 모른다 하자 졸도해 버렸다. 오, 루카스. 넌 누구냐!
급하게 루카스를 찾아갔다. 나도 나의 고해자가 필요하다. 아니 사실은 빅토르의 예심판사로부터 긴급 소환명령을 받은 게 먼저이다. 가엾은 빅토르는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면서도 감옥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이의 시체 옆에서 쓴 글을 내게 주었다. 그것을 루카스와 공유해야 했다.
몇 주일 후 빅토르는 사형을 당했다. 술에 취하고 싶다. 루카스를 만나고 싶다. 빅토르는 누나를 죽여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배심원 앞에서 말했다. 결국 의사능력이 확인되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를 굳이 자신이 죽지 않는다면 여러 권의 책이 남을 텐데 자신을 죽이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사형 입회부탁을 거절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부탁했다면 입회했을 것이라 한다. 루카스는 사회의 보모이다.
미카엘이 찾아왔다. 루카스에게 큰 일이 생겼다 한다. 루카스는 울지도 못하고 넋이 나가있었다. 아이가 죽었다. 커튼 뒤에는 해골이 매달려 있었다. 해골이 매달려 있는 갈고리에는 면도칼로 자른 밧줄이 늘어져 있다. 부엌에서 가방을 하나 찾아내어 자루 속에 담아 왔다.
조제프에 수레에 아이의 시체를 실어 묘지로 데리고 갔다. 루카스는 한참 동안 묘지를 지켰다. 나는 다시 그에게 가서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그는 자기 집으로 가겟다고 했다. 우리 인생에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긴 뒤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여전히 그 도시에 남았고 중앙 광장 서점을 맡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루카스가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그의 형제 클라우스T라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루카스가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쟀든간에 클라우스라고 주장하는 그에게 오래전 루카스가 맡긴 노트를 전달해 주어야 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누가 그것을 읽었는지 묻고 호텔로 갔다.
다음 날 클라우스가 찾아왔다. 아이가 죽고 루카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할머니 집 근처 강가에서 나온 여자의 시체 소식을 듣고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것까지. 그 시체는 야스민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책무를 다했다. 루카스가 맡긴 서점을 클라우스에게 주면 되고 이제 클라라를 돌보며 살아갈 날만 남아 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8/22/ 목/ 장현주
▶ 중요 사건에 관련된 문장들 –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문장, 인물들의 특성이나 사건 핵심이 드러나는 문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장 등
제1부
p35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할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뜻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일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장은 입 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이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모국어를 쓸 수 없었던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쓰기를 추구한 것 같다.
p79 “그것은 내 잘못 아니다.”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에요. 당신과 당신 나라 때문이에요. 당신네가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어왔어요.”
“전쟁 전에는 그 사람들 어떻게 먹고 살았니? 장님과 딸 말이다.”
“전쟁 전에는 구걸해서 살았어요. 사람들이 헌옷이랑 신발을 주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주지 못해요. 사람들이 모두 가난해진 탓도 있고, 또 가진 것이 다 떨어질까봐 두려워서 누굴 도와줄 생각을 못 해요. 전쟁이 모두를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p106 한 남자가 말했다.
“당신, 입 닥쳐. 여자들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 여자가 말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바보 같은 소리! 온갖 궂은 일, 온갖 걱정에 빠져 지내는 게 여자야. 아이들 먹여 살려야지. 부상병들 돌봐야지. 당신들은 일단 전쟁만 끝나면, 모두 다 영웅이 되잖아. 죽었으면 죽어서 영웅, 살아남았으면 살아서 영웅, 부상당했으면 부상당해서 영웅, 전쟁을 발명한 것도 당신들 남자들이고, 이번 전쟁도 당신들의 전쟁이다. 당신들이 원해서 그렇게 한 거야. 개똥같은 영웅들아!”
모두들 왁자지껄 떠들고, 고함치기 시작했다. 우리 옆에 있던 노인이 말했다.
“아무도 이런 전쟁을 원하지 않았어. 아무도, 아무도.”
‘개똥같은 영웅들아!“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p116 우리는 사제관으로 돌아왔다. 부엌에서 보니까 신부는 자신의 방 커다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하녀가 말했다.
“먹던 것 마저 먹어.”
우리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는 방으로 갔다. 신부가 돌아보았다.
“너희도 나와 함께 기도 하지 않겠어?”
“신부님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기도하지 않아요. 우리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너희는 너무 어려서 이해할 수 없어.”
“신부님은 너무 어리지 않으시잖아요. 그러니까 여쭤보는 거예요. 그 사람들 누구에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그 이유는 뭐죠?”
신부는 일어나서 우리에게로 왔다. 그는 눈을 감고 말했다.
“하느님이 인도하시는 길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단다.”
그는 눈을 뜨고 우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너희가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는 사실은 퍽 유감스런 일이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구나.”
“신부님도요.”
“그래, 난 늙어서 그런 거란다.”
“그러면 우리는요? 추워서 그러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웃옷을 안 입었거든요. 신부님의 하녀가 빨아준 셔츠를 가지러 가야겠어요.”
우리는 부엌으로 갔다. 하녀는 우리에게 깨끗하게 빨아놓은 속옷 보따리를 내밀었다. 우리는 보따리에서 각자 셔츠를 하나씩 꺼냈다. 하녀가 말했다.
“너희는 너무 예민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본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녀가 우리를 밖으로 내몰았다.
“자, 진정하라고! 그런 일은 너희하고 아무 상관도 없다. 너희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그 사람들은 짐승이나 마찬가지니까.”
끌려가는 사람들에게 빵을 던지며 조롱하던 하녀. 이후 신부, 쌍둥이, 하녀의 대화. “우리는 영원이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걸예요.” 기록해야 잊히지 않음.
제2부
p198 루카스는 머리를 하얀 담벽에 기댄 채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다. 햇살이 눈부시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
“예전처럼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자고,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오래 걸릴 거야.”
“어쩌면 평생 동안.”
가축들의 울음소리에 루카스는 눈을 떴다. 그는 일어나서 그의 가축들을 돌보러 갔다. 돼지, 닭, 토끼 등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리고 강가로 가서 염소들을 찾아서 젖을 짰다. 우유를 부엌으로 가져왔다. 그 다음에는 부엌의 장의자에 앉아,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어두워지자, 일어나서 집 밖으로 나와 정원에 물을 주었다. 달이 밝다.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서 치즈를 조금 먹고, 포도주를 마셨지만,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토했다. 그리고 식탁을 치우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한참 후에 루카스는 방문을 열었다. 커다란 침대를 바라보았다. 다시 문을 닫고 시내로 갔다.
쌍둥이의 분리 후 남은 루카스의 삶. 그저 살아야 한다. 전쟁은 전쟁이고, 일상은 일상이고. 담담하게 잘 쓴 부분
p302 나는 문득 누나가 말했던 내 책이 떠올랐어. 내가 젊은 시절에 구상했던 내 책 말이야. 나는 작가가 되어서 책을 쓰고 싶었거든. 그건 내 젊은 시절의 꿈이었어. 누나와 나는 종종 그 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누나는 나를 믿었고, 나도 나 자신을 믿었는데, 결국 나는 책을 쓰겠다던 꿈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재를 끊는다면, 책 한 권 쯤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이곳에 남아 있으면, 나는 영영 책을 못 쓸 걸세. 나의 유일한 희망은 집과 서점을 팔고 누나 집으로 돌아가는 거라네. 누나는 내가 담배나 술을 못 하게 말릴 것이고, 우리는 건전한 생활을 할 것이고, 누나는 일을 열심히 하겠지. 나는 일단 알코올 중독과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면 내 책을 쓰는 일밖에 할 일도 없을 테고. 자네도 책을 한 권 쓰게. 누구에 대해서인지, 무엇에 대해서인지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글을 쓰게. 어린 시절부터 자네는 종이와 연필과 노트들을 열심히 사갔지.“
루카스가 말했다.
“당신 말씀이 맞아요. 빅토르 씨.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가격을 말씀해 보세요. 제가 집과 서점을 사겠어요. 몇 주일 안에 일이 해결될 거에요.”
서점을 정리하고 누나에게로 가려는 빅토르의 다짐. 존재를 책을 통해 기록을 남김으로써 증명.
p332 “그래요, 그 애는 절대로 불평을 하지 않아요. 울지도 않고요. 그리고 정말 무서운 어떤 힘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수모를 한없이 참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퇴시켜주세요. 그러면 내가 매일 저녁 이곳으로 와서 공부를 가르치겠습니다. 그렇게 영리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나로서도 큰 즐거움이니까요.”
루카스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서. 다른 아이들과 꼭 같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겠다고 고집을 피운 게 바로 마티아스 자신이었으니까요. 마티아스에게는 학교를 떠나는 것은 곧 자기가 남들과 다른 불구라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니까요.”
선생은 말했다.
“이해는 됩니다만, 다르다는 것, 물론 그 애는 남들과 다른데, 그것을 하루빨리 인정하게 해야 합니다.”
‘마티아스의 처절한 노력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내내 가슴 아팠던 마티아스.
제3부
p394 그녀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요, 당신이 쓰시는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니면 꾸며낸 이야기인지 하는 점이에요.”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대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가장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서점 여주인과 루카스의 대화. 어떠한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함, 삶의 아이러니
p403 내 형제가 말한다.
“모두 다 죽은 건 아니야. 이것들은 살아 있어.”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나는 이것들을 보자마자 구역질이 난다.
내가 말했다.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내 형제가 자기 지팡이로 내 턱을 들어올린다.
“생각하지 마. 저길 바라봐!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눈을 든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니, 한번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
p465 소년은 조서에 서명을 했다. 거기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Claus)가 아니다.
p500 내가 물었다.
“왜 그들은 모두 자고, 나는 안 자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됐구나. 가끔씩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지. 한 가족이 다 잠자리에 들더라도 혼자 안 자고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난 혼자 남아 있는 거 싫어요. 나도 자고 싶어요. 루카스처럼, 그리고 엄마, 아빠처럼.”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해. 그래야 그들이 돌아올 때, 말하자면 그들이 깨어났을 때, 돌봐줘야 하잖니.”
“그들이 다시 깨어난다고요?”
“그들 중 누군가는, 그래, 적어도, 그런 희망을 가져야지.”
작가의 따뜻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 그럼에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
p551 나는 매일 묘지에 간다. 나는 Claus라는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바라보며 Lucas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른 십자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또한 우리 네 사람이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만 돌아가시면, 나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가자,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다.
왜! 클라우스는 루카스에게 우리는 형제가 아니라고 했을까?
그 어떤 책보다 결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존재를 부정당한 루카스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 토론 쟁점
언청이 엄마의 죽음, 할머니의 독살 등 이러한 부탁을 들어주는 형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들 행위에 정당성이 있는가?(되바라지게 굴지만 힘든 사람들을 대가 없이 도와주는 쌍둥이들의 행위)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버리는 엄마 VS 야멸차게 대하면서도 끝까지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할머니, 누구의 사랑이 진실된 사랑일까?
유태인들의 죽음의 행진에서 하녀는 빵으로 굶주린 사람들을 조롱한다. 이것을 본 쌍둥이 형제는 그녀를 살해하려 한다. 하녀를 죽이려는 쌍둥이의 행위가 정당한가?
야스민을 죽인 루카스의 행위
마티아스의 자살 행위
누나를 목 졸라 죽인 빅토르의 행위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비판할 수 있나?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갖는 것이 가능한가?
루카스만 기다리고 있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루카스를 못 만나게 하는 클라우스의 행위(에 대한 평가/비판)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