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논술 자료함
2006학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정시논술문제
※ 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 (1,800자 안팎. 150분)
(가)
주역의 화택규(火澤睽) 괘는 태하리상(兌下離上)의 괘다. 상리괘(上離卦 ☲)는 불(火)이고 하태괘(下兌卦 ☱)는 연못(澤)이다. […] 규(睽)는 노려볼 규. 등지다, 배반하다의 뜻. 곧 서로의 의견이 어긋나서 반목하다, 노려본다는 의미다. […]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밑으로 흘러가니 이것은 서로의 의사가 합쳐지지 않고 반목해서 서로 배반하는 상태다. […] 규괘를 한 개인으로 보고 해석하면 곧 그 마음이 순일(純一)하지 못해서 사욕과 도리(道理)가 갈등하므로 생각이 통일되지 못해 바른 길을 못 찾는 상태다. 이래서는 원만한 인격을 이루기 어렵다. 집단이나 한 국가로 보고 해석해도 내용은 같다. […]
군자는 이 상(象)을 법도로 삼아, 귀결되는 바는 설사 같다 할지라도 그 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선처해야 한다. […] 사람이 행복을 구하는 뜻은 비록 같다 해도 그 행위는 모두 다르다.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은 이런 의미다. […] 이 우주와 인생에는 시간과 공간, 환경의 변화 때문에 동일한 것이라곤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성(人性)도 비록 근원은 동일할지라도 말단에 이르러서는 서로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규괘는 이런 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긋남을 인식하면서 화협(和協)의 도리를 찾아야 한다. […]
규의 상태는 고금왕래(古今往來)에, 인류사회에 면면히 계속되고 있다. 「단전」에는 […] ‘다르면서 같음’(異而同)의 도리를 말했으며 「대상전」에는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을 말했으니, 이 도리를 터득하면 인간만사에 통용되어 큰 허물을 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어긋남(睽)의 때의 쓰임이 위대하다”라 했다. […]
「계사전」에서는 “나무를 굽혀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서 활과 화살을 이용함으로써 천하를 위협하니, 아마 이것은 규괘에서 취함이니라”고 언급하였다.
―남동원, 주역 해의
(나)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축복의 단지를 곁에 두시고, 말씀하시길,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겠노라,
이 세상 여기저기 흩어진 부를
이 한 줌에 다 모으리라.”
그래서 먼저 힘이 길을 뚫자, 이어서 아름다움,
다음엔 지혜, 명예, 쾌락이 흘러 들어갔다.
거의 동이 날 무렵, 하나님은 잠시 멈추셨다.
모든 보물 중에 혼자만 남아,
안식이 맨 바닥에 있음을 보시고.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만약 내가
이 보석조차 인간에게 부여한다면,
나보다도 내 선물들을 더 숭배할 것이니,
자연을 지은 하나님 대신, 자연에서 안식할 것이요,
결국 우리 둘 다 패배자가 되리라.”
“그러므로 다른 축복은 누리나,
늘 목마른 불안에 젖게 하리라.
인간은 풍요롭되 피로에 시달리게 하라. 그리하여 적어도,
선(善)이 그를 인도치 못하면, 피로함이 그를
내 품에 던질 수 있도록.”
―조지 허버트, 「도르래」
(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의 현상 가운데 몇 가지만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의 관심을 그런 현상들에 국한시켜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런 현상들은 아이가 혼자 있거나 어두운 곳에 있거나 또는 어머니처럼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사람 대신 알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 이 세 가지 예들은 단 한 가지의 조건, 즉 아이가 좋아하고 갈망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경우로 축약할 수 있다. […]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대상상실의 문제 외에도 더 고찰할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가 자기의 모든 욕구를 지체 없이 만족시켜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위험으로 느끼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상황은 욕구로 인해 긴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무 해결도 할 수 없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
자극이 심리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불쾌감을 유발하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필경 태어날 때의 경험과 유사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상황의 되풀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해소되어야 할 자극이 축적되는 것, 이것이 위험의 진정한 본질이다. 이로부터 불안의 반응이 나타난다. 불안은, 출생 시 이 반응이 체내의 자극을 해소하기 위해 폐를 활성화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또한 축적된 자극을 호흡기관과 발성기관으로 돌려 엄마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유도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라) 위대한 발견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겨난다. 플람스테이드와 핼리의 실용적인 천문학 해석은 뉴턴으로 하여금 혜성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해내게 했고, 그 후 하늘에 있는 모든 물체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법칙을 주장하게 하였다. 혹성과 혜성들의 궤도가 공히 타원형인 이유는 이 법칙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이 ‘중력론’은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전적으로 순수과학적인 논증은 아니었다. 사뭇 신비롭게 들리는 이 ‘보이지 않는 인력’ 개념은 유럽 전역이 유달리 불안정했던 때인 17세기 후반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 나타났던 혜성에 대해 우주적 신비 등을 내세워 설명하려던 미신장이들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초판에서 뉴턴은 우주의 조화와 균형이 곧 깨어질 수도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 예로 최근 하늘에 나타난 일련의 놀라운 현상들, 즉 혜성의 잦은 출현을 들었다. 그리고 핼리는 1697년에 영국 왕립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에 혜성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충돌할 때”의 효과를 “다시 태초의 카오스 상태로 지구가 환원될 수도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1680~81년 혜성은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뉴턴도 여든 살이 넘었을 때 조카 존 컨듀잇에게 1680년에 태양을 스치듯 비껴간 혜성에 의해 지구가 거의 멸망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 혜성이 중력에 의해 태양으로 끌려들어갔더라면 그 결과 지구는 엄청난 화염으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핼리도 같은 생각이었다. […]
핼리와 뉴턴은 둘 다 1680년에 왔던 혜성이 다시 나타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결국 “그 혜성의 여파”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었다(핼리의 계산에 의하면 그 혜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은 575년이었다). 컨듀잇은 뉴턴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언제 이 혜성이 태양으로 떨어질 지 알 수는 없네. 어쩌면 그 혜성이 대여섯 바퀴는 더 돌고 난 후일 수도 있지. 그게 언제이건, 혜성이 떨어진다면 태양의 열은 치솟아 지구는 다 타버리고, 생명체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네.”
―리자 자딘, 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연세대학교 2006학년도 정시 입학시험 해제
▣ 출제 방향
1. 우리 대학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풍부한 독서와 문화적 체험을 쌓고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논술고사를 실시하여 왔다. 우리 대학의 논술고사는 “한국 및 동서고금의 고전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에서 출제”한다는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합의(1997년 12월)에 따라 출제되고 있다.
2. 논술고사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평소에 고전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능력과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 창의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3. 제시문은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사회에 관한 여러 책에서 고루 선정하였다. 최근 문자의 형태가 그림, 광고, 표 등 다양한 시각적 기호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은 이를 제시문으로 활용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학생들이 단순한 독서만이 아니라 미술 등의 작품을 통해 문화적,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명화를 제시문에 넣기도 하였다. 비록 제시된 책을 직접 읽지 않거나 그림을 보지 않은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꾸준한 독서와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면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에서 논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4. 올해는 지난 몇 년간의 연세대학교 논술고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언제나 느끼는 익숙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였다. 평소에도 학생들이 세상과 사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논리성과 창의성을 키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생각과 열린 마음, 그리고 성찰적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장래는 물론 본 연세대학교의 학풍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문제 설명
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1,800 자 안팎. 150분)
제시문(가), 주역 (남동원, 주역 해의)
제시문(나), 조지 허버트, 「도르래」
제시문(다),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제시문(라), 리자 자딘, 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제시문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는 ‘불안’이며, 본 문제는 제시문 속에 보이는 ‘불안의 생산성, 항존성’이 어떻게 사회문화의 역동성으로 작동하는가를 묻고자 한 것이다.
불안은 다양한 사회제도 속에서 그 조건들과 함께 발현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과거의 개인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의 흐름은 불안으로 점철되어 왔지만, 그 불안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혹은 주관적인 의식세계 속에서, 때로는 종교 속에서, 심지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 속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특히 현대사회는 ‘불안의 시대’라고 지칭될 만큼 개인,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간적인 ‘존재’ 자체로부터 사회구조적으로 강요된 개별화와 고립감, 심지어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금융자본의 투기와 시장의 교란,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나 환경 및 생태위험 등 불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시대의 불안을 성찰하고, 또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인간에게 불안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사회를 해체하는 병리현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문명을 진보시키는 촉진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안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와 결핍, 경쟁과 강박, 내재적인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요소이기도 하였지만, 개인이나 역사의 변동(진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동적 에너지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불안은 인간에게 환경을 변형시키고, 자원을 동원하게 하는 하나의 증후이기도 하고, 새로운 욕구로 도전하게 하는 촉매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안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항존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유발한다.
본 문제는 바로 이러한 불안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수험생들에게 불안이라는 증후를 통해 사회변동의 흐름을 성찰하게하고, 더 나아가 불안이 개인이나 역사발전에 어떠한 에네르기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게 하였다. 기존의 불안에 대한 인식, 즉, 긴장과 갈등, 소외 등 병리현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시켜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현상들에 내재하는 불안의 속성과 그에 대한 인간의 ‘응전’을 다시 반추하게 될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세화여고3 한지윤
‘어쩌면 좋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활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적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우리는 하루를 생활하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고 생활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생계에 대한 불안감뿐만이 아니라 어떤 지방에선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감, 어떤 지역에선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불안감과 같은 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불안감의 원인이 다양해진 만큼 불안감이 표출되는 사회, 문화적 현상 역시 다양해졌다.
네 제시문은 모두 ‘불안함’을 공통의 주제로 하고 있다.
(가)는 불안의 변증법적 성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성질과 뜻은 같을 수 있으나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어긋남’으로 인해 불안의 상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불안의 존재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뛰어넘는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말하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으로 펼쳐졌던 ‘금모으기 운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다. 비록 외환위기로 인해 우리나라가 불안정하고 힘들었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고 그 결과 외환위기 극복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 신용도 회복 등의 또 다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나)에서는 인간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갖게 된 배경과 그러한 불안을 표출하는 방식을 종교적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다. 불안은 우리가 신을 섬기며 신에게로 귀의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인 것이며, 역으로 우리의 불안을 온전히 받아주는 신에게로 귀의 하는 것만이 불안을 표출해 내는 방법임을 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할 불안이나 괴로움을 접할 때면, 대부분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신’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경제 침체기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는 역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점집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현상을 이러한 심리를 바탕에 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다) 제시문은 불안의 원인은 여기서부터 나오는 긴장감을 해결하고 하는 욕구가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 욕구 해결이 만족스럽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원인 때문에 인간은 불안을 해소시켜줄 해방구를 찾게 되고 이러한 욕구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경제 불황이었던 지난해에 온라인 게임 산업의 약진은 불안감을 표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다. 단순한 움직임과 규칙만이 존재하는 게임 속에 몰두함으로 인해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녹지에 대한 관심의 증가 역시, 답답한 도시 속에서의 불안함을 떨치고 여유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반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라)에서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되고 창조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2차 대전이후 새롭게 등장한 ‘실존주의’와 ‘생철학’이라는 철학의 새로운 분야도 이러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가속화되는 전쟁의 위협과 비인간화 등의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반이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재고 등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한 불안과 그에 대한 철학을 모아 탄생된 새로운 사상이 ‘실존주의 철학’과 ‘생철학’인 것이다. 전쟁과 인간의 비인간화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상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1754자
※ 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 (1,800자 안팎. 150분)
(가)
주역의 화택규(火澤睽) 괘는 태하리상(兌下離上)의 괘다. 상리괘(上離卦 ☲)는 불(火)이고 하태괘(下兌卦 ☱)는 연못(澤)이다. […] 규(睽)는 노려볼 규. 등지다, 배반하다의 뜻. 곧 서로의 의견이 어긋나서 반목하다, 노려본다는 의미다. […]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밑으로 흘러가니 이것은 서로의 의사가 합쳐지지 않고 반목해서 서로 배반하는 상태다. […] 규괘를 한 개인으로 보고 해석하면 곧 그 마음이 순일(純一)하지 못해서 사욕과 도리(道理)가 갈등하므로 생각이 통일되지 못해 바른 길을 못 찾는 상태다. 이래서는 원만한 인격을 이루기 어렵다. 집단이나 한 국가로 보고 해석해도 내용은 같다. […]
군자는 이 상(象)을 법도로 삼아, 귀결되는 바는 설사 같다 할지라도 그 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선처해야 한다. […] 사람이 행복을 구하는 뜻은 비록 같다 해도 그 행위는 모두 다르다.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은 이런 의미다. […] 이 우주와 인생에는 시간과 공간, 환경의 변화 때문에 동일한 것이라곤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성(人性)도 비록 근원은 동일할지라도 말단에 이르러서는 서로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규괘는 이런 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긋남을 인식하면서 화협(和協)의 도리를 찾아야 한다. […]
규의 상태는 고금왕래(古今往來)에, 인류사회에 면면히 계속되고 있다. 「단전」에는 […] ‘다르면서 같음’(異而同)의 도리를 말했으며 「대상전」에는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을 말했으니, 이 도리를 터득하면 인간만사에 통용되어 큰 허물을 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어긋남(睽)의 때의 쓰임이 위대하다”라 했다. […]
「계사전」에서는 “나무를 굽혀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서 활과 화살을 이용함으로써 천하를 위협하니, 아마 이것은 규괘에서 취함이니라”고 언급하였다.
―남동원, 주역 해의
(나)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축복의 단지를 곁에 두시고, 말씀하시길,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겠노라,
이 세상 여기저기 흩어진 부를
이 한 줌에 다 모으리라.”
그래서 먼저 힘이 길을 뚫자, 이어서 아름다움,
다음엔 지혜, 명예, 쾌락이 흘러 들어갔다.
거의 동이 날 무렵, 하나님은 잠시 멈추셨다.
모든 보물 중에 혼자만 남아,
안식이 맨 바닥에 있음을 보시고.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만약 내가
이 보석조차 인간에게 부여한다면,
나보다도 내 선물들을 더 숭배할 것이니,
자연을 지은 하나님 대신, 자연에서 안식할 것이요,
결국 우리 둘 다 패배자가 되리라.”
“그러므로 다른 축복은 누리나,
늘 목마른 불안에 젖게 하리라.
인간은 풍요롭되 피로에 시달리게 하라. 그리하여 적어도,
선(善)이 그를 인도치 못하면, 피로함이 그를
내 품에 던질 수 있도록.”
―조지 허버트, 「도르래」
(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의 현상 가운데 몇 가지만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의 관심을 그런 현상들에 국한시켜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런 현상들은 아이가 혼자 있거나 어두운 곳에 있거나 또는 어머니처럼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사람 대신 알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 이 세 가지 예들은 단 한 가지의 조건, 즉 아이가 좋아하고 갈망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경우로 축약할 수 있다. […]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대상상실의 문제 외에도 더 고찰할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가 자기의 모든 욕구를 지체 없이 만족시켜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위험으로 느끼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상황은 욕구로 인해 긴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무 해결도 할 수 없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
자극이 심리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불쾌감을 유발하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필경 태어날 때의 경험과 유사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상황의 되풀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해소되어야 할 자극이 축적되는 것, 이것이 위험의 진정한 본질이다. 이로부터 불안의 반응이 나타난다. 불안은, 출생 시 이 반응이 체내의 자극을 해소하기 위해 폐를 활성화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또한 축적된 자극을 호흡기관과 발성기관으로 돌려 엄마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유도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라) 위대한 발견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겨난다. 플람스테이드와 핼리의 실용적인 천문학 해석은 뉴턴으로 하여금 혜성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해내게 했고, 그 후 하늘에 있는 모든 물체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법칙을 주장하게 하였다. 혹성과 혜성들의 궤도가 공히 타원형인 이유는 이 법칙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이 ‘중력론’은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전적으로 순수과학적인 논증은 아니었다. 사뭇 신비롭게 들리는 이 ‘보이지 않는 인력’ 개념은 유럽 전역이 유달리 불안정했던 때인 17세기 후반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 나타났던 혜성에 대해 우주적 신비 등을 내세워 설명하려던 미신장이들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초판에서 뉴턴은 우주의 조화와 균형이 곧 깨어질 수도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 예로 최근 하늘에 나타난 일련의 놀라운 현상들, 즉 혜성의 잦은 출현을 들었다. 그리고 핼리는 1697년에 영국 왕립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에 혜성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충돌할 때”의 효과를 “다시 태초의 카오스 상태로 지구가 환원될 수도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1680~81년 혜성은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뉴턴도 여든 살이 넘었을 때 조카 존 컨듀잇에게 1680년에 태양을 스치듯 비껴간 혜성에 의해 지구가 거의 멸망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 혜성이 중력에 의해 태양으로 끌려들어갔더라면 그 결과 지구는 엄청난 화염으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핼리도 같은 생각이었다. […]
핼리와 뉴턴은 둘 다 1680년에 왔던 혜성이 다시 나타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결국 “그 혜성의 여파”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었다(핼리의 계산에 의하면 그 혜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은 575년이었다). 컨듀잇은 뉴턴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언제 이 혜성이 태양으로 떨어질 지 알 수는 없네. 어쩌면 그 혜성이 대여섯 바퀴는 더 돌고 난 후일 수도 있지. 그게 언제이건, 혜성이 떨어진다면 태양의 열은 치솟아 지구는 다 타버리고, 생명체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네.”
―리자 자딘, 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연세대학교 2006학년도 정시 입학시험 해제
▣ 출제 방향
1. 우리 대학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풍부한 독서와 문화적 체험을 쌓고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논술고사를 실시하여 왔다. 우리 대학의 논술고사는 “한국 및 동서고금의 고전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에서 출제”한다는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합의(1997년 12월)에 따라 출제되고 있다.
2. 논술고사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평소에 고전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능력과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 창의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3. 제시문은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사회에 관한 여러 책에서 고루 선정하였다. 최근 문자의 형태가 그림, 광고, 표 등 다양한 시각적 기호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은 이를 제시문으로 활용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학생들이 단순한 독서만이 아니라 미술 등의 작품을 통해 문화적,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명화를 제시문에 넣기도 하였다. 비록 제시된 책을 직접 읽지 않거나 그림을 보지 않은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꾸준한 독서와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면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에서 논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4. 올해는 지난 몇 년간의 연세대학교 논술고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언제나 느끼는 익숙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였다. 평소에도 학생들이 세상과 사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논리성과 창의성을 키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생각과 열린 마음, 그리고 성찰적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장래는 물론 본 연세대학교의 학풍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문제 설명
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1,800 자 안팎. 150분)
제시문(가), 주역 (남동원, 주역 해의)
제시문(나), 조지 허버트, 「도르래」
제시문(다),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제시문(라), 리자 자딘, 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제시문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는 ‘불안’이며, 본 문제는 제시문 속에 보이는 ‘불안의 생산성, 항존성’이 어떻게 사회문화의 역동성으로 작동하는가를 묻고자 한 것이다.
불안은 다양한 사회제도 속에서 그 조건들과 함께 발현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과거의 개인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의 흐름은 불안으로 점철되어 왔지만, 그 불안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혹은 주관적인 의식세계 속에서, 때로는 종교 속에서, 심지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 속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특히 현대사회는 ‘불안의 시대’라고 지칭될 만큼 개인,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간적인 ‘존재’ 자체로부터 사회구조적으로 강요된 개별화와 고립감, 심지어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금융자본의 투기와 시장의 교란,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나 환경 및 생태위험 등 불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시대의 불안을 성찰하고, 또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인간에게 불안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사회를 해체하는 병리현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문명을 진보시키는 촉진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안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와 결핍, 경쟁과 강박, 내재적인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요소이기도 하였지만, 개인이나 역사의 변동(진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동적 에너지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불안은 인간에게 환경을 변형시키고, 자원을 동원하게 하는 하나의 증후이기도 하고, 새로운 욕구로 도전하게 하는 촉매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안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항존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유발한다.
본 문제는 바로 이러한 불안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수험생들에게 불안이라는 증후를 통해 사회변동의 흐름을 성찰하게하고, 더 나아가 불안이 개인이나 역사발전에 어떠한 에네르기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게 하였다. 기존의 불안에 대한 인식, 즉, 긴장과 갈등, 소외 등 병리현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시켜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현상들에 내재하는 불안의 속성과 그에 대한 인간의 ‘응전’을 다시 반추하게 될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세화여고3 한지윤
‘어쩌면 좋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활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적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우리는 하루를 생활하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고 생활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생계에 대한 불안감뿐만이 아니라 어떤 지방에선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감, 어떤 지역에선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불안감과 같은 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불안감의 원인이 다양해진 만큼 불안감이 표출되는 사회, 문화적 현상 역시 다양해졌다.
네 제시문은 모두 ‘불안함’을 공통의 주제로 하고 있다.
(가)는 불안의 변증법적 성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성질과 뜻은 같을 수 있으나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어긋남’으로 인해 불안의 상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불안의 존재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뛰어넘는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말하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으로 펼쳐졌던 ‘금모으기 운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다. 비록 외환위기로 인해 우리나라가 불안정하고 힘들었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고 그 결과 외환위기 극복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 신용도 회복 등의 또 다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나)에서는 인간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갖게 된 배경과 그러한 불안을 표출하는 방식을 종교적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다. 불안은 우리가 신을 섬기며 신에게로 귀의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인 것이며, 역으로 우리의 불안을 온전히 받아주는 신에게로 귀의 하는 것만이 불안을 표출해 내는 방법임을 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할 불안이나 괴로움을 접할 때면, 대부분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신’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경제 침체기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는 역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점집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현상을 이러한 심리를 바탕에 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다) 제시문은 불안의 원인은 여기서부터 나오는 긴장감을 해결하고 하는 욕구가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 욕구 해결이 만족스럽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원인 때문에 인간은 불안을 해소시켜줄 해방구를 찾게 되고 이러한 욕구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경제 불황이었던 지난해에 온라인 게임 산업의 약진은 불안감을 표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다. 단순한 움직임과 규칙만이 존재하는 게임 속에 몰두함으로 인해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녹지에 대한 관심의 증가 역시, 답답한 도시 속에서의 불안함을 떨치고 여유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반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라)에서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되고 창조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2차 대전이후 새롭게 등장한 ‘실존주의’와 ‘생철학’이라는 철학의 새로운 분야도 이러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가속화되는 전쟁의 위협과 비인간화 등의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반이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재고 등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한 불안과 그에 대한 철학을 모아 탄생된 새로운 사상이 ‘실존주의 철학’과 ‘생철학’인 것이다. 전쟁과 인간의 비인간화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상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1754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