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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주제 : 극악하게 날뛰는 성폭력 및 성범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음식점 주인인 줄 알고 그랬다”는 한 국회의원의 성추행 변명이 국민들의 분노와 실소를 자아내며 우리나라 도처에 서려있는 저급한 반성폭력 의식 수준을 엿보게 합니다.
계속된 처참한 어린이 성폭력 사건들은 성폭력범 전자팔찌형 법안 추진에 불을 당겼습니다. 전자팔찌가 성폭력 근절의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우리 사회 성폭력 해결에 대한 진지하고 근본적인 접근법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또 이 찬반의 과정을 살펴보며 인권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고 상반된 언술 사이에서 정보와 주장을 어떻게 취합하여 자신의 주장을 올곧게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1.  전자팔찌는 너무나 ‘인권적'이다

“아빠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한단다.”  한 아비와 어미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져버린 어린 딸을 가슴속에 묻는다. 이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것은 소설 속의 얘기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이다.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삶의 진실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그래서 일명 ‘전자팔찌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전자팔찌법을 준비하며 성폭력 피해 아동의 어머니들을 만났던 일이 기억난다. 어머니들은 아이를 보면서 평생 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엄마”라는 죄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면, 저 아이가 정상인으로 클 수 있을까,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한숨이 절로 난다고 했다.
그 어머니들과 한참을 울었다. 그 마음 전부 헤아릴 수 없었지만, 나 또한 딸을 둔 엄마 입장이기에 딸자식이 곱게 자라기를 바라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2월21일 나는 전자팔찌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국회본관 회의장 앞에서 벌였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기자회견 도중 지난해 그 어머니들의 고통스런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처참한 주검 앞에 몸을 가누지 못했던 허양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평생을 회한 속에 살아갈 이 어머니들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지난해 7월 전자팔찌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이 법은 국회 법사위원회에 묶여 있다. 7개월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어린 영혼들이 육체적 ․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또 죽임을 당했다.
여러 차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법을 제정하겠는가?” 무슨 일이 벌어져야 호들갑을 떤다. 어제까지 “신중해야 하고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던 분들이 오늘은 텔레비전에 나와 강력한 법 제정을 말한다. 정부와 여당이 함께 모여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어린 소녀의 몸과 정신을 훼손하는 악질 흉악범을 두고 ‘인권’이라는 말이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하고 평생을 정신적 불구로, 정신적 사망 상태로 사는 것, 그것은 육체적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다. 평생을 사람을 불신하고 살아야 한다. 평생을 자기 학대 속에 살아가야 한다. 이런 잔인무도한 인권유린의 당사자를 ‘인권’이란 성스런 범주 속에 넣어주어야 할까?

우리가 제출한 전자팔찌법은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오히려 인권을 너무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 재범의 가능성이 높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자를 대상으로 출소 뒤에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강간 또는 성추행 및 미수죄로 2번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가운데 출소 뒤 5년 이내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해 최장 5년까지 전자 위치추적 장치, 즉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부착기간의 최장이 5년인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1살 이하 어린이 상대 성범죄에 대해서는 최소 25년, 최대 30년 징역형을 선고하고, 출옥 뒤 평생 전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제시카 런스포드법’을 통과시켰다. 콜로라도주 등 4개 주에서는 성폭력 상습범에게 출소 직전 ‘디포프로베라’라는 거세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성범죄 전과자의 집 앞과 차량에 ‘성범죄 전과자’ 팻말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8개 주, 독일 ․ 덴마크 ․ 이탈리아 ․ 노르웨이 등에서는 거세수술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서 전자팔찌법이 가혹한가?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가? 가해자의 인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동일한 선상에서 말하는 것은 위선이고 모순이다. 성폭력이 주로 신체적 ․ 정신적으로 취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악질적인 범죄라는 점, 또 피해 아동과 가족 전체가 평생 고통 속에 지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해자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다.
성폭력 상습범들의 경우 정신적 병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에 대한 치료와 사회적 교화가 필수적이다. 이 부분은 그에 합당한 법률로 규정하면 된다. 그들의 인권은 이런 차원, 즉 사회적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치료하고 관찰 ․ 보호해주는 데까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 상당수는 이것조차도 과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호받아야할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 속에서, 진정으로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인권단체들이 성폭력범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것에 아연할 따름이다.

앞서 말했던 피해아동의 어머니들의 증언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경찰 등에서 수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 위주의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합의를 유도하고, 또 아이들을 상대로 가해자와 대질하게 하는 등 가혹한 조사와 현장 검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90% 이상이 무혐의, 불기소,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므로 가해자는 그런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피해를 당한 것도 부족해 가해자의 심한 공갈과 협박에 못 이겨 이사를 가고 도망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가해자는 활보하고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 죄가 입증됐다고 해도 법에 규정된 양형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집행유예나 이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고 있다.
이 땅에서 아동대상의 성범죄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모든 제도를 도입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다. 현재 전자팔찌법안을 포함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허양의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법도 다시 만든다고 하니까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애가 아마 이 일을 하려고 세상에 나왔던 모양이다.” 그 말씀 절대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_진수희 /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겨레21』(2006/02/27)



2. 전자팔찌는 인권의 수갑이다

가해자를 무겁게 처벌함으로써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될 수만 있다면 왜 그렇게 하지 못하겠는가? 소수의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이 사회의 성범죄자가 사라질 수만 있다면 왜 그렇게 하지 못하겠는가? 기술을 통한 감시와 통제가 성폭력을 근절시킬 수만 있다면 왜 그런 기술의 도입을 마다하겠는가?

누구를 조심해야 하는 걸까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한겨레21』 599호에서 ‘가해자는 활보하고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 바 있다. 진 의원은 검경의 수사 소홀, 수사 과정에서의 편파성, 부당한 합의 유도,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성폭력, 형량이 낮을뿐더러 이마저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우리는 정말 이러한 지적에 120% 동감하며, 진 의원의 진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 의원이 제출한 ‘전자팔찌’ 법안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전자팔찌는 진 의원이 말한 대로 현실에 막혀 제약돼버릴 뿐, 그 현실을 개선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6%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고된 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45% 미만이고, 실형률은 그보다 더 낮다. 용기를 내서 신고하고, 수사의 소홀함과 편파성을 이겨내고, 부당한 합의를 거부하고, 그 오랜 과정에서의 2차 성폭력을 감내해낸 단 1%의 위대한 피해자만이 가해자에게 형량이 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1%의 가해자만이 범죄자로서 인정되고, 그 범죄자의 또 일부만이 전자팔찌를 차게 된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전자팔찌법이 통과됐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범죄자에게 전자팔찌는 채울 수 없으며, 채웠다 할지라도 본인의 집에서 일어난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언론 보도에서 알려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다. 일부는 평범한 신발가게 아저씨가 범죄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또 일부는 몇 차례 이상한 행동을 목격했지만 무심코 넘어갔다. 즉, 이 천인공노할 범죄자가 이번 사건 전까지는 무수히 많은 ‘평범한’ 가해자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가해 행위를 목격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고, 신고했으나 소홀히 다뤄졌고, 형이 확정됐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다음 사건을 보자. 그는 평범한 정도가 아니라 주위의 존경을 받고 있던 사람이다. 전자팔찌 법안을 낸 그 정당의 사무총장이다. 잘 모르지만 성폭력상담소 이사장까지 맡았다고 하니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다른 사람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가해자로 돌변했다.
피해자의 용기에 힘입어 사건이 문제화됐지만, 그가 범죄자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진 의원도 이 경우는 전자팔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번에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조심해야 하는 걸까?


성폭력은 특정한 선천적인 악인에 의해 자행되는 우연적인 행위가 아니다. 성폭력은 성억압과 성차별, 성폭력을 구조화하는 현 사회가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 의해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성폭력의 가해자는 80%가 피해자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며, 그 가운데 30%는 가족 중 한 명이다. 바로 옆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성폭력의 현실이며 성폭력이 진정으로 두려운 이유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범죄자들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만을 논하는 것은 성폭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관련 정부 부처와 정치권 등에서 누가 더 가혹한 형벌을 생각해낼 것인가를 경쟁하듯이 내놨다.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물론 야간 외출 제한, 유전자 정보은행, 전자팔찌, 거세 약물 투여에 거세수술까지. 그러나 그것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국민의 정의로운 공분을 아전인수하려는 것일 뿐 성폭력을 줄이려는 진지한 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범죄자를 가혹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인권은 가해자의 인권과 충돌하고 조정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옹호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상담소 등 반성폭력 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이를 주장해왔다. 성폭력의 신고율과 기소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는 법안, 수사 과정에서의 2차 성폭력을 엄중히 벌하는 법안, 피해자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왜 연구되고 있지 않은가? 왜 이러한 법안은 뒷전인 채 전자팔찌만 대안인 것처럼 선전하는가?

인권단체가 인권을 말하는 것은 국가와 범죄자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결코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피해자는 절대 약자이며, 여기서 가해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은 가장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반해 범죄자는 이미 형이 확정된 경우다. 남은 것은 국가와 범죄자의 관계다. 범죄자는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국가에서 필요 이상으로 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 국가의 기본 원칙 아닌가? 보장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인권이 있고, 보장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는 인권이 없다면, 그게 어디 인권인가? 특권이지.

결국 피해자의 인권과 범죄자의 인권은 모두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여기에 어떠한 모순도 없다. 인권단체가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힘을 싣지 못했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달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인권침해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막을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억지스럽고 악의적인 비난을 받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감시 기술은 범죄를 막을 수 없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범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팔찌는 미미한 효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아주 작은 효과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전자팔찌 법안만 통과되면 안심하라고 선전해서는 안 된다. 안심은 곧 방심이다. 만약 1%의 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웠다고 자랑하면서 99%의 가해자 존재를 은폐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서울시 강남구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치안을 강화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자팔찌 제도는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한 뒤에 도입해야 한다. 어떤 범죄자에게, 어떤 기능의 전자팔찌를, 어떤 과정에서, 어떤 기간 동안 착용시켜야 할지,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서 어떻게 실효성과 인권의 균형을 맞출 것인지를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실제로 형사법학계에서는 전자 감독에 관한 깊은 연구를 차분히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전자팔찌 논의는 다분히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성폭력에 대한 성찰의 부재, 급조된 정책, 감시 기술에 대한 맹신. 이러한 흐름은 성폭력도 줄일 수 없고 인권 침해만을 양산하며 감시 통제 사회를 불러올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결단코 반대한다.
지음 /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한겨레21』(2006/03/09)



3. ‘전자팔찌’ 채우면 성범죄 사라질까

성폭력 범죄는 처벌 못지 않게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간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내려왔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성범죄의 복잡성을 반영하고 있다. 성범죄의 유형은 범죄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그에 따른 처방도 각기 상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현재 성범죄 예방과 관련해서는 전자팔찌 착용, 화학적 거세, 유전자 등록 등이 거론돼왔다. 전자팔찌(electronic bracelet)는 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구로 통상 위성항법(GPS) 기술을 사용한다. 제조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GPS 외에 통신을 위한 CDMA, 풀지 못하게 하는 전자씰(Seal) 기능이 결합되어 있다.

시행하는 나라마다 인권침해 논란
거주지에 설치된 수신기와 범죄자에 부착된 팔찌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로 이동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수신기는 보통 움직이지 못하도록 설치되거나 움직임을 확인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현재는 GPS를 결합한 장치를 주로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통상 일주일에 몇 차례 범죄자의 개인스케줄과 이동경로를 비교하고, 전자팔찌나 수신기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전자감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그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교도소의 과밀수용, 형사 사법의 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비교적 경미하고 죄질이 낮은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다. 그 대상자로는 ▲재발 위험성이 낮고 ▲폭력적이지 않은 자로서 ▲일상 생활의 침해 가능성에 대해 사전 동의해야 하며,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감시 장치로 인해 보호관찰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상자의 헌법적 권리 침해 문제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과 캐나다다. 독일은 25세 이상의 강간범이 징역형과 ‘외과적 거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법을 1970년에 제정했다. 캐나다에서는 아동강간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 프로베라’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화학적 거세에는 주로 세로토닌계, 안티안드로겐 계열의 약물 치료가 사용된다. 이들 약품은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검증돼 있다. 그러나 강제적 거세를 당한 범죄자들은 불법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나 근육강화제 같은 호르몬 시술을 받아 거세의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전자감시나 거세 등의 제도 도입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성 범죄자들의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적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60명 정도의 성범죄자들이 치료 감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공주치료감호소 측은 “성범죄자에 특정한 치료가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선진국에서 행해지는 성범죄자에 대한 ‘인지 행동적 치료 기법’은 주로 일탈적인 성적 선호를 수정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일탈적 성적 자극이나 환상으로 인한 성적 각성에 기피적인 사건을 연합시키는 ‘혐오치료’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분노 조절, 성교육, 상담, 가족 치료 등이 이뤄지기도 한다.

‘처벌 강화’ 단순 논리의 함정
인지행동 치료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청소년 범죄자들에 대한 지역 사회 치료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한 해외 연구 사례들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또래와의 문제, 가족 갈등, 학교 문제에 초점을 두며 치료 프로그램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재범율이 현격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성폭력 상담소가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민간의 위탁 치료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정신분석적, 심리학적 데이터’는 거의 수집하지 않는다. 최근 지방경찰청에 ‘과학수사계’가 설치됐지만 성폭력 문제만을 전담하는 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살인, 강간 등 재범 우려가 높은 집단에 대해 유전자 정보를 관리하는 ‘강력범 유전자 DB(데이터 베이스) 수집법’은 올 국회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살인 ․ 방화 ․ 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형이 확정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기 위해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게 하고 본인임을 확인하는 유전자에만 국한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벌어진 엽기적 사건의 정신적 상흔이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연세대 가정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이 필요하며 성범죄의 공소시효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아동 성폭행을 포함해 성문화 ․ 성매매 ․ 성교육 등 관련 정책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통합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교수의 제안이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다양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재범 추적 연구가 장기적인 기간에 걸쳐 수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추적 연구를 통해 정책 효과성을 입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을 등록할 때도 치료를 부과하기 위한 대상자의 선별 절차가 여러 단계와 측면을 고려하여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다. 법률적 고려와는 별도로 심리학적 평가 도구가 동원되는 것도 성범죄에 대한 치료, 예방적 접근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범죄가 빈발하므로 전자팔찌를 채우고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위험하고, 그 효과도 지속적일 수 없다.
『뉴스메이커』(2006/03/09)



※ 다음 논제를 중심으로 모둠 토론을 하여 견해를 정리해 보자.

1. 전자팔찌나 화학적 거세, 신상공개의 처벌은 법에서 금하고 있는 이중처벌과 체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성범죄에 대해서 이렇게 특수한 처벌 체계를 취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이러한 처벌 방식이 합당한 지 그렇지 않은지 하나의 견해를 정해 그 근거를 제시해 보자.

3. 제시문1의 ‘가해자의 인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동일한 선상에서 말하는 것은 위선이고 모순이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찬반을 밝히고 근거를 제시해 보자. 반대한다면 제시문1의 주장이 범하고 있는 다른 문제들에 관해 지적해 보자.

4. 우리가 가상의 ‘성폭력근절대책위원회’라는 것을 가정하고, 성범죄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자.


5. 각각의 제시문은 모두 전자팔찌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제시하는 외국의 사례가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한 사안에 대해 여러 정보와 주장을 접할 때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 어떤 사회 문제가 있을 때 자기 입장 세우기에 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정해보자.


6. 우리가 가상의 ‘성폭력근절대책위원회’라는 것을 가정하고, 전자팔찌의 찬반, 성범죄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자. 법안과 행정, 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성폭력근절방안 정책집’을 작성하고 각 항목의 예산 분배까지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