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 공유자원, 무임승차, 공유지의 비극

이창우 | 논술교사 cwleekr@naver.com

학습목표
1. 공공재, 공유자원, 무임승차, 공유지의 비극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체적 사례를 들 어 설명할 수 있다.
2. 개인과 사회가 가진 합리성 사이의 충돌을 이해하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해 본다.



Ⅰ. 생각 열기

“세상에 좋은 것은 모두 거저다”라는 말이 있다. 공기, 산, 호수 같은 자연과, 놀이터 같은 공공시설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재화들은 분명 가치가 있는 것임에도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우리가 보통 공공재, 공유자원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것들은 너무나 다치기 쉽고 부당하게 시장주의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것들이기도 하다.
극장판 <심슨 가족>이나 한국 영화 <괴물>의 공통점은 강이나 호수의 환경오염을 제재로 다뤘다는 점이다. 두 영화는 환경오염의 주범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반 시민 모두라고  꼬집는다. 가령 심슨 가족의 딸이 호수의 오염 실태를 이집 저집 방문하면서 알리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다. 정부는 오염된 마을을 돔으로 씌워서 주민들을 곤란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나중에는 폭탄으로 마을 자체를 말살시키려 한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행동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주민 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제일 많이 호수를 오염시킨 심슨 씨를 잡아서 집단 린치를 가하려 하거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마을의 종말 (폭발)에 앞에서 주저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마을의 호수가 기업의 폐수나 주민들과 관광객의 생활 쓰레기, 가축의 배설물들로 더럽혀지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해결책을 세울 것인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각 의견의 장단점을 평가해 보자.

(지도)
1. 극장판 <심슨 가족>이나 <괴물>의 주요 장면을 수업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2. 학생들의 예상되는 의견은 도덕적 해결책과 제도적 해결책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도덕적 해결책으로는 심슨가족의 딸이 외롭게 했던 계몽운동을 보다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다. 토론과 교육 그리고 환경 단체의 집단행동, 호수를 감시하는 주민들의 자치기구 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도적 해결책은 두 방향으로 나뉠 수 있다. 호수를 민간 (기업이나 개인)의 소유로 만드는 사유화의 방향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관리하게 두는 공공화의 방향이 그것이다.

3.  제시된 의견들에 대하여 장단점을 학생들이 평가하게 한다. 도덕적 해결책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겠지만, 호수의 오염이 쉽사리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도덕적 비난은 법적 처벌이나 (사유에 의한) 경제적 배제보다는 약한 제제수단이며 <심슨 가족>의 예가 보여주듯이 현대인들의 개인주의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든 마을 주민들의 도덕적 수준이 높아진다면 이 방법이야 말로 가장 튼튼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4. 사유화는 어떤 사람의 개인적 이기심을 이용해서 나머지 사람들의 개인적 이기심을 제압하는 방법이다. 개인소유의 해수욕장 같은 것을 상상해본다면 장단점은 금방 떠오른다. 소유자가 해수욕장 사업으로 이익을 보려고 하는 한, 확실하게 관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수의 사용자들은 비싼 비용을 물어야 하는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치명적인 위험도 있다. 만약 호수의 소유자가 그 호수를 오염시키는 사업 (가령 호수변의 호텔이나 골프장)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꼴이 된다.

5. 공공기관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은 설악산 국립공원 같은 예에서 보듯이 주민들 입장에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단점은 일단 하나의 호수를 공공화시키면 형평성의 원칙으로 전국토의 비슷한 자연환경을 모두 공공의 관리 하에 두어야 하고 이는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마을 주민들이 내는 세금을 무겁게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둘 경우 조세저항도 있겠지만, 더 많이 거둔 세금을 다른 더 급한 데 써야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가령 호수 환경보다는 마을 주민 가운데 무주택 서민을 위한 융자금 같은 것)



Ⅱ. 재화의 분류

아래 제시문은 재화를 세 가지로 분류하는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보기에 열거된 재화를 아래의 빈칸에 분류하여 보자.

<제시문>

재화는 ‘배제성’과 ‘경합성’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배제성(excludability)이란 “사람들이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사실 내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서 다른 사람이 그것을 더 이상 소유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배제성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인터넷의 정보는 속성상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배제성이 없다. 그러나 그 정보가 개인 소유일 경우 지적 재산권 같은 권리의 측면에서는 배제성이 있다. 이렇게 모순된 인터넷 정보의 성질 때문에 사회적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배제성은 개인적으로 소유된 모든 상품에서 발견되지만 반드시 사적소유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보건소에서 어떤 이유에서인가 환자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의료 서비스는 그 환자에게 배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선생님이 자신의 권위로 나의 질문을 묵살한다면 교육 서비스로부터 나는 배제된 셈이다.
다음으로 경합성(rivalry)이란 경쟁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이 재화를 소비하는데 제한받게 되는 속성이다. 내가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어버리면 상대방은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 수요공급 법칙은 공급자들과 수요자들 사이의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모든 상품에서 우리는 경합성을 발견한다. 이 점에서 경합성은 유한한 재화와 무한한 욕구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무한히 복제가 가능한 지식이나 정보는 경합성이 없다. 아무리 소비해도 닳아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정보통신업체들은 경합성이 없는 상품들을 가지고 경합하기 위해서 고육지책을 사용하는데 다른 기업보다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는 혁신전략이 그 예이다. 경합성이 상품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두고 두 형제가 서로 먹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이나, 한정된 인력을 보유한 경찰서가 여기저기서 동시에 터진 사건을 해결하느라 분주하다면 이 또한 경합성이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제성과 경합성이 모두 존재하는 재화를 ‘사적 재화’라고 한다. 반면에 ‘공공재’와 ‘공유자원’은 둘 다 배제성이 없다. 우리가 거저 쓴다는 말은  “배제성이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국가 안보 같은 공공재와 바다 속의 물고기 같은 공유자원은 누구나 소비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합성의 있고 없음에서 공공재와 공공자원은 다르다. 공공재는 경합성이 없지만 공공자원에는 경합성이 존재한다. 가령 누군가가 우리나라로 이민 온다고 해서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해역에서 중국 어부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는다면 한국 어부들은 그 만큼 어획량이 줄어든다.
  

보기: 막히는 유료도로, 환경, 막히는 무료도로, 기술지식, 옷, 안 막히는 무료도로, 시청이 주관하는 불꽃놀이, 땅 속의 석유, 등대, 엠피쓰리 플레이어, 신호등, 경찰관의 수사,



  사적 재화:


  공공재:


  공유자원:



(지도)

사적 재화: 막히는 유료도로, 옷, 엠피쓰리 플레이어.
  공공재 :  안 막히는 무료도로, 기술지식, 시청이 주관하는 불꽃놀이, 등대,  신호등, 경찰관의 수사
공공자원:  환경, 막히는 무료도로, 땅 속의 석유,


Ⅲ. 무임승차 문제

1.  공공재는 무임승차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1) 아래 제시문을 읽고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이 충돌하는 무임승차 상황을 요약하시오.
(2) 위에서 공부한 공공재 개념을 이용하여 위에서 제시문의 상황을 분석하시오.
(3) 그 해결책을 제시하여 보자. 그리고 이와 비슷한 상황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라.



“내가 나 자신의 편안함에만 신경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나는 (일반적으로)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기는 하지만 줍지는 않는다. 내가 쓰레기를 줍지 않고 그저 놓아두고 보기를 원하지 않는 정도보다 그 쓰레기를 수거하기를 원치 않는 정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나에게는 쓰레기를 주우려는 노력이 가치가 없다.
만약 아무도 쓰레기를 줍지 않는 상황과 모두가 쓰레기를 줍는 상황, 두 상황 가운데 한 상황을 선택해야 할 경우, 나는 다르게 느낄 것이다. (즉) 나는 아무도 쓰레기를 줍지 않는 것보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가 쓰레기를 줍는 상황을 더 선호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일년에 한번 모두가 쓰레기를 한 파운드씩 수거하도록 요구하는―이 같은 제안이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지방조례가 있다면 그 조례에 찬동할 것이다.
(다른 가능성으로) 많은 다른 사람들이 법에 의해 요구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주우려는 성향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기적인 사람인 나는 많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쓰레기를 줍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이웃의 선행(善行)에 무임승차할 것이다. 모두가 나와 같다면 누구도 쓰레기를 줍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로 인해 우리 모두가 처하게 되는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도)
   (1)  쓰레기를 줍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도덕적 올바름으로 흘러가기보다는 그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는 원인은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하기 때문일까? 제시문은 이 문제를 인간의 본성과 도덕의 틀로 파악하지 않는다. 여기서 전제하고 있는 “나”의 성격은 합리성이다. 제시문은 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 즉, 합리성을 향하여 행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인정해야할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첫 째 문단은 개인의 합리성을 묘사한다. 쓰레기를 줍는 것과 줍지 않는 것의 효용이 비교되며 당연히 효용이 큰 “줍지 않기”를 개인은 선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둘 째 문단은 그 개인이 사회의 합리성에 관하여 이해하고 있는 바가 나온다. 모두가 줍지 않는 것보다는 모두가 줍는 것을 개인은 선호한다. 이렇게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놓으며 서로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문제는 법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 개인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이다. 세 번째 문단은, 개인은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길임을 설명한다. 왜냐하면 본인은 쓰레기를 줍지 않음으로서 편안할 것(개인적 합리성)이고 또 그가 쓰레기를 줍지 않아도 다른 이들이 줍기 때문에 깨끗한 환경이 유지될 것(사회적 합리성)이기 때문이다. 법적 강제나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개개인이 무임승차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는 냉철한 결론이 이렇게 유도된다.

  (2) 무임승차 상황은 민간이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쓰레기를 주워 마을이 깨끗해지는 상황은 일종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 즉, 공공재이다. 그런데 공공재는 배제성과 경합성이 모두 없다. 다시 말해 (자신이 기여를 하지 않아도) 그 공공재를 누리는 것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으며, 자신이 그것을 누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누리는 정도가 감소하지도 않는다. 도덕의 관점에서 청소하지 않는 자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이러한 공동체적 강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무임승차를 통해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이 모두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이 늘어가게 되면 결국 극히 소수의 사람만 청소를 하고 마을은 더러워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공공재를 스스로 공급하길 바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3) 모든 개인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를 그 개인들이 공급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개인의 이익을 초월하여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별도의 주체가 필요하다. 즉, 정부 같은 공공 기관의 제도적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조례를 통해 벌금을 매기는 강제일 수도 있고 주민들의 세금으로 환경미화원을 고용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확장하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이른바 ‘외부효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방과 기초과학 연구, 빈곤구제정책이 그 예이다.


2. 신호등 건설에 관한 의사결정 문제

당신이 지방의회 의원이라고 하자. 지방정부가 당신에게 마을 복판에 있는 교차로에 1000만원을 들려 신호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안을 가져왔다. 신호등을 세우면 교통안전은 향상될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다른 곳에 있는 유사한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하면 교차로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1.6%에서 1.1%로 낮아진다고 한다. 당신은 이 계획안을 승인하겠는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논술하시오. (사람의 생명을 1억원으로 계산하시오.)

(지도)
교통 신호등의 설치는 치명적 사고의 확률을 0.5% 줄인다고 했다. 따라서 교통신호등 설치로부터의 기대편익은 0.005 × 1억원, 즉  5천만원이 된다. 이 금액은 설치비용 1000만원을 크게 초과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 계획을 승인해야 한다.

Ⅳ. 공유지의 비극

공유자원은 공공재처럼 배제성이 없지만 경합성이 있다. 정부는 공공재와는 달리 공유자원에서는 그 사용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고전적인 우화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

1. 아래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여 보자

공유자원이란 공기․하천․호수․늪․공공토지 등과 같은 자연자원과 항만․도로 등과 같이 공공의 목적으로 축조된 사회간접자본을 일컫는다. 공유자원은 사회 전체에 속하며, 모든 개인에게 필요하고 이용도 가능하다. 공유자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공유자원은 남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공유자원의 이용으로 각 개인이 얻는 편익(便益)이 종종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웃돈다. 하딘(Garrett Hardin)은 이러한 현상을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먼저 한 마을의 농부들이 소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제한된 넓이의 목초 공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농부들이 방목하는 소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방목하는 소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풀이 다시 자라는 속도에 비해서 풀이 소모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공유지는 점점 더 황폐해질 것이다. 만약 사용할 수 있는 목초의 양을 할당하고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농부들 간의 합의된 정책이 없다면, 목초가 없어지기 전에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높이려는 농부들의 욕구 때문에 공유지의 황폐화는 시간 문제이다. 하딘은 이런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사유재산권 강화, 공해세 부과, 출산 및 이민 억제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제안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결책들은 ‘누군가의 개인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필요를 인식하고 강제의 필요성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딘이 내놓은 해결책 가운데 사유재산권 강화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자.
(1) 사유재산권 강화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 사유 재산권 강화가 도리어 공유지의 비극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정부의 억제 정책이 필요한 경우는 무엇이 있을까?

(지도)
(1)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이 멸종되는 이유는 상아의 시장가치 때문이다. 주인 없이 초원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코끼리는 밀엽꾼들에 의해 사냥당하며 밀엽꾼들은 코끼리의 숫자를 유지할 유인이 거의 없다. 반면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커질수록 소는 멸종의 위협에서 더 멀어진다. 소는 사유재산인 목장에서 사육되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목장주들은 소의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 자기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소를 잘 관리할 것이다.

(2) 여러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땅 밑에 매장된 석유는 한 사람이 석유를 파내어 사용하면 그만큼 다른 소유자가 퍼낼 수 있는 석유량이 줄어든다. 낚시와 사냥, 바다에서의 고래 잡이를 막기 위해서도 정부 혹은 국제법상의 강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유재산권과 정부의 개입이 항상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 사례는 공해배출권 거래제이며 이것을 아래에서 살펴볼 것이다.

2. 제시문 [가]는 이산화황의 배출 허용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제시문 [나]에서 설명한 가격 기구(price system)의 기능에 근거하여 설명하라. (2007 서강대 수시1)


  [가] 미국에서 1970년에 입법된 청정 대기 법안(The Clean Air Act)은 촉매 변환 장치 설치와 하수(下水) 처리의 의무화와 같은, 기업과 개인들이 공해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노력들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시행 이후 미국의 인구는 30% 정도 증가하고 경제 규모 역시 두 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미국 전체의 대기 오염은 같은 기간 동안 1/3 이상 감소하였다. 미국 정부는 1990년 이 법안을 수정하면서 시장 원리에 근거한 해결 방법들을 도입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배출하는, 산성비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황의 배출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수정 전의 제도 하에서는 모든 발전소들이 이산화황의 배출을 줄이는 집진기(集塵機)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집진기의 설치 비용은 상당 부분 전력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전력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프로그램은 각 발전소가 이전에 사용한 석탄의 양을 기준으로 각 발전소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황의 배출량을 결정한 후, 특정 기간 동안 각 발전소에 주어진 허용량만큼의 이산화황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발전소는 주어진 허용량을 초과하는 이산화황을 배출할 수 없지만 각 발전소는 자신의 허용량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즉, 허용량보다 적은 이산화황을 배출하는 발전소는 사용하지 않는 허용량을 팔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허용량을 구입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1994년도에 시행된 이후로 허용량의 가격은 큰 폭으로 변해왔으며 이산화황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는 2004년에 260 달러에 거래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이전 규제에 의한 방법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용량을 파는 발전소들이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 크루그만․웰스,『경제학』
   [나] 시장이란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는 ‘장소’를 말한다. 계획 경제 하에서도 모든 거래는 시장에서 이루어지지만 자본주의 경제 체제, 혹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말하는 가격 기구(price system)의 분배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누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가격 기구를 통해 시장에서 결정된다.
    시장에서 자발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면, 상품의 가치를 시장 가격보다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소비하고,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자들이 그 상품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거래 참여자들은 제품의 사적(私的)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에 해당하는 편익(便益)을 추가로 얻을 수 있으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자는 자발적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려는 유인(誘因)이 생기게 된다.
  한편 시장 가격은 거래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사적 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어진 가격에서 물건을 판 사람들의 경우 그 물건의 사적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반대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평가하는 제품의 사적 가치는 시장 가격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장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생각하는 그 제품의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지도)

    1990년의 청정법안 수정은 ‘규제의 원리’를 ‘거래의 원리’를 바꾸어 놓았다. 또한 이산화황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를 ‘전력 소비자’에서 ‘전력 생산자’로 변화시켰다. 즉, 과거의 방식은 일종의 벌금 개념처럼, 전력 소비량에 비례하여 집진기 설치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도였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전기를 아껴 쓰도록 강제하였던 반면에 발전소들은 수동적으로 이에 부응하는 위치에 놓아두었다. 그러나 수정 법안에서 각각의 발전소는 이산화황 배출허용량을 서로 거래하는 경제주체가 되었으며 이렇게 시장 가격 원리를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격 기구의 일반적 원리에 의해 새로운 프로그램은 어떠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지 살펴보자.
   (나)의 첫 문단은 가격 기구의 분배 기능이 경제 주체의 생산과 소비를 결정함을 설명하고 있다. 각 발전소가 다른 발전소에 판매하는 것은 허용량이다. 그리고 그 허용량을 소비하는 것이란 곧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용량을 많이 판매한 발전소는 전력을 적게 생산할 것이며 허용량을 많이 구매한 발전소는 전력을 적게 생산할 것이다. 그러므로 허용량을 거래하는 가격기구는 전국의 발전소들이 생산할 전력의 양을 분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원리는 (나)의 둘째 문단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각각의 발전소는 허용량을 판매해서 번 돈과, 그 허용량을 판매하는 바람에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여 지불하는 비용의 차이(편익)를 계산할 것이다. 반대로 허용량을 구매한 경우라면 여기에 지불한 비용과 추가된 허용량만큼 생산한 전력으로 벌어들인 돈의 차이를 계산할 것이다. 이렇게 각 발전소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편익을 최대한 늘이고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중요한 점은 전력 생산량은 그 발전소의 효율성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전력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는 발전소일수록 허용량을 더 많이 구매해서 발전기를 더 많이 가동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발전을 하면 할수록 전력 생산으로 벌어들인 액수보다 전력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더 큰, 한마디로 비효율적인 발전소는 허용량을 차라리 다른 발전소에 팔아버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하여 최악의 경우 허용량을 모두 팔아 벌이는 발전소는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내용은 분명하다. 각각의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허용량을 사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쓴다. 나아가 허용량의 총합은 일정하기 때문에 발전소들은 효율성을 둘러싸고 서로 경쟁할 것이다. 가령 발전소 A가 효율성을 개선하여 120원의 허용량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더라도 다른 발전소 B가 더 큰 폭으로 효율성을 개선하면 B는 허용량을 90원에 구매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각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무한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
    (나)의 세 번째 문단은 가격 기구의 가격 정보 기능을 설명한다. 각자가 보유한 제품의 사적 가치를 시장 가격과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본문에서는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평가하는 제품의 사적 가치는 시장 가격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허용량을 팔 수 있는 발전소가 있고 살 수 있는 발전소가 있으며 판매자와 생산자의 위치는 각자의 효율성에 따라 정해진다. 허용량의 시장 가격이 가령 100원이고 내가 그 허용량을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내 허용량의 사적 가치는 100원보다 낮지 않다. 즉 높거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내가 비록 허용량을 시장에서 100원에 샀지만 그 허용량을 사다가 전력 생산에 소비했을 때 100원보다 더 큰 가치에 해당하는 전력(사적 가치)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내가 100원에 허용량을 판매하는 발전소의 입장이라면 그 허용량을 팔지 않고 전력을 생산한 들 100원보다 적은 가치(사적 가치)의 전력 밖에 생산을 못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시장 가격 및 판매와 구매의 위치에 따라 각각의 발전소가 보유하고 있는 허용량의 사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